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2/17 (20:38) from 203.252.17.161' of 203.252.17.161'	Article Number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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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er 2000 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1998년 12월 5일 벌써 2000이 넘어갔다. 실은 나는 홈페이지의 카운터가 2000을 넘겼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지는 잘 모른다. 요 며칠전 딴지일보의 카운터를 유심히 보니 벌써 삼백만이 넘는 숫자가 기록이 되어 있었다. 삼백만대 이천은 나누기 해보면 알 터인지만, 결코 비교의 숫자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비교할 가치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2000의 숫자를 통해서 느끼는 바가 몇 가지 있고 그것을 진솔하게 나에게,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는 2000이라는 숫자가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왜 홈페이지를 만들려 하였나를 생각해 보았다. 실로 홈페이지는 우리 시대의 유행인 것은 분명하다. 야후에 가서 개인 홈페이지 사이트로 들어가 보면 가부터 하까지 엄청난 숫자의 개인 홈페이지가 포진되어 있다. 이 숫자는 야후에 등록된 숫자이니 만큼 더욱 더 많은 이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고, 앞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많은 개인의 인터넷 보금자리가 생길 것이다. 실은 이러한 분위기가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건강한 시대정신을 담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어느 누구에게도 침해당할 수 없고 환원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 나아간다는 것은 성숙한 자아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하고 확보한 우리 시대의 단층이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에 어떤 책의 저자인 과학자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그 과학자는 인터넷을 정보의 쓰레기더미라고 표현하였다. 더군다나 그 과학자는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를 지시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 나돌고 있는 인터넷의 학술 논문이나 정보 자체에 대한 비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적어도 비판의 수위가 논문이나 정보의 차원이었다면 개인 홈페이지는 말할 나위 없이 쓰레기의 쓰레기이리라는 생각이 밑변에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쓰레기 군상들을 향해 그대는 그렇게 책을 쓰는가. 나는 속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끊임없이 부유하고 미끌어지는 사유의 흔적들을 한데 묶어서 깁고 덧씌우고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고찰하지 않는다면 사유의 전체성을 확보하는 데 많은 오류를 야기시킬 것이다. 홈페이지는 나에게 끊임없는 사유와 글쓰기를 요구한다. 또한 엄청나게 쏟아지는 인터넷의 정보와 사이트들을 한데 묶어내지 못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었나. 그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인터넷의 논문을 찾았어도 그 정보를 어디에 기록하지 않으면 다시 그 과정을 답습해야 한다. 또한 누군가는 내가 찾은 논문을 틀림없이 나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찾는데 수고하고 노력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길쌈하고 수고하는 것도 지치는 일인데, 이런 정보 하나 찾기 위해서 소중한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잖은가. 이런 의미에서 나와 유사한 관심을 갖고 있는 펠로우들을 위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동료들이 어디엔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사유와 글과 논문들이 더 예각화 된다면 그 지점에 대한 날카로운 커멘트와 지적 교류가 더욱 진행되리라고 나는 예상한다. 이런 의미에서 2000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어느 홈페이지의 삼백만 카운터 숫자보다 더욱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이 홈페이지를 통하여 도움을 받았다면 나는 이 홈페이지를 만든 성과가 있었다고 자신있게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