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06/25 (13:18) from 203.252.17.174' of 203.252.17.174' | Article Number : 11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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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978 , Lines : 51 |
| 1세기 팔레스틴 역사기행 2 - 마리아와 헤로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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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팔레스틴의 두 여인 1 마리아와 헤로디아, 이 두 여인은 1세기 팔레스틴 사회의 양극에 선 존재들이다. 마리아는 (갈릴래아 지방의 한 촌락인) 나자렛의 촌부였고, 헤로디아는 갈릴래아와 베레아 지방의 통치자인 안티파스의 왕후였다. 마리아는 '이스라엘 민중의 왕'인 예수의 어머니였다. 이스라엘 민중의 해방 염원은 예수님에게 투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헤로디아는 헤로데의 권력을 이어받은 성공적인 권력가 안티파스의 아내였다. 마리아는 민중과 함께 절망스런 심정으로 아들의 십자가 처형을 감내해야 했고, 민중과 함께 희망에 부푼 가슴으로 아들의 부활 소식을 맞이하였다. 헤로디아는 주후 39년 자신의 남편인 안티파스가 자신의 친동생인 아그리빠 1세와의 파워 게임에서 실패한 후, 남편과 함께 로마 황제에 의해 룩두눔(Lugdunum: 오늘날의 프랑스 리용 지역)으로 추방당해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마리아의 고통은 민중의 고통이었고, 마리아의 희망은 민중의 희망이었다. 반면 헤로디아의 풍요와 사치는 민중의 뼈를 깍는 노동의 댓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었으며, 그녀의 절망은 민중에게는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입증하는 '통쾌한' 희망의 서곡이었다. 그러므로 이 두 여인은, 지배자와 민중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양극에 위치한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 두 여인의 삶과 개인 역사는 이스라엘 민중을 둘러싼 억압과 희망의 역사, 그리고 그들을 착취하는 지배자들의 욕정과 음모, 성공과 실패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의 두번째 시간여행은 이 두 여인과 이들을 둘러싼 메시아의 역사를 더듬는 길이다. 2 마리아는 세포리스의 파괴와 재건이 교차되던 시기에 어린 예수의 어머니였다. "불행하도다, 그 날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는 여자들!"(마르13,17). 그것은 차라리 저주였다. 주전 4년 전쟁으로 쑥밭이된 나자렛의 논바닥은 어린 아이의 어머니인 이 여인에게는 죽음 보다 못한 삶을 의미했다. 마리아는 요셉과 정혼한 상태에서 임신했다(마태1,18). 그러나 이 아이는 요셉의 아이가 아니었다. 내막이야 어쨌든, 사람들이 볼 때 이것은 간음죄에 속하는 것이다. (악법이든 아니든) 유다인의 율법에 따르면 이것은 돌로 '쳐죽여야 할' 죄악이다(신명 22,23 이하). 그런데도 요셉은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인다. 당시(?)의 관념대로라면 이런 행동은 '대단한' 관용이었고, 그만큼 요셉은 마리아를 애뜻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갖 역경을 딛고서 두 남녀는 한 가족이 되었으나, 불행의 화살은 마리아의 심장 한 가운데를 정확히 맞추었다. 전쟁의 와중에서 남편 요셉이 역사의 무대로부터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폐허와 그 위에 세워진 세포리스의 대도시로의 재건(주후 6년부터)은 이 여인에게 남편 잃은 슬픔의 눈물을 흘릴 여유조자 앗아갔다. 메시아를 잉태한다는 것은 그리 행복한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수난의 시작이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세포리스 재건을 위한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대중이 겪을 수 있는 노동의 온갖 쓴맛을 체험하였다. 그런데 그는 장성하도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이상하게만' 자라갔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결혼은 노동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수단이었다. 고대의 농법이 노동집약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많은 (남성) 자손은 곧 축복을 의미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결혼이 전제된다. 마리아는 아들이 장성하여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날을 그리며 온갖 고난을 감내했다. 그런데 이 '무정한' 아들은 서른이 되도록 장가도 가지 않았다(어떤 율법학자에 따르면 유다인 남자의 이상적인 결혼 연령은 14세였다). 장가를 가야만 자손이 생기고 하느님의 축복이 내릴 것이 아닌가. 더구나 예수는 떠돌아 다니며 '위험스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기어이는 베레아 지방에서 반정부 활동을 주도하고 다닌다는 요한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따라가더니만, 그가 잡히자 갈릴래아로 되돌아 와서 촌읍들을 돌며 병자들을 고치기도 하면서 요한이 증거하던 바로 그 메시아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제 아들은 그녀가 젖먹이며 키웠던 그 아이가 아니었다. 어쩌면 미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율사들의 말대로) 귀신이 들쓰워서 그런지도 몰랐다(마르3,21-22). 