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17 (18:56) from 203.252.17.163' of 203.252.17.163'	Article Number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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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길과 영성지도자

나는 내 앞에 주어진 길이 '영성지도자'의 여정임을 새삼 발견하고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그동안 놓치고 살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즉 신학의 길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를 신학적으로 해명하는 데에만 그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발견과 해명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지도하는 지도자로서의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신학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이미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전하는 전달자이자, 세상을 올바로 지도하는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인 자신이 신학적인 물음에만 몰두하고 거기에 급급하였다는 반성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신학도의 신학적인 견해의 진위유무를 떠나서 그 신학적인 견해가 얼마나 유용한 교육적인 의도와 의미를 내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요청되어야 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신학의 삶 자체가 하나님을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올바로 전하는 차원도 놓치지 않아야 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 신학적 여정이 결국 영성지도자라는 궁극적인 지점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강렬하게 인상을 받은 느낌은 바로 "나의 모든 신학의 중심은 저기에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즉 유년시절부터 신학에 관심을 갖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와서 가슴 뿌듯하게, 그리고 벅차게 살아가는 신학의 삶이 결국은 무엇으로 수렴되는가 하니, 바로 "영성 지도자"라는 궁극적인 차원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내가 학문을 하여 최고의 신학자가 되고, 교회를 살리는 최고의 목회자가 된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욱 중요한 나의 과제라 하는 것은 바로 저 "영성 지도자", 즉 하나님의 거대한 뜻을 체험하고 깨닫고 묵상하고, 그리고 그 뜻을 몸소 실천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살아가는 "영성 지도자"에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신학자와 어떤 목회자라는 목표 보다도 더욱 중요하고 의미를 지니는 바는 바로 "영성 지도자"에 있는 것이다. 나의 신앙의 원점은 무엇일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아직도 나의 신앙에 대한 원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의 신앙의 원점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명은 내가 걸어가는 인생의 여정을 거쳐야만 분명하게 드러나리라는 기묘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자신의 인생의 족적을 온전히 걸어오고 체험한 후 마지막 던지는 화두와 같은 지점이 바로 신앙의 원점이라면, 나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신앙의 원점이 이것이다라고 못박는 것 자체가 참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신앙의 원점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 신앙의 길을 끈기있게 걸어가야 하리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는 단지 하나님을 믿고 이해하고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이 모든 길이 아름답고 즐거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편린들을 묶어내고 깁어서 나의 신앙의 원점에 대한 원형을 밝혀내어 본다면, 부모님의 모태신앙과, 나의 개인적인 진리와 하나님에 대한 물음,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삶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 신학의 길로 여겨 이렇게 걸어온 것일 뿐이다. 나의 신앙의 원점이 청동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뿌연하고 불투명하게 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이 신앙여정을 걸어가게 하는 하나의 커다란 동인이 된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이는 거역할 수 없는 나의 실존적인 고백이다. 즉, 나를 이렇게 있게 한 신앙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그 순간부터 분명한 사유의 경계는 무너지며 더욱 신묘한 물음으로만 자꾸 나를 인도하는 경험을 많이 갖게 된다. 