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07/02 (18:09) from 203.241.132.203' of 203.241.132.203' | Article Number : 32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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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847 , Lines : 64 |
| 예수의 성 정치학 - '성적 장치'에 대한 탈성화 전략으로서의 대안적 가족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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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성 정치학 '성적 장치'에 대한 탈성화 전략으로서의 대안적 가족을 위하여 김 진 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대표/한백교회 목사 1 민중신학은 권력 관계를 통해서 세상을 읽고자 하며, 그러한 현실에서 유추되는 질곡의 공간 속으로 개입해 들어가 권력 해체 혹은 권력으로부터의 탈주를 도모한다. 성sexuality의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즉 성에 관련된 담론이 은폐하고 있는 권력을 포착하여 폭로함으로써, 성적 배제와 박탈 메커니즘과의 대결을 시도한다. 이 글에서 나는 민중신학이 성해방주의 담론과의 접점을 바로 이 지점에서 탐색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암시하고 있다. 성에 관련된 권력 관계는 남자와 여자간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바흐친M.M. Bachkin이 독백적/결정론적이지 아니한 진정한 대화를 외적 차원과 내적 차원으로 나눈 것과 같이 성에 관한 권력 관계를 둘로 범주화해 보면, 외적 차원으로 식민주의적 배제주의 아래 놓인 여성이나 이성애적 배제주의 아래 놓인 동성애자나 성인 중심주의적 배제주의 아래 놓인 아동 등, 다양한 성적 소수자의 문제가 논의될 수 있고, 또 내적 차원으로 남성성뿐 아니라 여성성, 탈식민지적 여성성, 동성애적 주체성 등 다양한 성적 주체들이 과연 가부장제와 분리된 이상공간에서 구성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푸코는 이러한 성 담론이 권력에 의해 억압되어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권력 관계를 은폐하고 정당화시키고 있으며, 이와 같이 성을 통해 위생처리되어 재현된 권력 관계는 사회의 제도적 영역 구석구석에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서, 이러한 공·사 영역을 망라하여 존재하는 사회적 기재를 '성적 장치'apparatus of sexuality라는 용어로 개념화하였다. 이렇게 성의 문제를 권력의 문제로서 접근하면, 실천이론의 구성에 있어 두 가지 점에서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성 해방의 실천을 정치학의 차원에서 접근할 이론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성의 정치학은 거시정치에 국한되었던 해방의 담론을 미시정치의 영역에까지 확장하였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은 민중신학이 1990년대 이후의 지평에서 추구하는 바, 해방의 정치학의 문화적 영역으로의 확대라는, 즉 거시정치와 미시정치의 통합을 추구하는 신학적 담론 모색으로서의 민중신학의 문화정치학적 전망과 합류한다. 우리는 여기서 성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비평을 '가족 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인습적인 권력의 정치를 재현하는 주된 성적 장치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성은 과도하게 (생식적) 재생산과 결부되며, 이러한 재생산과 결부되지 않는 성, 즉 가족 담론 외부의 성은 배제의 대상(비정상적 성; 예, 도착, 불륜 등)이 되거나 상품화되어 교환가치로 평가되는 대상이 된다. 요컨대 가족 담론이 경계짓는 안과 밖에서 정상적 성은 가족 내부의 (생식적인) 재생산적 성이거나 가족 외부의 (상품화된 교환가치적인) 재생산적 성뿐이다. 여기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분화되고, 가족 담론 내부로 유폐된 여성이나 아동은 사적 영역이라는 '판옵티콘'panopticon에 감금되어 '보이지 않는 (성적) 시선'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공적 영역은 성인 남성 중심적 시선을 통해 재현된다. 요컨대 이러한 가족의 안팎에 따른 성 개념의 분화를 함축하고 있는 성 담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공사의 영역 속에서 무수한 억압과 배제를 구조화하는 사회적 장치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적 영역에 한정된 행동주체인 여성이나 미성년자, 그리고 성의 비정상적 존재로 규정된 행위자들은 주로 공적 무대에서 독점되다시피 한 민주주의와 해방의 정치에서도 정당한 행위자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성적 소수자의 배제에 기초한 사회적 재생산 메커니즘은 계급적 종족적 지정학적 문화적 차원 등을 비롯한 다중적 배제주의를 내포하는 권력 네트워크와 뗄 수 없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체 사회의 위기를 논하는 데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가족 담론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성차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탈성적 정치학을 추구한다. 