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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6 (09:35) from 129.206.196.59' of 129.206.196.59'	Article Number : 152
문화일보	Access : 1528 , Lines : 113

‘한국의 미래’ 마라톤 토론

[문화일보] 2005년 신년특집/ 황·금·박·쥐 ‘한국의 미래’ 마라톤 토론
“재도약 위한 진통 최대한 단축해야”

황·금·박·쥐 ‘한국의 미래’ 마라톤 토론

• “영안실 준비해 달라” 비장했던 실험 :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 “지난 2년간 축적 기술은 2010년까지 효과” : 세계 최초로 6…

새해는 국권 상실 100년, 광복 60년,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60년의 성과를 돌이켜보면서도 제2도약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발전의 전략과 인식의 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맥락에서 문화일보는 한국 기초과학계의 연구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서울대 황우석 교수, 반도체와 통신 분야에서 한국을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이끌어 온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참여정부에서 정부혁신 작업을 주도해 온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과학기술을 국가전략과 정부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초대해 신년 특집 좌담을 준비했다. 황 교수를 비롯한 네 사람은 몇달 전부터 매월 한 차례씩 모여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대안을 토론해왔는데, 모임은 4명의 이름(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 머리글자를 따서 ‘황금박쥐’로 불린다. 황금박쥐는 모두 문화일보 ‘60인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좌담은 지난달 23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편집자 주

참석자: 황우석 서울대교수/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진대제 정통부 장관

▲김병준〓광복 60년을 맞게 됐는데 지난 60년간 우리 민족이 불행한 전쟁을 겪고 그 폐허 위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게 됐고 정치와 사회도 비약적 발전을 했습니다. 이같은 성장과 도약의 배경에는 틀림 없이 뭔가 우리 민족 나름의 저력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기영〓과학기술 분야에서 보자면 과거에는 유명한 과학자로 영국, 프랑스, 독일 과학자를 꼽았지만 요즘 우리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근대 과학도 없이 외국의 침략을 받았던 나라에서 이제는 모두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분위기인 것이지요. 우리가 반도체로 세계 최고가 됐는데 처음에는 외국에서 ‘한국의 반도체기술은 외국 기술을 약간 응용하거나 공정을 개선한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봐왔지만,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보고 한국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생명공학기술(BT)은 기초기술로, 기술선진국보다 과학선진국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로써 한국이 생산기술뿐 아니라 기초기술도 세계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 교수 같은 분이 우리국민에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황우석〓광복 60년의 의미를 생물학적 측면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건 회갑입니다. 회갑이라는 것은 동양철학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는 것인데, 60년은 한 생이 다시 시작되는 재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60년을 정리하는 것은 철학적 생물학적 우주학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과학도로서 요즘의 사회정치 상황을 보면 결코 낭비적이고 퇴보적인 사회의 아픔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헝그리 정신’을 기초로 배고픔의 한을 풀어보자는 민족의 공통된 소망이 결집된 특유의 응집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제2성장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시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이는 제2도약을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시기는 응축돼서 짧게 할수록 제2도약 발판을 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

▲진대제〓우리 민족은 5000년 역사에 걸쳐 여러 나라의 핍박을 받고 꿋꿋이 살아온 민족인데 그 과정에서 헝그리정신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이스라엘, 헝가리도 그렇습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한 민족의 특성이 비슷합니다. 창의적이고 꿋꿋하게 견디는 힘이 있습니다. 지난 20~30년간 어려운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보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뭔가 해내야겠다는 희망도 있고 끈기가 강하고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민족의 저력이 있습니다. 또 젓가락 문화로 인해 손 재주가 많고, 신발 안 신고 방에서 사는 민족이 별로 없는데 우리 민족은 청결함을 아주 중시합니다. 그래서 반도체와 같이 미세한 조정을 해야 하는 민감한 작업에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

▲김병준〓지난 60년뿐 아니라 5000년 역사를 되돌아 보면 우리 민족이 이만큼 강했던 적이 없다고들 합니다. 단군 이래 세계의 중심에 가장 가까이 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답보상태에 있고 국민 기대는 커져가는데 현실은 따라오지 못하고 사회 전체가 정체된 기분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어떤 형태로든 전환기가 마련되어서 다시 한번 도약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를 빠르게 밀어왔던 힘들이 이제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도약의 걸림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토론해보았으면 합니다.

▲박기영〓사실 선진국들은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구조의 경쟁력’은 사실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전쟁을 겪었고 또 그 이후에도 남북문제와 동서문제 등 전사회적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외적 요소가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정체된 것이지요. 지난 수십년간의 성장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구조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 모든 것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쟁력의 원천이 헝그리 정신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개념의 경쟁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은 아직 우리가 구조의 경쟁력을 갖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질적인 도약을 하려면 다른 새로운 ‘구조의 경쟁력’이 나와야 합니다.

