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은 맑고, 투명하고, 지적인 것과는 또 다른 것이다. 거기에는 지성과 통찰을 넘어선 어떠한 영혼의 온기와 열기가 엮여 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러한 마음들의 소통의 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신학은 신앙이라는 하느님과의 대화와 사랑 속에서,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서 구성하는 이론적 작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학은 냉철함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서 역사적 맥락에서는 정치성도 요구하는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학이 그 기원과는 별개로 얼마나 차갑고 냉철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위 열광주의 신학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맹목적인 신앙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는 신학의 온기와 따뜻함이 있는 듯 하지만, 그 현상을 넘어서면 신앙적 고집과 배타와 독선이 오히려 적나라하게 스며 있는 경우가 있다.
신학은 꿈을 꾸는 학문이다. 신학은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인간과 세계사의 고난과의 대면 속에서도 그 안에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믿음과 소망을 통찰하는 신앙과 함께 한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신학은 세상에 대한 심원한 긍정과, 소망과, 꿈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러한 신학은 구체적인 삶에서 자신에 대한 존중, 타자에 대한 존경을 품어내게 한다.
물론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분명 악과 마귀와 마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어둠의 세력을 냉철하게 대면하고 유혹을 극복하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지 우리의 영혼과 삶 또한 그들의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쟁과도 같은 어려운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생존의 투쟁에서 우리의 마음이 주님이 주신 소망과 희망과 꿈과 연결되지 않은 투쟁이라면 그 삶은 너무나 거칠고 공허할 것이다.
타인 속에서 어둠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통찰이다. 그러나 그 어두움에서 하느님의 눈물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연대성을 발견하여 거기에 손을 내미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통찰이다. 어두움을 빛과 희망으로 변모케 하는 능력은 물론 하느님의 소관이겠지만, 인간의 노력과 더불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그러므로 신학은 궁극적으로는 따뜻한 인간의 학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뜻한 마음은 모든 지혜를 다 꿰뚫어버리는 행각을 하는 도사같은 태도 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신학의 따뜻함의 원천은 만물 하나의 아픔도 그냥 건너가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기원으로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의 평안과 사랑이 임한다 하더라도, 세상은 분명 거친 초원과 같으며, 쓸쓸한 공터와 같은 느낌에 우리는 사로잡힌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말고, 주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모든 피조물이 연대하는 그 대망의 나라에 대한 소망 속에서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신학은 냉소와 열광이라는 극단을 넘어 우리 밖의 이웃들과의 참여와 연대성 속에서 따뜻함과 애정을 품고 학문과, 교회와,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관련링크
하느님의 신뢰 (2003.11.21)
따뜻한 신학 (200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