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7 (14:49) from 203.252.17.164' of 203.252.17.164'	Article Number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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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삶에 있어서 영성에 대하여

2000년을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오늘에 있어 영성은 무엇일까. 나는 고민한다. 나에게 영성이란 결코 유아적 나르시시즘도 아니요, 감성에 가득찬 신앙의 고양도 아니요, 철저한 훈련과 긴장의 과정을 거쳐서 전개되는 자신의 내공(內攻)이라는 깨달음을 갖곤 한다. 영성이라는 묘한 강박과 두려움과 긴장의 언어가 나에게 요구하는 삶의 과제는, 매우 지난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매 시간 시간 신학의 삶을 영성을 아르키미데스 점 삼아 생각하고 읽고 묵상하고 쓰고 살아가야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공간에 Coram Deo라는 게시판을 세워 하루 하루의 삶의 여정 가운데 홀연히 피어오르는 감동과, 영적인 체험과 교감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영성은 인스턴트 식품과 같이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고 쓰레기에 집어던지는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물과 공기처럼 인간 존재를 지탱하고, 또한 인간 존재를 새롭게 갱신하게 하는 지평임을 피부로 느끼곤 한다. 나의 영성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진정 교회와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인도할 수 있다는 가장 자명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는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 한 생명 바치기로 하였으니 이 길이 어찌 나만의 길이라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이익과 안목을 위하여 이 길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적인 선택이 아니리라. 얼마든지 다른 길을 통하여서 더욱 쉽게 그 목표는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지성소를 내가 사랑하고 내가 맑게 해야 거기에 새가 날아들고 오늘의 사회를 맑게 갱신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영성에 대한 물음과 고민은 나의 영성의 영향사Wirkungsgeschichte를 미세하게나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즉 나의 가정 나의 조상, 그리고 우리 민족의 고귀한 영성의 줄기와 뿌리를 바라보며 오늘 나의 모습이 조금은 더 정확하게 이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서구의식과 논리에 젖어든 나의 정신사적 과도기의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모종의 계기 마저도 갖게 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영성", 그것은 신학인의 영원한 화두라는 점을 몸으로 강렬하게 깨닫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