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5/26 (16:22) from 61.248.24.237' of 61.248.24.237' | Article Number : 1445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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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도 탐구5: 유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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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 탐구5: 유혹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이는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뭅니다.”(요한6,56) 성찬예식 때 흔히 들었음직한 말씀이다. 주의 살과 피, 주의 임재 등은 성찬예식의 공통된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이 구절의 문맥이 되는 ｢요한복음｣ 6장을 통해 보면, 나아가 ｢요한복음｣ 전체를 통해보면 성찬예식과 이 구절은 관계가 퍽 낯설다. 우선 ‘주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을 상징하는 다른 성서 텍스트의 ‘성찬의 말씀들’을 보자. 바울이 전해주고 있는 ｢고린토전서｣ 11장 23~25절은 가장 오래된 성찬 말씀에 속한다. 그밖에 ｢마르코복음｣ 14장 22~25절, ｢마태오복음｣ 26장 26~29절 그리고 ｢루가복음｣ 22장 15~20절 등이 대표적이다. 비교해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일찍부터 성찬이 ‘주의 공동체들’의 집회의 공통된 요소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네 개의 텍스트들 모두 성찬을 주와 제자들의 ‘마지막 만찬’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여 필경 성찬예식은 주의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공동식사의 일부였음이 분명하다. 신분이 높든 낮든,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먹고 마시는 식사다. 모든 차이를 차등화하는 기재들은 이 공동의 식사에선 무의미해진다. 한데 이런 식탁공동체의 이상은 예상 못한 부분에서부터 삐그덕 거린다. 벌써 바울 자신이 ‘떡을 나눔→공동식사→잔을 나눔’(｢고전｣ 11,25)의 형식으로 진행되던 예식에서 공동식사를 제외해버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것은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노동하느라 자유롭지 못한 이들 때문에 집회가 무한정 지연되는 걸 참을 수 없어 먼저 먹어버림으로써 “어떤 이는 굶주리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하”는 현상(21절)이 발생하자 바울이 취한 극단의 조치였다. 물론 그의 의중은 공동체 내의 약한 자들을 배려하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그의 진심보다 형식을 지키는 데 더욱 기민한 이들을 탄생시켰다. 바울 이후 불과 한 세대도 못 되서, 주의 공동체들은 조직화(직제화), 제도화, 정전화(Canonization)의 급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유대교의 급속한 제도화의 높은 파고 속에 주의 공동체들이 회당에서 속속 추방당하고 로마 제국 내에서 후원조직 없는 존재로 표류하게 되는 사태에 직면하여 이를 공격적으로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독립적인 법인체로 살아남으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제도화 전략은 불가피한 이유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곧 왕성한 자기 동력을 발진시키기 마련이다. 최초의 제도화는 수단이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목적과 수단은 혼돈되고 말았다. 다시 ｢요한복음｣으로 돌아와야겠다. 6장은 이른바 ‘오병이어 기적이야기’와 성찬말씀을 결합시킨다. 주와 제자들의 마지막 만찬 배경 대신에 익명의 수많은 이들이 먹고 마시는 사건이 성찬의 배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공관복음서의 오병이어 이야기를 변형시킨 부분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령, 공관복음서에선 예외 없이 ‘물고기와 빵’이 제자들의 비상식량이었는데, 여기에선 한 ‘파이다리온’(paidarion)이 내놓은 것이다. 파이다리온이란 ‘천한 신분의 아이’를 가리킨다. 또 그 아이가 내놓은 ‘빵’은 예식용 빵으로 쓰이는 ‘아르토스’(artos)가 아니라 천민들이 겨우겨우 먹는 보잘것없는 식량으로 사용되는 빵인 ‘크리씨노스’(krithinos)다. 또 공관복음서는 예수가 빵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도했다고 하지만 ｢요한복음｣에선 그런 표현이 없다. 마찬가지로 제자들은 예수가 축도한 빵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존재, 즉 하느님의 축복을 중계해주는 존재로 더 이상 묘사되지 않고, 예수가 직접 나눠준다. 이 모든 묘사들은 직제화, 제도화에 대한 ｢요한복음｣의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주의 성찬은 주의 공동체의 공동예전이기에 앞서 예수와 대중이 벌이는 하나의 사건이다. 차별이 없고, 위계가 없는 나눔의 페스티벌인 것이다. 그런데 교회의 제도화는 나눔의 정신을 담는 장치의 제도화를 꾀한다는 명분 아래 함께 나누는 식사를 삭제했고, 다만 상징의 의례만 살렸다. 일상은 삭제됐고 주의 정신을 담는 비일상의 의례만 남았다. 생활이 없는 의례의 상징화는 주의 기억, 주의 나눔 실천의 기억을 상징 공간에서만 작동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 의례의 전문가, 상징화되고 미학화된 기억의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들은 주의 축복을 나눠주는 중계자임을 자임했고, 점차 자기들만의 의복, 자기들만의 언어 양식, 자기들만의 동작, 소리/음률을 발전시켰다. 이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거의 모든 주의 공동체들에서 그러한 전개의 모델은 대개 유대교 회당이었다. ｢요한복음｣을 낳은 공동체는 본래 유대교 회당 내에서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주후 80년을 전후로 한 유대교의 폭력적인 제도화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배척된 경험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어간 그들이 본 것은 유대교의 제도화/형식화를 모방하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의 모습이었다. ｢요한복음｣은 이러한 추세에 저항한다. 