한편, 우리는 자본의 지구화 현상이 추동한 급변하는 세기말과 새로운 천년대의 위기와 관련하여 민중신학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맥락에서 탈성적 정치학으로서의 성해방주의 담론과의 접속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근대적 공간의 재구성을 급속하게 구현하고 있는 지구화 과정에서 가족 담론의 경계 또한 교란되고 있다는 사실 인식과 관련이 있다. 가족 담론의 위기는 곧 성 위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자파 매체의 확산을 통해 가족 내부에까지 깊숙히 침투하는 데 성공한 자본이 성의 상품화 영역을 전지구적 영역의 구석구석으로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 그리하여 성에 관한 전통적인 가부장제적 규율 장치를 심각하게 교란시켜 놓은 사실과 관련된다. 이것은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가족 위기론으로 가족의 과도한 강조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과도한 통제의 요청이 담론화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향수의 상업화 현상에서 그 실례를 볼 수 있다. {아버지} {람세스} {나폴레옹} {징기스칸} 등 소설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다큐멘터리 드라마 코미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아버지의 권위를 미학화한 TV 프로들이 숱하게 제작 방영되었으며, 모 여론 조사에서 존경하는 인물 1위로 오르고 그를 추모하는 저널리즘이 창궐하는 등의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이 확산되는 1990년대의 현상은 가족의 해체 추세에 대한 비성찰적인 과도한 반동적 흐름을 반영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것이 정치적 보수주의와 결합되어 있으며, 특히 대중에게 파시즘을 향한 달콤한 동경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가족 해체 위기성이 함축하고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보다 낙관적인 양상을 갖는다. 공사 영역의 교란은 사적 영역의 문제의식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사적 영역에 갇혀 있던 성적 소수자들이 사회적 의사소통의 무대에서 담론적 주체로서 등장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든스A. Giddens는 이를 '친밀성으로의 구조변동'transformation of intimacy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여성(젠더)적 해방의 능동성을 확장할 구조적 계기를 제공해준 셈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성과학sexology의 발달로 인해 한편으로는 '재생산 없는 성, 그리고 성 없는 재생산'이 가능해지게 됨으로써 '성찰적 사랑'(합류적confluent이고 조형적인plastic 사랑)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어 사랑을 탈권력화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착의 쇠퇴를 가져옴으로서, 성적 배제의 대상을 자발적인 성적 주체로서 전화할 가능성이 구축되었다고 본다. 어느 정도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와 있는 이러한 성의 해방적 가능성은 다양한 성적 주체들의 탈성적 정치와 맞물려서 민주주의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이는 앞에서 본 파시즘적 광기에 대항할 해방적 정치의 주체로서의 민중 형성의 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중신학의 제3세대적 비판담론을 모색하면서 탈성적 정치학과의 접속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글은 그러한 시도의 하나의 예비 작업으로서 역사의 예수가 주도한 운동의 성 정치학을 가족담론과의 대결이라는 차원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2 2.1. 텍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리는 '복음서 텍스트는 성차별주의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말은 복음서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의 작업을 계속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복음서 텍스트의 구성을 해체하는 과정이 우리의 과제와 맞물려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정전적 진리체계로서의 텍스트의 구성의 해체 작업을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상호텍스트적 전략>이 있다. 이는 독서자의 '동시대적 (시대 인식을 담고 있는) 맥락'을 텍스트 읽기에 개입시킴으로써, 정전적 텍스트 구성의 해체 및 재구성을 시도한다. 둘째로, <해체주의적 전략>이 있는데, 이는 텍스트의 '내적 균열'을 폭로함으로써 진리체계로서의 텍스트 자체를 기각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텍스트 외부의 개입이 불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탈시간적'이다. 마지막으로, '역사비평학적 전략'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텍스트가 담고 있는 진리체계를 역사 속에서 상대화하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회고적'이다. 