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3/03 (23:03) from 203.252.17.113' of 203.252.17.113'	Article Number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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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채플을 드리고

새벽에 부산스럽게 일어나서 수원 빈센트 병원에 달려갔다. 병원의 실수로 누락된 혈액검사를 하기 위하여서 말이다. 스쿨버스도 없는 아침이어서 히치에 택시에 그리고 택시에.. 복잡하게 차를 바꾸어 타곤 하여 겨우 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였다. 나는 혈관이 큰 편이 아니라 피를 뽑을 때 매우 힘이 든다. 그래서 손등에서 피를 뽑을 때도 간혹 있었다. 그런데 오늘 어떤 젋은 남자 의사 선생은, 아주 간단하게 팔 안쪽에 날카로운 주사 바늘을 대더니 피를 매우 간단하게 뽑아내었다. 섬세하게 사물을 다스리는 이는 꼭 여자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자 간호사들이 어렵게 빼던 피가 이렇게 쉽게 추출이 되니 말이다. 다시 학교 연구소에 돌아와서 이런 저런 일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기숙사 생활은 하지 않아서인지 정말 기숙사로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지 않았다. 6년동안 살았던 기숙사인데 말이다. 채플을 드렸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채플을 김형렬 조교와 2층에서 참여하였다. 채플을 드리고 나오는 길에 오래간만에 송순열 교수님을 만났다. 오후에는 연구소 총무 채교수님과 신임 연교수님이 연구소를 잠시 들렀다. 채교수님에게 "교수님들이 소장하고 계신 불필요한 책을 연구소에 모아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드렸다가 나는 크게 혼이 났다. "불필요한 책은 쓰레기통으로 보내고 필요한 책을 연구소에 비치해야 하지.." 라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혼쭐이 난 나는, 이후 그 말에 감추어진 많은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짤막한 경험을 통하여, 나는 솔직히 정신이 바짝 났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연구소를 통하여 하나님이 한신에게 건네주시는 그 뜻을 더욱 구체화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나를 몰고 갔다. 그리고 오후에는 예산결산 하고 회의록 마무리 하고 교수님들에게 신학강연집 배포 메일박스에 넣고 이런 저런 마무리를 하니 훌쩍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반갑게 수유리에서 명성이도 왔고 혁주씨 전화도 받았고 남중이 전화도 받았고 하하, 반가운 사람을 많이 보게 되었다. 처음 드린 채플 덕분에 이렇게 기쁜 일이 많이 생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