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06/25 (13:20) from 203.252.17.174' of 203.252.17.174' | Article Number : 13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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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566 , Lines : 45 |
| 1세기 팔레스틴 역사기행 4 - 예수와 치유된 '나병'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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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 기적과 민중의 기적대망의 변증법 1 '나병'(lepra)은 우리가 흔히 문둥병이라고 부르는 질병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모종의 피부질환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레위기는 이례적으로 이 질병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13-14장), 그것은 이 병이 이스라엘에게 매우 위협적인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고(레위13,45-46), 자신이 입던 의복이나 자신의 몸이 닿은 천을 불로 태워야 했으며(13,52), 공동체에서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다(13,38). 이는 이 질병이 전염성을 가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병'은 이스라엘인의 신앙에서 개인에게 가해지는 '최악'의 질병이었다. '나병' 환자는 몸은 살았으나 죽은자와 같은 존재였으며 하느님의 천벌을 받은 자로 간주되었다(민수 12장 참조). 예수 시대에 이들은 하느님 백성이 되기 위한 최소공배수인 회당예배에 참여할 자격을 가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생존의 기본 조건인 공동체 내에서의 생활 자체를 허용받지 못하였다. 그들은 촌락 지역밖의 토굴 같은 데서 기거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생존하는 길이란 가족의 보양이나 구걸같은 것 뿐이었는데, 정상인이 그들을 보는 것 자체가 불결한 것으로 여겨졌으므로, 그들이 구걸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이방인들이 자주 다니는 상업로 근방에서 구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병' 환자는 정통적 유다교리에서 더욱 적대적인 대상이 된다. 요컨대 '나병'환자는 1세기 팔레스틴 사회에서 종교적, 사회적, 경제적인 면 모두에서 가장 비참한 '극단의' 존재들인 것이다. 마르코복음서 1장 4045절에는 바로 이런 '극단의' 대중이 메시아와 만난다. 그리고 이 만남의 사건에서 하나의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사람 사는 땅'에서 기적을 매개로 하여 일어난 메시아와 대중의 만남의 한 극단적(또는 전형적) 예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네번재 시간여행은 이런 만남을 발견하러 나서는 길이다. 2 그는 '나병' 환자였다. 그래서 마을 안에서는 기거할 수 없었고, 늘 사람이 그리웠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이와 실컫 이야기라도 나누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태 살아 계신지, 동생들은 굶고 있지나 않는지, 그 사나운 청지기의 종으로 팔려간 누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자신이 짝사랑했던 이웃집 처녀는 무사한지.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얼른 피해 저만치 돌아갔고, 어떤 이들은 버럭 화를 내며 저리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아예 유다인인 듯한 사람이 보이면 미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떠돌이 날품팔이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얼른 그들에게 달려가 이야기를 청하곤 했다. 때론 재수없다고 옵신 두들겨 맞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들은 우호적이었다. 처지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당시는 생할고에 못이겨 촌락안에서의 모든 생존기반을 버리고 도망쳐 나온 거덜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대분분은 살아남기 위해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해야 했던 떠돌이 날품팔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 곳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 전달해 주는, 지역과 지역간의 대중간의 의사소통의 대개체이기도 했다. 더욱이 그들은 주로 무리를 이루며 다녔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얘기는 퍽 다양하고도 많았다. 그들이 전해준 소문에 의하면 예수라는 분이 갈릴래아 지방의 여러 촌락을 전전하면서 질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을 고쳐 주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희망이 솟구쳐 오른다. '그래, 그분을 만나자. 그래서 나도 고쳐달라고 하소연해보는 거야. 