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04/01 (22:18) from 211.245.9.147' of 211.245.9.147' | Article Number : 150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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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951 , Lines : 117 |
| 좌담-한국교회의 변화와 희망(신학사상 2003년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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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사상 2003년 봄호 심포지엄 원고 초안입니다. 제가 발언한 것을 제외한 부분 외의 나머지는 불완전한 형태이므로 완성된 것을 보려면 책을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 심포지엄: 한국교회의 변화와 희망 참석자 : 유경재, 김순영, 김진호 목사 진 행 : 박종화 박종화 : 이번 심포지움의 주제는 '한국교회의 변화와 희망'입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도 변화하여야 하고, 이 변화는 사회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오늘의 교회에 대한 진단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김진호 : 저는 오늘의 교회를 진단할 때 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종화 : 왜 그렇게 보십니까? 김진호: '위기'라는 것은 '위기구조'라는 차원과 '위기의식'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식이 당면한 상황을 위기라고 느끼는 차원이라면, '구조'의 문제는 그것의 배후를 분석해서 요인들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요인들 간의 인과관계는 어떠한 가를 묻는 차원입니다. 그런 점에서 위기라고 말씀드린 것은 우선 제가 오늘의 교회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것은 오늘 한국에서 교회는 사람들의 무관심 내지는 냉소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제가 보기엔, 오늘 한국의 대중은 기독교인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외부의 시선에서 교회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즉 미학을 결여한 존재로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다음 요인이 무엇인가를 물을 차례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것은 단적으로 볼 때, 변화하는 사회구조의, 가령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같은 시대의 공감에 역행하는 존재로서 교회가 시민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것이 간략하게 본 위기 구조의 차원이지요. 박종화 : 밖으로부터의 도전이 위기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도전이므로 우선 그대로 받아 들였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목회를 해 오신 유 목사님, 교회 내부인의 입장에서 위기라고 일부에서 추궁해 올 때에 그 말에 대해서 긍정, 부정, 또는 어떻게 반응하고 싶으십니까? 유경재 : 교회 내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위기는 성장의 멈춤 내지는 교회가 과거처럼 급속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별로 큰 위기라고 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을 위기라고 느끼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요? 다시 말해서 교회는 계속해서 뭔가 성장해야 된다는 의식으로 꽉 차있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것은 결국 교회의 목적이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실현시키기보다는 교회자체의 세력을 확장시켜서 지배적인 위치에 서고 싶다는 의도가 내포된 생각이라고 볼 때,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가 본래 목적인 하나님에 나라 실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교회자체의 확장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고 거기에 위기가 있다고 봅니다. 김순영 : 저는 목사님 말씀대로 교회가 양적으로 부흥하지 못하고 교회 수 증가 차원에서 멈춘 것만으로 한국교회를 위기라고 한다면 그 같은 사고로 교회를 진단하는 그 자체가 바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교회내의 성 차별적 폭력에 대하여 그리고 성폭력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통일에 대해서도 80년대까지만 해도 통일이라는 말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에서나 불러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교회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북의 정권을 인정한 것, 교회 내에서 여당적인 정치참여는 좋게 보아도 야당적인 정치참여는 비신앙적인 것으로 여기던 풍토가 사라진 것, 교회 안에서 인권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 건강한 시민사회연대에는 신앙인이든 타종교인이든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 등은 위기보다는 하나의 희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에는 교회생활 하면 신앙생활 하나로만 관심 되었지만, 이제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제기를 교회가 조금씩 포용할 수 있게 된 것 교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하나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화 : 우선 이 이야기는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모든 면에서 현재를 위기로 본다는 공통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위기는 위험도 있지만 하나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위기는 이 두 가지 현상을 내포하는데, 우선 실질적으로 성장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 문제를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한국교회가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양적 성장을 하였다는 것은 어느 나라도 부정하지 않고, 우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잠시 한국교회의 성장을 사회현상과 비교하고 싶은데,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김진호 : 한국근대화 과정에서 교회가 국가 혹은 사회의 욕망구조와 잘 어울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1960년, 70, 80년대의 시대정신은 단적으로 "잘 살아보자"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인이 자신의 삶의 질곡을 가난으로 읽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러한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을 욕망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한국의 시민종교'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잘 살아보자"는 욕망이 한국의 시민종교이던 시절, 교회는 그러한 한국인의 집단적 욕망구조와 잘 부합하는 신앙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교회의 신앙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교회의 급속한 양적 성장은 바로 이런 시대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데, 1980년대 말, 특히 90년대 이후 한국인의 욕망의 지형이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몇몇 사회학자들은 이 시기를 소비자본주의의 대두라는 관점에서 봅니다. 달리 말하면 한국인이 이제소비자로서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비로소 개인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화'가 중요한 화두가 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가능해 집니다. 사람들은 이제 잘 살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기 하기보다는 멋있게 살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런 맥락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의 선교전략이 여전히 과거 성장주의시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문화선교라는 말이 대두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문화적 요소를 성장주의에 도입한데 불과하고, 삶의 질의 문제를 신앙 담론 속에 적절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교회는 퇴행한다고 비춰지는 것이지요. 유경재 : 목사님 지적하신 대로 우리 교회의 위기는 사회적 현실뿐만 아니라 정치적 현실과도 관련이 됩니다. 1992년에 김영삼 대통령이 되었을 때 교회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때에 의외로 사회는 교회에 대해서 아주 냉소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영삼 대통령이 실패로 끝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사람들이 실망하고, 5년을 참고 기다렸는데 기대하였던 이회창씨 대신에 노무현씨가 당선되면서 더 이상 참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근 시청 앞 기도회가 그런 위기감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기도회는 오히려 우리 사회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해 더 냉소적인 자세를 갖게 만들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사회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교회는 그 변화를 거부하고 자기가 이제까지 누렸던 기득권세력을 유지시키고 지켜가려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이 사회와 더욱 격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김순영 : 저는 시청 앞에 모였던 평화기도회는 광화문에 모였던 촛불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유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한국 기독교의 보수진영이 김영삼 정권에 대한 실망감, 야당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것에 대한 실망감, 같은 정당의 노무현씨가 대통령 당선자가 된 것 때문에 온 실망감 때문에 평화기도회를 열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민족의 자주적 주권이 부당하게 훼손당하고 있음을 뼈아프게 느끼지 못하고 효순이, 미순이 같은 희생자들에 대한 인권회복을 위한 정의적 차원을 읽지 못하는 무지에서 그 같은 기도회를 열었다고 봅니다. 