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08/30 (11:57) from 211.49.91.18' of 211.49.91.18' | Article Number : 10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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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131 , Lines : 263 |
| 2002한백성서교실: 예수에서 교회로, 교회에서 예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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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초안 형태의 강의용 원고입니다. 도표가 있는데, 깨져서 삭제했습니다. 헬라에 표기도 다 사라져 공란으로 처리돼어버렸습니다. 감안해서 보시길... 도표가 포함된 바이너리 화일로 올려는 놓겠지만, 왠일인지 열 수 없군요. --------------------------------------------------------------------- 2002 한백성서교실 예수에서 교회로, 교회에서 예수로 --예수운동과 교회운동의 변증법 이번 성서교실은 예수 이후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의 전개를 다룬다. 물론 우리의 시선은 민중신학에 맞추어져 있다. 예루살렘의 도시공동체 운동, 갈릴래아의 농촌공동체 운동, 이방 지역 대도시에서의 예수공동체 운동, 그리고 교회운동에 대한 해체로서의 대안적 공동체 운동 등이 이 강좌의 주된 소재다. 첫째 마당(7.7) "각기 다른 방언으로"(사도2,4)-―예루살렘의 도시공동체 운동 둘째 마당(7.14)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다"(마르16,7)-―갈릴래아의 농촌공동체 운동(1) 셋째 마당(7.21)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고전7,29)-―다양성, 일상, 그리고 신앙의 주체에 관한 성찰 그리고 이방 대도시 교회운동 넷째 마당(7.28)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요한3,8)-―교회적 주체를 넘어서 한백성서교실-------------------------------------------------------------- 첫째 마당/7.7 "각기 다른 방언으로" --예루살렘의 도시공동체 예수운동 신앙, 체험, 실천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선수 몇이 서울에서 준결승 경기를 치루기 이틀전 주일 예배를 드리러 모 교회에 들렸다고 한다. 그 교회 목사가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기를 거절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들린다. 정황을 봐선 별로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다. 아마도 '붉은 악마'에 대해 지나친 과민반응을 하는 교회/그리스도교에 대한 축구 열광자들의 우호적이지 않은 감정이 이런 식의 풍문을 전승시키는 무의식적인 기반을 이루었을 듯하다. 특정한 부류 사람들의 집단적인 믿음은, 그 내용의 사실 여부에 좌우해서 형성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타 집단 혹은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양식에 보다 깊이 관련된다. 요컨대 집단적 믿음은 그들이 공유하는 특정한 체험이 무의식적으로 굴절됨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믿음 구조는 집단적인 행동의 틀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체험-믿음-실천' 간에는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 우리는 하나의 텍스트에서 그것을 전승하는 집단의 믿음 구조를 읽어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언술의 표상 층위를 구성하는 사실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텍스트에 반영되어 있는 집단과 그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추론하는 작업이 바로 믿음 구조에 대한 탐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접 텍스트는 그러한 탐색을 보충한다. 동시에 이러한 믿음 구조의 해명은 외부 세계에 대한 집단의 행동의 틀, 즉 실천 양식을 조명해 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예수 이후, 그를 추종한 사람들의 신념과 실천에 관한 하나의 간략한 스케치를 그리려 한다. 다음 두 개의 벤다이어그램은 우리가 이번 성서교실에서 다룰 예수 이후 예수운동의 여러 유형들에 관한 스케치를 축약하고 있다. 엠마오 도상에서 [루가복음] 24장 13~35절에서 우리는 예수의 처형에 접한 추종자들의 태도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본문에 의하면 두 명의 사람이 엠마오라는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정확한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60스타디온'(13절; 11km)이라는 어구를 보건대, 예루살렘 인근의 한 이름 없는 촌락인 것 같다. 그 중 하나의 이름이 글레오파( ; 의 축약형)라고 한다. 아마도 그가 유다 지방에 속한 촌읍 출신이라면, 셈어 이름 '글로바'( )의 헬라식 표현이 '글레오파'일 가능성이 있다. [요한복음] 19장 25절에 의하면 이 이름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목도한 여인 중 하나인 마리아의 남편을 가리킨다. 훗날 이들의 아들 시몬은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가 된다. 아무튼 이런 논리에 따르면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명의 제자는 글레오파와 그의 아내 마리아가 아닐까?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침통한 마음'으로 시골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17절) 메시아의 도래를 그토록 기다렸고, 그이가 다름 아닌 예수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을 때 그 설레는 가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의 기적 이야기를 듣고, 예루살렘에서의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은 형용할 수 없는 격정을 느꼈다. 한데, 한 순간 그 믿음은, 그 꿈은, 그 격정은 한 줌의 모래처럼 부서져버렸다. 메시아 사건은 없었다. 하느님의 심판도, 구원도 없었다. 단지 자기들이 믿어마지 않던 메시아가 처참하게 죽임당한 일만이 실재했을 뿐이다. 본문처럼 수많은 예수의 추종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를 따르던 이들이건, 그이의 소문을 따라 이곳 저곳을 다니다 예루살렘에서 만난 사람이건, 혹은 단지 언제 있을지 모를 메시아의 도래를 바라며 예루살렘으로 왔다가 그를 믿게된 이건 간에, 그들 각자는 침통한 심정으로 각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한데 그들 가운데 일부는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글레오파가 그랬던 것처럼. 본문은 그것을 부활한 예수의 현현을 본 사건으로 묘사한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가 '죽지 않았다'는 체험에 있다. 즉 그이가 몸으로 살았느니 아니니 하는 문제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그의 부활을 체험함으로써 그들은 침통한 절망의 상태에서 메시아 대망의 꿈이 되살아나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요체인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믿음을 '부활'이라는 언표로 묘사하고 있다. 이 부활 담론의 진실성은 언표된 표상 층위 자체의 객관적 사실성보다는 그들의 이러한 체험과 실천에 있다. 예루살렘에 만들어진 공동체(들) 처음 일단의 여인들에 의해 유포된 부활 이야기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당시 유대인들의 일상적 습관은 여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데도 많은 이들이 죽임당한 메시아의 부활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이들이 갑자기 성 비하적 태도에서 해방된 탓이 아니라, 적에게 패배당했다는 자기 모멸감에서 해방되고픈 욕망이 메시아 처형이라는 사실의 표층을 뚫고 나올 계기가 여인들에 의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남성주의적이었고, 유대주의적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태생적 뿌리에서 메시아를 바랐고, 메시아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이 좌절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 어쩌면 예수의 측근들이었던 사람들이 지하당을 만들어서 예루살렘 성 안팎을 오가며 예수운동을 지속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이 예루살렘의 예수공동체의 전부는 분명 아니었다. 