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줌의 글을 읽고 쓰는데, 텍스트의 빛나는 통찰들을 나 개인의 굳어진 도식과 관성으로 덧칠은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도식이라는 그릇 없이는 텍스트에서 쏘여지는 은빛 편린들의 일부 마저도 가둘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한편으로 도식의 잉여를 심히 걱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글에 대한 민감성의 근육을 도식에 대한 훈련 만큼 강화하지 않으면, 도식은 언제라도 그의 감옥에 나를 가둘 수도 있으리라는 불안감이었다. 지성의 두 양날은 내 도식의 관성과 저 밖의 것들에 대한 민감성. 관성은 힘이지만 그는 민감성의 부드러움을 언제나 잠식할 수 있다. 차라리 나를 지키기 위해 민감성을 포기하기보다는, 굳어진 관성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지혜로와 보인다. 텍스트를 감싸고 조용히 흐르는 미미한 실핏줄과, 저자의 혼과 교감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