가령, 주의 공동체들의 제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주에 관한 기억의 언술들을 재해석한다.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성찬의 말씀들은 공동식사의 현장 얘기 속의 일부로 편입된다. 아래 도표는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이와 같은 담론전략을 요약한 것이다. 4장 1~42절6장 1~15절9장 1~41절11장 1~16·38~44절사마리아 여인 이야기오병이어 이야기소경을 눈 뜨게 한 이야기나자로 소생 이야기예수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14절)예수는 생명의 떡(29~59절)예수는 세상의 빛(5절)예수는 부활이요 생명(25절) 다시 얘기를 6장의 네러티브로 돌려보자. 1~15절(16~21절의 물 위를 걷는 기적 이야기는 본래부터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와 한 쌍으로 전승된 것이어서 여기서도 쌍으로 이어진다)의 기적이야기에 이어 하늘에서 온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와 군중/유대인 간의 대화/논쟁이 길게 이어진다(22~59절). 대체로 군중은 예수를 추종하는 대중이고, 유대인은 적대자다. 한데 적대자만이 아니라 군중조차도 예수와 갈등에 빠져 있다. 주된 갈등 이유는 그들이 예수의 기적을 정치적 수단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여기서 ‘정치적’이라 함은 적대자를 압도하는 힘을 향한 욕구를 함축한다. 하여 대중은 그를 “왕으로 삼으려” 했다(15절). 이러한 태도는 예수의 적대자인 유대교 회당의 태도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제도화함으로서 제국 내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힘을 가진 집단으로 부상함으로써 야훼의 뜻을 확산시키려는 것이 디아스포라 회당의 공통된 지향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수를 접한 대중도 그러한 욕구를 공유한다. 뿐만 아니다. 60~71절까지 이어지는 6장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제자들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일부가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여기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지도자들의 행태가 주의 가르침으로부터 빚나갔다는 ｢요한복음｣ 공동체의 비판이 담겨있는데, 그 동요의 이유는 앞의 ‘예수의 말씀’ 때문이었다(60절). 곧 제도화, 직제화, 힘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두고 제자들이 예수와 동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한복음｣이 보기엔 주의 공동체들의 제도화의 주역들은 말할 것도 없이 힘의 정치의 사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요한공동체는 주류 교회들이 주의 가르침을 공공연히 부정하기보다는 그 가르침 속에 들어 있는 취지 대신 형식에 몰두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르침을 계승하게 하는, 하지만 그 속에는 유대교 회당의 힘의 정치와 동일한 욕구가 넘실거리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한 절묘한 악마의 유혹과 공동체는 투쟁을 벌인다. 여기서 우리는 주의 기도 마지막 구절을 떠올린다. “우리를 유혹(페이라스모스, peirasmos)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페이라스모스’라는 명사는 ‘시련’을 가리키기도 하고(｢베전｣ 4,12), ‘유혹’을 뜻하기도 한다(｢마태｣ 4,1). 시련이라 함은 외부의 압박에 대한 주체의 힘겨움을 나타내는 반면, 유혹이란 그것이 단지 외부의 압박만은 아닌 상황을 가리킨다. 왜냐면 유혹은 힘겹기보다는 달콤하기 때문이다. 견디는 게 아파서 고통스럽다기보다는 달콤해서 고통스러운 상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그 압박에 동조한다. 뿐만 아니라 유혹은 그러한 동조를 정당화하는 많은 것들로 치장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주의 기도 마지막 단락의 페이라스모스를 시련이라고 하지 않고 유혹이라고 번역하는 게 일찍부터 상식화되었던 것은, 주의 기도를 성찰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퍽 다행이다. ｢마태오복음｣에 “말하자면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구절이 첨가된 것은 시련보다는 유혹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견해를 명백히 밝힌 것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말의 전승과정에서 사람들은 주의 기도의 마지막 구절은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소서”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탓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광야에서 시험받는 예수에게 악마의 페이라스모스가 바로 그런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령 악마는 세상의 돌을 빵으로 바꿔보라고 유혹한다. 만약 돌이 빵이라면 누가 굶주리랴. 하지만 오늘날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해서 굶주리는 이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식량혁명을 낳은 문명의 발전이 진보라는 믿음은 그야말로 유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악마의 유혹은 말 그대로 달콤한 속삭임이다. 예수는 그 속삭임을 견뎌내야 했다. 주의 기도는 바로 이러한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한복음｣의 성찬 비판은 주의 기도 마지막 구절에 대한 하나의 번역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주가 가르쳐준 기도를 다시 번역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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