다양한 민중운동 세력들 가운데도 명절 기간에 본 예수의 인상 깊은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예수 일행과 더러는 알고 있었을 수 있다. 그리고 더러는 이중 삼중으로 조직상 연계된 사람도 있었을 법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단지 지난 며칠간 본 경험이 예수에 관한 전부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들 각자는 명절이 지나도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소집단을 이루며 예루살렘에서 메시아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것은 이들이 이 시기에 유달리 비상한 체험을 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사도행전]은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에 관해서 대단히 도식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비상한 흥분 상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복음서들의 예수 기적 이야기보다도 더욱 집중적으로 기적이야기가 서술되고 있고, 비상한 나눔 공동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들은 무척 흥분된 상태로 예루살렘 도처에서 모임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도행전] 텍스트는 이러한 흥분 상태를 '성령'이라는 기표로서 표상한다. 가장 초기의 부활 이야기에서 주의 현현은 개별적 만남의 체험으로만 묘사되었다. 한데 이것이 누구에게든 현현할 수 있는 상태로의 질적 전환은 부활 담론이 '성령' 담론으로 전환됨으로써 가능하게 됐던 것이다. "각기 다른 방언으로" [사도행전] 2장 1~13절은 이러한 성령 체험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모처에 모여서 기도하던 이들이 성령을 받자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말로 방언을 하게 됐다는 내용으로 텍스트는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본문이다. 성령의 체험은 개별적인 주의 부활 체험이 아니라 집단적인 체험이다. 마치 "Be the Reds!"라는 문구와 더불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듯이, 다시 말해서 다양한 욕망을 하나의 욕망으로 대체하는 상징적 총체화가 하나의 표상어를 공유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처럼, 다양한 부활 체험이, 각자의 다양한 욕망이 하나로 연계되게 하는 사건이 성령 체험으로 표상되고 있는 것이다. 즉 성령 담론은 '연대의 실천'을 낳았다. 우리는 이것을 초기 예수 공동체들간의 연대의 사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여기 저기 흩어진 다양한 공동체들은 예수의 이름 아래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본문은 그것을 "각기 다른 방언으로"라고 묘사한다. 연대하게 된 사람들 각자의 말로 성령의 사건이, 예수의 부활이, 예수 자신이 선포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번역'의 문제를 접하게 된다. 신앙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다른 체험, 다른 욕망 속으로 번역됨으로써 연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연대는 차이를 전제하며, 차이들간의 연대가 모색되는 초기 예루살렘 예수 공동체의 노력을 엿보게 된다. [사도행전] 6장 1~7절에서, 헬라계 유대인들이 공동체의 또 다른 지도자로 부각되게 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을 일체화함으로써가 아닌, 다름 자체로 읽으려는 노력의 흔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 차이, 갈등, 분노, 그리고 동일성의 정치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또한 그 반대의 욕망을 낳았다. 스테파노의 처형 이야기를 다루는 [사도행전]의 논법은 마치 성전 당국이 헬라계 유대인들의 운동을 포용하지 않음으로써 비극이 발생했고, 그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이방인 선교였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한데, 이 텍스트 후반부는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도 그 점에서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은연중에 실토하고 있다. 아마도 예루살렘의 예수 공동체는 다름을 충분히 포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예루살렘은 도시의 다양성을 포용하기에는 너무 전통적인 도시였고, 팔레스틴은 너무 과도한 민족주의의 땅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유대계 예수 일파는 유대주의를 신앙의 믿음 체계를 교조적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바울은 그것을 '율법'과 '할례'로서 단순화하는데, 후에 좀더 자세히 논하겠지만, 이것들은 유대인들을 민족주의적으로 전체화하는 총체성의 기호임에 분명하다.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공동체의 새로운 지도자들의 부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의 형제 야고보를 비롯한 이들은 복음서들에서는 소극적으로만 약간 묘사될 뿐, 예수운동의 중요한 인물로서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는 예수운동의 한 축을 대표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어쨌든 그는 결코 유대주의를 넘어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족주의적 예수운동의 대표자였고, 그의 전략은 동일성의 정치를 통해 하느님의 반로마적 해방의 정치를 구현하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예수에서 교회로 예루살렘의 예수공동체들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선교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강령은 유대 민족주의적 해방의 하느님 나라였던 것 같다. 그 지표 아래 단일대오로 뭉친 하느님 백성의 실천이 추구된 듯하다. 교회를 가리키는 헬라어 에클레시아는 '하느님의 율법 아래 모인 백성의 총체화된 모임'을 뜻한다. 모세 설화는 그 연대의 뜻을 어긴 이들의 비참한 최후에 대해서 여러 차례 묘사한다. 이러한 유대주의는 교회를 통해서 예수운동에 이식되었다. 예수를 따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체험과 실천은 하나의 강령 아래 모였으며,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의 경로는 비가역적이었다. ♣ 한백성서교실-------------------------------------------------------------- 둘째 마당/7.21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다" --갈릴래아의 농촌공동체 예수운동Ⅰ 빈무덤에서 [마르코복음]의 실질적인 대단원인 16장 1~8절은 매우 흥미롭다.(그 이하의 내용은 문체나 어휘에서 앞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또 오래된 사본에서는 한결같이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이하의 내용이 후대의 첨가부분임을 시사한다) 예수가 부활했다는 이야기인데,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부활한 그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무덤이 비어있다는 게 목격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목격자란 이가 여자들이다. 여자의 증언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대체 부활을 믿으라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쯤 되면, 마르코의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고서는 전승으로 남아 있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필시 예수를 따르던 여자들이 그의 부활설을 유포한 첫 장본인이었을 것이다. 아리마태아 요셉이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그의 시신이 빼돌려졌는지도 알 길이 없다. 혹 정말 다시 살아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상상일 뿐, 근거를 제시할 방도는 없다. 여기서 가장 유력한 역사적 사실은 그의 시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의 동굴 무덤)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수의 부활을 둘러싼 여러 입장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예루살렘의 예수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들은 부활 소문을 접하면서 명절이 지나도록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았고, 그가 나타나기를 고대했다. 