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꿈은 System의 완벽한 구현이었다. 그러나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현실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세인들이 기겁할 만큼의 엄청난 지식과 열정을 그가 소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난해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은 철저한 모험이었다. 그의 글은 가만히 보면 매 순간마다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System을 위하여 자연에서 추출해낸 점.선.면으로 기하학을 직접 새로 구상하였고, 자연과학에 은밀하게 묻어있는 형이상학적인 오류들을 걷어 치웠으며, 당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가차없이 비판하였다. 그리고 그 시대까지 흘러들어 온 다양한 사상들을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직관으로 창조적으로 소화하며, 문제점은 예리한 논리로 폭로해 냈다.
사실 20세기 중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발흥되는 이후의 분석철학과 실용주의적 철학에는 화이트헤드의 가공할만한 상상력과 논리와 열정의 노고가 없었으면 불가능하였을런지도 모른다. 화이트헤드는 럿셀을 잉태했으며 럿셀은 비튜겐슈타인을 잉태했으며, 그 세례를 받은 후손들은 자기의 혈관에 흐르는 그 노인의 DNA를 겨우 발견하던지, 아니면 낯선 자신의 조상을 도리어 비판하는 꼴이다. 그만큼 오늘날 System을 다루는 기술자들은 각자 손에 쥐어 있는 장비로 세상을 외골수로, 혹은 그저 단편적으로 예민하게 가공해 낼 뿐이다.
괴델의 System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였다. 20세기 초 수학의 천재들이 펼친 완전성에 대한 그 열망의 기운들은 그 고단하고 긴 밤, 별과 달이 져도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그러나 괴델의 집요한 고민이 내놓은 결론은 결국 체계의 무모순성Die Widerspruchfreiheit eines Systems에 대한 파산 선고일 뿐이었다. 그들은 System으로 깊이 들어갔으며, 거기에서 System의 본질을 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안전핀이 뽑혀있는 위험스러운 폭탄들만 가득하였다. 어느 누구보다 단단했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개복된 System의 피부를 일단은 봉합해내는 일일 뿐이다. 그들은 System의 끝을 보았으며, 절망 가운데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들의 삶과 열정에서 어떠한 참신한 성실함을 느낀다. 그들이 평생을 다해 쌓은 결실이 준 세상의 명예가 부러워서가 아니라, 그들은 자명한 듯 하지만 깊이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이 경험세계들을 더 선명하게 우리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System을 구축하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재미 없고 마이너한 작업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욕망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자연과 우주의 본성을 성실하게 성찰하고 이해하려는 어떠한 고양된 태도일 뿐이다. 얼치기 System은 사람을 죽인다. 그러나 자연과 우주의 본성을 엄격하게 추구하는 System은 오히려 우리에게 소통의 가능성과 평화를 줄 것이다.
자연과 소통하는 System의 가능성과 한계를 남겨두고, 황량했지만 낭만스러웠던 20세기를 떠났던 순결한 그들, 그들의 뒤를 따라 우리도 좁은 길을 간다. 새로운 System을 찾아 긴 밤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지혜의 신이 함께 하기를.
Downloa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