단순한 반미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우방이라면 동등한 권한으로 함께 해야 한다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도전을 미국을 반대한다는 반미감정으로 만 이해한 보수적 교회지도자들이 빚은 해프닝이라고 봅니다. 유경재 : 아니지요. 제 생각에는 이회창씨가 되었으면 아마 그런 기도회가 모이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김순영 : 이회창을 지지하기 위해서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유경재 : 이회창씨를 지지하던 사람들의 울분이나 분노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제가 몇 사람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공통적이었습니다. '5∼6만의 간첩이 활동한다' '땅굴이 어디까지 들어왔다' '남한이 잘못하면 공산화 될 것이다'라는 표현들이 자기들이 바라는 사람이 안 된 데에 대한 울분의 토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울분의 표현이 결국은 시청 앞 기도회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우리도 살아있다'라는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급하게 모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종화 : 그런 현상은 전에도 있었습니다. 촛불평화시위, 시청 앞 평화구국기도회, 이는 첨예하게 대립된 현상입니다. 비슷한 대립 현상이 70년대도 있었고 60년대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여의도 대형집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상황은 극렬한 유신과 그 문화, 거기에 대항해서 산발적으로 도시산업 선교, 민주화운동 등 또 하나의 저항문화가 같이 존속했습니다. 그것이 70년대를 거치고 80년대에 오면서 경제성장과 뒤범벅이 되면서 성장은 성장대로, 종교는 종교대로 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도 비슷한 형태의 문화가 촛불평화시위와 시청 앞 대응기도회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상당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났는데, 이는 교회 위기나 신학적 위기나 신앙적 위기가 아니라 교회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촛불시위는 그냥 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분명히 기독교의 정체성을 내걸고 교회의 이름으로 '반미는 안 된다, '반북이여야 한다' 라고 외쳤습니다. '친미' '반북'을 신학적 반성과 신앙적 자기 정체성과 상관없이 교회란 사회조직을 통해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진보냐 보수냐를 막론하고 사실은 정치적 교류를 해온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비정치적이라고 말만하였을 뿐, 친미적 또는 반북적 이념성향과 결부된 정치적 색채를 엄청나게 띠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90년대에 와서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정치적 시위문화가 나쁘다고 말하기 이전에 참다운 신앙적 자세, 올바른 신학적 이해와 비판을 결부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유경재 :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느끼는 것은 기독교인의 정체성 문제입니다. 자기가 기독교인으로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문제를 놓고 교회에서 진지하게 성서연구를 한다든지 신학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풍토가 되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인인가?'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북한의 핵 문제나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려는 데 대하여 기독교인은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신학적인 반성 같은 것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 위기가 있다고 봅니다. 김순영 : 교회 내에서 의식이 있는 이야기를 꺼내면 희망이 있는 것이구요, 의식이 있는 이야기를 메시지를 못 꺼내면 그것이 위기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영삼 대통령의 자녀들, 정치 지도자들인 장·차관들과 국회의원들이 기독교인이면서 부정부패에 가장 가깝게 있었던 것도 한국교회의 위기로 작동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나 국제 사회의 이슈에 대하여 교회가 시민사회보다 못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 위기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교회의 위기를 이야기 한 할 수 없지요. 예를 들면 부시정권이 '무한정의'와 '항구적 자유'라는 작전 명으로, 테러를 용서할 수 없다며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면 굉장히 신앙적인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것은 신앙이 아니잖아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하라고 하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나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심판하는 차원으로 가는 것을 교회가 적극 지지하는 것은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동조하고 그것을 옳다고 하는 그런 차원이 바로 교회에 굉장한 정체성의 위기가 가져오는 것이고, 진리에 대한 위기도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호 : 박 목사님께서 '교회가 사회적 실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달리 말하면 교회가 시민사회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신학은 교회가 시민사회와 어떻게 관계맺음을 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데 실패했다고 봅니다. 사실 대부분은 그런 것에 관심도 없었어요. 어느 종교 학자에 의하면, 정교분리와 신앙의 서양 근대의 반교회적 분위기에서 기독교 신앙이 근대와 합류할 수 있게 한, 위대한 신학적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이 두 신앙의 요소가 전근대적인 것과 신앙을 구별짓게 하는 장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근대는 서양인에게 두 가지 의미를 동시적으로 갖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시간적인 것으로 서양의 중세를 가리키고, 다른 하나는 공간적인 것으로 비서양을 가리킵니다. 당연히 우리에게는 후자가 중요합니다. 즉 교회는 한국의 전통적 시민사회를 공세적으로 제거하는 담론형태로 한국의 시민사회에 자리 잡았고, 이것은 서구의 모방에만 열을 올렸던 한국의 근대화와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시민사회의 이러한 관계는 오늘까지도 큰 변화 없이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교회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한국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자기내부로 삼투시키는 데만 열을 올린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신앙적 기조가 시민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서 교회가 정착할 수 없게 했던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오늘날 교회는 여러 가지 형태로 시민사회에 개입하여 합니다. 시청 앞 기도회도 그런 경우이고요. 지난해의 {예수는 신화다}를 둘러싼 교회의 공세적 태도도 그렇습니다. 가수 박진영에 대하여, 영화 <거짓말>에 대하여 등등, 교회는 이전보다 시민사회의 담론 지형에 하나의 의제집단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근 미국의 기독교가 자신을 정치세력화 하는 모습과도 어느 정도 유사성을 지닙니다. 한데 문제는 그러한 개입에서 신학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 기도회'하는 아름이 과연 가능한가? '나라 / 민족', '평화'의 관계는 평화학의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의 요소입니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은 그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야기해 왔습니다. 한데 더욱 문제는 신학이, 서양 신학자들의 주장을 표절하는 것 외에, 더 해야 할 말에 대해 거의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대중문화와 관련해서 표현의 자유의 문제가 신앙 내적인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신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교회는 어떤 형태로든 시민사회의 의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신앙의 외부문제로서 인식될 뿐 신앙 자체의 문제로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위기는 '신학의 실패'와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박종화 : 한국교회가 해방이후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사회적 실체로서 성경 말씀대로 소금과 빛이 되고자 하는 사회적 선교를 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지금 이야기하는 신학적 반성이 얼마만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정의라는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신학적 판단과 가치 판단에 신학적 성찰과 신앙의 입김이 실제로 얼마큼 작용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거꾸로 이념적으로, 사회 규범적으로 자기가 소속된 이데올로기를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는데 교회와 신앙이 이용되었을 뿐입니까? 