메시아인줄 믿었던 이의 죽음으로 인한 절망이 새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 공동체들이 이곳에서 형성되는 근거가 되었다. 개개 추종자들의 희망의 이야기가 '부활'로서 표상되었다면, 이들이 결집하여 공동체를 결성하게 되는 사건은 '성령' 체험으로 표현되었다. 이로써 예루살렘의 예수 공동체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지리멸렬하리라 생각했던 예수운동이 계속되자, 당국은 당황했다.(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보다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당연히 조사가 뒤따랐을 것이며, '예수 부활설'의 진원지인 아리마태아 요셉의 무덤을 폐쇄했을 것이다. 필시 그도 어떤 처벌을 받았을 법하다. 아니면 그 전에 몸을 피신했을지도...... 아무튼 당국은 예수의 잔당이 시신을 유기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던 듯하다. 한편, 부활에 대한 또 다른 입장이 있었다. [마르코복음](그리고 그를 모방한 [마태오복음])이 반영하는 입장이다. 말인 즉슨, 부활한 예수가 이곳에 있지 않고, 저 갈릴래아 땅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입장을 취한 사람들은 고향으로 되돌아온 갈릴래아 출신 추종자들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들에 의한 예수운동이다. 그 후 (갈릴래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1) 예수를 가슴에 품고 돌아온 사람들도 그의 부활 소식을 들었다. 마을마다 예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느님 나라에 대한 소망도 깊어졌다. 더러는 갈릴래아에서의 예수처럼 떠돌이 예언자로 활동했음직 하다. 또 더러는 회당 안에서 혹은 그 언저리에서, 공식 비공식의 하느님 나라를 대망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가 말했던 비유들과 여러 말들, 가르침들, 논쟁들, 기적 이야기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모아졌고, 엮어졌다. 사람들마다 간직했던 개개의 이야기들이 커다란 줄거리로 엮이는 과정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아직 사람들에게서 그에 관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촌락 사회에선 어디서나 존재했던 이야기꾼의 활약상이 여기서도 돋보였을 것이다. 그들은 이 기나긴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했고, 가능한 한 사실을 보존하되 재밌는 흐름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이렇게 예수 이야기는 만들어졌고, 전승되었다. 그들은 도시 공동체처럼, 생활 공동체와 구별되는 특별한 공동체를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촌락 안에서, 혹은 그 언저리에서 생활하는 가운데서 예수를 기억했고, 간직했다. 따라서 그들은 전통적으로 늘 해오던 방식 이외에, 특별한 신조도, 제의 형식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삶이 곧 신앙이요, 신앙이 곧 삶이었다. 정치사, 유대 대봉기의 사회정치학 주후 39년 안티파스가 죽자, 갈릴래아는 아그리빠 1세에게 복속되었다. 안티파스의 아내 헤로디아의 오라비이자 경쟁자인 아그리빠 1세는 로마 황제와 절친한 사이임을 무기삼아 과거 헤로데 대왕의 땅을 하나씩 복속해갔다. 트랜스요르단 지역의 통치자이자 안티파스의 형제였던 필립이 주후 34년 죽자 그곳을 차지했고, 주후 41년에는 총독령이던 유대-이두매-사마리아 땅까지 관할하게 되었다. 이로써 헤로데의 영토의 거의 대부분이 다시 반세기만에 그의 가문의 사람에 의해 통합되었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후 44년 그는 갑자기 병사했던 것이다. 황제는 이 땅 전체를 자신의 직속령으로 두고, 총독을 파견하였다. 40년대 말, 한동안 안정을 구가하던 팔레스틴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심각한 기근과 병충해가 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질병에 죽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가족이 파괴되었다. 유랑자가 속출했다. 민심은 급속도로 흉흉해졌다. 비적이 늘어갔고, 반체제 세력이 점차 조직화되어갔다. 그러나 황제가 파견한 총독들의 상황 판단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언제 다른 곳으로 발령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팔레스틴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쓰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황제에게 보이는 일에만 몰두하는 듯이 보였다. 작은 저항에도 당국은 강경하게 대응했고, 이것은 대중의 반발감을 보다 심화시켰고, 저항의 조직화를 더욱 북돋는 셈이 되었다. 이때 시카리라는 테러리스트 조직의 활동이 돋보였다. 무려 2천이 넘는 비밀결사 조직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글을 읽고 쓸줄 아는 지식인들었다. 이들은 매우 강고한 민족주의적인 테러리스트들이었다. 시카리의 전략은 상당한 효력이 있었던 것 같다. 당국은 공포심에 휩싸였고, 그럴수록 더욱 강력한 억제책을 발동했다. 그것은 대중의 반발감을 최고조로 불타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후 66년 갑작스런 반란이 일어났다. 그것은 거의 전국적 현상이었지만, 특히 예루살렘까지도 단숨에 반란군들에게 장악되었다. 반란세력은 급속도로 조직화되었지만, 여전히 여러 세력으로 갈린 채, 반로마 항쟁에 있어 상이한 전술적 태도를 취하였다. 이들간의 노선투쟁은 로마에 대한 태도만큼이나 경직되었는데, 자기들끼리 살상극이 난무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저항 세력의 하부 단위에서는 이러저러한 양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만큼 저항 세력의 수직적 명령체계는 빈약했다. 아무튼 이러한 내부 갈등 상황은 반로마 항쟁의 정당성을 약화시켰다.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2) 예루살렘의 예수운동이 자기 정체성을 갖는 집단으로 형성되는 과정, 즉 예루살렘 교회 탄생의 과정은 사도계 예수운동의 선교역사의 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때 사도계 운동에는 다음에 다룰 이방계 공동체 운동이 포함되는데, 예수의 주요 남자 제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실제적인 지도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도들은 이방 지역에서든 유대 지역에서든 떠돌이 예언자의 활동을 계속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따로 있었다. 예루살렘의 교회는 주의 형제 야고보가 이끌었다. 그런데 그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런 주후 62년 당국에 의해 처형당했다. 교회는 여전히 위험분자들의 집단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아마도 예수 집단과 반란 집단 사이에는 상호 교환적인 그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그후 교회의 주축 세력은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헬라 도시인 펠라로 피신하였다. 한편 갈릴래아의 예수운동은 이러한 사도계 운동의 흐름과는 별개였다. 아마도 주로 농촌 공동체인 이들이 도시에서 주로 활동하던 사도계 공동체의 경향과 여러 가지 면에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가졌던 듯하다. 한데 40년대 말 이후, 갈릴래아의 대중 가운데 다수가 고향을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시리아 남부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곳은 헬레니즘적 대도시에 거주하는 대지주의 땅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했다. 물론 이들은 때에 따라 도시로 들어가 노동하기도 했고, 거렁뱅이 짓을 하기도 했다. 열악한 생활 여건은 많은 불구자와 병자 및 무능력자를 양산했고, 고향을 떠난 뿌리뽑힌 사람들의 정신적 공허감은 이러한 사회적 박탈 상황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상태로 그들을 몰아갔다. [마르코복음]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포된 예수전이었다. 이것은 갈릴래아에서 구전된 예수전이 바탕이 되어서 만들어진 것인데, 시리아 남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어느 정도 이야기의 강조점이 달라졌고, 부분적인 개작이 이루어지기도 했던 듯하다. 아마도 어떤 지식인이 그것을 문서화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면서 이야기꾼의 활동이 불안정해지자, 구술용 문서가 필요했던 상황이 문서화를 낳았던 것 같다. 그들은 누구인가? [마르코복음]은 떠돌이들의 공동체였다. 저자는 이들을 '오클로스'라고 표현하였다. '암하아레츠', 곧 '땅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이나 백성을 뜻하는 '라오스'보다 이것을 선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히브리어 암하아레츠나 헬라어 라오스는 모두 나라에 속한 백성을 함축한다. 