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01/30 (20:22) from 211.245.9.249' of 211.245.9.249' | Article Number : 129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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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63 , Lines : 16 |
| 한기총 시청집회에 관한 논평(<진보정치> 기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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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 실린 글입니다. ------------------------------------------ 한국교회는 심각한 선교의 위기감에 빠져 있다. 선교의 여러 지표 가운데 그간 유일하게 약진해온 수량적 확대가 감소 추세로 반전되고 있다. 아직 고속 성장의 꿈속을 헤매고 있는 교회는 매년 과도하게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충성도 또한 약화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주5일 근무제나 대중가요, 영화 등에 시비를 거는 교회의 과잉반응은 최근의 문화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교회 엘리트의 내적 위기감의 표현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축이 된 시청 집회는 그 의제의 예민함이나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교회의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만 명이나 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동원되었음에도 뉴스의 단신 정도로만 보도될 뿐이었고, 사회적 냉소나 지탄의 대상으로서만 관심을 끌었다. 최근 비판적인 그리스도교계 매체들은 앞다투어 이러한 위기를 점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 심각함이 일각에서나마 진지하게 문제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듯이 '교회의 실패'의 근저에는 한국 교회의 천민적 보수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아래에서 한국 교회의 천민화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려 한다. 한국 근대사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유입되고 확산되는 주된 동기는 서양 문명에 대한 동경이었다. 사회적 통합의 메커니즘에서 배제된 집단에게서 외부에 대한 개방성향이 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한국 그리스도교 선교 역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분명 그리스도교는 근대 한국 대중의 전통으로부터의 탈주체화 및 재주체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신앙'이란 자기를 타자화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자신을 비우고 선망하는 신의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를 재주체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지할 것은 동경의 대상인 서구, 특히 개신교의 경우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미국이 신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초기의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은 미국이 어떻게 재현되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그리고 대다수가 미국 출신이었던 선교사들이 그러한 이미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앙을 통해 재탄생한 존재는 이른바 '성도'가 된다. 하느님/하늘 나라의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시민은 교회의 담론을 장악한 선교사들의 시선을 내면화한 존재다. 그리고 제국주의에 대한 선교사들의 몰인식은 한국의 성도를 '미국의 하위시민'으로 전락시킨다. 이른바 식민지적 자의식이 신앙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한편 선교사들과 더불어 평안도 출신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교회의 한국인 엘리트들은 반공주의를 신앙의 내재적 요소로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들에게 미국은 반공주의를 대표하는 존재로 인식되었고, 군정 당국과 이승만 정권에 공격적 반공주의자로서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바로 이 시기에 교회 재산이 급속히 증식했으며, 또한 양적 팽창이 급속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공은 일요일 휴무를 중심으로 하는 양력의 칼렌다를 통해 대중의 일상이 조직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대표적인 특혜에 속하는 군종제도도 바로 이 시기에 도입되었다. 한편 군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그리스도교는 자본주의적 승리주의를 내면화하게 된다. 즉 '미국(중심)주의-반공주의' 기조의 신앙은 이 시기에 자본주의적 승리주의와 견고히 결합되었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신앙에 내재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또 이른바 보수주의적 민주화 시대인 1990년를 거치면서 승리에 대한 도구적 맹신의 성격은 한결 강화된다. 이는 성도의 '천민의식'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앙의 보편적 성격, 비영리적 공익 추구의 윤리적 요소는 선교의 성공이라는 목적론적 의제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성공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서 숭배하는 양상이 신앙 속에 견고히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이러한 흐름은 세계사적으로 유례 없는 선교의 기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가운데 정당화되었다. 그 와중에서 내부의 비판적 소수자의 목소리는 성공 신화 뒤편으로 밀려나버렸고, 많은 경우 경계 밖으로 내몰렸다. 결국 신과 인간 사이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주장한 예수는 오늘 한국의 교회에선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예수를 통한 재주체화 과정이 다시 자폐성을 띠게 되자 이에 대한 성찰로 등장한 '(자유의) 영의 신학'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절대권력자 예수'와 천민적 성공주의의 화신인 성령만이 있을 따름이다. 수직적이고 일방향적 관계구조가 교회의 담론을 지배하고 있고, 교회는 권력 친화적 요소로 물들어 있다. 예수 없는 교회, 자유의 영이 사라져버린 교회, 절대 권력에 대한 향수 속에서 도구적 성공 신화만을 좇는 교회, 그러한 왜곡된 신앙을 비판하는 성찰적 신앙인을 이단이라고 쫓아내는 교회.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예수의 신앙을 본받기 위해서 어디를 찾아가야 한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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