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 Leben




>Die wahre Geschichte des Geistes ist nicht in gelehrten Büchern aufbewahrt,
sondern in dem lebenden seelischen Organismus jedes einzelnen.<
Carl Gustav Jung, GW XI, 37


2013/01/24 (23:25) from 121.129.1.123' of 121.129.1.123' Article Number :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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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비엔나에서 유럽을 만나다



유럽 몇몇 도시의 대기에는 묘한 향기들이 존재한다. 약간의 노린내와 비슷하게 우리의 후각을 민감하게 자극하는 푹 익은 치즈향, 도시에 실핏줄처럼 깔려 있는 철로를 트램이 갉아먹으면서 발산하는 듯한 매캐한 쇳가루 향, 그리고 골목 골목에 촘촘히 박혀 있는 까페에서 풍겨나오는 쌉싸래하고 달콤한 커피향.

실로 유럽은 전통적으로 커피를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음료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이들은 걸쭉한 사약처럼 보이는 깊고 진한 커피를 애호하며 만끽하기도 한다. 진정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들은 한 두개씩 그들이 단골로 찾는 아늑한 단골 카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오기 보다 카페를 찾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들의 단골 카페에서 갓 구워낸 빵과 더불어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는, 독특한 개성과 역사가 묻어있는 그 까페에 대한 마니아적인 취향과 중독이 연루되어 있다. 이들에게 카페는 공간을 넘어선 그들만의 개성적인 삶의 양식이고 문화이다.

유럽 커피와 카페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이다. 특히 도시 빈은 비엔나커피와 비엔나 커피하우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은 우유를 섞으면서 커피를 먹기 시작한 최초의 곳이기도 하며 소위 점심과 저녁 사이의 티타임의 휴식 문화가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유럽의 커피 문화는 원래부터 자명한 기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커피라는 키워드는 기독교문화와 이슬람문화를 둘러싼 팽팽한 접전과 그 경계를 함의하고 있다.

1683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는 이슬람 문명권인 터키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루고 두 번째 승전을 한다. 전쟁에 패한 터키군들은 그들의 비상식량이기도 했을 법한 낯선 보따리를 남겨놓고 부랴부랴 퇴각한다. 그들이 남겨 놓은 여러 전리품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커피 원두였다. 당시 폴란드 출신의 쿨지스키Jerzy Franciszek Kulczycki는 터키군에서 활약하다가 오스트리아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는 이유로 터키가 남기고 간 커피 원두 500포대를 선물로 선사받는다.

사실 그는 이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을 아는 오스트리아의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였다. 원래 커피는 이집트와 터키를 대표로 아랍 문화권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기호음식이었기에, 기독교 문화권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아랍의 문화에 영혼을 파는 행위로 오해될 만큼 낯선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커피 다루는 방법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쿨지스키는 커피 재료를 잘 가공하고 설당과 우유를 적절하게 첨가하여 커피로 만들어 빈 사람들에게 커피를 처음 소개한다. 이것이 비엔나 커피의 탄생 역사이다. 최초의 비엔나 카페는 아르메니안 출신의 요한네스 디오다토Johannes Diodato가 세웠으며, 이로 인하여 커피가 주는 새로운 향취와 매력은 빈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다. 실로 유럽에서의 커피 보급은 아랍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상호 하이브리드를 통해서 가능한 사건들이기도 하였다.

흥미롭게도, 19세기에 들어서 이 비엔나 카페는 단순한 기호품을 맛보는 공간을 넘어서서 창조적인 문학과 예술을 생산하는 이들의 아지트로서 독특한 기여를 한다. 페터 알텐베르그, 알프레드 폴가 등등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비엔나 카페는 자신들의 작품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 공간으로 기여된다. 거기에는 문인 뿐만 아니라 스테판 츠바이크, 구스타프 클림트, 레온 트로츠키 등등 당대의 과학자, 정치인들 및 지식인들이 비엔나 카페로 모여서 커피 한잔에 시대의 유토피아를 담아내고 논하는 명실상부한 터전으로 변모한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비엔나 카페와 그를 둘러싼 취향과 문화는 미국 커피산업의 물량적 진출 앞에서도 여전히 휘청거리지 않고 우아하게 서 있다. 3백년의 세월과 낭만과 지성들의 향연이 달콤한 커피향과 더불어 눅눅히 녹아 있는 비엔나 카페, 아랍의 커피가 유럽 문명권과 최초로 만나 오스트리아 각지로 널리 전파되는 기념비적인 곳이기도 하였던 카페, 그곳에서 마시는 진한 한 잔의 커피는 음악과 예술과 문화의 도시 비엔나를 방문하는 이들이 꼭 체험해 볼 만한 맛깔나는 문화로 기억될 것이다.

- 200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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