왕이든 하느님이든 누구에겐가 귀속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클로스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은 죄인이었고, 병자였고, 세리였고, 창녀였다. 그들은 불결하며, 게으르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가 시리아 남부의 떠돌이 유대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전승되던 예수 이야기에서 마을 안에서의 예수 이야기보다는 호숫가에서의 이야기에 더욱 친근감을 느꼈던 것 같다. 예수가 바로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먹고 마셨으며, 고쳐주었고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예수는 다름 아닌 오클로스의 구원자로서 그들은 고백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오클로스 사건은 마르코의 오클로스 사건에서 재현되었다고 [마르코복음]은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르코의 오클로스들을 예수 이름으로 주체화하는 사건이 되었다. 갈릴래아로 가라 [마르코복음]은 예수가 갈릴래아에서 부활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예루살렘에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갈릴래아에서 부활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릴래아의 민중의 부활사건을 선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찍이 예수는 선임자 세례자 요한이 체포되자, 갈릴래아로 물러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였다. 사람들과 당국은 그러한 예수가 요한이 부활한 것이라고 믿었다. 요한 부활설은 하느님 나라 운동의 계속을 의미하였다. 한편, 주전 2세기경, 성전 사제 귀족들의 부패를 지적하면서 이른바 '의의 교사'는 예루살렘을 물러나 '광야'로 갔다. 그들은 훗날 에쎄네 운동으로 이어졌고,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을 계속벌여 나갔다. 또 주후 66년, 반로마 항쟁 직후 항쟁 주주 세력에 의해 숙청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시카리는 예루살렘에서 물러나 '마사다 요새'로 향했다. 이와 같이 예루살렘에서 물러남은 실패한 메시아 운동이 계속되는 하나의 승계 양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물러나 향한 곳은 그 운동의 특성을 이룬다. 예수운동은 갈릴래아가 바로 그러한 계승을 의미한다. [마르코복음]은 시리아 남부 촌락 지역에서 생계에 여념이 없는 갈릴래아 출신의 떠돌이들에게 예수를 좇아 하느님 나라 운동을 계승하는 일에 초대하고 있다. 그것은 유민이 됨으로써 탈주체화된 그들을 다시 하느님 나라 운동에서 재주체화하려는 것이었다. ♣ 한백성서교실-------------------------------------------------------------- 셋째 마당/7.28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이방 대도시 교회운동 (다양성, 일상, 그리고 신앙적 주체에 관한 성찰) 예루살렘의 헬라계 공동체 (문)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사도들 외에, 다른 일곱 명의 지도자를 뽑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역할은? [A][사도행전] 6장 1~6절과 [B]6장 8절, 8장 1~13·26~40절을 읽고, [A]와 [B] 사이에 이들 지도자들의 역할에 있어서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시오. (문) [사도행전] 6장 8절부터 7장 60절까지 읽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 스테파노의 적대자의 신원은? ㉡ 사건의 경과? ㉢ 7장의 스테파노의 연설에서, 그의 순교의 원인이자 그의 주장의 핵심 논점을 이야기본다면? 예루살렘은 성전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국제도시로서 부상할 수 있었다. 산악 지역에 위치한 이 도시의 입지 조건은 대도시로서 성장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인근 지역에서 도시의 자립을 뒷받침할만한 농업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데다, 부족한 식량을 적절하게 조달하기에는 물류 비용이 너무 값비쌌다. 게다가 기타 산업이 발달할만한 여건도 그리 좋지 못했다. 성전의 종교적 기능이 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었다. 지중해 지역, 및 메소포타미아, 에집트, 시리아와 흑해 지역 등에 흩어진 막대한 유대인들이 자신의 신앙적·정신적 본향인 예루살렘으로 대대적으로 순례 여행을 왔고, 종말의 때에 하느님의 궁휼을 기대한 막대한 기부금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다. 분명 예루살렘 성전은 굉장한 기금이 축적되어 있었다. 한편 이 기금은 장기간에 걸친 성전 유지 보수 공사에 쓰이기도 했고, 연일 벌어질 뿐 아니라, 명절 때는 대규모로 펼쳐지는 제사 의식이나 이러한 거대 기구를 경비하고 관리하는 등의 일에 적지 아니 소비됨으로써 성전은 재화의 축적뿐 아니라 배분의 기능도 하였다. 바로 이러한 사실로 인해 예루살렘은 국제도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이유로 이 도시의 국제화는 중요한 제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특히 이방계 출신자들에 대해 대단히 폐쇄적이라는 데서 드러난다. 성전 예식에서 이방인이 참여할 길은 거의 봉쇄되어 있다. 유대교로 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접근로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예루살렘의 유대화한 이방인의 유대주의에 대한 '열정'은 유대인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무튼 예루살렘에는 헬라말을 쓰는 이가 적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 성읍과 그 인근 지역에서 발굴된 분묘의 비문들이 대략 250개 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무려 1/3 정도가 헬라어로 쓰여 있다. 또 7%는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함께 쓰였다. 당시 식민 당국의 공식어는 헬라어가 아니라 라틴어였고, 유대주의가 대단히 강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헬라어가 쓰여진 분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지역에 헬라어를 쓰는 유대주의화한 사람의 수가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묘를 사용하는 사람이 대개 귀족이나 재력가였다 하더라도, 이들을 겨냥한 산업과 상업, 및 교육과 종교 기구가 상당 정도 발전했을 것이므로, 예루살렘 전 주민 가운데 헬라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예루살렘에는 분명 히브리어나 아람어 이외의 언어, 특히 헬라말을 쓰는 공동체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들을 편의상 '비유대계 유대주의자'라고 한다면, 이들 비유대계 유대주의자들은 유대계 유대주의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광적으로 성전 신앙에 집착하고 있었으리라. 바로 이런 곳에서 부활 및 성령 담론을 매개로 해서 예수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그 중에는 유대말하는 예수공동체와 외국어로 말하는 예수공동체가 형성되었음이 분명하다(성령 강림 때에 여러 언어로 제자들이 말했다는 [사도행전] 2장 2~13절 참조). 이들은 서로 긴밀히 교류를 하였던 것 같지만, 결코 하나의 공동체로 모였던 것은 아닌 듯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것이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여기서 '비유대계 예수주의자' 집단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부류가 아마도 헬라말하는 예수공동체였던 듯하다. [사도행전] 6장 5~6절에 열거된 헬라 이름의 지도자들은 분명 유대계 출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이 텍스트가 말하는 것처럼 사도들을 보조하여 관리자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왜냐면 위에서 언급했던 바 역사적 정황을 봐서도 그렇거니와, [사도행전]의 다른 본문들에서도 이들은 바로 예언자이자 사역자로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공동체는 도대체 어떤 성격을 지녔을까? 헬라계 예수주의자에 대한 박해, 그리고 복음의 세계화 예루살렘의 유대주의는 다양성을 포섭하기에는 너무 폐쇄적이었다. 특히 혈통, 성, 계급 등에 있어서 이들의 성격은 전체주의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폐쇄적 코드를 하나로 모으는 전체주의적 기호가 바로 (적어도 예루살렘에서는) '성전'이었다. [사도행전] 6장 1~7절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헬라계 예수주의자는 유대계 예수주의자와 일정한 갈등이 생겼음이 분명하다. 