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이 감사함의 중요한 덕목임을 느끼게 하는 시간은 인격적 경험의 시간이다. 그것은 내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타인이 있으며, 이 둘이 서로를 향해 인격적인 만남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것은 내가 타인의 인격을 향해 나의 마음을 열고 그를 사랑하려는 노력, 그리고 타인이 나를 향해 애정과 배려를 갖는다는 느낌이다.
내가 만나는 사랑하는 타인의 인격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인격은 언제든지 흩어지고 소멸 가능한 것들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지 생래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육신이 존재하고 따뜻한 온기가 있으며, 눈동자를 서로 맞출 수 있는 이 시간은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근육이 흩어지고 온기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인간을 만나고, 그리고 내면의 인격을 경험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 진실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 상대방을 위하여 책임적으로 대면하고 측은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야 한다.
사라진 이후에 그리워하는 것보다, 눈동자를 맞추고 있을 때 진실하게 대하고 인격적 나눔을 갖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꽃이 깊이 시들면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
안이든 밖이든,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는 생명의 엄숙함과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인격적 경험 이외에 타인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떠한 방식으로 열릴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람은 꽃 보다 아름답고, 인격적 경험은 생명이 대면하는 어떠한 경험보다 생생하고 소중하다. 더욱 더 진실하고 성실하게 타인을 대면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난 생각하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