사실 사회적 통념과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교회가 이용된 측면이 많다고 하면 신학적으로 교회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 우리가 심도 깊게 비판을 해왔습니다만, 여전히 그 위기는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 위기가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자세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제가 화두를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다원성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했던 일 중에 어려웠던 시절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되어 그들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한 산업선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가 완전히 전문화되어서 교회가 개입할 필요가 없이 전문화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환경운동 같은 것도 사실은 창조 신학이름으로 저희가 제일 먼저 담론을 꺼냈고 '환경파괴 극복이 하나님 창조질서의 회복입니다' 라고 신학적 반성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운동 단체가 전문화되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소비자운동, 여러 가지 NGO들이 생겨나면서 정부기구도 NGO의 성장과 더불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 대응 전략으로 전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다시 교회다운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예언자적인 목소리로서 큰 펀더맨탈한 것을 외쳐야 하는데, 교회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떤 이익 단체나, NGO의 한 부분으로 머물고 있지 않느냐 하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자기 구실을 분명히 선언해야 하는데, 기독교의 신앙이 할말을 잃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회는, 사회가 다원화된 사회 구성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것을 조정해주고 코디네이터 해주고 협력함으로 더 좋은 사회로 이끄는 것이 교회의 역할 아닌가요? 교회 자체가 또 다른 환경 단체화, 또 다른 인권 단체화, 노동 단체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다원화된 사회를 밀어주고 협력하면서 뭔가 다른 힘을 보여주는데 교회가 서야 되지 않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순영 : 아마 개 교회에서는 NGO들이 활동하는 만큼 사회를 보지도, 분석하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대체하지 못하는 게 교회의 성도들의 모습이고 목회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교회의 교인들 그러면 교회 내 모든 집회, 행사에 주로 머무르고 있지 NGO들이 활동하는 여러 가지 인권문제들이든지 참여적 문제들, 새로운 대안 책을 내놓는 문제들, 그런 부분들은 결국 알지도 못하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교회가 NGO들의 활동보다도 못하다고 봅니다. NGO의 활동들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공동체를 살려내는 역할들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자기 개인 이익보다는 사회가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게 NGO들의 모습인데, 오늘 교회는 사회가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고 사회를 살려내야 된다고 하는 것과는 멀리 있지 않습니까? 교회 내에만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게 안 되면 교회가 위기가 왔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교회는 매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유경재 : 과거에 NGO 활동들이 별로 없었을 때 교회가 중심이 되어서 NGO 활동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도시산업선교라든지 민중화 운동이라든지 다 그런 활동이었습니다. 이젠 그런 활동을 하는 NGO들이 활성화되면서 교회가 할 역할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교인들로 하여금 이런 NG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인들에게 'NGO에 참여하라. 그것이 바로 신앙이다, 그것이 신앙의 성장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 또 그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라고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의 교인들은 거의 NGO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물론 NGO도 가만히 보면 상당부분 기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은 만약에 천만이 되는 그리스도인들 중 한 30% 만이라도 적극적으로 NGO에 참여하면은 NGO가 더 활성화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한 교회에서 26년 동안 계속 설교하며 강조한 것이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역사 현실을 좀더 하나님의 나라 시각으로 보고 판단하고 그리고 행동할 것을 설교해왔는데도 좀처럼 교인들의 의식이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의 의식이 그렇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교인들의 의식을 계속 변화시켜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면서 그 역사의식을 가지고 오늘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아까 말한 대로 교회가 예언자적인 역할을 통해서 오늘 이렇게 복잡한 사회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뭐가 옳고 그른가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전혀 그것이 안되고 있어요. 신학교육부터 근본적으로 변화되어 목사들의 의식부터가 달라지면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박 목사님이 제시한 대로 한국교회는 최근에 와서 사회봉사 프로그램이나 환경운동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으로 의식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것, 그래서 예언자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함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구약시대에 위기 앞에서 평화를 이야기했던 거짓 예언자들이 수두룩했었는데, 지금 한국교회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거짓예언자의 위치에 서지 않을까 두려워집니다. 김순영 : 목사님의 말씀에 적극 찬성하는데요, 교인들을 교회 교인으로서만 붙들어 놓으면 안 되고 여러 가지 시민사회운동이 연대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인들의 의식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봅니다.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없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식의 변화를 갖는 데에는 여성 신학적 관점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한국에 여성신학이 소개된 지 20년이 넘지만 가까이 되었지만, 개 교회에서 여성신학의 이야기가 확산되거나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또 목회자들도 신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공부하고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성신학은 기독교의 편견들, 기독교 자체 내의 오류가 무엇인지, 기독교의 병들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에 시민사회들의 문제제기 등에 대하여 보다 열린 입장에서 포괄적으로 수용하도록 일깨웁니다. 그리고 변혁을 위한 도전을 하게 함으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이끌기 때문에 여성 신학적 활용되기를 저 개인적으로는 바라고 있습니다. 김진호 : 시민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NGO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데는 異論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NGO가 되어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시민사회 내에서 교회가 부적절한 위치가 문제가 되는 오늘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목사님들께서 말씀하신 교회의 NGO화는 분명 실천의 시각에서는 중요하지만 또한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있는 교회 이야기를 드리면, 저희는 몇 년 전부터 교회의 모든 식구가 하나 이상의 NGO에 참여하도록 권장했습니다. 이때 문제가 됐던 것은 신앙에서 실천을 중요시 하다보니 교회의 실천능력보다 NGO가 훨씬 앞선다는 것이 신앙적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거예요. 이는 교회의 존재 위기를 낳았습니다. 그런 신앙 아래선 교회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희 교회 같은 실천적 지향을 중요시했던 교회들은 예외 없이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겁니다. 박 목사님께서 사회의 도덕적 기조로서의 펀더맨탈한 것을 신앙의 핵으로 간직해야한다는 얘기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합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제 식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기독교 신앙의 핵은 '성찰'에 있다고 봅니다. '성찰'을 뜻하는 영어 '리플랙서빌러티(reflexibility)는 어떤 운동/지향을 자기 자신에게 되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 문법 용어인 '재귀'(reflexive)라는 표현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끊임없이 제자들을 향해 성찰, 즉 재귀적 태도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말이나 행위, 비판하는 말이나 행위를 타인에게만 향하지 않고 다시 자기 자신을 비추는 잣대로 삼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자신을 '타자화' 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 연구자로서 제가 보기엔 이것은 예수 신앙의 고유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신앙을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잃어버렸습니다. 교회야말로 타인의 시선을 가장 무시하는 존재지요.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질서, 독선적인 것은 이제 교회의 상징이 되어버렸어요. 신앙에 관한 학문을 도그마틱스(Dogmatics)라고 하잖아요, 불변의 진리에 관한 학문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도대체 예수의 신학이 어떻게 도그마틱스가 될 수 있나요?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에 관한 도그마의 부정인데 말입니다. 그분은 '메시아는 이런 존재다'라는 일체의 지배적인 가정을 부정했던 분 아닌가요? 그분이 '비천한 존재'로 온 것은 '거룩한 신'의 부정이고요, 그분이 비참한 죽임을 당한 것은 승리자 신에 대한 부정이 아닌가요? 부활이란 이런 부정의 진리가 신적으로 보증되는 사건이라고 성서의 예수 신앙은 고백합니다. 그분은 우리가 확실하게 인식해 왔던 어떤 진리의 코드도 부정했습니다. 동시에 그분은 새로운 진리의 코드, 새로운 도그마를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분이 보여준 것은 도그마가 부정되는 곳에서, 가장 비천한 곳에서, 그러한 역설적 공간에서 신의 미소가 엿보인다는 것이지요. 