실제의 비평적 작업에서 이 세 요소는 어느 정도 절충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과제는 세 번째 전략에 주안점을 둔다. 특히 역사의 예수가 주도한 운동 속에서 예수운동의 성 정치학적 실천을 살펴봄으로써, 텍스트의 진리체계를 해체하고, 대안적 재구성을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텍스트가 성차별주의적이라는 것에는 텍스트 저자뿐 아니라, 전승자, 그리고 예수 자신의 인식론적 한계도 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성 담론이 구조화된 인습적 가치체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체계는 주로 언어를 통해서 작동한다. 따라서 인간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언어가 함축하고 있는 지배적인 성적 질서를 내면화하게 되며, 그런 과정에서 성적 주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접근은 가부장주의적 텍스트 속에서 성에 대한 예수운동의 <의도된 실천>을 재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를 묻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이 점에서 알튀세르의 '인식론적 단절' 개념은 유용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인식론적 단절이라는 개념은 대안적 인식틀의 부재 속에서 지배적인 인습적 가치체계에 대한 의도된 실천을 포착하게 해 주며, 나아가 이러한 의도된 실천이 극복하고자 하는 대상이 단지 물리적인 제도만이 아니라 무의식까지도 통제하고 있는 담론적 공간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보게 해 준다. 한편 민중신학은 예수를 보는 해석학적 준거로 '사건론'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예수 담론 읽기에서 시공간적인 맥락성을 해석학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주객이원도식의 극복을 통해서). 이것을 성 정치학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의 성해방주의적인 인식론적 단절의 계기에는 그의 여성 추종자들과의 상호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시각을 견지한다. 즉 여성 제자들로 말미암아, 그녀들과의 동등한 동지적 소통 과정 속에서 예수는 남성 젠더적 편협성을 넘어서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분석은 그의 추종자들, 특히 여성 추종자들에 관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우리는 예수운동의 실천이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성 관념의 해체에 효과적이었음을 보이고자 하는데,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예수운동의 탈성적 해방주의적인 해석 지평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2.2. 예수의 여성 추종자들과 남성 추종자들 먼저 예수와 그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수 자신의 인식론적 단절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 하나는 마르코복음 10장 1~12절에 나오는 이혼논쟁에 관한 것인데, 여기서 예수는 바리사이와 논쟁하고 있다. 우선 전제할 것은 예수와 논쟁하고 있는 바리사이는 성에 관해서 가부장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는 이혼 문제로 시비를 거는 바리사이를 향해 율법의 모범적 해답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모세의 율법은 '이혼장'을 써주는 한에서 이혼을 허용한다는 유보조건을 말하고 있다. 이때 이혼장을 써주는 주체는 남자다. 즉 모세의 율법의 취지는 남자들이 함부로 부인을 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불이익의 가능성을 억제해보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의 대답은 이혼은 '절대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예수의 설명방식은, 모세의 법과는 달리, 남성과 여성이 모두 행동의 주체이며, 결혼이란 한 편이 다른 편에 종속된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라는 주장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의 이혼불가 주장은 남성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양쪽에 공히 교훈을 주기 위해 한 편에 초점이 맞추어진 율법을 재해석한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 부분(11~12절)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설명하는 장면이 덧붙여진 것을 보건대, 이 텍스트에서 바리사이의 이혼에 관한 시비걸기는 아마도 예수의 제자들에 관한 어떤 비판에 응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즉 출가한 제자들이 예수일행 사이에서 재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예수는 그런 경우는 전혀 있을 수 없다는 대답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답은, 바리사이에 대해서는 그들의 입을 막는 지혜로운 응수일 수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결혼 자체를 절대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즉 예수는 제자단, 특히 여성 제자들을 부정한 사람들처럼 보려는 대중적인 편견을 물리치려고 가부장제 담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가부장제적 협상'patrichal bargain의 한 예인데, 그 결과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의 가능성을 야기했던 것이다. 