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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생명·보생명·온생명' 주창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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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과의 만남]“대운하 등 생태질서 파괴땐 대재앙 부를 것”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5.26 17:33 | 최종수정 2008.05.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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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낱생명·보생명·온생명' 주창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이명박 정부의 결정이 국민들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왔다. 가족의 식탁을 준비하던 평범한 주부들이 베란다에 현수막을 내걸고 어린 학생들이 청계천 광장으로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협정문 보완에도, 사과성명 발표에도 화난 민심은 누그러지지 않는다. 비단 미국산 쇠고기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또다른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70)는 최근의 이 같은 사태를 "개발주의 가치관과 생태주의 가치관의 충돌"로 해석하면서 "국민들은, 특히 주부와 어린 학생들은 직관적으로 정부의 결정이 우리의 생명과 장기적인 종의 지속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리학에서 출발해 생명과학으로 연구분야를 확장해가면서 인간이나 개별 동식물 등 '낱생명'을 넘어 이의 생존기반이 돼주는 '보생명'(무생물), 나아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순환고리로 연결된 태양계 차원의 '온생명'을 주장해온 장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갈등의 핵심과 해법을 들어보았다. 그는 지난해 공기 맑고 산과 들이 가까운 충남 아산으로 내려갔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논란을 어떻게 보십니까.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지나친 걸까요, 아니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현실적 위험이 얼마라고 과학자들 조차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분명히 위험성은 있고, 엄청난 재앙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쇠고기 사태가 그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면에서 오히려 좋은 계기라고 봐요. 저는 육류 수입 자체를 하지 않으면 좋겠고, FTA도 경제적 이익을 떠나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광우병 문제를 통해 우리 문명을 반성할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등 최근 발생하는 신종 질병에 대해 생명과학의 입장에서 설명해주세요.

"광우병의 위험을 어디까지 보느냐는 국가마다 다릅니다. 미국은 유럽, 일본보다 기준이 낮지요.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개방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생후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출하지 못할 경우 폐기처분해야 할 입장인데 미국을 위해서도 밖에서 위험하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온생명의 관점에서 보자면 생태적인 질서로 복귀해야 한다는 게 대명제라고 봅니다. 긴 진화과정을 통해 위험요소가 걸러지면서 나타난 게 현재의 생태계적 질서입니다. 거기서 벗어나면 어떤 위험을 가질지 몰라요. 광우병은 동종의 신체를 먹어서 생긴 일인데 모든 동물이 동종의 신체를 안먹는 건, 과거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생태계의 기본질서를 인위적인 방식으로 개조하는 데 따른 위험성의 한 사례가 광우병이라고 봅니다."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중요한데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할까요.
"두 가지 인식의 조류가 있습니다. 먼저 어떻게 하면 자연을 인간이 살기 좋은 쪽으로 고쳐가면서 더욱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근래 기술적 능력이 증진되면서 과거에 능력이 없어서 못했던 걸 해나가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아, 이건 지나치다, 생태계를 파멸시키고 장기적인 생존기반을 무너뜨린다, 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자연질서에 가깝게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두 가지 반대 생각이 지금 와서 부딪치고 있습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한 반성이 일고 있습니다. 이제는 작게, 조금씩 손질하는 건 납득이 가지만 대규모로 손대는 건 안되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어요. 대단히 다행한 일입니다. 소수 의견을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건 문제이고, 길게 봐서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고 봅니다."

-광우병 때문에 잠잠해졌지만 대운하 역시 큰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태적 질서를 이해 못하는 발상입니다. 생명체라는 것은 땅이나 물과 직결돼 있습니다. 물고기가 어떻게 대양을 거쳐 원래 살던 강으로 돌아오느냐 하면 그 물고기의 본능 속에는 이미 땅의 모양, 물의 질서가 각인돼 있습니다. 그걸 뒤바꾸면 생명체의 혼란이 일어나지요. 대운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만의 생명체를 죽입니다. 그 자체가 경제적 손익계산에서 득이 될 게 없으며 그것이 인간을 위해 상당한 이익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됩니다. 자연을 이용의 대상, 치부의 대상으로 보고 밀어붙이는 건 몇백만년의 과거와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를 겁없이 밀어붙이는 거지요. 온생명 전체가 하나의 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기 팔 하나 잘라내고 10배 더 센 팔로 바꿔준다고 하면 안할 겁니다. 이 땅이 내 몸인데 내 몸을 잘라내고 멋대로 개조할 수는 없지요. 자연을 활용하고 개발하고 극복하는 게 아니라 보존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건 아주 급격한 전환입니다. 스스로 배워가면서 새롭게 깨닫는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남아 쓰나미, 중국 쓰촨성 지진처럼 천재지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리 예측하고 피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천재지변은 불가피하다는 걸 전제로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뭔가 생각해야 합니다. 대규모 댐이나 핵시설은 반드시 2차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은 자제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력, 교통시스템 역시 언제든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까지는 안 가더라도 대개 그 지역에서 활용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연결하고 이동하는 쪽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FTA를 통해 미국과의 무역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 말고, 우리 안에서 자급자족하면서 꼭 필요한 것만 가져오는 식으로 방향을 틀어야 해요."

-현재 우리 생활이 어느 정도까지 바뀔 수 있을까요.
"한꺼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낭비를 최소화하고 생활방식을 많이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효율이 높은 기차를 이용하고 곡물도 그 지역의 것을 소비하는 게 좋지요. 이번 광우병 사태처럼 식품에서 그런 움직임이 먼저 옵니다. 자기 눈으로 확인한, 확실한 걸 먹겠다는 거예요. 유가가 계속 올라가는데 이 역시 적게 쓰는 쪽으로 가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쉬운 말로 지구상 생명이 40억년인데 그동안 석유 한 방울 안 쓰고 무역 안 하고도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것이 삶의 기본방식이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는 뜻이에요."

-출산율이 매우 낮은데요.
"저는 좋은 걸로 봅니다. 우리가 생태적으로, 그러나 불편하지 않고 만족스럽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구가 적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줄일 수 없는데 자연적으로 줄어드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미래에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문제는 노동력이 아니라 실업입니다. 나이가 들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밀려나는 형편이지요. 앞으로의 세대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학습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 역시 생명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저는 교육의 성공여부가 딱 한 가지라고 봅니다. 학교 문을 나설 때 얼마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지를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삼고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도 남은 것, 그것이 교육'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공부할 능력을 주는 게 교육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교육받은 것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안됩니다. 군사정부 시절 모범생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문젯거리가 되겠지요. '논어'의 첫 마디가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易悅乎)이지요. 배우는 건 즐거워야 하는데 그 첫마디를 실천하지 못해 배우는 걸 지옥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장회익은 누구?

1938년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텍사스대 연구원 등을 거쳐 30여년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물리학·과학사·과학철학을 가르쳤다. 1980년대 들어 생명의 단위를 생물, 무생물을 포함해 우주 전체로 확장시킨 '온생명'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발표해 주목받는 등 생명과학, 생태학, 동양학을 넘나들면서 폭넓은 학문세계를 펼쳐왔다. 녹색대학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과학과 메타과학'(1990), '삶과 온생명'(1998), '이분법을 넘어서'(2007)가 있다. 최근 자신의 개인사와 학문세계를 결합한 저서 '공부도둑'을 내놓았다.

< 글 한윤정·사진 강윤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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