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3/02 (20:43) from 203.252.17.113' of 203.252.17.113'	Article Number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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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잃어버린 내 혈액들

오늘은 의사의 소견을 들으러 가는 날이다. 저번주에 몇 가지 검진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번 주에 혈액 검사 용으로 손등에서 아주 어렵게 뺀 내 혈액이 어디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나, 혈액검사에 관한 검사결과가 빠져버렸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혈액검사 결과가 제일 중요하고 하는데 그 결과가 빠져버린 것이다. 화는 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같이 이 아연한 사실을 같이 들었던 현균이는, "병원에서 네 피를 마셔버렸나보다" 하고 농담을 하였다. 젊으신 여 의사 선생도 깔깔 웃었다. 나는 참 놀라웠었다. 환자진료카드만 싹 긁으면, 어느 층 어느 곳에서든지 그 환자가 현재 어떠한 치료과정을 겪고 어떠한 진단과 검사가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소한 실수를 경험하고 정확한 컴퓨터의 완벽함에 상응하는 인간 손끝의 불안전함에 대하여 느끼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배를 열었는데 수술 집기를 그냥 배 안에 놔두고 다시 배를 닫았다는 이야기. 실화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참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터넷의 수영양 아버지 사건에 관한 수사모 모임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내일과 모레 일찍 서둘러서 병원에 들러야 한다. 순전히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오늘은, 병원에 대한 나의 순수한 믿음에 금이 간 경험을 하게 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