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03:54) from 121.129.0.73' of 121.129.0.73'	Article Number :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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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

십 몇년 동안 배우고 공부만 하다가, 작년 가을부터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대면하고 가르치면서 섬기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그리고 교회에서. 그런데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더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나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너무나도 많은 가르침을 배웠다. 한국에서, 그리고 독일에서 인격적이고 학문적인 가르침을 배웠다고 나는 생각한다. 며칠 전 출판관련하여 독일의 지도교수에게 서신을 보냈을 때 선생님 밑에서 마감했던 학위공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연구와 공부의 한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씀 드리기도 하였다. 즉 배운 것을 이제 학문으로, 그리고 몸으로 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작년 2학기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면 한 1시간 남짓 자유로운 시간이 허락된다. 미래를 만나고 꿈을 만나기 전에 갖게 되는 그 경건함이 그 시간을 감쌌던 기억이 난다. 저절로 기도가 마음의 입술에서 터지기도 하였다. 창밖에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도 제자들을 생각하며 내 가슴도 많이 뛰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하여 가슴 설렌 지하철 안에서의 그 아련하고 꿈결같은 시간은 지금도 생생한 인상과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 1학기는 교양강좌를 통하여, 그리고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섬겼다. 미래가 창창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우리 한국사회와 세계를 섬기고 지도할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학부강의는 대형강의라 잠도 자고 딴청도 부리고 핸드폰을 조물락 거리는 학생들도 있었을 때에는 속도 상했다. 아무리 부족한 선생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그들에게 유익한 것들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하여 매주 목요일 용산에서 몸을 담았던 천안행 급행지하철, 수유리행 버스들은 그 꿈들을 향해 달려가는 달콤한 시간이었고, 나도 그들과 더불어 꿈을 꾸었던 황홀한 시간이었다. 나는 가르친다는 것에 대하여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고양된 차원의 감각이 발현되며, 또한 그것이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정말 미래의 소중한 꿈이자 이 신음하는 피조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갱신할 미래의, 그리고 하나님의 일꾼들이라는 자각 없이는, 그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르침의 보람은 한 학기 이력을 쌓고, 강사료 한줌 받아서 겨우 생존을 연명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작게라도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인 듯 하다. 만약 전자가 가르침의 의미라면 얼마나 그 생각은 궁핍한 것일까. 학생들의 생각과 삶과 존재의 변화, 그것이 가르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던 크던 어떠한 '변화'라는 것이 그저 공허한 별을 따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인상을 갖았다. 나는 가르치면서 정말 많이 생각했다. 3년 동안이나 나의 담임을 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국민학교 김형철 선생님.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리고 암으로 돌아가신 고3의 한상선 국어 선생님. 즐거웠던 대학시절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셨던 한신의 소중한 선생님들, 그리고 7년동안 혹독하고 냉철하게 학문을 훈련시키고 언제나 꿈을 불어 넣어주셨던 독일의 지도교수님과 다른 여러 교수님들.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들의 존재양식과 그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매우 귀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보람된 행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책임이 막중한 행위이다.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내용이 부족하거나, 내용이 있어도 가르치려는 열정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게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를 생명을 다해 가르쳐주셨던 그 수많은 선생님들의 그 귀한 마음을 헤아려 정진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한 학기도 너희들을 가르치고 섬기면서 많이 배웠구나. 어서 잘 자라서 우리가 꿈꾸는 그 아름답고 멋진 세계를 만들어 보자꾸나. 우리 제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