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개인적으로 늦게나마 깨달은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공부는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더불어 하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 같다. 왜냐하면 혼자 공부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개인의 관점에 제한된 상태로 문제를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야각을 넓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특정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속에서 조명하는 만큼 그 주제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저 다수와 같이 공부를 한다는 뜻이 전혀 아닐 것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료들, 더 나아가 그 분야의 전문가와 더불어 공부를 하면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대학Universitaet이라고 하는 것은, 진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Universum의 보편성Universalitaet을 같이 논의하는 소위 학문의 집단공동체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혼자 골방에 머물러 공부를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많은 것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공부는 지식을 습득하고 체화하고 그를 통하여 사물과 사건과 현실의 본성을 꿰뚫어 해명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부는 눈만 가지고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것은 지식의 습득, 체화, 그리고 주제의 본성을 꿰뚫는 훈련에도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오히려 읽고, 쓰고, 소리내어서 다시 말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귀로 다시 그 바람을 받아서 머리와 정신으로 그 의미를 소화하고 헤아리는 이러한 작업이 공부의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통찰은 순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바싹 사라진다. 그러므로 통찰의 내용은 되도록이면 기록으로 남기고, 통찰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은 조직적으로 카드로 남기는 것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 학기부터 시작했던 각 분과의 내용을 정리한 카드작업은 앞으로도 매우 유익할 것 같다. 각분과 단위로 카드를 정리하고 카드 한장의 내용이 계속 분화되면 다시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서 첨가하는 것은, 그 작업과정 자체도 즐겁고, 또한 자료창고로서의 의미도 아주 크다. 그리고 책상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들고 다니면서 중요한 주제들을 음미하고 심화할 수 있다.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루만처럼 손으로 쓰고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다. 카드의 페이지는 카드내용의 선후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간적 정보이다. 프린터를 통한 카드의 인쇄는 일일히 카드의 주제를 손으로 첨가하지 않아도 되는 효율적인 장점이 있다.
자료가 많이 쌓이면 이제는 각 분과별로 카드내용이 모아지는 것을 넘어서서 특정한 주제에 관련한 성서학 조직신학의 내용을 크로스오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주제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만 다시 컴퓨터에서 프린트하면 그것이 하나의 중요한 테제가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혼자 공부하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방식만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자각하고 다양하게 공부방법을 개발하고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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