여기서는 공동체 내의 과부에게 수혜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 사건으로 기술되고 있는데, 이들 공동체가 [사도행전]이 묘사하는 풍족한 평등공동체라고 할 수 없고, 또 하나로 통합된 공동체가 아니었으리라는 점에서 그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단서가 있는 것 같은데, '과부'라는 기표 속에는 '성'의 문제와 '유대혈통성'의 문제, 그리고 좀 멀게는 계급의 문제가 동시에 게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념적 급진성이 스며있는 듯이 보인다. 이것은 뒤에 말하겠지만, 예수와 바울을 잇는 하나의 흐름의 중간에 위치한다. 어쨌든 이 시기 예루살렘의 예수운동은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의 코드를 잘 수용할 수 없었던 듯하다. 한데 더욱 중요한 사건은 헬라계 예수주의자들이 예루살렘의 헬라계 유대주의 사회에서도 위험 집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에 있다. 헬라어를 쓰는 사람들은 그들이 예수 당파라 하더라도 또한 헬라계 유대주의 사회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이 집단과의 연계 속에 들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 예수주의자들의 주장은 헬라계 유대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박해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사도행전] 7장은 스테파누스의 순교 이야기를 다루는데, 주목할 사실은 스테파누스가 반성전론(counter Templology)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요점은 현실의 성전(real Temple)과 본질적 성전(essential Temple)을 분리함으로써, 현재의 것을 상대화시키는 데 있다. 이것은 제3이사야, '의의 교사', 세례자 요한 등 비주류 유대주의 전통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사상이며, 무엇보다도 예수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헬라계 예수주의의 수괴라할 수 있는 스테파누스에게서 그 사상이 승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성전 체제를 부정하는 논법은 적어도 예루살렘에서는 가장 강력한 반체제 사상에 속한다. 왜냐하면, 성전은 그것은 현재의 사회 구조를 온존 재생산 하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급진적 반체제 사상이 바로 예수운동의 승계자 가운데서 헬라계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러한 사상에 가장 광적으로 반응한 이들이 또한 헬라계 유대주의자였다는 점을 주목하라. 즉 예루살렘의 헬라계 사회에서 두 극단적인 태도가 대립하고 있고, 이것이 헬라계 예수주의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박해로 나타났던 것이다. 반면 유대계 사회에서는 이 점에 있어서 훨씬 합리적이고 합법적 방식을 선호했다. 그것은 복음서들의 예수나 ([사도행전]이 묘사하고 있는 바) 바울의 경우에 잘 나타난다. 바울은 헬라계 인물이지만, 그는 분명 성전 당국자와 대결하고 있다. 이질성, 그러므로 결국 다양성이 환원주의적으로 억압당하는 사회에서, '정상' 계보(normal genealogy)가 아닌 집단에서 광적인 양극단의 주장이 나타나는 예를 우리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하층민 출신의 염 씨 형제(염상진, 염상구)는 극단의 두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서에서 박해자 사울/바울 대 순교자 스테파누스 사이의 극적인 대조도 바로 그러한 양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스테파누스는 정상적인 재판 절차 없이 바로 석형으로 처형되었다. 또한 사울/바울은 [사도행전] 묘사에 의하면 헬라파 예수주의자들을 즉결 처분하는 행동대장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테파누스의 처형을 기점으로 해서, 헬라주의자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도행전]에 가장 두드러진 실례로 나타나는 인물인 필립보는 유대인들이 이방인보다 더욱 이방인처럼 여기는 사마리아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으며(8,4~13), 내시/고자 같은 비정상적 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전파되었고(26~34), 또 유대인들의 역사적 증오의 또 하나의 대상인 블레셋 사람들에게 전하여졌다(35~40). 또 필립보는 후에 바울의 최후의 예루살렘 여행 시에 가이사리아에도 다시 등장하는데(21,7~14), 여기서 그의 네 명의 딸이 예언자로 언급되고 있다. [사도행전]에서 여성 지도자는 대개 남자의 후원자 등으로 묘사된다. 반면 여기서 네 딸들은 적극적인 의미의 지도자인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저자는 이것이 몹시 거슬렀던 모양이다. 그래서 본문에서 그녀들은 언급되고는 갑자기 사라지고, 뜸금없이 하가보라는 인물이 바울의 최후에 관한 예언을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어진다. 아마도 저자는 여자들이 예언했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흐름을 깨뜨리더라도 굳이 유대계 남자를 등장시켜 예언의 말을 하게 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사도행전]에서 (저자의 의도적 방해에도 불구하고) 시사되는 바, 이들 헬라계 예수주의자들은 유대주의 전통에서 볼 때 대단히 급진적인 다양성의 해방 복음을 전승시켰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그들의 복음이 가장 적극적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 예수의 복음은 세계화되었고, 그것은 다양성을 급진주의와 접맥시킨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향: 박해자 사울에서 예수 선교사 바울로 [사도행전]에서 바울의 등장은 매우 극적이다. 말했던 것처럼 그는 스테파누스의 박해시에 사람들의 옷을 보관하는 역할을 맡으면 역사에 등장한다(7,58). 하지만 그는 곧 헬라계 예수 도당을 처벌하는 행동대장처럼 등장한다(8,33; 22,4·19). 바울 자신은 구체적인 정황은 생략되어 있지만 "열성적으로 교회를 박해하"였다([필립]3,6)고 진술한다. 아무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예수 운동에 적대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그는 '소문날' 정도로 적극적인 위치에 있었다([갈라]1,13). [사도행전] 9장(1~19절; 22,4~16과 26,9~18에서도 같은 사건에 대한 유사한,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묘사가 등장한다)은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상에서 모종의 전향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바울 자신의 증언에서는 그 상세한 내막은 알 수 없고, "다마스커스로 되돌아가다"( , [갈라]1,17)는 표현에서 시사되는 바, 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바울의 전향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인생은 이제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수주의자의 광적인 박해자에서, 이제는 반대로 유대주의와 평생에 걸쳐 전쟁을 벌이는 투사가 된 것이다. 예수주의로 전향함으로 인해 자신이 겪은 고초가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묘사하는 [고린토후서] 11장 16~33절의 극적인 묘사 속에는 분명 유대주의 회당에 의한 가해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39대의 매, 석형 등). 그런 점에서 그의 변화는 단순한 회심이 아니라, 전선의 바뀜, 즉 전향이라고 하는 게 타당하다. 우리는 여기서 그의 전향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바울이 유대주의와 갈등을 벌일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율법 대 믿음/은혜'이다. 이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믿음 혹은 은혜에 있지 않다. 오히려 초점은 율법에 있다. 항상 그는 전자를 율법과의 대조에서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라디아서] 3장 26~29절은 이 점에서 매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준다. 즉 '유대인 대 헬라인, 남자 대 여자, 자유인 대 노예'라는 세 가지 대립 논점이 그것을 단적으로 요약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세 논점이 유대주의 회당의 '중심 대 주변'의 논법과 상응시키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바울에게서 율법은 회당의 엘리트 집단의 중심적 가치를 대변하는 일체의 사상 혹은 신앙을 가리킨다. 