진정한 신앙은 바로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나를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를 향한 탐구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길 때, 나를 잘 모르고 신앙의 원점을 잃은, 마치 고향을 상실한 내 신앙의 운명을 탐구하고 진지하게 성찰하고 달려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영성의 삶'을 향한 바램 영성은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총체적인 지향이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은 이런 의미에서 영성을 그의 씨알로 품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본인도 마찬가지이라 생각한다. 그 영성은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와 하나님을 잇게 하는 선이며 접촉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성'을 묵상하고 숙고하면서 개인적으로 나의 영성 발달을 위해 개인적으로 보완해야 하고 요청되는 바의 내용들을 기술해보자. 첫째, 영성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이해를 전개하자. 영성만큼 흔한 단어는 없다. 그렇지만 영성 만큼 개념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단어 또한 없다. 본인이 보기에는 영성이 가장 추상적인 의미를 지니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언어의 추상성은 구체성과 같이 맞물린다. 즉 언어의 관념적 측면과 감각적 측면은 상호 맞물리는데, 우리 시대에 있어서 영성은 언어의 구체성의 차원, 적용의 차원에만 기능하는 바가 많다고 여겨지며, 이제 요청되어야 할 것은 영성이 지시하는 추상적 관념적 측면을 새롭게 영성이라는 개념에 접맥시켜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본인이 보기에는 영성은 인간 존재의 존재론적인 기저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실로 모든 존재는 멘탈 폴과 피지컬 폴의 두 측면을 그 안에 담고 있다. 이제 영성이라는 개념이 담보하고 있는 피지컬 폴의 충분한 지시내용을 넘어서서 멘탈 폴의 지시내용을 개간하는 작업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겠다. 감각적인 언어의 구체성은 언어에 대한 이해를 더욱 강렬하게 제시해 줄 수 있을 지언정, 추상성이 요청되는 종교 간의 대화나, 그리고 구체적인 영성 이해 사이의 상호 긴장과 충돌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는 제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영성을 존재개념으로 보기보다는 궁극자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싶다. 즉 존재가 명사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면 궁극자는 동사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모든 존재의 기저를 이루고 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동사적 착발점으로서 나는 영성을 이해한다. 즉 명사로 환원될 수 없는 동사의 다이나미즘이 바로 영성이고 이런 의미에서 신학사적으로 영성이 성령론과 긴밀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로 성찰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영성의 개념사적 접근 둘째, 영성과 성령의 관계 셋째, 기독교의 영성과 타 종교의 영성 넷째, 기독교의 영성과 화이트헤드의 창조성Creativity 다섯째, 기독교의 영성과 융의 플레로마와 4위의 문제 여섯째, 신학적 인간학에 있어서 영성의 문제 일곱째,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차지하는 영성의 위치 여덟째, 영성과 마성 아홉째, 영성spirituality과 성성sexuality 둘째, 영성적 차원과 삶의 차원의 간극을 극복하자. 진정한 영성은 심오하지만, 단순하다. 그리스도인에게 요구하는 성서적 삶 또한 단순하다. 우리는 너무나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진정한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는 예스와 노우가 분명하며 자신의 삶의 지향 또한 분명할 것이다. 시대는 복잡성과 다양성을 요구한다. 복잡한 시대의 논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그 세력을 박차고 자신의 묵묵한 단순함과 명쾌함으로 세상을 살아간 수많은 영성의 지도자들을 우리는 기억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삶 보다 결코 복잡하지 않다. 무거운 양심과 가벼운 지성, 진지한 생각과 단순한 삶은 때가 많이 묻은 우리의 영성의 거울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나의 내면에 갖혀 있는 영성의 지평을 더욱 더 확대하여 나의 삶에 은은하게 스며나오게 하는 노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다. 영성과 삶이 따로 노는 수많은 역사의 과오와 선배들의 모습을 우리는 비판하며 산다. 그 비판의 화살을 우리가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성적 차원과 삶의 차원의 간극을 극복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미나를 통하여 깨달은 엄청난 영성가들의 삶과 사상, 이제는 몸으로 풀어내어야 할 과제를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성서를 통독하기 둘째, 신학자의 사상보다는 삶에 귀 기울이기 셋째, 순간 순간의 삶을 놓치지 않기 넷째, 현재 다가오는 타인의 얼굴을 그리워하기 다섯째,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에 대한 대망을 삶 속에서 망각하지 말기 여섯째, 내 안에 진리가 있다는 이마고 데이의 정신을 잃지 말기 일곱째, 몸과 마음을 닦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기 내 삶의 진정한 과제는 무엇일까 영성 지도자로서의 과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새로운 차원의 감각을 요청한다. 