즉 성차별적 현실을 은폐하는 결혼을 절대화함으로써 가부장제적 사회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한편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내포하는 본문을 들 수 있는데, 시로페니키아 여인과의 대면을 다루고 있는 마르코복음 7장 24~30절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인습적 가치에 순응하고 있던 예수와 이 여인과의 대화에서 그러한 가치를 극복한 예수가 대립되고 있음을 주목하라. 예수가 내면화하고 있던 인습적 가치에 의하면 유다인과 헬라인/이방인(헬라여인)이 대응하고, 유다인의 '아이들/아들들' 과 헬라여인의 '악령들린 딸'이 대응하며, 이 대응도식은 축복 수혜의 절단선 역할을 한다. 이 대응구도에서 보듯이 여기에는 민족주의가 성적 편견과 결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이 두 대응쌍에서 전자는 동일자적 존재고, 후자가 타자적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하되는 타자를 여성적으로 표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여성 젠더에 대한 비하 의식이 예수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시로페니키아 여인과의 만남을 계기로 예수는 민족주의의 경계나 성의 경계가 하느님의 축복과는 무관함을 깨닫게 된다. 즉 예수는 탈민족적이고 탈성적 가치를 실천하게 된 것이다. 이상의 두 본문에서 우리는 예수가 성 인식에 있어서 자기 분열적이며, 그러한 분열적 인식의 배경에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성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는 예수의 이러한 성 해방적인 인식론적 단절의 배후에는 여성 추종자들의 예수운동에서의 역할이, 즉 예수와 여성 추종자들과의 상호성이 주효했다고 본다. 예수운동에서 추종자들의 운동 참여의 역할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제자 유형'으로, 예수와 더불어 떠돌아다니며 예수의 하느님나라 운동을 주도해간 집단이다. 둘째로, '지역 협조자 유형'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예수운동에 관여한 부류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대중 유형'이 있는데, 이들은 예수운동이 펼친 여러 집회에 몰려든 지지자 대중을 말한다. 여기서 첫 번째 유형은 '가족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이탈'의 특징을 갖는다면, 둘째 유형은 대체로 가족적 유대 안에 머물러 있었다. 셋째 유형은 가족 유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와, 비자발적인 가족의 해체를 체험한 집단을 포함한다. 가족적 유대의 유무는 가족 담론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발적 이탈'이라는 사회학적 조건은 대안적 담론에 대한 의식적 실천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첫 번째 추종자 유형을 중심으로 예수운동의 성 정치학적인 의도적 실천을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여기서는 우선 남녀 추종자들의 예수운동에서의 의도적 실천 속에서 인습적인 성별 분업이 유지되었는지 혹은 재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보자. 마르코복음서는 예수의 제자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처형 및 부활에 관한 극도의 긴장이 감돌던 긴박한 상황 묘사에서 예수를 '따르던' 여성 제자들에 관해, 껄끄럽지만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다는 듯 간략한 언급을 던지고 있다. "여자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들은 그 분이 갈릴래아에 계셨을 때 그 분을 따르면서 그 분의 시중을 들었었다 ."(마르15,40~41) 이것은 예수운동에서의 여성 추종자들, 특히 여성 제자들의 역할에 관한 유일한 명시적 언급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 주지하듯이 '따르다'라는 용어는 마르코에게선 제자에게 사용되는 전용어적 성격을 갖는다. 이는 이 여인들도 기실 갈릴래아에서부터 남성 제자들과 동행했던 여성 제자들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문제는 '시중들다'라는 말인데, 이것은 분명히 이 여인들이, 예수처럼 '가르침과 기적행위'를 펼쳤던 남성 제자들과는 다른 역할, 특히 '수발드는' 가족 담론의 여성적 분업의 측면을 전담하는 사람들처럼 해석될 소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마르코가 그런 의도를 가졌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이야기를 전수받은 루가는 분명 그렇게 해석했다. "그들은 자기네 소유로 예수일행에게 시중들고 있었다."(루가8,3) 그러나 우리는 역사의 예수 전승 어디에서도 예수운동 내부에서 그러한 성별 분업이 수행되었다는 암시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루가의 특수자료에 속하는 한 전승에서, 수발드는 것을 중요시했던 마르타라는 여인과, 예수의 말씀에 귀기울였던 그녀의 동생 마리아의 얘기를 통해 예수운동 내에서 성별 분업이 교란되고 있고,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인습적인 성적 가치와 (예수로 인한) 새로운 규범 사이의 갈등을 야기했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복음서 저자들의 온갖 왜곡과 침묵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여성 제자들의 역할은 수발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나라의 사도직 수행에 있었다. 