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4/27 (19:32) from 211.245.9.110' of 211.245.9.110' | Article Number : 1392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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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51 , Lines : 44 |
| 부활신앙과 타자의 윤리-바울의 세례 해석을 중심으로(<몸울림>8(2005.4)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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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과 ‘타자의 윤리’ --바울의 세례 해석을 중심으로 교회 홈페이지 토론 공간에 어떤 이가 부활에 대해 자신의 궁금증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토론해보자고 문제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고민의 요지는 부활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하기는 쉽지만 자기 삶에서 체험한다는 게 도대체 뭔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활이라는 건 어떤 신비한,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고, 그것을 그리워해야 하는 신앙이란 언제나 신자인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고 만다는 얘기입니다. 신념과 체험 간의 거리에 관한 문제인데, 사실 이것은 종교만의 고민거리는 아닌 듯합니다. 20세기 후반의 인류 지성사의 가장 커다란 고민은 ‘나/우리(주체)가 진리를 어떻게 전유하느냐’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전유’라는 것은 ‘체험’이라고 옮겨도 거의 무방할 것입니다. 진리가 ‘지금 여기’에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상하고 거룩하고 올바른 것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라면, 그것은 언제나 우리 ‘밖’에서 우리를 다그칠 뿐, 우리는 혹은 나 자신은 그 진리로 인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리를 더욱 진지하게 마주할수록 사람들은 존재의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고독을, 그 허무감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또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은 진지한 것을 회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잊자, 진리라는 골치 아픈 미로를 벗어나서, 우리 삶의 욕구를 맘껏 누리자. 있는 대로 육체를 소비하자. 진리에 억눌렸던 감성을 다 타버리도록 불사르자. 우리에겐 오늘만 존재한다. 우리에겐 이곳만이 실재한다.’ 이런 생각에 젖으면서 말입니다. 진리의 위기입니다. 진리가 우리 각개의 삶과 만나서 우리의 체험의 일부로서 간직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런데 혹시 아십니까? 성서도 바로 그 고민거리로 힘겨운 씨름판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다시피 야훼 신앙사에서 ‘부활’이라는 주제가 극적으로 부각된 것은 예수로부터 비롯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신앙의 화두가 된 적이 있지만―가령 죽은 엘리야가 ‘그 날이 오면’ 불수레를 타고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던 이스라엘인의 상상은 부활에 대한 믿음이요 꿈이었지요―예수에 관한 전승만큼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예수의 삶과 마주치면서, 하느님나라를 그토록 오랫동안 간절히 그려왔던 대중은 마치 자기들의 꿈이 비로소 실현되기라도 한 양 마음이 한껏 부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이가 공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돌아간 것입니다. 이것은 동시에 그이를 통해 새 세계의 황홀경에 빠졌던 사람들의 꿈이 무참히 짓밟히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안병무 선생이 말하듯, 사람들의 이 한이, 그 상처가 예수 이야기의 형성과 전승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희망이 샘솟다가 무참히 짓밟힌 곳에서, 주변 세계의 공식 언어들이 한결같이 그분을 폄하하고 모독하고 있을 때, 다르게 고백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금지 되었을 때, 사람들은 회당이 아니라 저자 거리로 나와서, 공식언어가 고백되는 회당이나 성전이 아닌, 권력이 비워둔 그 ‘공백의 장소’에서 수군대듯 예수를, 자기들이 기억하는 그 예수를 말했다는 것입니다. 예수 ‘유언비어’(루머)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유포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예수 이야기의 마지막 줄거리가 아닙니다. ‘그분이 살아나셨다. 그분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이런 구호들이 바람처럼 온 세상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예수 부활 소식은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선사된 새로운 희망의 전조입니다. 언어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선사된 대체언어, 집단 실어증 걸린 이들에게 베풀어진 또 다른 기적 사건입니다. 곧 그의 부활은 새 세상을 꿈꾸는 민중의 희망의 부활이었습니다. 자기 삶의 고통에 눌린 자들에게 내린 스러지지 않는 꿈, 죽여도 되살아나는, 깨뜨려도 다시 붙는 질린 소망의 그릇입니다. 