저는 교회가 이러한 예수의 신앙을 회복할 수 있다면 시민사회 내에서 교회가 도덕적 기조로서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존재로 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순영 : 김 목사님이 지적한 교회내의 권위주의, 성직주의, 위계지배, 질서주의, 이런 것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 가장 쉬운 방법은 주로 권위주의가 남성중심이고, 위계지배질서도 남성중심의 위계질서거든요. 이것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여성을 참여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단에서, 부엌에 이르기까지 남녀가 항상 동 수로 함께 참여하게 하고, 결의 기구에도, 주일 예배순서에도 남녀노소가 함께 해 나가는 것을 생활화하면 극복되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성서의 가부장성도 폭로되어 더 이상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고, 불평등한 삶을 마치 은혜로운 삶인 것 같이 가르친 것들이 바뀌어 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교회 중심주의, 교회 승리주의에 여성신도들도 다 함께 합세하여 한국교회를 부정적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주도적 지도자들이 주로 남성목회자들과 남성평신도들로서 한국교회를 수직적 소통구조와 더불어 사회와 교회를 이원화시키고 신앙적인 삶을 교회 안에서의 활동으로만 평가하여 성도의 삶이 교회중심주의를 지향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회가 자기성찰을 하였지만 그것은 항상 교회 내에서의 회개와 성찰이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회변혁의 과제는 항상 뒷전에 있게 되고 시민과의 연대운동도 교회에서는 생소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봅니다. 김진호 : 최근 기독교방송이 목회자라는 주제로 연이어 좌담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목회자는 성직자인가'라는 주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주제의 핵심은 목회자 중심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자명한 것 같으면서도 또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즉 제가 보기에 목회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때조차도 목회자 중심적 언술들이 도처에서 우리의 언어 속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게도 마찬가집니다. 즉 목회자 중심주의는 기독교 신앙의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이미 견고하게 우리의 신앙적 정체성 형성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호칭의 문제까지 세세하게 우리를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바로 이런 것이 성찰적 태도인데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목회자 중심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자목회자'에 관한 여성 신학적 주장에서도 이러한 혐의를 봅니다. 물론 남성 목회주의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하지만 여성이 목회자가 되는 진입장벽을 허물라는 주장은 목회자의 신앙 자원에 대한 남성 독점을 해체시킬 수는 있어도 그것이 동시에 목회자 중심주의를 강화하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성을 존재론적으로 비권위주의적이다라는 주장이 이러한 저의 비판에 대한 하나의 대답인 것 같은데, 저는 거기에 좀처럼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권력, 혹은 권력제도를 너무 안이하게 보게 합니다. 오히려 목회자 중심주의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종신직 위원회로서의 당회, 배타적인 권위로서의 설교권, 축도권, 집례권 등은 교회직제 혹은 예배 제도로서의 중심주의적 장치들입니다. 여기에는 남성주의만이 아니라 이성애주의, 나이주의(agism), 계급주의 등 무수한 배타주의가 포함되어 있지요. 이 모든 문제들을 어느 하나도 유보하지 않고 문제 제기하는 것, 이것을 사회학적으로 급진적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김순영 : 여성도 목회자가 되면 여성 목회자 중심주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하셨는데 우선 신학적 의식이 가부장적이며 위계주의적 입장을 가진 목회자라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부장적 성직주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 신학적 입장은 적어도 배타적인 성례· 축복· 설교를 넘어서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성 신학적 입장은 배려와 돌봄과 하나 됨을 평등하게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고 ,성령의 능력 안에서 성과 인종과 계급을 넘어서 똑같은 주의 종들로 고백하기에 때에 따라서는 특별히 준비된 예배순서로 서로를 위해 축복기도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성 목회자로서 교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정자, 협력자로 일하는 것이 목회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이기에 항상 앞서서 끌어가는 지도자 그래서 항상 위에서 일방적으로 계획하고 선두 지휘하는 그런 보습이 목회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회에서의 목회자 중심주의는 리더십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종화 : 의식은 옛것인데 외형인 구조는 자꾸 바뀌어 가고 있고, 생활의 콘텍스트는 계속 바뀌는데 의식은 옛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하이에라키 같은 것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저는 반론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교회에서 목회자와 장로 집사 등 모두 '역할 전문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설교하는 목회자로 목회에 전념할 터이니, 장로님들은 행정 일을 해주시고, 집사님은 봉사의 일을 해주십시오' 하는데 교인들은 목사가 왕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또 그래야 교회가 잘되는 풍토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회가 자연스럽게 목사가 전체의 결정권을 다 행사하는 하이에라키 구조로 되어졌습니다. 그런데 목회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좋은 설교와 목양의 방법은 그것들을 이양해 주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책임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평신도들은 교회 와서 편안하게 설교 듣고 가려고 하지, 힘든 일과 결정을 가능한 안 하려고 합니다. 이점에서 볼 때, 어떻게 보면 목사 중심주의가 있는 현상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또한 평신도들의 책임 회피라고 하는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역할이 상당히 줄어들거나 정체되었을 때 그 역할에 대한 보응을 교회 와서 받으려고, 행사하려는 것입니다. 목사뿐만 아니라 신도들에게도 문제는 분명히 있습니다. 목사 성직주의라는 잣대로 교회의 모든 문제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분명히 성직주의는 있습니다. 그런데 평신도 중심적인 이해관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목사의 전문성에 대한 상호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하이에라키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하이에라키를 도덕적 권위, 실질적 이해관계의 파워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목사의 설교자적 권위를 평신도 지도자가 대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전문화 될수록 교회도 사회 구성원의 한 부분으로 모든 영역에서 역할 전문화가 이루어 졌으면 합니다. 경영도 목사가, 설교도 기도도 목사가, 헌금도 목사가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분담이 있었으면 합니다. 요즘 교회 자체는 구시대적 스타일에 매여 있고, 사회는 전문화되어 가고, 전문화된 사회에서 교회를 바라 볼 때에 전문가가 서 있을 공간이 없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그것은 목사의 책임도 있고, 목사 아닌 사람도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역할분담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목사로서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며, 장로도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고 집사도 지키자는 겁니다. 그 역할에서 남녀를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순영 : 그런데 그 위계질서가 계속 존속하고 있잖아요? 역할 전문화라는 말로 치리, 경영, 설교를 말씀을 하셨는데, 위계질서라는 말만 뺀 듯한 것 같습니다만. 죄송하지만 저는 계속 위계질서를 말씀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박종화 :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동교회와 비슷한 우리교회도 당회가 최종결정기관인데, 실제적인 결정은 위원회가 합니다. 우리교회에는 위원회가 20개가 넘습니다. 이 위원회에서 다채로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순영 : 위원회에서 일하는 문제와 역할 전문화로 일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지요. 위원회는 남녀가 다 구성이 되고 거기에는 반드시 전문가나 아는 사람이 다같이 모여서 의논이 되는 것이니 위원회별로 분산이 되어 일을 처리하는 것에서는 위계적도 아니고 배타적도 아닌 평등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역할 전문화라는 차원에서 목사만 설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물론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서 설교해야하는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지만 때로는 평신도들도 설교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젖먹이의 입을 열어서 말을 하게도 하신다고 그랬는데, 왜 꼭 목회자만 설교를 해야 한다고 하는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유경재 : 제 생각에는 신학의 문제라고 보는데요, 제가 아까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은 교회의 목적이 하나님 나라 실현에 있지 않고 교회 확장에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개혁교회에서는 목사이고, 로만가톨릭에서는 교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개신교들은 완전히 개교회주의로 발전하면서 목사의 권위가 교회를 좌우하게 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교회라는 인식이 분명해지면 권위주의가 사라질 것입니다. 