▲진대제〓지난 60년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 발자취가 다른 나라의 200~300년쯤 됩니다. 45년 이후 극히 빠른 시간에 압축적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지식기반사회로 왔고 이미 선진국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남부럽지 않은 성숙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국민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통제를 받으면서 고도성장을 하는 데 익숙해 있다가 갑작스레 개방적인 것을 경험하면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죠. 사회갈등이 많은 이유도 압축적 민주화과정을 거쳤는데, 시민정신은 그에 걸맞게 발전하지 못한 측면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가 주장을 막 내세우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를 조정하는 시민정신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우리 국민은 지금 엄청나게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독창성이 발휘된 것이 한류라고 봅니다. 90년대 이전에는 그야말로 배가 고파서 열심히 일했지만 올림픽 지나고 나서 한국은 다른 나라가 됐고, 그 때부터 품질이나 브랜드가 중요하고,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눈을 떴습니다. 90년대의 한국제품과 2000년대의 제품은 크게 다릅니다. 우리사회가 변곡점을 맞은 것이지요. 이제 지금까지 우리가 의존하며 살아왔던 것, 캐치업(catch-up) 전략 같은 것으로는 안되며, 이제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해야 하고 남들이 안한 것,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감을 잃고 패배의식에 젖는 것이 바로 우리의 걸림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병준〓우리 스스로 자신감 상실 분위기를 만들고 젖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데 동의합니다.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경제만 해도 지식정보사회, 첨단기술 사회로 가면 반드시 소득분배가 양극화된다고 80년대부터 말해 왔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소득을 소비해서 다시 고용을 창출하는 구조로 갔어야 했는데 그 소비구조를 못 만들었습니다. 지금 연봉 수십억원 받는 기업체 임원들이 나오지만 한국에서의 소비구조는 그저 룸살롱이나 명품 밖에 없습니다. 병원산업을 제대로 키웠나, 고등교육을 제대로 키웠나, 관광레저를 제대로 키웠나. 그런 게 없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초래하고 만 셈이죠. 그렇다고 자신감을 상실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거시 중심으로 가던 것을 미시 중심의 연구개발(R&D)과 산업정책 중심으로 가고, 다른 한편으로 소비인프라를 깔아주면서 저소득층이 악순환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정책을 펴야 합니다. 정부도 이 대목에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정과 헝그리 정신으로 왔다면, 이제는 과학기술로 가서 미시산업 일으키고 인재 양성해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박기영〓하나 덧붙인다면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하면 된다’를 구호로 해왔습니다. 이는 죽을 힘을 다해 위를 보고 쫓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좀 여유가 있습니다. ‘할 수 있다’고 하면 이제 주변도 좀 돌아보고,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비전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진대제〓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슨 말을 하면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그 뒤에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 아닌가 라고 배경을 의심하는 문화는 극복돼야 합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갈등도 빨리 조정될 수 있고, 거기에 자신감이 얹혀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쟁입니다. 경쟁 없이는 발전도 없습니다. 경쟁을 무서워 하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물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정부는 경쟁에서 떨어진 사람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패자 부활전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 자기발전이 있다는 인식을 해야지,경쟁을 피하기 시작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또 국제 사회에서는 상호 호혜적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꾸 대원군 시대의 국수주의적 경향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고립됩니다. 세계 속의 시민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계몽이 이뤄져야 합니다.

▲황우석〓생체의 흐름과 우리 사회의 변화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 1~2시간 동안 이것저것 가려가며 얘기도 나누며 먹으면 절대 체하는 일이 없습니다. 음식 맛도 음미하고 그 과정에서 몸에 좋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 세심한 주의를 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잔병도 절대 안 생깁니다. 과거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5분 내에 빨리 먹어치우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폭식을 하면 모든 생체 호르몬의 리듬이 깨집니다. 거기서 ‘폭식성 당뇨’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엔 그런 당뇨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이는 당뇨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종양이 되고 화농이 돼 우리 몸 안에 있게 됩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빨리빨리 해서 남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해서 이만큼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보니 외국에서 여유있게 밥 먹던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데 우리는 안에 화농을 갖고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갖고는 80년 인생을 건강수명으로 채울 수 없게 됩니다.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을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아픔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미봉책으로 그냥 약 바르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의미와 통합니다. 그러다간 더 큰 병이 되어서 일할 수 있는 원천까지 고갈시킬 수 있습니다. 이걸 적절히 정리하고 치료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박기영〓식물학자 입장에서 보면, 식물에 가장 많이 있는 유전자는 환경적응 유전자입니다. 전체 유전자의 20%에 이릅니다. 동물은 불리한 환경이 생길 경우 피하면 되지만 식물은 운동성이 없어 피할 수 없습니다. 식물이 살아남으려면 환경에 적응을 잘 해야만 하기 때문에 환경적응 유전자가 많은 것이지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를 다양하게 감지하고 이를 조정해 나가야 하는데 조정에는 비용이 들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조정에 드는 비용에 너무 인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비용을 치를 생각도 안하고 계속 상대방만 비난하느라 시간을 허비합니다. 21세기 거버넌스를 가늠하는 것은 바로 이런 조정의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인데 그 지혜를 식물에서 배워야한다고 봅니다.