더욱 복창터질 일은, 그 악몽같던 시절에 세포리스에서 메시아를 자처했던 유다처럼, 예수가 자신을 메시아라고 주장한다니, 도대체 어쩔려구. 기어이 아들은 체포되어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주전 4년 유다가 갈릴래아에서 봉기를 일으켰을 때도 이천 명의 청년들이 예루살렘 도상에서 십자가형으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 속에서 죽어 갔었다. 어쩌면 남편도 그 위에서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젠 아들까지! 헤로데가 베들레헴에서 두 살 이하의 아기를 학살하였다는 잔인한 전승을 보도하면서 마태오가 울부짖듯이 불렀던 그 (구약에서 인용한) 노래는 바로 마리아의 마음이었다. 라마에서 소리가 들리나니 울음과 통곡이 애절하도다. 제 자식들 때문에 우는 라헬 그들이 없어졌음이라(마태2,18). 3 헤로디아는 왕족인 헤로데 가문 출신의 여인이었다. 헤로데(주전 37∼4년)는 10명의 아내가 있었다. 이들 중 미리암네(=마리아) 1세라는 구 (하스몬)왕족 출신의 여인과 미리암네 2세라는 역시 구 왕족 출신이자 사제귀족 가문 출신의 여인이 있었다. 헤로데와 미리암네 1세와의 사이에서 아리스토불로(4세)라는 아들이 태어났고, 그가 헤로디아의 아버지가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헤로데의 손녀인 셈이다. 그녀는 헤로데와 미리암네 2세 사이에서 난 한 왕족과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미리암네 1세와 2세의 가문은 왕족의 서열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미리암네 1세는 그녀의 오빠인 아리스토불로 3세가 주도한 반란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처형당했고, 미리암네 2세는 이혼당하였다. 요컨대 이들의 결혼은 몰락한 왕족의 결합일 뿐이었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가문의 회복을 향한 강력한 상승욕구가 공유되고 있었다. 한편 헤로데가 죽고 그의 영토는 세 명의 아들에게 상속되어 분할 통치되게 된다. 그중 유다, 이두메, 사마리아 지방을 상속받은 아르켈라오(주전4년∼주후 6년)와 갈릴래아, 베레아 지방을 상속받은 안티파스(주전 4년∼주후 39년)는 말타케라는 이방여인의 아들이었고, 요르단 동편의 북부지역을 위임받은 필립(주전 4년∼주후 34년)은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방여인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안티파스가 상속받은 땅(갈릴래아와 베레아) 가운데 베레아는 골치아픈 지역이었다. 그 동편에는 아직 로마에 예속되지 않은 나바태아라는 유목족속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단히 전투력이 뛰어난 족속이었다. 안티파스는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베레아 지역에 강력한 요새들을 재건하여 중무장시켰다. 더 나아가 그는 정략결혼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자 하였다. 나바태아 족속의 공주와 결혼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권력기반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그는 수도를 세포리스에서 티베리오로 옮겼다(주후 26년). 곡창지대 한 가운데 있던 세포리스에서 갈릴래아 호수에 접한 항구도시인 티베리아로의 천도는 상업을 통한 부의 축적이 상당히 중요해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즉 페르사아 지역에서 지중해 지역을 연결하는 상업로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중개무역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는 요지인 티베리아를 자신이 직접 관할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은 나바태아의 수도(오늘날의 암만)가 또다른 중간 기착지이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나바태아와의 우호적 관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시기에 안티파스와 헤로디아 사이에 불륜의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불륜은 단순한 '사랑의 불장난'만은 아닐 수도 있다. 헤로데의 왕족 서열에서 저만치 멀어져버린 헤로디아의 가문은 로마로 가서 그곳에서 영향력 있는 제국의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것은 정치적으로 볼 때 안티파스에게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우선 안티파스의 외도를 눈치챈 나바태아의 공주 출신 왕비가 보따리를 싸들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로 가버렸던 것이다. 양국 관계는 급전직하로 경직되었다. 실제로 나바태아의 왕 아레타스 3세는 이 수모를 보복하기 위해 전쟁준비를 하여 몇 년이 지난 뒤(주후 36년: 안티파스와 헤로디아의 불륜은 아마도 주후 32년 이전이었던 것 같다)에 안티파스를 공격하여 그를 격파하였던 것이다. 또한 안티파스는 이 불륜의 관계로 말미암아 비판세력이 자신을 비난할, 적절한 명분을 제공해 준 셈이 되었다. 예언자로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세례자 요한이 바로 이 문제를 들고 나와 안티파스 정부를 공공연히 비난하였던 것이다(마르6,18). 비판의 논거는 '근친혼 금지법'(레위 20,21)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귀족들간에는, 특히 헤로데의 왕실 안에서는 근친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안티파스와 헤로디아의 결혼이 유별란 범죄로 부각될 사안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헤로디아의 첫 결혼도 숙부와의 결혼이었으므로 역시 근친혼 금지법에 저촉된다(레위 20,20). 