목사를 목자라고 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참 목자는 하나님뿐이시고 우리는 모두 그의 양들임을 인식하면서 목사는 항상 자신을 종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항상 종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목회를 하니까 훨씬 편하고 좋더라고요. 목자가 아닌 심부름꾼이요 종이라는 인식이 이루어지면 교회가 권위주의를 벗어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종화 : 설교는 목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평신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교란 이름 하에 집사도 설교한다면, 이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설교란 용어는 목사에게 만 해당하고, 증언이란 용어는 집사도 할 수 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지혜로운 언어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순영 : 왜 설교는 평신도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종화 :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목사의 고민은 목양적인 설교를 비롯한 목회적인 것입니다. 이것을 하기도 힘이 들고 시간이 모자랍니다. 누가 저보고 제왕적 대통령 비슷한 당회장을 하라고 하면은 어렵습니다. 김순영 : 보통 권위라고 그럴 때 여성신학에서 정의를 내리기를 북돋아주는 힘으로 생각합니다. 조정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북돋아주는 힘이 권위거든요. 격려시켜주고 배려해주고 세워주는 권위입니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이 적어도 권위를 가졌다 라고 하는 것은 남을 자꾸 세워져야 됩니다. 남을 북돋아줘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게 참된 권위이기 때문에 그런 목회자가 꼭 설교해야 된다라는 고정관념은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성령이 임하시면 누구든지 하나님 말씀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남자 아니면 안 된다는 남성중심의 신앙적 고정관념이 여성안수를 막아서지 않았습니까? 입장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여성 안수와 더불어서 성령이 여성들을 일으켜 세울 때에 여성들이 목회자가 되기도 하고 또 설교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집사가 하나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간증으로 못 박고 목사가 하나님께 대하여 말하면 설교라고 해야 한다면 이는 목사의 권위의식에서 특권의식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유경재 : 그것은 조금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훈련받지 않은 평신도들이 설교를 할 수 있다고 할 때에,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간증은 가능하지만 설교하려면 성경에 대한 연구와 준비와 신학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보기에 어렵다고 봅니다. 김순영 : 평신도들에게 설교 한번 하라고 하면은 목회자들보다 밤 많이 새서 기도하고 책 더 들어다 보고 굉장히 애를 씁니다. 우리가 자꾸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설교권, 축도권, 무슨 권 그게 다 권위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권 자만 안 넣어서 그런 것이지, 설교도, 축도도 굉장히 권위의식에 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여성들은 모이면, 그런 권위의식 없이 공동 축도를 같이 하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공동으로 우리가 축복하고 기도합니다. 그게 하나님 앞에서 서로서로 복을 빌어 주는 것인데 그게 꼭 목사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되는지요. 유경재 : 설교권은 말씀의 권위를 위해 전문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설교에 있어서 말씀의 권위가 세워져야 하는데 그런 말씀의 권위를 위해서 전문가가 필요하지요. 김순영 : 권위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것을 듣고 깨달은 사람에게 은혜가 된 것이지, 누가 나는 권위가 있어서 섬기겠다 라고 해서 그 사람이 은혜를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목사님이 열심히 설교했는데 교인들 중에는 전혀 난센스 말씀을 하고 계신다라고 생각될 때 하나도 은혜가 안 되는 것이거든요. 목사 자신은 하나님 말씀으로 권위를 가지고 한다지만 듣는 우리 여성신학에 있어서 목사님들이 가부장적인 것, 남성중심의 위계질서, 이런 입장에서 이야기하면은 들을 수가 없어요. 그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인가? 너무나 잘못된 말씀을 계속 하나님의 이름으로 증거 하는데요, 정말 기가 막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목사님은 목사님이니 설교가 살아있다라고 표현할 수는 절대로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은 굉장히 생각해야할 것 같습니다. 김진호 : 저는 목회자를 전문 설교자(preacher)로 단정하는 데 주저하게 됩니다. 일반 신도들이 훈련받지 못한 설교를 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목사직 수행자들도 훈련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목회직의 수행 과정에서 설교 내용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에 충실할 수도 없습니다. 뒤의 경우는 박종화 목사님 말씀대로 역할 전문화가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보완되겠지요. 하지만 학문적 훈련, 신앙적 감수성, 세계 변화를 읽는 능력 등, 어느 하나도 신학교 출신자가 단적으로 우월하다는 자명성이 도출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현실은 목사의 실제적인 능력에 비해 교회 신도들의 목사 이미지는 과도할만큼 과평과되어 있다고 봅니다. 바로 여기에 김순영 목사님의 문제제기의 핵심이 있다고 봅니다. 요컨대 교회의 권위 자원에서 설교직이라는 것을 독점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설교직을 독점 강화하기보다는 그것을 공유하는 편이 교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면에서 저는 오히려 예전의 전문 기획자라는 의미에서 사제직(priestship)을 목회자의 전문 역할로 한다면, 박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역할분담의 관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아까 김순영 목사님이 교회 구성원간의 관계틀을 코디네이터한다고 하셨던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희 교회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전의 기획이라는 차원보다는 교회적 신학의 번역이라는 차원에서의 설교에 좀더 적합한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교의 독점을 부정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혹은 집단에게 최소한 주기적으로 설교를 배분했습니다. 한데 문제는 엘리트 몇 사람에게 과점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집단설교의 경우도 기획 과정에서 의제 주도 집단에게 전유되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과점될 때, 상대적으로 실패의 확률이 낮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엘리트주의적이고 남성주의적인 관행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내면화되는 양상이 생긴 것입니다. 결국 설교를 매개로 하는 권위의 집중화를 문제시한다면, 예전 기획자의 창조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김순영 : 목회자 중심주의, 다시 말해 목회자만이 교회의 센터가 되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목회자가 교회중심이 되어 교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교인들이 아무리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중심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으로 교육하고 훈련되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나도 센터가 될 수 있고, 너도 센터가 될 수 있는 열린 교회 현장에서의 삶이 성직주의, 성차별주의, 성역할 고정관념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사님! 교회에서 가능하면 평신도들이 한번씩 설교를 다 해보고 나면 성도들의 사고와 인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국교회만 이것만은 목사가 고수해야 된다라는 이런 입장만을 계속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면 평신도와 목회자의 거리는 항상 위계질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을 거예요. 평신도들도 한번 단에 서서 설교해볼 수 있고, 목회자도 부엌에서 예수님의 식탁공동체를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성도 스스로 여러 차례 다 해보고 일상적으로 '아 목사님이 말씀 전하는 것이 가장 좋겠구나. 말씀 전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드려야겠구나' 라고 하면서 공감되어지지 않을까요? 서로서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하고, 교회가 틀을 딱 만들어 놓고 이런 구조, 이런 구조에 맞춰서만 움직여야 된다. 이것을 넘어서면 큰 일 난다 라는 식으로 아주 강박관념을 갖게 하면은 교인들이 어떻게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잘못된 구조에 도전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잘 길들여진 교육에 순응하게만 되지 않겠습니까? 