▲김병준〓사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그런 조정이 필요 없는 사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정보다 통제에 의해 움직여 왔고 그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왔죠. 조정이 없다보니 조정 메커니즘이 발달되지 않은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의조정 채널도 없고 조정 체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조정자(fixer)’를 길러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치사회분야를 보면 그렇습니다. 각 분야 사회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다 오염시켜 놓았습니다.

그래도 과학기술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과학 기술자들은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 희망은 과학자들에게서 우선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대제〓인재를 육성한다면서 노벨상 받을 수 있는 소수만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의 평균적 역량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그 속에서 10만명을 먹여살리는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유 경쟁을 보장하면서 창의성과 능력있는 사람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사람을 붙잡아놓는 제도입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열어놓질 않습니다. 그런 점은 고쳐야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세대는 항상 모든 것을 경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신분상승을 하기에는 평준화된 지금보다 과거가 오히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평준화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입니다. 경쟁을 통해 인재가 양성되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경쟁의 낙오자들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경쟁을 통해 세계적 인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황우석〓우리에게는 매우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이 있습니다. BT만 가지고는 절대 독자적인 산업을 구축할 수 없습니다. 선행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IT입니다. 우리 IT만으로도 이미 우리 국민을 수십년간 먹여살릴 터전을 만들어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를 후발기술이라 할 수 있는 BT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BT기술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합니다. 주5일 근무에 체질적으로 익숙한 서구선진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기피영역중 하나인 것도 이런 맥락에 있습니다. 미국 유명 연구소에서 순수 미국인이 20% 넘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BT가 우리나라에서 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IT라는 형(兄)이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또 국내 나노기술(NT) 분야도 요즘 내로라할 만한 상황이어서, 이런 NT와 BT의 결합에 IT를 끌어들여 퓨전이 되면 기대되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의 본령은 꿈과 미래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어떤 제도적 장치보다도 국민적 공감대와 따스한 눈길, 그것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데 지금 그것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이제 세부적인 조절만 잘 해나가면 2005년은 향후 60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지표가 될 것으로 봅니다.

▲진대제〓앞으로 우리 사회가 먹고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자문해 봅니다. 지난 2년간 반도체에서부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까지 모두 전세계 1등을 했습니다. 통신쪽에서도 세계적 기술의 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IT 분야에서 반도체와 통신이 합쳐지고 콘텐츠가 합쳐지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우리의 IT839 계획으로 한 2010년까지는 열심히 할 수 있는 로드맵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럼 2010년 이후에는 중국도 우리와 상당히 비슷해질 것입니다. 반도체나 우리가 잘하는 것 몇개 빼면 격차가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 중국이 인프라를 엄청나게 깔고 있습니다.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선전(深쉇) 등지에 공단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IT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동북아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유리합니다. 사실 중국의 법과 제도가 안 좋아 투자자들이 R&D에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교육시설도 없습니다. 우리가 중국에의 접근성이 좋은 인천 등지에 클러스터를 만들면 금융과 IT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중국 연안에는 돈은 많지만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는 사람이 연간 수백만명입니다. 우리에게 장기 이식수술하는 세계적 의료기술 있다고 한다면, 최고의 장기 이식 병원을 만들고 가족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면 그게 엄청난 바이오 단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고주파인식(RFID) 지능칩을 심장수술에 활용하면 다시 수술 안하고도 몸 속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IT와 BT의 접목이 우리나라에서 최첨단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꿈이 아닙니다.

▲김병준〓우리 사회 지도자들 가운데 우리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분들이 많은데 좀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리 만만한 민족이 아닙니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깎아내리고 대안 없는 비판만 해서는 새해에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해에는 더 개방된 마음으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노력을 서로가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젊은 사람들이, 나라 망칠 것 같던 젊은이들이 결국 오늘날 한류라는 엄청난 것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황우석〓최근 어느 개인 기관에서 300억원을 들여서 한 저명한 과학자를 귀국시켰습니다.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400억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가 이 만큼은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그분을 모셔오는 결정을 하기 직전에 ‘판단을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분 계신 곳에 갔다왔습니다. 그분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내가 ‘한국은 미국하고 다르고 여기 와서 또다른 실망을 할지 모르는데 결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내 뜻을 펼칠 만큼 장이 마련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귀국했습니다.

우리의 전반적인 토양이 이 정도는 됐다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자기비하는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적 사고와 패배주의적 관념은 역사를 한 페이지도 진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긍정적이고 서로 인정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질 때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은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사람이 회갑이면 인생의 재출발이 되듯이 대한민국 역사도 2005년 회갑이 됐으며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국민들이 서로 인정하고 양보와 나눔으로 따뜻한 마음을 꽃피우는 그런 새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

- 정리〓한종호·김석기자 id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