어쩌면 고침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분명히 낳을 거야. 소문대로라면 그분의 손이 닿으면 누구라도 백발백중 낫게 된다지 않아! 아, 그렇게 된다면 그립던 가족도 볼 수 있고 친지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 예수일행은 갈릴래아의 촌락들을 전전하면서 도래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다녔다. 물론 가는 곳마다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을 무수히 고쳐주었다. 나음받음 사람들과 그것을 본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을 엘리야, 예언자, (체포되었다가 신출귀몰하게 살아나온) 세례자 요한, 심지어는 하느님의 아들 또는 메시아라 고백하였다. 이들에게 있어 예수님과의 만남은 하느님 나라 도래의 확증을 의미했다. 한번은 예수일행이 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먼지가 일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그들은 움짖 긴장했다. 안티파스의 병사들이라면 큰 일이었다. 하지만 달려오는 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이윽고 그가 가까이 이르렀다. 그는 '나병'환자였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그분 앞에 납작 엎드리며 간청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이것은 인생의 마지막 기회였다. 만일 여기서 온전해지지 못한다면, 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은 그 삶이 끝도 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듯 그분께 매달렸다. 이 짜증스런 사람은 불결하게도 마구 자신의 몸을 붙잡으며 애걸복걸했다. 예수님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측은한 마음도 일었다. 그분은 손을 내밀어서 그를 만지며(마르 3,30; 5,27-31; 6,56; 8,22 등을 참조하라) 선언한다. "내가 원하니 깨끗해지라." 기적이 일어났다. '나병'의 흔적이 마치 얼룩이 지워지듯 깨끗이 사라진 것이다. 그로 하여금 인간으로서의 모든 자격을 박탈해 버린 그 악마적인 세력이 일순간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해방사건이었다. 그 순간 메시아 왕국, 하느님 나라는 이미 도래한 것이다. 3 700년 이상을 지속돼 온 오랜 격변의 식민지 상황을 거치는 동안 팔레스틴의 정치구조는 왜곡될 대로 왜곡되었다. 다양한 지배분파들이 등장할 수 있었고 이들은 각기 팔레스틴 전역의 패권을 장악하는 꿈을 꾸며 상호간에 이합집산하며 식민지 중앙정부를 향한 과잉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것은 대중에 대한 가혹한 착취 경쟁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재해와 잇다른 전쟁 등으로 정치뿐 아니라 경제구조도 심하게 왜곡된다. 사회의 전반적인 왜곡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일정한 신경과민 증세를 유발한다. 특히 사회의 모순이 특정 계급(계층)에 과도하게 부과될 때, 그 계급(계층) 사이에는 집단 히스테리 증세가 나타난다. 억압된 정서가 폭발할 출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럴 땐 흔히 폭발적인 정서가 분출하는 종교운동이 성행하게 된다. 즉 신비적인 종교운동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의 탈속적 종교운동이나 극단의 정치적 종교운동(무장봉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묵시문학은 바로 이런 극단적 신앙이 반영된 문서이다. 그런데 또 한편 이런 상황에선 억압된 정서가 개인적 차원에서 과잉 분출하거나 반대로 극도로 억제된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전자는 정신질환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되며, 후자는 신체적 질환을 유발한다. 요컨대 심하게 왜곡된 사회의 모순구조를 한 몸에 안고 살아야 하는 기층대중은 정신적 질환과 신체적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1세기 팔레스틴의 기층대중 사이에서는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일탈적 요소가 산재하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층대중을 심리적으로 죄어 오는 이러한 현상을 수용할 만한 기재가 사회의 공식적 도덕적, 신념체계에서는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예수 당시에 공식적 이데올로기는 크게 두 핵을 가지고 서로 얽혀 있었다. 하나는 (예루살렘) 성전을 핵으로 하는 이데올로기로, 제사와 관련하여 가치가 형성되었다. 왕조를 거치는 동안 제사 의식은 이미 국가적 의식으로 발전하였고, 대규모 행사를 수반하였다. 이는 성전 관료기구의 비대화를 가져왔고, 의식절차의 복잡화 및 제사 제물의 양적 확대를 수반하였다. 따라서 이곳에서 확정되는 죄사함의 기능이나 정결과 부정의 기능은 자산상태와 무관할 수 없었고, 자신의 노동으로 하루하루의 생계를 살아야 하는 대중을 끊임없이 배제하였다. 다른 하나의 핵은 (중앙의 성전이 아니라) 지방에 위치한 여러 회당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데올로기로, 여기서는 율법이라는 생활률적인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하였다. 회당체제의 중심부를 구성하는 집단은 율법학자들을 정점으로 하는 율법의 해석자 또는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지방의 성읍에서부터 촌락에 이르기까지 분포된 회당을 매개로 하여 대중의 생활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직접 통제하는 존재였다. 