또한 미슈나에 따르면 왕은 18명의 아내를 가질 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의 활동은 안티파스와 헤로디아에게 불리한 여론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에 안티파스는 위험스런 국경지역에서 내란의 소지를 방지해야 한다는 '안보'상의 이유로 요한을 체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데체 요한의 비난은 억지였다. '사랑엔 국경도 없다'는데 왜 이 무지한 백성들은 구태의연한 율법을 들고나와 자신을 비난하는 요한에게 현혹되는 것일까? 헤로디아는 요한의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일찍부터 로마에서 살았기 때문에 유다의 율법은 '원시적인' 규율에 불과했을 것이다. 더욱이 오랫동안 빛을 못본 채 기죽어 살아야 했던 '소외된'(?) 가문이 이제야 상승 기회를 잡았는데 요한인지 뭔지 하는 작자가 자신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이 난리를 친단 말인가? 미움은 적개심을 낳는 법일까? 전승에 따르면 그녀가 남편을 부추겨서 마케루스 요새에 구금되어 있던 요한을 처형하게 했다고 한다(마르6,24 이하). 물론 헤로디아에게도 요한을 죽게 할만한 혐의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우'같이 교활한 안티파스(루가13,12)에게도 요한을 죽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고대의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요한의 체포 및 처형은 국경지역에서의 소요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함이었음이 시사된다. 또한 기존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 세상을 만들 메시아의 임박한 도래를 주장하는 요한의 '위험스런' 사상은 통치권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살려둘 수 없는 것이었다. 요한의 체포와 처형의 일차적인 책임은 (성서의 전승에 따르면 헤로디아에게 두고 있지만) 필시 안티파스에게 있으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헤로디아의 이해관계는 요한의 이해관계와 상극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한의 이해관계는 헤로데 가문에 의해 다스려지는 팔레스틴의 억압적인 정치제제를 하느님이 철저하게 붕괴하실 메시아의 도래를 염원하는 대중의 이해관계이기도 했다. 즉 헤로디아는 대중과 상극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4 대중은 예수를 보면서 죽은 요한이 다시 살아났다는 확신을 갖는다(마르6,15). 헤로디아가 간교한 꾀로 요한을 죽였지만 하느님의 사자가 그렇게 쉽사리 죽기아 하겠는가? 대중은, 안티파스도 '다시 살아난 요한'의 소식을 들으면서 벌벌 떨고 있으리라 믿었다(마르6,15). 예수는 큰 명성을 얻었고, 어느덧 요한 보다 더욱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이제 요한과의 관련 속에서 그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요한의 존재가 그분과 결부되게 된다. 요한은 메시아의 선포자, 그분의 '길을 닦아 고르게' 하는 이였지만(마르1,3), 예수는 요한이 선포한 메시아 자체였던 것이다. 그런데 메시아 예수가 예루살렘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요한처럼 그분도 죽었다. 대중의 희망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의 희망도 죽었다. 헤로디아의 친동생인 아그리빠 1세는 로마귀족들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게된 가이우스와 절친한 사이였다. 결국 황제가 된 가이우스 갈리귤라(주후 37년∼41년)의 후원에 힘입어 주후 37년에는 필립의 영토를 관할하는 왕이 된다(이곳은 주후 34년에 필립이 아들 없이 죽은 이후 시리아의 속주로 병합되었었다). 이로써 미리암네 1세의 가문은 비로소 옛 영화를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 가문의 영화를 회복하고자 했던 또 다른 시도의 주인공 헤로디아는 이제 동생과 경쟁관계에 서게 된다. 안티파스와 아그리빠의 관계가 경쟁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가 식민지 중앙정부의 황제가 후원하는 인사와 겨눌 수 있겠는가? 결국 주후 39년 안티파스와 헤로디아는 추방당하게 되며, 그들의 영지인 갈릴래아와 베레아는 아그리빠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아그리빠 1세는 41년에는 유다, 이두메, 사마리아 지방까지 복속시킴으로써 그가 갑자기 병사한 44년까지<사도12,19-23> 팔레스틴 전역의 통치자로 군림하게 된다). 이제 헤로디아의 꿈도 죽음이라는 운명을 맞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중의 희망은 그녀의 파산과 더불어 죽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그것에 힘입어 다시 살아난다. 예수는 빌라도 총독 시절(주후 26년∼36년)에 처형당했다. 그러니까 안티파스가 축출당하기 이전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분이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다. 마리아의 희망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희망은 집안을 일으킬 아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나아가 온 인류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모든 것을 일으킬 메시아로서 다시 살아났다. 민중의 희망과 더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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