즉 나의 언어가 신학자의 언어임과 동시에 교육자로서의 언어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딜레마를 발견하게 된다. 신학으로서의 언어와 교육으로서의 언어 사이의 갈등의 국면이 전개될 때 우리가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나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생과 선배들을 볼 때 신학자의 언어는 풍요로울 지 몰라도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언어의 궁핍함이 간혹 느껴지곤 하였다. 이 양자 모두의 소중함을 어느 누군가는 요청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현실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강렬한 양상을 체험해 보지 못한 자의 미분화된 언급에 불과하다. 어쩌면 답은 명쾌한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신학자이기도 하였지만 더욱 더 우리가 진지하게 깨달아야 할 점은 바로 하나님 나라를 향해 인류의 모든 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지도하신 인류의 지도자이셨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지도자의 올바른 상, 더군다나 영성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모습을 우리가 삶 속에서 실천하고 구현하는 것은 진정 어렵고도 많은 고통을 동반할 것이다. 신학자와, 신학자를 넘어서서 영성 지도자의 과제를 살아내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내가 필요하고 간절히 원하는 바는 미약하지만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영성 '지도자'로서의 소명을 삶 속에서 잊지 말기 둘째, 교육은 몸소의 삶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셋째, 한 민족의 핏줄 안에 깃든 영성의 전통을 결코 경시하지 말기. 더 나아가 한민족의 영성을 오늘의 기독교 공동체의 현실 속에서 새로 피워내기 넷째, 우리 주위에 억눌린 영성과 삶에 대한 민감한 촉수를 놓치지 않고 직시하기 다섯째, 건강한 영성공동체를 향한 희망을 잃지 말고 현실 속에서 이루어 나아가기 여섯째, 내밀한 영성의 체험은 무엇보다 더욱 혁명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살아가기 일곱째, 신학이 유폐되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회의하지 말고 나아가기 실로 영성이란 결코 유아적 나르시시즘도 아니요, 감성에 가득찬 신앙의 고양도 아니요, 철저한 훈련과 긴장의 과정을 거쳐서 전개되는 자신의 내공(內攻)이다. 이는 자명하면서 더욱 신학의 길을 등정하는 신학도의 심장을 뜨겁게 하는 핵심인 것이다. 백년 살다 가는 새벽이슬과 같은 인생이 바로 우리네의 인생이다. 내 앞에 놓여있는 저 자갈돌의 인생만 하여도 어쩌면 내가 살아온 인생보다 더욱 기나긴 시간의 은총을 누려온 존재일런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수억년의 장구한 우주의 역사에 비해서 인간의 삶은 가련하리만치 짧은 한 여름 밤의 꿈일 뿐이다. 우리가 기나긴 생을 살아봐야 백년의 시간을 경험할 뿐인데 인간의 고유한 본성과 운명을 망각한 체 그 경계를 넘어서는 수많은 인간의 욕망과 타락을 우리는 본다. 영성은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의 덧없음과, 동시에 우리 인간의 삶은 결국은 창조주를 향한 영광의 삶이 되어야 함을 고백하는 독솔로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창조주에게로 왔으니 창조주에게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짧은 자연의 시간 안에서 만난 살아있는 동료들과 부모님 자식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를 향해 더욱 더 사랑하고 더욱더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이 땅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려야 할 것이다. 청초로운 빛이 다 사라지고 하나님의 안식을 향해 스러져가는 저 노란 낙엽의 유한함과 그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직감하면서 슬피 울었던 몇 년전 가을 기숙사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언어와 지성이 다 끊어지고 오직 어둠 가운데에서 나를 창조하신 그와 나만 남아 그 내밀한 관계를 강렬하게 체험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신앙을 간직한 나에게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간혹 이런 말을 하신다 : 있을 때 잘하자. 나는 그 생각의 행간에 깔린 심오한 의미를 이제 조금씩 깨닫곤 한다. 메뚜기도 한 철이리라. 신학의 길을 걸어가는 나와 우리 사랑하는 동료들과 선생님들과 한신공동체가 이 시대에 고유하게 건네주시는 영성의 의미를 지혜롭게 깨닫고 몸소 실천하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 돌아갈 안식의 그 날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이 살아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