"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구조란 없다.
우리가 구조적으로 환경과 연결할 수 있는 방식들,
따라서 우리가 탄생시키는 세계는
우리 자신의 구조에 의존한다"
- 카프라 -
"마음은 살아있음의 본질이다"
― 베이트슨 -
약 6년전 신학동네 홈페이지를 열었다. 그 홈페이지의 용도는 내 명함용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명함도 의미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내가 필요한 인터넷 정보를 링크하기 위한 인터넷 정보 교차로의 목적이 컸었다. 그리고 내가 쓴 생각의 단편들을 내가 잘 관리하고 모으기 위한 목적도 부차적으로 있었다. 인터넷 자료는 그 특성상 html 상의 인터넷 링크를 통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인터넷 주소를 종이에 인쇄하거나 필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더욱 더 많은 자료가 제공되고 앞으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듯 하다. 흔히들 쓰레기같은 인터넷 정보라 하지만, 어짜피 다양한 정보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취사선택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인터넷 정보를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정보는 생을 기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인격적 개체들의 표현일 뿐이며 그들 각자에게서는 충분한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가치들이다. 이 홈페이지도 나에겐 그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매개일 뿐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 가에 대하여 모두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내가 나와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하여 자유롭게 기록하고 그것을 누릴 권리는 있다.
링크link 개념은 사고think 개념의 중요한 요소이다. 사고의 특징을 조직화라 한다면, 조직화의 가장 핵심적인 뜻은 자기방식으로 정보를 연결시킴을 의미한다. 정보를 자기방식으로 조직화 하는 것, 밖의 정보를 이러한 조직화를 통하여 내면의 정보로 엮어내는 것, 이것이 인지와 사고의 아주 기본적인 패턴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홈페이지는 바로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를 자기방식으로 연결하고 묶어내는 목적을 중요하게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고의 과정에서, 그리고 표현의 과정에서 우리 마음과 정신의 활동에 가장 적절한 툴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특히 책을 읽고 정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 있는 나에게 한글 HWP 나 MS-WORD는 방사적이고 유기적인 사고를 제대로 표현하는 도구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프로그램은 나에게 이미 내용/구조적으로 완결된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생각을 요구하기 보다는 생산을 요구한다. 생각은 순환적이지만 생산은 선형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워드 프로그램은 html의 특징으로 진화된 링크개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 단계 수준의 편집기이다.
사고는 무한한 단편들의 무차별적/공시적/통시적 연결속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스텝을 따라 진행되는 일직선적인 특징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사고에 걸맞는 워드프로그램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결핍은 부분적으로 인터넷의 링크 개념과 게시판, 검색 기능을 통하여 보완이 되지만 개인적으로 어떠한 현격한 충족은 느낄 수 없었다.
그물처럼 연계된 사고들을 조직화시키는 도구로서의 워드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LaTeX를 알게 되었다. 이 LaTeX의 기능은 논문작성에 있어서 사고의 형식을 명료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즉 이것은 사고과 논문구성의 형식을 명료하게 요구하는 면에서 의미를 지니고, 인쇄와 출판에 있어서 장점을 지닌 섬세한 편집기로서의 특징을 보여준다. 한달 전부터 LaTeX로 글을 쓰고 PDF 변환기를 통하여 출력하고 홈페이지에 업로드 한다. 엄격한 소팅, 정리, 참고문헌, 상호링크 기능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정도가 이 LaTeX의 의미이자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고의 형식이 아니라 사고의 진행과정에 유용한 툴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Mind Manager 라는 소프트웨어를 알게 되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방사적으로 유기적 특징을 지닌 사고를 표현하는데 상당히 유용하다. 그리고 특정한 개념을 구성하는 그물들의 구조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그를 수정하고 보완하고 진화시키는 과정이 매우 간편하다.
이 또한 다양한 시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념을 한 자리에 공시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각 개념들의 시간성이 고려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성이 고려된 개념의 그물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방식일 지, 그리고 그러한 유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사고라는 나무의 잔가지들을 방사형으로 표현하는 것만 하여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사고가 공시적이라 할 때, 그 공시성을 구성하는 각 정보 개체들의 시간성이 어떻게 공시적으로 기여되는가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사고할 수 있는가? 다양한 시간을 머금은 정보들을 순간 사고했을 때, 그 정보들을 시간의 매개에 따라 분리시키고 분별해 낼 수 있는가? 마치 한 필름에는 시간이 담겨 있지만 필름 한 컷 한 컷에는 순간밖에 없듯이 말이다.
이 시점에서 Mind Manager는 적어도 한 개념을 구성하는 하위 개념들의 공간적 좌표들을 표현하게 하는 유용한 틀이다. 그리고 어떠한 단일한 의미 체계로 포섭되지 않는 하위개념들의 관계를 링크시킴으로서 하나의 선명한 의미체계를 구성하도록 하는 구성주의적 툴이다. 사실 이러한 구성주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프로그램 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하고 정리하고 사고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선형적 틀에 얽메어 있어서 숨을 쉬지 못하는 무의식의 방사적 개념들이 새롭게 마음의 지도Mind Map를 통하여 구현되고 실현될 것이다.
위키, 블로그, LaTeX, 그리고 Mind Map에 이르기까지 저러한 소프트웨어적인 환경은 우리 살아있는 마음과, 그 마음이 탄생시키는 구조와 결과들에 친화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만큼 뇌, 사고, 마음, 영혼은 알다가도 모를 묘한 것들이다. 조용하지만 매우 시끄럽고, 논리적인 듯 하지만 형편없이 우발적이며 엉뚱한 것들이다. 이렇게 볼 때 저러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얼마나 내가 개인적으로 계발이 되고 Creativity의 문제를 심도깊게 해명할 수 있을 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모든 시도는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마음의 본질을 표현하는데 상당히 근접하였다'는 Mind Map의 평가가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이 툴을 가지고 한 장 두 장 마음의 지도를 그려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단지 오늘은 이 첫 단추를 떼고 내 마음의 지도를 한장 그렸다는 기쁨에 이 순간을 자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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