특히 예수운동의 재건에서 핵심적이던 '부활' 사상의 유포에 있어서 여성 제자들의 활동은 가히 결정적인데, 이 일은 여성 젠더적 성 역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래에서는 부활 사상의 유포에 관한 간략한 언급을 통해 예수운동에서 여성과 남성 추종자들간에 성별 분업이 상당히 와해되고 있었으며, 설사 여전히 인습적 관행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예수운동의 발전에는 아무런 의의를 지니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다. 마르코는 여성 제자들에 관한 첫 언급을, 그 동안 예수를 따르던 모든 특화된 이들(제자단)이 예수의 처형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남성 제자들이 모두 도망치고 없었다는, 심지어 공권력의 위협 앞에서 제자들의 수장격인 베드로조차 공공연히 예수를 부정하기까지 했다고 말하는 대목에다 삽입시켜 놓았다. 여성 추종자들도 마찬가지로 예수의 처형을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갈릴래아 활동기에서 있을 법한 그녀들의 활약상에 대해 마르코는 줄곧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 즉 제자들에 관해 본격적인 비난을 퍼붓는 대목에 와서 여성 제자들에 관해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동기로 은폐하지 않았던 또 다른 얘기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고 만다. 돌아가신 지 사흘 째 되던 날, 즉 안식일 이후 첫 째날, 바로 그 여인들이 예수의 시신에 향유를 바르려고 그가 안장된 동굴로 향했다는 보도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텍스트 이면의 역사적 상황으로 돌아가 본다면, 이 장면에는 처형 상황 못지 않은 극도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자를 안장하는 일이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유력한 산헤드린 의회 의원인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를 자신을 위한 동굴 무덤에 안장하게 해달라고 빌라도에게 청원한 용감한 행위와, 총독의 예상 밖의 너그런 반응 덕택이다. 원래는 처형당한 자는 야수들의 의해 온 몸이 다 뜯겨 유골만 남을 때까지 형장인 야산에 그대로 내버려지는 것이 관례였다. 어쨌든 안장은 허락되었다. 하지만 군인들이 그 곳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은 그 곳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아니 처형하려는 공권력의 살기가 처형 당시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다른 제자들이 아니라 이 여인들이 그 곳엘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후의 장면이 더욱 중요한데, 이 여인들이 무덤에 당도해서 발견한 것은, 안장된 예수의 시신이 아니라 (아마도 천사를 상징하는) 흰 옷 입은 한 청년이었다. 그는 여인들에게 예수가 부활해서 갈릴래아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부활의 첫 목격장면에 대한 마르코의 기술 속에서 추론되는 역사적 상황이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 부활의 첫 목격자가 여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이 초자연적 사건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장애요소이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바울은 부활의 첫 목격자가 예수의 사도들이었다는 전승을 따르고 있으며, 요한복음서도 베드로가 최초의 증인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마르코는 아마도 제자들에 대한 비아냥거림으로 (한갓 무가치한) 여인들이 예수 부활의 첫 증인이라고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창작의 결과일 수는 없다. 이례적인 전승을 창작한다면 아무도 그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시, 여인들이 첫 증인이라는 전승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에, 이미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마르코의 이런 주장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다. 즉 다른 제자들이 모두 도망가고 흩어져 버린, 그리하여 하느님나라의 도래라는 그 웅대한 계획이 지리멸렬된 상황과, 다시 추종자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지게 된 상황 사이에 예수의 부활이 그 변화의 계기로 끼어 있고, 이 부활 사건에는 세 여인들의 개입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여인들이 이제까지는 단순히 수발들기만 했던 여인들이었다가 이 시기에 갑자기 용감해져서 잠시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선입견을 고의적으로 연관시키지만 않는다면, 이 사실은 예수운동에서 여성의 역할에 관한 편견 없는 이해를 갖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예수의 제자집단 내에서 운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성별 역할 분담이 계속 존속했다는 주장이 예수운동을 논하는 데서 무의미함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여성 추종자들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2.3. 