예수 당시 이런 부류는 주로 바리사이파적 경향을 가진 세력들인데, 성전체제의 주체가 대자산가인 사제귀족 계층이라면, 바리사이들은 대체로 소자산가적 평신도 계층이었다(이들 가운데 더러는 지방의 하급사제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하루의 노동에서 어느 정도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이상에 근거한 가치체계는 종종 대중에겐 또 다른 굴레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 두 체제를 연결하는 고리는 이른바 '정-부정의 체계'이다. 사회의 모든 요소, 모든 실천을 깨끗한 것, 더 깨끗한 것, 덜 깨끗한 것과, 부정한 것, 더 부정한 것, 덜 부정한 것으로 위계화시킨 것으로, 여기에는 사회의 각 구성집단 및 그 실천이 대응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가장 고귀한 직업과 천한 직업의 위계화, 합법적인 결혼과 비합법적인 결혼의 의계화 등이다. 이런 정부정의 위계화가 성전회당체제를 연결하는 바탕이었고, 이 체제를 통해 이 위계화는 재생산되었던 것이다. 결국 사회적, 정치적으로 억압된 민중은 종교이데올로기적으로도 억압 상태에 놓여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중의 염원은 사회의 공식적 신념체계와는 다소간 별개로 펼쳐진다. 민중의 메시아 대망 신앙은, 비록 그것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닐지라도, 현실 질서의 전복을 지향하였다. (개인으로서든 집단으로서든) 민중은 기적(=현실 초월의 사건)을 열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중의 이 기적 열망은 기적행위자의 등장을 부른다. 누구든지 그럴듯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에게 기적행위를 펼친다면 민중의 열망은 당장 그에게로 폭발하고 말 것이다. 기적행위자를 만나는 순간 민중은 막혔던 집단 욕구 또는 개인 욕구(혹은 과잉분출된 개인욕구)를 조정하는 자정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메시아의 등장이 필연적인 요청에 직면하 시대라도 모든 사람이 다 메시아일 수는 없다. 메시아는 메시아로서의 카리스마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 그는 기존의 체제로서는 감당해 낼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이다('새 술은 새 부대에'---마르 2,22). 이런 의미에서 그는 민중의 집단 염원,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무한정한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발산시키는 존재인 것이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민중의 기적 대망은 기적행위자를 만들어내며 기적사건을 일으킨다. 그러나 메시아는 민중의 기적 대망을,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민중을 하느님과 대면시키고 의사소통하게 하며 도래할 메시아 왕국에 민중을 동원하게 하는 존재이다. 4 치유받은 이 '나병'환자는 예수님의 엄명을 생각해본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니(마르1,44). 도데체 그것이 무슨 뜻일까? 그로서는 메시아가 자신의 기적을 숨기라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쨋든 그는 자신의 가족과 다시 만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나은 것을 알리고픈 마음에 (그분의 말대로) 얼른 사제에게 자신을 보이러 갔다. 율법에 따르면 사제의 검사는 '나병'환자가 나음받았다는 '증거로'( s )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레위 13,49). 자초지종을 들은 사제는 기적으로 질병을 고쳐주었다는 그분이 어떤 분일까 생각했다.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좀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제로부터 검사를 마친 후에야 그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반갑게 병 나은 얘기를 떠벌이다 얼핏 그분의 엄명을 잊은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미 다 말해버린 터. 한번 발설하니 마음 속에서 그 엄명의 힘은 약해졌다. 점차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그는 이 소문을 서슴없이 퍼트리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사건에 사람들은 크게 술렁였다. 사람들은 그분이 예수임을 알고는 더욱 술렁였다. '드디어 오고야 말았구나.' 그러는 사이에 예수일행은 그곳에서 먼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메시아가 왔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이 첩보를 접한 안티파스의 관료들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요한을 감옥에 쳐 넣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첩보병들이 각 마을로 흩어졌다. 이일로 인해 예수일행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마르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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