현존하는 불의한 권력을 쓸어버리고, 도래할 새 세계의 꿈의 부활, 현존하는 몸의 아픔, 마음의 억눌림을 한 쾌에 쏟아버리고 새것으로, 아프지 않고 눌리지 않는 든든함으로 채워 넣는 희망의 소생. 그런 점에서 예수 부활 이야기는 대중의 ‘희망의 정치화’이기도 합니다. 비록 부활한 예수를 보지는 못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가 풍기는 비상함에서, 이야기 속의 그의 자태가 풍기는 메시아적 여운에서 벅찬 희망에 충분히 사로잡힐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의 이야기는 준비된 이들에게 부족하지 않는 신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세월이 흐릅니다. 새 세계가 도래하기는커녕 앞뒤를 봐도 온통 철벽 질곡으로 둘러싸인 하루하루가 계속됩니다. 차차 사람들은 부활에 관한 신앙 바로 그것으로 인해서 또 다른 고독에 빠지게 됩니다. 바울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내면적 아픔을 절절하게 공감하면서 이 문제에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특히 ｢로마서｣는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그의 사투의 흔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아래에서 인용한 구절은 그러한 흔적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아담으로부터 모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을 지배하였는데 아담이 지은 것과 같은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그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원형이었습니다. ―｢로마서｣ 5장 14절 여기에서 보듯 그의 부활신학은 ‘아담과 그리스도의 유형론’으로 시작됩니다. 첫 사람 아담에게서 죄가 인간의 속성으로 자리잡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간은 죄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아담으로 인해서 인간은 죽음의 흔적을 안고 살게 되었다면, 그리스도로 인해서 인간은 생명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부활이란, 아담이 파놓은 함정 속에 허우적대던 인간이 그리스도가 열어놓은 새 세계의 지평 속으로 들어가게 된 극적인 변화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변화를 여전히 체험하지 못한 이는 아담에 속한 자입니다. 그리고 변화를 처험한 이는 그리스도의 사람입니다. 요컨대 바울은 ‘아담과 그리스도 유형론’을 통해서, 인간 존재의 내적 변화를 부활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첫 예수전승에서 예수의 부활이 현존하는 세계를 전복시키고 도래할 새 세계에의 정치적 꿈의 부활로서 이해되었다면, 바울이 말하는 부활이란 그 과정이 인간 내면에서 실현되는, 곧 체험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아직 그 세계의 도래는 이 세상에선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아직 옛 세상이 지배하고 있지만, 부활한 우리는 새 세상을 ‘내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한가요. 이렇게 부활을 개인의 외부에서 내부로 가져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도깨비 머리통 만지는 듯한 애매함이 있지는 않나요. 나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바울이 다른 구절에서 부활을 ‘세례’와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예전의 우리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서 죄에 물든 육체는 죽어버리고 이제는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로마서｣ 6장 4~6절 세례가 언제부터 유래한 것이고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를 잘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씻음 의식’이라는 것이 죄를, 죄의 몸을 정제한다는 의미를 가졌으리라는 추정은 가능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설파한 세례는 바로 이 씻김의 함의를 신앙의 최고 강령으로 부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한 세례의 특징이라면, 예루살렘 성전의 ‘죄 씻음 기능’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선택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죄를 씻기 위해 성전 경제의 일부가 되어버린 재물의 경제학에 순응하지 말고, 아무런 재물도 필요 없는, 단지 주를 향한 신실한 결단만을 요건으로 하는 세례를 통한 죄 씻음 의식은 곧 요한의 운동에 동참한다는 정치적 선언이기도 한 것입니다. 예수는 세례를 베풀기는 했지만, 그것은 요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광야 한 끝의 강가에 자리를 잡고 몰려든 대중과 집회를 열며 세례를 베풀었던 요한에 비해, 예수는 물이 귀한 갈릴래아 농촌 마을들을 떠돌면서 하느님나라 운동을 벌였으니, 세례 의식은 그다지 적합한 행위가 아니었을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그런 탓에 예수의 세례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여 세례에 관한 그의 독창적인 주장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추정컨대 요한의 추종자이자 동지로서 함께 대중에게 세례를 베풀었으니만큼 이 문제에 대해 요한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독자적으로 활동할 땐 이 의식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수는, 세례에 관한 한, 요한과 결별한 이후에도 최소한 그와 비슷하게 생각했음직 합니다. 