여성 추종자들의 운동에서의 역할 여기서 우리는 마르코복음 5장 24~34절에 숨어 있는 예수운동의 역사적 함의에 주목하게 된다. 이 텍스트는, 마르코의 본문에서는, 야이로의 딸을 소생시키는 이야기 사이에 끼어 소생기적의 알리바이를 제공(시간의 지체로 말미암아 딸이 죽게 되었다는)하고 있지만, 그 텍스트 자체에만 주목할 때 예수운동의 성 정치학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정보를 담고 준다. 여기서 여인은 12년간 하혈하는 증상으로 괴롭힘당하던 '여성'이었다. 12년이라는 숫자는 야이로의 딸의 나이와 연관됨으로써 조작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 텍스트 맥락 속에서도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열두 지파가 형성으로써 완전한 전체 이스라엘이 되고, 열두 살 나이가 미성년에서 완성을 상징하는 성년으로의 질적 전화의 계기가 되듯, 그리고 마지막 완성의 때에 구원받을 자의 전체 숫자가 열둘의 배수가 되듯, 이 숫자가 곧 삶 전체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여인의 증상은 매우 오래된 것일 뿐 아니라, 그녀의 존재 자체를 규정지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비록 그녀도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이 있었을 테지만, 이 장기적인 질병 탓에 온통 어그러지고 말았다. 더구나 그 질병이 가부장제하의 '정결례'의 핵심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혈하는 것을 부정하게 보는 이스라엘의 율법 전통(레위15,25)은 성적 정체성을 차등화한다. 그리하여 여성적 육체는 남성적 육체보다 열등하다는 관념을 정당화한다. 그녀는 장기간의 하혈로 말미암아 남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되며, 이는 아들을 낳을 수 없는 불임의 여인으로 규정짓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만약 그녀가 자식을 낳았다면 그녀는 또 한번 부정을 저지른 셈이 된다. 설사 이런 은밀한 비밀을 사람들이 모를지라도 그녀는 율법의 시선에 의해 감시당하며, 그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함으로써 스스로를 규율한다. 그리고 그렇게 규율된 그녀는 그 사회의 영원한 주변적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예수는 그녀에게 구원을 선포한다. 그런데 예수의 구원 선포 내용이 심상치 않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소."(34절) 복음서에서 이런 표현은 병행구절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 번 나오는데, 그 대상이 창녀이거나, 거렁뱅이 소경, 문둥병자, 그리고 오늘 본문의 여인이다. 한결 같이 다른 기적의 수혜자에 비해서도 유난하다고 할 정도로 유다교 상징체계에서 극도로 비하되는 대상들이다. 만약 이들이 유다교의 정결례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만약 이들이 유다교적 재현체계를 통해서 온갖 경험들을 재현하는 유다인들이라면, 요컨대 만약 이들이 인간과 동일한 신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전혀 다른 존재인 <맨인블렉>의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그들은 스스로를 구원할 만한 가능성이 완전히 결여된 존재다. 예수는 이런 대상을 향해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소"라고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 전체를 질곡에 빠뜨려버렸던 그 질병이 나았음을 체감하는 순간, 여인에게서 예수는 메시아가 된다. 그렇다면 그의 호명interpellation은 그녀의 존재를 향한 부름이며, 새로운 주체를 향한 소명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의 해방은 그녀의 질병이 함축하고 있는 여성 젠더적 자아를 버리는 순간 가능하다. 즉 그녀는 여성주체로서 부름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해방적 주체로서 부름받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정결/순결 이데올로기가 해체된 탈성적 자아로의 호명을 의미한다. 이러한 호명에 응답한 제자단은 가족과 소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예수운동은 가족에 대한 비판적인 다음과 같은 담론을 유통시키게 된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베풀러 온 줄로 여기지 마시오. 평화가 아니라 칼을 던지러 왔습니다. 사실 나는 (자식된) 사람들과 제 아버지, 딸과 제 어머니, 며느리와 제 시어머니를 가르러 왔습니다. 제 집 식구들이 제 원수들이 될 것입니다."(마태10,34~36 등) 또 예수의 이러한 말씀도 기억되고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마땅하지 않습니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마땅하지 않습니다. 제 십자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뒤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내게 마땅하지 않습니다. 자기 목숨을 얻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입니다."