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6/16 (23:20) from 203.252.17.163' of 203.252.17.163'	Article Number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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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도전 - 한국교회의 미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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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1세기의 도전 - 한국교회의 미래>(서울 : 한국기독교장로회신학연구소, 1994)를 만난 때가 1994년이었으니 비교적 오래 전인 5년 전의 일이 된다. 더구나 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달리 한국의 교회, 특히 기장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편집되고 출간된 책이었다. 그 이유에서 인지 나는 이 책을 매우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바라보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5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이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읽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전히 기장교회공동체는 우리의 땀과 노력과 수고가 스며들어가야 할 소중한 터전이고, 새롭게 21세기를 열어 가야할 민족과 세계의 대안적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더하지 않고, 이 책을 읽고 느낀 인상과 앞으로의 과제 몇 가지를 나름대로 기술하려 한다. 첫째, 나는 21세기를 대비하는 한국교회의 구체적인 모색과 방안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느꼈다. 21세기를 향한 교회의 대안과 비전에 관한 여러 저서와 단행본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점에는 폭죽과 같이 이에 관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대안과 비전이 구체적인 실천을 전제로 한 대안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구체적 전망과 현실성을 결여한 논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실로 이 책이 쓰여진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서 김세원, 김진현, 김지하, 한완상, 김근태 님의 주장과 논지는 새로운 국제질서와 신문명의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 위에서 우리가, 혹은 교회공동체가 어떻게 하면 그 변화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고 새롭게 창조적으로 접맥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직면한 IMF 사태와 코소보사태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경색과 새로운 재편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진단과 모색이 지니고 있는 어려움을 이렇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한국의 교회공동체 또한 장미빛 미래, 혹은 흑암과 같은 어두움이라는 양자 택일의 전망으로 자신의 미래를 쉽게 혹은 가볍게 조망할 수 없음을 절감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론적 전망의 명쾌함보다 현실적 참여의 옹근 무게가 더욱 가치 있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교회공동체의 고민의 무게와 내용을 조망해 볼 때 무엇보다도 관심과 고민의 촉수는 '성장'과 '성숙'의 긴장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하느냐에 닿아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cf. p.106). 하나님의 영적 공동체의 출현인 교회공동체의 성장은 어떤 의미로든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의 크로노스적 성장이 카이로스적 변혁과 성숙과 직접 연결이 되거나 담보될 수 없기 때문에, 성장과 성숙의 딜레마는 이 지점에서 묘하게 열리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신학도의 관점에서 성장과 성숙이라는 대립항의 개념이 지니고 있는 바를 정말 올바르게 이해하고, 숙고하고, 매 순간의 상황 안에서 양자를 어떻게 매개시키고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신학적 과제인 것이다. 셋째, 21세기에 직면한 한국교회는 전혀 낯선 차원의 '문화'와 '과학기술', '가치관'의 변화에 직면하여 그 엄청난 충격과 도전을 뚫고 '복음'을 새롭게 형성-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회는 인간의 총체적 상황이 내포하고 있는 물음에 대하여 응답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이는 결코 고리타분한 신학적 언술이 아니라 진정으로 교회가 커다란 세계적 지평과 정신사적 운동의 장구한 흐름 안에서 그의 고유한 복음의 빛깔을 내기 위해서는 더욱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을 성찰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경재 교수는 교회가 맞이하고 있는 전환기의 도전들과 응답해야 할 선교적 신학적 과제들을 첫째, 자연과학으로부터의 도전, 둘째, 문화 종교의 다원성으로부터의 도전, 셋째, 자연환경의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부터 오는 도전, 넷째, 인간화 문제로 제기되는 민족적 과제로 꼽았다(pp.144-145). 이렇게 교회공동체 외부에서부터 가열차게 밀려 들어오는 충격과 도전에 감수성 있게 직면하고 대처할 때 가장 중요한 관건은 아무래도, 교회가 철저하게 개방적 체제로 전환하며 세상과의 상호 통풍을 견실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실로 몰트만이 지적한 교회의 '정체성'의 문제와 '상관성'의 문제가 더욱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탄력있게 대처하기 위해서 교회공동체의 사회적 문화적 민족적 과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뜨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기장교회 공동체가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위기의식과 앞으로의 과제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기장목회자들의 기장공동체에 대한 진단은 현실적인 기장공동체의 지평들을 진솔한 어조로 고백한, 매우 귀담아 들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회자들의 대안으로 내놓은 지적들, 즉 목회현장, 특히 강단에 복음의 수직적인 면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p.198), 교역자 생활을 평준화시켜가야 한다는 것(p.204), 질적 성장을 위한 교육, 훈련, 인재양성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p.207), 교회공동체의 개혁의지와 노력을 구체화시키려는 총회의 사역은 발빠르게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p.230)은, 실로 다양한 과제가 기장공동체 앞에 산적해 있음을 느끼게 한 대목들이었다. 5년전의 지적이었지만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혹은 더욱 퇴보된 자화상을 우리는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과 슬픔이 문득 들었다. 바로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것, 신학이 신학다워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과제들을 돌파하고 자신을 새롭게 세워야 하는지를 가슴으로 느끼는 구절 구절들이었다. 다섯째,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오늘만큼 교회공동체가 하나님 앞에, 세상 앞에 부끄러운 속내를 보이는 때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과 자괴감이 밀려왔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그 강렬한 경험과 기쁨을 우리는 교회공동체에서 체험하였고, 그 체험을 우리의 삶 속에서 세상을 향해 다시 재현하고, 구현하고,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이렇게 신학의 길에 들어섰다. 실로 우리는, 루터가 그러하였듯이, 하나님 앞에 거렁뱅이 일 뿐이다. 우리는 진실로 가난하다. 그러나 우리의 가난과 부족함을 하나님께서 쓰신다는 그 확신과 신념을 가슴에 품고 이 신학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우리의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주신 올바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다는 서글픈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이는 다시 말해서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교회지도자의 문제가 참으로 크다는 사실과 직결된다. 한국교회와 특히 기장공동체가 노정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짚어보았지만, 나의 가슴을 타고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은 오히려 그 책에 있는 내용보다, 앞으로 신학을 해야 할 나 자신 혹은 구체적인 신학도의 훈련과 정진과 인격의 문제가 더욱 더 절실한 과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학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자신의 문제를 진솔하게 보는 것, 즉 하나님과의 관계의 불성실, 나태와 게으름, 부정직, 윤리도덕의 상실에 대하여 가슴 저리게 반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신학도의 미래가 평신도의 삶으로 착상되지 않는다면, 그 신학도의 가치관과 신학적 삶은 바로, 한국교회공동체와 직결되는 문제로서 새롭게 열려진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의 교회공동체를 비판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그 비판의 내용에 우리의 영혼도 잠식 당하였는지도 모른다. 실로 하나님 앞에 올바로 서는 것, 그리고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며,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사명을 순간 발견하면서 이 외롭지만, 아름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21세기라는 미지의 적막한 광야에 새로운 영적 공동체를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나는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