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07:57) from 79.219.124.29' of 79.219.124.29'	Article Number : 370
Geist	Access : 7740 , Lines : 88

이름 거룩하사

"거룩하신 하느님, 당신을 따른다 하면서 세상에 덕이 되기는 커녕 정작 세상에 해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이다.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와 권위가 바로 하나님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따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에 관해 오해가 하나 있다. 하느님을 따르다 보면 세상의 멸시를 받게 된다는 오해이다. 하느님을 더 따르는 만큼 세상은 그를 멸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에 대한 세상의 멸시'라는 관념은 현실적으로 매우 잘못 악용되고 있다. 오히려 나는 하느님을 따른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세상과 세상 사람들의 상식적인 기대와 소통 마저도 내팽개치는 경우로 악용되고 있다. 거기에는 '하느님'은 자기보호를 위한 처마로 전락되고 '세상의 멸시'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붉은 딱지로 남용된다. 정말 하느님을 따르다가 세상의 멸시를 받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가 정말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경우는 세상의 멸시로 자기 신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이 경우는 핍박을 즐기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세상이 요구하는 상식적인 신앙인에 대한 요구 마저도 세상의 멸시로 낙인을 찍으므로, 신앙과 상식 사이의 건강한 통로 마저도 봉쇄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분명 신앙적 삶과 판단과 행위는 세상적인 기준과 달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과 편을 긋고, 세상적인 상식 마저도 무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신앙은 세상을 넘어서지만, 그 신앙은 어디 다른 행성의 사건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사건이다. 신앙이 그저 내면적 독단을 변호하는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나님이 그저 개인적 고집을 보존하는 사적 도구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나님 앞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만큼, 세상에 충실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구체적으로, 세상이 요구하는 상식에 반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려는 이가, 자신의 세상 사람을 별난 존재로 타자화 하지 않는 것.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 그리스도는 오히려 세상을 섬기려 오셨다는 이 말씀을 헤아리면서 하느님을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예수가 섬기려 왔던 세상을 멸시 하고 하느님을 개인의 사적 욕망을 포장하기 위하여 그저 장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영혼의 악취를 숨기려는 자극적인 향수는 아니었을까. 아는 형이 그랬다. 참 인간이 되어야 참 신앙인이 될 수 있다고. 아는 동생이 그랬다. 세상의 길 보다 더 좁은 길이 신앙인의 길이라고. 거룩하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나와 우리가 참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세상의 길 마저도 지키지 못하면 어떠한 근거 속에서 그 삶이 진정한 신앙인의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최소한,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서라도 참 인간이 되고, 세상이 요구하는 현실적, 지적, 도덕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최대한이 아니라 최소한이다. 이 마지노선도 지켜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나는 거룩하신 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고, 내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을 하느님으로 착각하고, 그 착각 안에 취해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