이런 맥락에서 믿음으로 의로와진다는 '은혜론' 내지는 '의인론'은 바로 이러한 회당적 가치를 해체시키는 논쟁 담론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아직 믿음이나 은혜에 관한 독자적인 개념화는 바울에게서는 발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것은 예루살렘의 스테파누스의 반성전론과 맞물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테파누스의 이데올로기를 문제시했을 때, 바울은 성전을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박해자로서, 아마도 자기가 박해하는 집단을 추적하고 심문하게 되면서, 그들의 주장과 해석을 듣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마스커스 근처에서 그는 마침내 결정적인 깨달음에 이르렇던 것 같다. 자신이 신봉하던 그 이데올로기의 이상적 가치와는 달리 회당의 사상은 그 중심집단의 이해관계에만 결착되어 엘리트주의적 사상/신앙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디아스포라 회당을 돌면서 예수의 광적인 박해자로 활동하게 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선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번번이 부딪치는 회당 수구 논리에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율법의 논리였다. 그것은 유대인의 혈통주의적 가치이며, 남성 우월주의적 가치이고, 주인의 생각에 존재의 모든 것이 좌우되어야 하는 노예로서는 결코 지킬 수 없는 자유인만의 가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니 실은 그런 가치를 공격적으로 보편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 바로 그것을 바울은 넘어서지 않고서는, 예수의 사상을 계승할 수 없었다. 단, 바울의 계승 방식은 팔레스틴 시골의 떠돌이 사상이 아니라 디아스포라 대도시의 정착된 공동체의 사상이어야 했다. 다계층적이고, 다언어적이고, 다혈통적인 사회, 그곳에서 그는 예수의 사상을 승계하고자 했던 것이다. 모든 헬라계 예수주의가가 맞이했던 상황을 바울도 맞이했던 것이다. 단, 예루살렘에서 그것이 반성전론으로 표상됐다면, 대도시 디아스포라 사회에서는 반율법론으로 표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대도시 예수공동체는 예루살렘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떠돌이 공동체를 전형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시골 공동체처럼 삶과 신앙이 일체화된 전통적 조직 속에서 성장할 수 없었다. 에클레시아, 곧 교회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생겨난 예수운동의 한 양상이다. 바울은 아마도 두 가지 모델을 전형 삼아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구상했던 것 같다. 하나는 가부장제적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회당이다. 이 둘 모두는 로마 사회의 어느 대도시에서도 대체적인 유사성을 띤 기성의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모델링에서 바울이 당면한 어려움은 가부장제적 가정의 가부장에 의한 폭력의 문제이 그 하나이고, 회당의 엘리트주의가 다른 하나다. 후자는, 앞서 말한 것처럼, 현존하는 성전 대신 도래할 새 성전으로 상징을 변형시킴으로써, 율법을 믿음이라는 새로운 율법으로 바꿈으로써 모방의 기초를 놓았다. 그밖에 예전이나 규칙 하나 하나에서 회당을 크게 모방했다. 다만 다원적인 평등주의가 그 사상적 토대라는 점이 변형의 핵심이다. 가부장제적 가정의 경우는, 이른바 '사랑의 가부장주의'라고 학자들에 의해 명명된 새로운 가족 윤리를 통해서 재해석된다. 가부장의 권위는 힘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서, 위쪽의 시선이 아니라 아래쪽의 시선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바울의 교회의 모델링은 신앙의 일상성을 지역 사회에서 구현하기 위한 고뇌 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와 같은 혁명가라 하더라도 당장 오지 않는 메시아를 생활 속에서 기다리자면, 예수를 따르는 일상의 윤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의 생활 윤리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그 자신의 진술을 [고린토전서] 7장 29절에서 보게 된다. 이 텍스트에서 바울은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현재를 맞이하는 태도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가령 결혼을 하는 것이 좋으냐 하지 않는 게 좋으냐의 문제다. 결혼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현실의 질서 속으로 스스로를 편입시키는 선택을 의미한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하게 되면, 그로 인해 자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하나의 소유물인 노예들을 거느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그는 가족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종으로 아비의 가문 속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며, 횡으로 형제들의 혈연적 연결망 속에 스스로를 하나의 주체로서 위치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러한 종과 횡의 혈연적 연결망은 종족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를 주체화한다. 물론 바울의 배경이 되는 대도시의 경우에는 종족적 연결망뿐 아니라, 지역적, 직업적 연결망 등이 가족을 단위로 하여 맺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것이 결혼의 질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하는 것은, 바울이 보기에는, 하느님 이외의 다른 주인을 섬기는 꼴이 된다. 따라서 홀로 사는 게 비교적 모범적인 일이었다. 한데 문제는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가족을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불행을 낳는지를 모를 만큼 천진한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반대로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처럼"이라는 것이다. 질서 안에 있어야 한다면, 그 속에 있되 그 질서 속에 완전히 편승하려 하지말고, 밖으로 가는 것을 추구하되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서 하라는 것이며, 또 질서 밖에 있는 자는 자신을 떠벌리면서 '밖'이라는 법을 교조적으로 추구함으로써 일체의 관계를 파행적으로 만들어가려 하지말고, 일상 안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처럼 사람들간의 관계를 소중하게 맞이하라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구조주의는 무의식을 사유함으로써, 질서 '밖'에 있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의 대질서 속에 일부로서 편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 사회가 공유하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사는 한. 이 속에서 질서는 이러한 원리를 갖는다. 모든 존재는 안에 있어야 한다. 단 밖에 있는 것은 비존재다. 여기에는 다음의 논리가 괄호쳐 있다. 비존재는 비주체이며, 따라서 주체의 사유에 의해 규정될 뿐이라고. 비존재에 대한 착취의 역사, 이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근대는 이러한 역사를 극단화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한데 문제는 이것을 안다고 해서 극복되지 않는다. 주체인 한, 누구도 그것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체를 해체하고, 구조의 감옥을 넘어서려는 노력은 성찰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설정이었다. 최근 이런 관점에서 현대의 탈구조주의적 사상은―사상가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다음과 같은 논제를 제기함으로써, 구조의 감옥을 넘어서고자 했다. 즉 '탈주', '표루', '유목' ... 그것은 출애굽의 탈주를 의미하며, 예수의 유랑을 의미하며, 나아가 바울의 '안에 있지만 밖에 있는 듯이...'를 의미한다. ♣ 한백성서교실-------------------------------------------------------------- 넷째 마당/8.4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교회적 주체를 넘어서 사도계 교회와 비사도계 교회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예수 운동은 교회 운동이어지는 전환점이 되었음에 분명하다. 떠돌이 예언자들의 하느님나라 선포가 도시 정주자들 사이에서 공동체 지도자들의 영향권 아래서 펼쳐지는 도시 지역공동체 운동으로서의 교회운동으로 이행하는 첫 번째 계기는 예루살렘에서의 예수 부활 및 성령 강림으로 표상되는, 이곳 예수 집단 사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한데 예루살렘 예수공동체는 최소한 두 파벌로 나뉘었다. 그 중 헬라어를 쓰는 예수 공동체는 성전에 대한 과격한 반대를 표방함으로써 예루살렘의 급진 보수파를 대표하는 집단의 하나인 헬라계 유대주의자들의 공격의 표적이 되어야 했다. 