(마태10,37~39) 가족으로부터의 과격한 단절의 담론은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시사한다. 이때 이것은 다른 유형의 추종자들보다는 제자단 사이의 전형적 규범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말씀은 제자들의 추종의 모습에서 이러한 규범이 종종 위기적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바울은 베드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수를 추종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과 더불어의 삶을 견지하고 있었음을 비아냥거린다. 여기서 베드로가 가족 때문에 예수를 따르는 삶에 장애가 되었는지의 여부를 판별할 수는 없다. 다만 제자들 가운데 가족과의 과격한 단절을 단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과, 어떤 경우엔 이러한 가족 관계의 유지가 '따름'의 장애 조건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 관계를 유지하면서 예수의 추종자로서의 유랑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필경 거의 혹은 전부 남성이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이와 같은 장기적인 출가의 생활은 보다 극단적인 단절을 수반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여성 제자들은 미혼녀이거나 가출한 기혼녀였다고 가정할 수 있다. 혹은 베드로의 장모나 아내처럼 혁명적 가족을 이룬 경우이든가. 미혼이건 기혼이건 여인이 출가했다는 것은 그녀들이 남성적 후견인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족 담론에서 여인과 미성년자는 성인 남성의 피보호자이어야 한다. 즉 여인이나 미성년자는 자발적 행위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그들의 성적 주체는 항상 남성을 통해 실현되고 완성된다. 심지어 보호자를 상실한 과부나 고아는 가부장제적인 사회의 후견 아래서만 보호된다. 예수가 율사들을 향해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고 …"(마르12,40) 라고 비난을 퍼부은 것은, 그들의 특별한 부도덕함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필시 경건한 종교 의례 속에서 가난한 과부들의 헌금을 유도한 행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종교 의례는 정결에 관한 규정이었을 것이며, 그 중에서는 필시 과부들/여성들의 성적 정결이 중요한 요소로서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는 유다 사회의 과부 보호 메커니즘 속에 성의 관리술이 개입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발전한 성모 신학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성모 개념이 '생식적 성'이라는 일상적 모성 개념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것임에도, 신적인 남아를 매개로 해서만 그의 성모성, 즉 예외적인 모성적 주체가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 또한 남성적 후견 아래 놓인다. 이러한 성적인 배제주의적 가치는 예수를 추종한 가출 여인들에게도 붙어다녔음이 분명하다. 루가는 남성 제자들을 열거할 때와는 달리 막달라 마리아가 "일곱 귀신에 들린" 전력의 여인이었음을 밝히고 있으며(8,2),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은 "죄 많은 여인"(7,37)이었다고 말한다. 또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이미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 사이의 관계를 로맨스와 연결시키려는 통념이 있었는데, 이러한 생각 또한, 그것이 실제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여성은 남성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는 12년간 하혈하는 여인을 고쳐주면서 "평안히 가라 "고 말한다.(마르5,34) 여기서 '가라'는 말은 마르코복음서의 용법에서 제자도를 가리키는 '따르다'라는 용어와 함께 의미심장한 어휘인 것처럼 보인다. 즉 '가라'는 지역에 머물면서 예수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운동의 참여 방식과 관련된 진술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부는 유다교의 가부장제적 질서 아래서 성적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로서 부름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운동에 참여한 여인들의 새로운 성적 주체성은 과연 어떤 것인가? 2.4. 예수운동의 대안적인 성적 주체 앞서 시사했듯이 예수운동에 참여한 지도적 여성들의 운동에서의 역할이 성차에 의한 성별 분업에 기초했다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마르타가 표상하고 있는 헌신적인 주부의 이미지는, 비록 부정적인 것으로 폄하되고 있지는 않지만, 결코 모범적인 여성 제자상이 아니었다. 어쩌면 여기에는 성차에 기초한 가족에 관한 이상이 '사랑'을 더욱 협소하고 유약한 것으로 만들고, '양육'을 더욱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예수운동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랑이니 보살핌이니 하는 모성적 혹은 여성적 주체는 그 자체가 이미 가부장제적 성의 규율의 장치의 소산인 것이다. 예수는 혈연적 가족 대신에 새로운 '하느님의 가족'을 제안하고 있다. "(예수님은) 당신 주위에 둥글게 앉아 있는 이들을 둘러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보시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을.