교회에서부터 도전도 하고 변혁도 하고 시도도 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에 나와서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특권의식에 '아니요'하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서 항상 '예'만 해라 위의 질서에 '예'해라, 이것도 다 하나님 명령이다, 이렇게 길들여진 사람이 언제 사회에 나와서 잘못된 것을 보고 도전도 하고 변혁도 하도 거기에다가 '아니요' 라고 제동을 걸 수 있겠느냐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라고 하는 것이 사회를 살려내려고 한다면 교회 온 성도들은 이런 충분한 훈련을 여러 가지 벽이 없이 다 편안하게 교회 안에서부터 경험하고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의식화된 사고로 모든 사물을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진호 : 저는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타적 권위를 배분하기 위한 실험은 정당하지만, 동시에 그 정당성 때문에 실험이 시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개혁적인 것은 좋다는 환상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고, 다른 문제제기에 마음을 닫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실험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패배의식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박종화 : 그 부분은 변화에 대한 희망 사항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지, 그런 부분은 자꾸 실험 목회를 통해서 확장이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르는 권위주의가 아닌 섬김의 권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가 성장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제안할 것이 있는데, 교회가 민주사회를 지향한다라고 전제하고, 교인들 중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목사 빼놓고, 사회활동을 참여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다른 사회 운동단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재원을 실제로 시민단체나 교회 뜻에 맞는 또는 연합할 수 있는 좋은 단체들에게 지원함으로, 이를 통해 간접적인 선교를 하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지금 모든 NGO가 말이 NGO지, 재정자립을 못 해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NGO들간에 큰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흐름을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는데, 개 교회 차원만 가지고는 힘들고, 한국교회에 결단이 있어야 지만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NGO중에서 교회 만한 NGO가 없습니다. 왜 없느냐 하면은 첫째로 자원봉사자가 교회만큼 많은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정자립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교회밖에 없습니다. 어느 NGO가 돈이 있습니까? 이 두 가지가 큰 요소인데, 교회와 시민 운동단체들간에 적극적 합의와 결합을 이끌어 내면 한국교회가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교회는 빨리 자기 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진실로 예언자적 선포를 할 수 있는 자기위치를 확보해야 합니다.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곳이 교회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교회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보니 사회에 대한 봉사도 모자라고, 신학적 자각도 없고, 교회가 하나의 사회구성체인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자를 위한 교회, 하나님나라를 대신하는 교회 등 사명이 확고해야 하는데, 이는 목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경재 :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서구 기독교는 이 천년 역사를 가져온 데 반해서 한국 기독교는 100년 좀 넘었습니다. 모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적자원이나 재정을 NGO에다 지원해 주면서 사회 변화를 이룩하는 일에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한 예를 들면, 예산 편성할 때에 해외선교나 농촌교회 지원 같은 전통적인 사업에 예산 배정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연구소나 잡지사 혹은 NGO를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에는 인색하기 마련입니다. 박종화 : 그런 면에서 목사의 권위가 없으면 한푼도 못 줘요. 오히려 그런 때에는 권위가 필요합니다. 김순영 : 교인들을 의식화시키지 않아서가 아닌가요? 저는 NCC에 오래 참여할 때 교회에서 노동자의 인권이든, 여성의 인권이든, 재일 교포들의 인권이든 인권이란 말만 하면 운동권에 속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뜨거운 기도생활을 통해 은혜 받은 생활을 안 하는 사람으로 여기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위엄성이 다 드러난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말해주는 것인데,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회복은 말해도 사회에서의 인권회복 차원은 교회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고 보아, 인권운동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바로 인식의 부족이고 의식화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환경운동가들의 수고와 노력과 하나님의 창조를 보존하고 후대의 자손들을 위한 배려운동으로 의식화되면 환경단체나 연구소 등에의 지원이 바로 하나님의 일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가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서의 남녀 평등한 삶을 위해 예배를 새롭게 구상하고, 신학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정립협회와 세미나, 여성 신학적 성서해석연구반 등을 개최하는 것은 바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와 의, 사랑과 평화를 심는 일이 아닐까요? 교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열려야 의식의 변화가 오고 그래야 이 같은 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바로 신앙운동의 하나님을 알고 적극지원하고 젊은 중간지도력 개발을 위해서도 크게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까? 의식이 열린 교회들이 먼저 크게 도와주어야 한국사회와 교회가 변화할 줄로 봅니다. 유경재 : 지금 중요한 것은 목사입니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목사인데, 그 목사가 변하면 변화가 빨라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렵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사회봉사분야에 있어서 노인학교 같은 것들은 지금 상당히 많이 세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전혀 찾아보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노인학교들을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한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급속하게 전파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바람직한 신학이 정립되고 그것이 확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박종화 : 우리나라는 사회환원이라고 하는 기부문화가 이제 막 싹트고 있습니다. 어느 사람이 좋은 뜻이 있는데 여성신학자협의회에 헌금하기를 꺼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회는 헌금을 모아 여성신학자협의회가 우리교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니 우리 예산에서 지원해주도록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신학자들의 모임과 교회와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교회에 내는 것은 영생과 관계된 헌금이라고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것을 받아서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하고, 이 축복을 다시 인카네이션 방식에 의해서 다시 그리스도 정신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면 저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합니다. 서구교회가 우리보다 뛰어난 점이 무엇이냐 하면 헌금을 모으는 센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센터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개별적이다 보니 큰 힘이 되지 못합니다. 힘을 모아서 세계봉사센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초교파적으로 공동모금회처럼 기독교 공동모금회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유경재 : 앞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내 교회 이름이 드러나야 하지요. 박종화 : 백 번 이야기해야 소용없습니다. 이런 단체들과 함께 할 뜻이 있는 교회들과 합의 구도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열 개면 열 개 교회가 같이 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가 없는 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교인들이 의식이 뒤 처지고, 조금은 마일드 하다고 할지라도 목사님 하신 다는데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닙니까? 목사가 설교자로 이 일을 해야 합니다. 평신도가 나서서 설교하는 것 보다 목사가 이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선적 도식적 구조보다도 한국상황에서 무엇이 지혜이고, 무엇이 인간끼리의 커뮤니티에서 활성화되어 있는지, 유연성을 가지고 일 중심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순영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은 다른 교회에서 여성신학을 반대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고 그래요. 똑같은 권위의 방법으로 의식화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권위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문제는 계속 유지되겠지요. 담임목사가 결정했으니 따라야 한다는 것은 건강한 모습의 교회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예배에 선교사를 초청하여 선교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선교에 대한 열정이 생기는 것처럼, 후원하는 단체의 대표자들을 초청하여 말씀을 들으면 의식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요? 박종화 : 그렇다면 그 문제는 하나님 나라가 올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일치라고 하는 것을 획일적으로 보면 안됩니다. 결국 동의하는 그룹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가 이것이 확산이 되는 것이지, 어떻게 한꺼번에 끌어안습니까? 김순영 : 저는 후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우선 순위로 중요한 문제는 교인들이 갖고 있는 신앙생활의 고정적인 관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목회자가 교인들의 힘있는 영적 신앙생활 지도와 더불어 우리 삶의 문제들을 바로 볼 수 있는 의식화 된 교육을 일궈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 우리 교회의 희망이 있고 사회의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박종화 : 돈을 지원 안 하는 데 의식화가 되는지 아십니까? 예산을 지원해서 가고 보고 '아! 내 헌금이 이런 데에 사용되었구나' 깨달을 때 의식화가 될 수 있습니다. 돈 따로 의식화 따로 하면은 안 된다고 봅니다. 