이런 '허무맹랑한' 집단의 박멸을 꾀했던 헬라계 유대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뜻밖에도 이 사건은 예수 운동을 세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중해 지역 대도시들을 따라 예수 운동은 전파되었다. 하필 그것이 대도시였던 것은, 우선 헬라어가 통용되는 지역이었고, 유대인 회당 공동체가 존립한 주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마가 건설한 도시간을 잇는 도로는 출병하는 로마의 군대의 안전을 보장했을 뿐 아니라, 예수 예언자들의 머나먼 선교 여행도 보장해주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경구로 상징되는 로마의 잔혹한 평화가 예수 운동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교회들의 확산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이때 유대계 예수주의자들과 헬라계 예수주의자들 사이에는 깊은 골은 결코 매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예수 운동에서 이들을 공통의 이해관계로 묶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들이 도시의 정착 공동체를 지향했다는 사실이다. 예수 자신이 주도한 운동에서 도시의 지역 공동체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아마도 도시 지역에서는 몇몇 숨겨진 협력자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분명 예수 운동의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예수와 더불어 함께 떠돌이 생활을 했던 제자들은 가족도 집도 재산도 모두 버리고 하느님 나라 운동에 투신한 사람들이었다. 반면 지역의 협력자들은 자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버리지 않은 채 은밀하게 예수를 후원했다. 예수와 제자들의 활약은 드러날수록 빛이 나지만, 이들 지역 협력자들의 활약은 감춰질수록 빛이 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예수와 제자들이 적극적인 운동의 주역들이라면, 지역 협력자들은 은폐된 소극적인 참여자들에 불과했다. 한데 교회로의 발전은 상황을 역전시켰다. 떠돌이 예언자들은 정착 문화에 낯설었고, 도시 문화에 서툴렀다. 자연 이들은 도시 지역의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을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적합한 사람들이 충원되는 적절한 장소는 바로 도시 자체였다. 그리하여 예수 운동에서 지역 협력자 유형은 이제 공동체 조직가 유형으로, 소극적 역할에서 적극적 역할로 전위되었다. 반면 떠돌이 예언자들은 여전히 중요한 인물로 받아들여졌음에도 실질적인 지도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해서 교회 유형의 예수 운동들은 예수 같은 활동 패턴을 가진 떠돌이 예언자들을 필요로 했지만, 새로운 지도자인 공동체 조직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때 유명한 떠돌이 예언자들은 예수들 실제로 따랐던 제자들이었다. 또한 떠돌이 예언자들은 대체로 예수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격상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에서 예수의 직제자로서의 '사도'에 관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1세기 말부터 빠른 속도로 펼쳐졌던 교회간의 통합은 이러한 사도 이미지들의 고정화를 수반하면서 이뤄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또한 사도 이미지의 패턴화에 저항하는 공동체를 탄생시키기 마련이다. 이른바 비주류 교회운동이 그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비주류 교회운동의 예는 이른바 요한계 공동체에서 볼 수 있다. 이 공동체의 텍스트로 우리는 [요한복음]과 [요한1서], [요한2서], 그리고 [요한3서]를 볼 수 있다. 요한계 공동체의 탄생 주후 70년 로마군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불탐으로써, 페르시아 식민지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사제주의적 유대주의는 종식을 고하고 만다. 주후 80년 경, 중심 부재의 유대주의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재구축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는데, 이 운동은 바리사이파 라삐들을 축으로 해서 벌어진다. 갈릴래아 지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곧 로마 제국 전역과 메소포타미아 지역 등등으로 확산되는데, 각 지역의 유력한 라삐들이 편찬한 '토라'(오경) 주석서들을 토대로 해서 유대주의가 재구축되었다. 그리하여 성전 대신 율법이 모든 유대인들을 묶는 핵심요소가 되는 유대주의 운동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아마도 적지 않은 예수 운동체들이 팔레스틴과 그 외부 지역의 회당 안에서 활동을 하였던 것 같다. 한데 이 시기 어간에 예수주의자들은 회당에서 축출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회당의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그때까지 관용되던 이질적 요소들이 중심의 논리에 의해 포섭되도록 강요되는 상황에서 많은 예수주의자들이 저항했던 데서 비롯된다. 과거 예루살렘의 헬라계 예수주의자들이 당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 때문에 처벌받고 재산을 빼앗기고 추방당하거나 심지어는 죽임당하기까지 하였다. 축출당한 사람들은 여기 저기서 예수 공동체를 세웠고, 적지 않은 데서 교회 운동이 활기를 띠었다. 요한계 공동체도 바로 이 시기에 교회 운동을 편 하나의 집단이었다. 물론 이들의 공동체는 회당에서의 뼈아픈 경험에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회당 재구축 운동의 논리와는 다른 공동체가 이들이 추구한 공동체의 요체였다. '주가 사랑한 제자' 공동체 한편 이미 회당 밖에서 펼쳐지고 있던 교회들도 회당의 의미심장한 변화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회당이 지중해 전역에서 고도로 통합되어 갈수록 교회도 통합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많은 분파들로 나뉘었던 교회간의 연결망이 활발하게 형성되어갔다. 과거 바울에게서 바울계 좁은 범주에서 연대의 논리였던 '코이노니아'가 이제 전 교회들의 연대의 이념으로 확대해석되었다. 사도 이미지는 급속히 고착화되었고, 권위 있는 회람 문서들이 더욱 폭넓게 수용되었다. 공동체 조직가들의 역량을 반영하는 종교적 직위가 '장로'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 갔고, 이들에 의한 예전이 더욱 형식화되었다. 이른바 교회의 제도화가 이 시기에 가속화되었다. 이때 교회의 제도화의 추동자는 회당이었고, 그 모델 또한 주로 회당이었다. 새로이 형성된 요한계 공동체는 주변의 다른 교회들과 접촉하면서 이 낯익은 현상에 대단히 당혹스러웠다. 회당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 주의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니... [요한복음]과 요한서신들에서는 흥미롭게도 '사도'라는 용어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사도를 대표하는 베드로보다 더욱 예수와 가까운 제자를 언급한다. 이름하여 '주가 사랑한 제자'라는 것이다. 물론 [요한복음]의 예수의 주요 적대자인 '유대인들'과는 달리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이 적대자로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교회 운동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이미지화된 다른 사도보다 우월한 제자인 '주가 사랑한 제자'는 사도계 공동체보다 우월한 자기 의식을 통해 이 공동체가 경쟁적으로 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주가 사랑한 제자' 공동체는 사도계 공동체의 형식화된 예전주의에 비판적이었다. [요한복음] 6장은 다른 복음서들에 모두 나와 있는 이른바 '오병이어의 기적 사건'을 언급한다. 하지만 그것을 [요한복음]은 예수가 '생명의 떡'이라는 성례전적 개념과 직결시키고 있다. 이것은 소경을 눈뜨게 하는 기적 이야기를 예수가 곧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는 개념과 연결시킨 9장, 죽은 이를 소생시키는 기적 이야기를 예수가 '부활이자 생명'이라는 개념과 결부시킨 11장 등과 구조적 유사성을 띤다. 이것은 이 텍스트의 저자가 모두 예수에 관한 형식화된 예전의 개념들을 이야기화된 사건 속에서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다른 복음서들이 묘사하고 있는 바, 제자들이 가진 적은 양의 음식을 부풀려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먹게 됐다는 초자연적 기적 사건이 [요한복음]에서는 보잘 것 없는 '노예소년'( )이 품속에 가져온 '보리떡'(성례전에 사용되는 '떡'인 가 아니라 )을 내놓은 것이 기화가 되어 모든 사람이 제각기 먹을 것을 내놓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게 변형되어 있다. 