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5 (14:05) from 121.129.0.73' of 121.129.0.73' Article Number :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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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일식이 있던 낮



검은 일식이 있던 낮
-미디어법 날치기는 역사의 일식이다 -




어머니,
오늘 국회는 큰물 진 한강물에 빠져 사라졌습니다.
파리떼, 모기떼들만 몰려드는 이 시궁창에서 나는 웁니다.

아버지,
오늘 국회는 독재를 위한 망치가 되었습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는 진실을 깨뜨리는 파열음이 되었습니다.

형제여,
나는 법을 만들기보다는 경찰이어야 했습니다.
한 줄 진실이라도 지켜내는 선량한 파수꾼 한 명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이여,
나는 정치인이기보다는 시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 폭거를 내 시선으로는 다 노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벗이여,
나는 국회의원이기보다는 화가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캄캄한 밤을 가장 진한 물감으로 그려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대낮,
해가 숨어버리는 해괴한 대낮,
저들은 역사의 일식을 감행하였습니다.
진실을 빼앗고 강탈해 시궁창에 처박아
쥐의 먹이, 모기의 밥으로 삼고 있습니다.


독재는 정의를 먹어치우다 마침내 배가 터져 죽어버리고 맙니다.

오늘은 낮이 없었습니다.
낮이 사라진 일식 날
독재의 개들은 민주주의를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


침략자들에 맞선 우리는 맨손입니다.
이 역사의 일식을 끝내기 위해
나는 경찰이 되고,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길로 나서렵니다.


이 검은 민주주의의 낮을 끝내기 위해
괭이 든 농부가 되고
망치 만드는 대장장이가 되고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날아가렵니다.
나는 촛불보다 강한 불길로 타오르렵니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이여, 누이여, 벗이여
이 역사의 암전,
이 역사의 일식을 우리 손으로 끝내기 위해
대낮처럼 환한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달과 구름이 가렸다고 태양이 숨은 게 아니듯
우리의 승리는 벌써 약속된 것입니다.

검은 일식은 결코 밤일 수 없습니다.

쥐떼들이 해를 갉아도 일식은 잠시일 뿐입니다.
벗이여, 누이여, 형제들이여, 아버지, 어머니
빼앗긴 낮을 되찾아오는 길에 떨쳐나선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비추는 역사의 등불입니다.

캄캄한 낮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천정배 의원 의원직 사퇴의 변]




강탈당한 민주주의, 광장에서 되찾아 오렵니다

- 의원직을 사퇴하며 -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엊그제 달이 태양을 삼키던 낮, 이명박 정권은 역사의 일식을 자행했습니다. 독재가 민주주의를 삼키던 날, 대한민국은 칠흑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절대다수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민주정치의 기본인 의회정치의 원칙을 지킬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고 원내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야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제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8대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이 아니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공화국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사유물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안산시민여러분,

안산시민들께서 네 번이나 보내주셨던 국회를, 여러분의 성원으로 13년간 몸담았던 국회를 오늘 떠나고자 합니다. 시민여러분의 여망을 다하지 못하고 사퇴하게 되어 너무도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장관도 역임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MB언론악법저지와언론자유수호특별위원장으로서,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으로서, 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으로서 언론악법을 막아내야 할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원통하고 분하게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

비록 국회를 떠나지만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으로서, 국민을 사랑하고 민생민주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그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의원 총사퇴가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진정성’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입니다. 헌신적인 자세와 자기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지도부가 확고하고 단호한 자세로 당을 이끌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달에 가려진 해가 밝은 빛을 되찾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의회에서 강탈당한 민주주의, 국민들과 함께하는 광장에서 반드시 되찾아오겠습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입니다. 국민여러분을 믿고, 국민여러분과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역사의 일식을 끝내는데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9년 7월 24일

천  정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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