그런데 세례는 예수 사후 그리 많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미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무엇보다도 도시 공동체, 특히 비유대지역의 도시 공동체에서 세례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음이 분명합니다. 헬라 지역의 대도시들을 활동거점으로 삼아 예수를 계승하여 하느님나라 운동을 이끈 주요 지도자의 하나인 바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의 서신들에서 우리는, 그 자신이 처음 창작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의 색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세례의 신학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한 주제와 관련해서만 보겠습니다. 예수의 부활 신앙이 박제화되는 현상을 직시하면서 그는 세례를 부활 이해에 연관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용한 본문에서 그는 죄와 구원이라는 양극단 사이에, 죽음의 현실과 생명의 현실이라는 대극의 상황 사이에, 그 극적인 전환의 계기에 세례를 끼워 넣는 것입니다. 즉 세례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행하는 데 필수적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분법적 신학은 부활을 논할 때와 문맥상 동일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둘 사이의 전복적인 전환의 계기가 부활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세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활과 세례는 동일한 것의 다른 표현이 되는 셈입니다. 왜 부활이라고 하면 됐지, 세례라고 다시 이야기해야 했을까요? 내가 보기엔, 이미 말한 것처럼, 부활 개념이 사람들에게 추상적인 것으로만 이해될 것이 걱정된 나머지, 그는 세례라는 대체어를 통해 보충 설명하고자 한 것입니다. 세례는 처음부터 구체적인 행위요 결단을 가리키는 의미 전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극적인 전환의 계기라는 부활체험은 곧 세례의 선언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삶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삶의 선택을 다시 이야기하면, 첫째로 가치의 문제요, 둘째로 윤리의 문제입니다. 도대체 어떤 가치, 어떤 윤리의 선택을 말하는 것인가, 바로 이것이 부활체험의 구체적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말하는 죽음에 대비되는 궁극의 ‘생명의 현실’, 곧 세례의 가치와 윤리에는 신분의 해방, 성의 해방, 품격의 해방 등의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유대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2~13절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 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습니다.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갈라디아서｣ 3장 27~28절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세례라는 것은 ‘주변부 사람들의 해방’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활체험, 곧 세례 선언은 주변부 사람들의 해방을 향한 가치로의 전향 선언을 뜻합니다. 전에는 반대편에 서 있었으나, 이제는 방향을 바꿔 살겠노라는 고백, 바로 그것이 가치의 선택으로서의 부활체험인 것입니다. 자기 중심적인 친숙한 세계를 추구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욕구에 전념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낯선 세계를 향한 욕망을 품으며 살겠다는 삶의 선택인 것입니다. 요컨대 자기 초월에의 욕망을 붙드는 삶을 살겠다는 가치의 선택입니다. 물론 이런 가치의 선택은 매 순간 윤리적 판단을 요구합니다. 도대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낯선 세계로의 욕망을 추구하는 삶인가 하는 것입니다. 세례는 그것을 향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삶의 선택입니다. 날마다 실패하더라도, 그래서 매 순간 자기를 죽이고 다시 생명을 회복하기 위한 부활체험이 필요합니다. 윤리의 선택, 그것은 날마다 자기 초월에의 욕망을 붙드는 삶을 살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주이쌍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진리를 추구하는 삶에서 얻어지는 쾌락을 뜻합니다. 바울이 말하는 그리스도인적 삶의 주이쌍스는 낯선 사람들, 나 자신으로부터 배제당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신의 그림자를 발견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입니다. 그것은 자기를 죽임으로써, 자기를 초월하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신은 나로부터 배제당했던 바로 그이를 통해서 내게 말을 건냅니다. 이러한 신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 그것은 결코 골방에서 얻어지는 자아도취적 쾌락이 아닙니다. 추상적인 진리에 질식해버린 채 그리스도교적 사변의 논리를 캐는 탐구자적 쾌락도 아닙니다. 그것은 주변의 타인들, 자기보다 전혀 우월하지 못한 대상으로 여겨졌던 그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나의 몸의 일부처럼, 아니 나의 하느님처럼 소중히 대함으로써 발견되는 쾌락, 바로 그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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