요컨대 이 텍스트는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적 이야기가 성찬의 맥락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사회적 맥락을 사상시키고 종교적 맥락에서만 수행되어 가는 예전화 경향에 대한 요한계 공동체의 문제제기인 것이다. 역시 모든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성전 난동 사건에 대한 묘사에서도 [요한복음]의 도전은 두드러진다. 다른 복음서들이 이 사건을 말미에 위치시키고, 그것이 예수 처형의 원인처럼 묘사하는 것에 비해, 이 책은 앞 부분(2장)에 위치시킨다. 그리하여 다른 복음서가 처형의 법률적 알리바이를 제공하려 하는 반면, 여기서는 신학적 논거를 제시하려 한다. 예수라는 존재 자체가 이러한 신학적 위상을 가지고 운동을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요한복음]에 새롭게 첨가된 구절이 우리의 흥미를 끈다. 유대인의 성전은 46년간 지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지을 새 성전은 3일만에 지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말할 것도 없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46년 대 3일'이라는 대조에 있다. 46년간 지어지고 있는 성전은 유대인의 존재의 중심에 있는 진리체계였다. 그런데 그것은 고도로 관료화된 사제 조직과 거대한 예전 등, 성전 관리체계 일체를 수반한다. 즉 그 성전이 상징하고 있는 것은 직제화, 예전화된 총체인 것이다. 반면 3일간 지어질 새 성전은 그 모든 제도화, 예측 가능하고 상례화된 체계가 아니라, 일체의 기성적인 관념이 끼어들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의 몸'이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몸을 성전을 통해 체험하려 했던 유대교는 성전이 사라진 뒤, 율법으로 표상되는 회당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또 일단의 예수주의자들은, 부활했음에도 사라져버린('승천'이라는 담론이 표상하는) 예수를 체험하기 위해 그 몸을 교회로서 규정하고자 했다. 이때 몸에 대한 두 규정은 '제도화'로서 나타난다. 한데 요한공동체는 이러한 제도화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몸을 제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요한복음]에는 '교회'라는 용어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요한 서신들 가운데 [요한3서]만이 단 세 번 사용될 뿐인데, 그나마 두 번은 비판하는 집단에 그 용어를 사용한다. 교회의 해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것은 예수의 몸으로서의 교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대주의의 그것처럼 제도화되어 가는 현실의 교회 운동의 경향에 대해 대안적 몸을 상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도화되지 않는 몸, 예측 가능한 것도 아니고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 비실체적인 것, 그 모호함. [요한복음]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성령'론을 편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요한복음] 3장 8절에는 '성령'이 매우 흥미롭게 설명되고 있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듣고도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 성령으로 난 사람은 누구든지 이와 마찬가지다." 그것은 발원지와 목적지를 겨냥하는 '풍향계' 같은 것이 아니다. 기원과 종말의 표식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성령은 곧 '보혜사'이다. 요컨대 예수가 사라진 뒤, '현재'의 우리에게 예수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로서 언급된다(14,15~26). 마찬가지로 그 존재는 어떠한 모습으로도 규격화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바람과도 같다. 무엇으로 규정하려 하면 이미 그것이 아님을 보여주니 말이다. 이러한 주장 배후에는 사도니 장로니 감독이니 하는 제도화된 조직의 중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공동체의 주장이 담겨 있다. 오히려 성령이 바로 나 혹은 우리 안에서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추진한다. 요한 공동체 이후, 영지주의 운동의 텍스트로 요한계 공동체 운동은 아마도 2세기 초엽엔 이미 사라져버린 듯하다. 요한 서신들은 공동체 내의 분열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그 분열의 결과 일부는 사도계 공동체에 흡수되고, 다른 일부는 영지주의적 운동으로 전화된 듯하다. 그런데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후자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들 가운데 [요한복음]을 일찍부터 수용한 이들은 영지주의 운동들이었다. 반면 사도계 공동체를 계승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2세기까지는 거의 이 복음서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요한계 공동체 운동의 제도화된 교회에 대한 해체주의적 성향과 결부된다. 2세기 초의 유명한 영지주의 사상가인 발렌티누스에 의하면 영지주의 운동은 고대 사상사에서 일종의 니힐리즘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현재의 체계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며, 현 체제에 대한 대안 논리마저도 빠져드는 제도주의적 낙관주의에 대한 부정인 것이다. 2세기 말의 몬타누스 운동은 그러한 영지주의적 운동이 민중주의로 표현된 하나의 사례다. 이 운동은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그 영향력이 지배체제의 압박에 못 이겨 몬타누스 파 대중이 대대적으로 이슬람 신자로 전화되는 9세기까지 계속되었다. 이 운동의 본거지인 북아프리카는 이 시기에 너무도 빠르게 이슬람에 의해 정복되었다. 교회가 이 운동을 문제시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몬타누스 파 급진주의자들이 영광주의를 조장하고 다니고 그러면서 지배 체제에 대한 순교에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몰론 몬타누스주의가 항상 민중적 급진주의 운동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무질서의 진리, 일탈의 욕망을 대중의 가슴 속에 촉발시키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교회는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도자 몬타누스의 두 제자인 프리스카와 막시밀라는 여자였다. 그들은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고 대중을 이 운동에로 흡인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그런데 프리스카의 회심 일화에서 놀라운 전승이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즉 "예수가 한 여인의 모습으로 내게(프리스카에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이들에게 중요한 전거 텍스트였음이 분명하다.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이 텍스트는 예수의 몸 자체를 강조하지 않는다. 즉 그가 남성이냐 유대인이냐 등의 문제를 이 텍스트는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텍스트는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에서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라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이 그와 함께 있었고 그가 하느님 자신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몸을 부정하지 않으나 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인 예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가 사라진 뒤, 그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인 성령이 왔다고 묘사한다. 여기서도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건이 중요하다. 그는 여자의 몸으로, 흑인의 몸으로, 병자의 몸으로, ... 그러한 각 사람에게 다가왔다고. [요한복음]에는 프리스카와 막시밀라와 같은 여인들이 여럿 나온다. 사마리아 여인이나 마르타, 막달라 마리아 등. 그녀들은 한결같이 적극적인 복음의 사역사들이었다. 그들은 성령을 체험한 뒤 다시 수동적인 자신의 성 역할로 뒤돌아간 것이 아니라, 부름받은 대로 활동했다. 프리스카와 막시밀라가 그랬듯이. 몬타누스 영지주의 운동이 보존해온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전 세계의 민중운동에서 게승되고 있다. 반면 교회는 그 이후 여성 혐오증에 걸린 채 오늘에 이르렀고, 반제도주의적 도전자들에 대한 과민성 히스테리 증세에서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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