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그런 사람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마르3,34~35) 여기서 기존의 어머니, 아들, 딸, 그리고 아버지 등의 성적 자아는 해체되고, 새로운 대안적인 성적 주체가 주장되고 있다. 성차가 고려되는 대신,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데 있어 차별이 없는 동지적 가족이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혈통적 연고주의를 넘어서는 예수의 대안적인 실천적 공동체주의는 사회적 가치에만 준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부은 여인의 일화는 사회적 가치로서의 이타성과 사적 영역에서의 사랑/존경심의 행위간의 부조화를 둘러싼 갈등을 암시한다. 아마도 이는, 현재의 성적 주체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적 영역의 친밀성과 공적 영역의 이타성 간의 해소되지 않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예수운동은 이들 양자간의 실천적 통합을 향한 끝없는 문제제기의 도정에 이미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예수운동의 실천이 가족 담론의 배제주의적인 성 정치학과 대결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 점에서 예수운동은 기성의 인습적인 성적 질서에 대한 대안적인 성 정치학을 추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수운동은 가족의 급진적 해체를 추구하고, 그 대안으로 하느님나라를 추구하는 실천적 결속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결속의 '이념적 차가움'을 지양하고자 했음이 분명하다. 예수운동은 하느님나라 운동이 존경심과 사랑으로 뭉쳐진 친밀성이 깃든 공동체 운동이기를 염원했던 것이다. 3 예수운동의 성해방주의적 실천은 성적 차이를 권력 담론으로 재구성한 가족 담론과 대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예수운동의 문제제기는 발본적이다. 한마디로 '탈성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적 차이 자체를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성에 관한 현대적 연구의 합류점이 있다면, 성이 '역사적 형성물'이라는 사실이다. 푸코 이후, 이러한 지배적인 성의 형성의 추동인자는 권력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탈성적 전략은 동시에 권력 해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운동의 전략은 현대의 성해방주의적인 모색에 유용한 실천적 전거가 될 수 있으며, 또한 민중신학의 성 정치학의 탐색에 준거틀을 제공해줄 수 있다. 금세기 말 세계를 두루 휘저으면서 설파된 '자본 종말론'! 바야흐로 전지전능 무소부재의 자본이라는 신에 의해 지배되는 신정 통치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소식, 그 앞에서 산은 내려앉고 계곡은 솟구쳐 곧고 평탄한 길이 예비될 것이라는 신탁! 헐리웃식의 통속적 상상력으로 가득찬 영화 <제5원소>에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거대한 검붉은 불꽃의 정체는, 스스로 진화하여 전 지구를 단숨에 집어삼킬 만한 세력으로 성장한 그 악의 화신은 아마도 지구화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자본 바로 그것이 아닐까? 이제 그가 없는 곳은 없으며, 그가 자신의 파괴력을 미치지 못하는 곳도 없다. 또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이미 그는 사랑하는 자와 미워하는 자를 선별하여 즉각적인 축복과 저주를 내리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그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기를 갈구하며 하루하루, 아니 매 순간을 발버둥치며 살아간다. 마치 히브리가 탈출할 당시의 에집트처럼, 이 무자비한 신/파라오가 지배하는 세상은 엄청난 문명과 부를 선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이 거덜나고 나아가 존재의 근거가 모두 뿌리뽑힌 노예로 전락하고 있으며, 그러한 많은 노예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서 형제간의 살육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살육의 토대가 되는 증오가 양성되는 공간들이 있다. 민족, 종족, 종교, 그리고 가족 등등. 숭고한 어머니들은 아이를 낳으면서 동시에 적개심을 낳는다. 적개심이 부화하자 타자의 숨통을 향해 돌진하는 크레모아 폭탄이 된다. 가족주의를 넘는 대안적 가족이 필요하다. 자기의 '아들'에게 지고의 사랑을 줌과 동시에 강간당한 타인의 '딸'을 방관하는 부모가 아닌,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형제가 되고 자매가 되고 부모가 되는 그런 공동체 말이다. 전능자의 땅에서 감히 그 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신 야훼, 그때 이 야훼가 한 일은, 승리가 아니라 탈주였다. 전능자를 넘어서기 위해 그 도전자 신은 전능한 신의 거덜난 노예 백성에게 탈주를 가르쳤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탈성화 전략이 성에 관한 권력의 주문에서 풀려나기 위한 대안적 성 정치학이라고 말한 우리의 이유인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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