김순영 : 한국여신학협의회를 왜 도와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교인들이 알아야 하는 그 첫 번째는 여성신학을 먼저 공부하는 것입니다. 강제적 후원이 아닌 자발적 후원이 교인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첫걸음은 바로 목회자의 결단에 달렸다고 봅니다. . 박종화 : 이야기를 해야지 돈이 나가지요. 함께 하는 모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진호 : 가능한 교회들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공동 모금 및 지원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과 더불어서 각 교회들이 재정적 지원을 하는 대상과 관련된 공부를 한다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과 아울러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교회 재정 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얼마전 제가 속한 연구기관에서 교회 재정 문제를 연구하려고 어떤 연구자에게 의뢰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요. 그것은 주요 교회들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부분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저는 이 사례가 교회 재정 문제를 논하는 데서 간과할 수 없는 시사점을 준다고 봅니다. 극단적인 케이스인 비공개의 사례는 교회의 재정 자원의 운용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상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교회는 극단적인 사례의 문제점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개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재정 운용의 권한이 개인 또은 소수에게 독과점 되었을 뿐 아니라, 재정 감사 기능에 관한 합리적 제도가 구비된 경우에도 교인 다수의 의사가 반영되는 데 한계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정치학적으로 말하면, 보수적 헤게모니에 의해 교회 재정운용의 제도적 관성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교회의 재정 운용에 관하여 헤게모니 세력 이외의 집단에게 사실상의 문제제기 통로가 차단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현실의 기반 위에서 교회는 건전한 민주적인 재정운용을 할 수 없고, 그런 전제 아래서 이른바 '깨인' 목사님들이 교회 재정의 사회적 재분배에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는 얘깁니다. 박종화 : 논리를 일반화하지 마세요. 경동교회는 투명해요. 안동교회도 투명해요. 제직회에서 그 자료를 인쇄해서 내놓는 교회가 많습니다. 그런 교회는 안 보고 몇몇 예외적인 교회들의 경우를 일반화해서는 안되지요. 김순영 : 그렇지만 소위 대형교회라는 교회들의 경우, 듣기로는 모든 장로들이 다 재정에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부 목사들도 다 참여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그보다는 정직한 부담금도 안 내고 이중장부를 쓰는 것이 다 문제 같아요. 그러면서 몇 십억씩 내놓아서 교회도 짓고 사회복지시설도 짓고 해서 교회와 사회에서 그 교회와 담임목사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교회홍보로 대처하는 것 같은 데, 물질의 힘이 드러나는 자본주의적 효과를 마음에 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은혜로 겸손히 서로 연대하면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박종화 : 일반 담론을 가지고 교회는 이렇다 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범 케이스들이 있다는 것을 찾아서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다 인쇄되어 있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예장, 감리교, 또 성결교 등 그렇게 하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유경재 : 너무 높은 이상을 제시하면서 거기까지 단번에 이끌어 올리려고 하는 욕심을 가지고서는 교회 개혁이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미 의식화된 교회들이 개혁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해 가면 그 영향이 다른 교회로 미치게 됩니다. 노인학교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누가 하라고 한 것은 아닌데 다른 교회 하는 것을 보고 한 두 교회씩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회 참여 문제도 계속해서 여러 채널을 통해서 교회들이 압력을 받고 있다고 봐요. 들은 척도 안 하는 교회도 많이 있지만, 일부 교회들은 그런 변화를 이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다고 구속의 역사가 당장 완성된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도 점진적으로 계속 이루어져가고 있지 않습니까? 좀더 희망을 갖고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뜻을 모아 가면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의 26년 목회가 안동교회 개혁의 기초를 닦았다면,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이어서 노력하면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순영 : 목사님! 안동교회는 특성상 90년 역사라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걱정은, 우리사회는 급속도로 바뀌고 세대들의 사고방식도 급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동교회는 여성장로도 일찍 세우시고 목사님의 설교나 강의를 통해서 느끼는 것도 열린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아주 급변하고 있는데 교회가 너무너무 느리게 변화하고 있으면 대응차원에서 교회가 오늘의 사회에 건강한 영향을 드러내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해내는데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요? 유경재 : 안 변하는 것 보다 낫지요. 제가 26년 설교를 했어도 좀처럼 교인들의 의식이 잘 변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교회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종화 : 안동교회는 역사가 90년 되는 아주 오래 된 교회입니다. 유 목사님이 계셔서 그나마 유지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를 항상 따라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 대답은 Yes 또는 No입니다. 건설적인 사회 변화는 빨리 수용해서 그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변화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청년, 청소년층에서는 CCM을 중심으로 교회음악이 변화하고 있는데, 경동교회에서 청년들에게 CCM을 중심으로 장을 만들어 주면 경동교회 청년들은 모이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CCM이 좋은 사람은 CCM이 있는 곳으로 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한 것을 찾고 싶으면 이런 교회에 모이라는 것입니다. 교회마다 나름대로 갖고 있는 특징과 전통이 있습니다. 그것을 더 살려야 합니다. 교회의 특징과 전통을 살리되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해야 합니다. 교회 냄새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21세기 변화의 특이한 점이 도덕적 윤리적 근본성의 기본을 망각한 체 이론적 기술적 변화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교회 역시 기본을 망각한 채 변화의 물결을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 요즘 교회는 승리주의, 성장주의, 물량주의에 빠져 있는데, 본래 예수께서 주신 말씀, 다시 성서로 돌아가는 운동을 또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근본이 모자라요. 김순영 : 제가 말하는 교회의 변화라는 초점은 변화라고 할 때는 어느 누구나 편견적인 이데올로기에 억압받지 않는 자유, 평등, 정의의 차원에서 편안하게 쉼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삶의 공간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이해해 온, 기존의 비판되어지지 않은 잘못된 신앙적 가치관들과 남성중심의 전통적 신학이해, 성서에 대한 전통적 이해와 가부장적 해석, 이런 것을 다 뒤집어엎어야 하는 부분들을 말하는 겁니다. 이것들을 엎어놓지 않는 상황에서는 숨쉴 수 있는 공간, 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로 와 질 수 없거든요. 아까 목사님께서 월드컵 때 밖으로 나가서, 붉은 악마라는 말을 문제삼는 크리스천도 있었지만, 붉은 악마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리를 지르고 그랬던 것은 내용의 알맹이가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또 광화문 촛불시위 같은 것도 크리스챤이든 아니든 문제삼을 것 없이 그 속에 든 알맹이가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여했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자유롭게 소리지를 수 있고 자유롭게 자기 몸짓을 다 펼 수 있는 그런 변화된 교회가 되어야 정말 살아 숨쉬는 교회가 되는 것 아닌가요? 교회의 새로운 예배방식이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하여 너무나 거부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고, 오로지 전통적인 것만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는 그런 영성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아 보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것도 너무 없고 모두다 획일적으로, 그래서 제가 아까 자꾸 목사의 권위, 성직주의에 대해서 좀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변혁하려고 하면 이런 것부터 거부가 되어서, 훈련이 안 된 것 같아요. 우리가 그런 변혁으로 가야 다양성도 인정해서 획일적인 소리가 없어지고, 그래서 여기서부터 창조의 새로운 영성이 나오고 새 날을 또 낳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오는 것인데, 그런데 교회가 너무 그런 것들에 너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진호 : 최근 세속화 신학이, 특히 북미 지역에서 현대성에 주목하는 것은 교회가 현대 문화의 변동에 너무 안이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의 측면을 갖습니다. 또한 최근 북미의 역사의 예수 연구는 이러한 현대성에 대해서 반동적으로 접속되어 있는 교회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교회는 현대성에 대응할 만한 언어를 갖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오늘의 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느슨한 변화가 요청되는 시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느슨한 변화로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욕망 구조를 읽지 않고서 현대 사회에 의미 있는 집단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현대성에 무비판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는 아닙니다. 