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 Leben




>Die wahre Geschichte des Geistes ist nicht in gelehrten Büchern aufbewahrt,
sondern in dem lebenden seelischen Organismus jedes einzelnen.<
Carl Gustav Jung, GW XI, 37


2007/11/27 (10:21) from 92.226.198.203' of 92.226.198.203' Article Number : 363
Delete Modify Geist Access : 6059 , Lines : 82
반딧불






중학생 시절이나 되었을까. 우리는 산골 깊은 곳으로 교회 수련회를 갔다. 밤이 되니 주위는 컴컴해지고 하늘에는 먼 별자리들까지 촘촘하게 반짝거리며 박혀 있었다.

아마 그때 대기를 날라다니는 반딧불을 처음 보았던 것 같다. 개울가에서 나즈막하게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코를 진하게 흔드는 생생한 풀냄새. 날라다니는 반딧불.

자연이 주는 그 적막함은 이루 말할 나위 없이 깊었고, 반딧불의 점이 선이 되어 어두움을 밝히는 그 풍경은 나에게는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 때의 청명한 깊이가 그리운 밤이다. 그 때에 비해 무언가 더욱 복잡하고 세련되게 환경이 바뀌어 왔지만, 지금은 그 적막함이 주는 황홀경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삶이 되어 버렸다.


이번 학기 참여하는 교회사 바르멘선언 세미나는 나에게 자꾸 본회퍼를 떠오르게 한다. 21세기인 지금은 뮐러도, 호센펠더도, 그리고 히틀러와 본회퍼도 다 사라진 이 역사의 시간. 정작 바르멘선언문과 직결되지는 않았지만, 수 십년전 그 암울한 시대를 대했던 본회퍼의 속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하는 상상을 자꾸 해본다.

그가 생각나거나, 그리고 내 지성과 신앙의 위로를 얻으려 할 때에 가끔씩 읽는 글귀는 아래의 글이다. 이 글은 사형당한 그해 새해에 어머니와 그의 약혼녀에게 바친 본회퍼의 마지막 글이자 시이다.

내가 글에서 느끼는 바는, 본회퍼의 역사를 대하는 그 신앙적, 심미적,역사적 치열함과 동시에, 그의 마음에 깊이 침잠한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는 고요함과 적막함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만 읽으면 내가 체험했던 옛 시절 자연에서 체험했던 그 고요함, 그리고 적막함이 떠오른다.



선한 능력에(Von guten Mächten)

선한 능력에 충성되고 잠잠히 둘러싸인 채,
보호되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원합니다.

옛 것은 저희의 심령을 여전히 괴롭히려 하고
악한 날들에 무거운 짐들이 저희를 짓밟지만,
오 주님, 저희의 쫓겨난 심령에
주님께서 예비하신 구원을 주옵소서!

주님께서 쓰라리고 무거운 고통의 잔을
가득 채워 저희에게 주셨으므로,
저희는 그 잔을 주님의 선하고 사랑스런 손으로부터
떨림없이 감사함으로 받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이 세상에서 기쁨과
빛나는 햇빛을 주기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저희의 생명을 온전히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께서 저희의 어두움을 밝히신 촛불은
오늘도 여전히 따스하고 고요하게 타오르고,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금 저희와 함께 동행하십니다.
저희가 알기로, 주님의 빛은 밤에 나타나십니다.

이제 저희 주변 깊은 곳에 고요가 편만할 때,
저희 주변을 보이지 않게 에워싼 세상에 온전히 울려 퍼지는 소리를
저희들로 하여금 듣게 하옵소서.
주님의 모든 자녀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찬양을.

선한 능력에 놀랍게 감추어져,
가능할 수 있을 일에 위로받으며 저희가 기다립니다.
저녁에도 아침에도 또한 너무 분명하게 매 새날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 본회퍼, 1945년 새해




아무리 시끄러운 생의 현장을 대면해도, 자신의 지성과 양심과 신앙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본회퍼는 큰 귀감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면에서 지성과 양심과 신앙이 익는 곳은 번다한 잡음이 이는 화려한 시내 사거리가 아니라 마음 안의 고요한 지성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그 마음과 그 선한 능력은 고요함 가운데 우리에게 임하지 않을까.  

그만큼 시끄럽게 살아가면서 꼬리에서 뿜어내는 내 생활의 거미줄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금보다 더욱 고요하고, 더욱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다.


적막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 깊은 어둠 가운데 충만했었던 것 같은 그 밤, 그리고 고요함 사이를 거니는 반딧불들. 지금 생각하면 꿈결 같은 기억들이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