아까 예언자 얘기를 하셨는데, 예언자는 세상을 외면한 이가 아니라, 세상을 철저하게 읽고 있는 존재예요. 단지 그러한 문명의 흐름의 폭력성을 간파하고 그것을 비판한 존재지요. 교회가 이 땅에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문명의 법칙 아래 있는 세상 안에 있으면서 그 안에 있지 않은 사람처럼 사는 것이지요. 이런 당연한 얘기를 드린 것은 교회가 세상을 못 따라 간다는 것과 세상을 넘어서려 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저는 오늘 교회가 직면한 위기는 이 당연한 것을 자꾸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문제의식을 유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돌리는 것 같아 죄송한데요, 교회 재정에 관해 잠깐 보충할 말이 있습니다. 제 고민이기도 한데요, 저희 교회도 작지만 재정 상황을 교인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한데 봉헌기도를 저희는 교인들이 하는데요, 그들은 거의 언제나 더 낮은 곳에 이 물질이 쓰이기를 기도합니다. 재정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교회가 감당하기 벅찬 바람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교회 재정 운영에 최종 책임을 진 제 입장에선 그 바람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요, 그러한 무책임한 요구라도, 그것이 제게 압력이 됩니다. 그래서 교회의 운영 기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가능한 선교 지원의 방식을 찾아 노력하게 됩니다. 제가 지혜가 모자라서 번번이 그 효율적 운용에 실패하지만, 요지는 교인들의 무책임한 문제제기라도 재정 운용에 대단히 중요한 압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교회의 헤게모니 집단만큼 교회 운용의 사정은 잘 모르고, 그래서 무책임한 바람을 갖고 있을지라도, 그러한 교인들의 바람은 중요한 압력이 되어야만 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러한 압력이 재정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교회 재정의 투명화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김순영 : 사실입니다. 교인들은 그것을 많이 요구를 합니다. 박종화 : 그것은 설득과 이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반대도 있어요. 왜 우리 돈을 우리가 쓰지, 남한테 주느냐하는 아주 보수적인 발언도 있습니다. 김순영 : 그런 요구들도 있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회에 봉사하고 사회를 위해서 쓰느냐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교회재정이 교회자체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많이 쓰면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목회자가 주눅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해마다 후원하는 곳을 더 늘여가야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고 또 부족하지만 그런 대로 힘써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박종화 : 그것은 신생 열린 교회들의 경우지, 전통적인 교회들은 "그게 우리 몫이 아닌데, 목사님 왜 자꾸 하십니까?" 이런 발언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점에 대해서 필요로 하는 축과 줄 수밖에 없는 축이 모여서 상당한 논란을 하고 토의를 해서 합의점을 찾아냅니다. 이러한 합의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교회를 개혁해 갈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썩은 이유가 무언가 하면 교회가 교회 같지 않아서입니다. 타락한 회사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을 다시 확립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목사님들이나 장로님들이나 같이 회개할 부분입니다. 조금 전에 언급한 성공주의, 승리주의, 업적주의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닙니까? 이 모든 것이 기본이 덜 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현장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신학을 구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은 성공주의 승리주의에 도취된 사람들도 똑같이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성장주의가 없어졌다는 말은 이제는 그게 안 통한다는 말입니다. 안 통하니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체통, 연줄, 맡은 것, 신분 때문에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투명한 중간급 교회들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펀더멘털을 굳건히 할 때, 교회에 미래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김순영 : 보통 우리가 신학적으로 펀더맨탈을 신학적으로 많이 안 쓰는 용어잖아요? 박종화 : 펀더맨털이 명사입니다. 한국말로 기초입니다. 김순영 : 기초, 기반으로 가기 위해서 저는 빨리 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인 이해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에 대한 이해가 대부분은 바울의 교회론 입장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바울을 통해서 나타난 교회에 입장에서 모든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다 보니, 교회를 떠나서는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고 모든 것을 교회 안에서, 신앙의 인정도 교회에서 받으려고 하고, 교인들의 얼마만큼 교회 생활을 잘하느냐를 따라서 신앙이 있다 없다를 이야기 해 버리니까 빨리 그것을 벗어나야 하지 않나 싶어요. 바울의 신앙관은 성도의 삶이 교회 내에 집약되어 있는데, 예수님에게서 우리가 보는 것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소금이다"라고 하여 세상에서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신앙생활이거든요. 바울의 이런 교회주의를 벗어나서 오늘날의 성도들이 예수님의 치유의 삶을 살아내기를 희망합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신앙생활은 삶 그 자체가 아닙니까? 교회 일을 얼만 큼 잘하느냐로 성도들의 신앙을 말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총체적인 삶 속에서 이야기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생활 따로 하고, 사회생활 따로 하고 이런 것이 아닌 하나의 기초적인 입장으로 가자면, 바울에서부터 싹튼 교회 관에서 빨리 벗어나서 지구촌의 한 가족으로서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아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임을 인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유경재 : 변화를 읽는 신학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신학이 사실은 목회나 교회로 인해서 질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신학자들이 찍 소리 못하고, 하고 싶은 소리 못하고 제대로 신학을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이 되요. 항상 신학은 교회, 교권에 눈치를 봐야 되고, 교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은 자기 자리 내놓고 물러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짓눌려 있기 때문에 사실 어떤 면에서 신학이 제대로 기를 펴고 발전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물론 기장을 다를지 모르지만, 박종화 : 기장은 자기들끼리 따로 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유경재 : 너무 종속되어 있어서 신학자들 불러서 연구하라고 하지만은 소신껏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뭘 원하는지 눈치봐가면서 만들어 내는 주문제작이지요. 그래서 사실은 신학이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그런 것에 있다고 봅니다. 김순영 : 교회가 희망적으로 나가려면 포스트모더니즘 이야기했잖아요, 탈 구조주의가 빨리 교회에서도 활용되어야 합니다. 잘못되어진 제도나 구조가 탈 교회화 해야 해요.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잘못되어진 부분을 빨리 탈하지 않으면 교회가 희망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유경재 : 그런데 많은 교회들이 그런 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요. 김순영 : 그래서 저는 사도 바울이 굉장히 사도로서 큰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교회에 묶어두게 한 잘못을 했다고 봅니다. 예수의 제자들인 오늘의 성도들이 세상에서가 아닌 교회만을 신앙생활의 자리로 생각하게 하여, 교회 살림, 교회 내에 유지에만 몰두하게 해 나서 교회에서 저 세상적으로만 연결하는 잘못된 삶이 생겼다고 봅니다. 유경재 : 바울을 잘 못 읽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의 신학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 "종이나 자주자나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여자나 남자나 그리스도안에서 하나다" 라는 말씀에 잘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바울이라는 사람이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은 예루살렘의 보수적인 사도들과는 달리 개혁적인 신학을 바탕으로 이방인의 사도로 자처하면서 유대인과 이방인들 사이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교회가 사도 바울의 신학을 올바로 받아 드리면 열린 교회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순영 : 제가 바울을 잘 못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요, 바울이 교회의 머리는 예수그리스도로 보잖아요, 그래서 모든 성도들은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에만 인정을 받으면 다 된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신앙을 갖게 했다는 말이지요. 유경재 : 교회를 너무 좁게 이해한 것이 문제는 문제인데요, 김순영 : 바울의 다른 신학사상, 남자나 여자나 모든 하나다 라는 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교회와 관계했을 때 성도들, 즉 예수의 제자들의 삶을 교회라고 하는 테두리 속에다가 넣어 논 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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