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in Ho's Theology Article Archive

2000/05/26 (02:40) from 211.39.60.236' of 211.39.60.236'	Article Number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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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을 둘러싼 하나의 논쟁--마리아와 마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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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을 둘러싼 하나의 논쟁
-- 마르타와 마리아

1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적 속성에 영향을 받는다. 민족이나 국가라는 인종학적이고 정치적인 경계는 분명 그러한 사회적 범주에 속한다. 또한 성sexuality도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개입한다. 직업집단도 개인의 특성을 형성하는 규정 요소의 하나며, 종교 거주지 친구 학벌 자산수준 등등도 그러한 요소들에 속한다. 물론 그럼에도 엄연히 개인차는 존재하며, 때로는 집단적 속성으로 인간을 분류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독특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범주화를 너무 지나치게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범주화 자체의 유용성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제 관점을 좀더 좁혀서 성적 정체성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푸코는 성적 특성을 내면화시키는 사회적 기재를 '성적 장치'라는 용어로 부른 바 있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의 성적 정체성 형성에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이라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즉 사람들은 성적 장치로 인해서 여성다운 여성으로, 남성다운 남성으로 자신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푸코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을 통제하는 하나의 양식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가로지르는 실천이란 성적 장치의 작동 메커니즘을 교란시키는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탈성적 전략의 유의미성이 있다.
우리는 예수의 실천이 탈성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제2기 성서인물사'에서).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지도자인 예수의 탈권력적 실천의 효과이지만, 또한 여성 참여자들의 역할이 예수를 포함한 운동 주역들의 행동과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예수운동의 '성찰적인 자기 개방성'을 볼 수 있다. 예수나 그 제자들, 그리고 그밖의 여러 참여자들, 심지어 여성 참여자들까지도 예수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지배적인 성적 관념을 생산하는 장치들에 대해 문제를 느끼게 되었고, 어떤 형태로든 그것에 대한 저항적 실천을 펼쳤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예수운동의 집단적 특성이 형성되었다.
한편 예수 이후, 예수운동은 점차 제도화되어 간다. 특히 제도화의 가장 결정적인 주역은 교회였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적 정체성이 인습적 가치와의 접속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도화는 예수운동의 혁명적 급진주의의 기조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다. 예수운동의 탈성적인 실천적 인식론은―변화라기보다는 훼손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할만큼―가장 심각하게 변형된 영역에 속한다.
'마리아와 마르타 이야기'는 그러한 변화를 해석하는 데 용이한 텍스트에 속한다. 즉 여기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상이한 기조로 의미의 변형을 겪은 텍스트의 역사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의 텍스트와 초기 그리스도교의 텍스트가 그것이다.
2

문) 아래 성서 대조표를 보고, 물음에 답하시오.

㉠ 이 이야기의 무대는?
㉡ 예수님의 발에 향유 부은 여자에 관한 묘사를 비교해보시오.
㉢ 이 여인의 행위에 대한 제자들/사람들의 불만의 내용을 비교하시오.
㉣ 그들의 불만에 대해서 예수님은 어떻게 그 여인을 두둔해 주는지 비교해보시오.
㉤ 각 본문들에서 이 여인의 성격은 어떨지 상상해보시오.

문2) 아래 표를 보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 요한복음서의 본문에서 '예수-마르타'의 관계와 '예수-마리아'의 관계를 비교해보시오.
㉡ 이 두 텍스트에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성격적 특성을 묘사해보시오.
㉢ 당신이 예수라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야기해 보시오.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가 명시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루가복음서와 요한복음서에다. 루가에서는 지리적 배경에 대한 암시 없이 마르타-마리아 자매 집에서 집회시에 있었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자매에 얽힌 하나의 논쟁이 시사되고 있는데, 마르타는 접대를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반면, 마리아는 예수의 발치에 다소곳이 앉아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장면이 그 논점을 시사한다.
흔히 이것은 여성적 소임을 다하지 않고 (남자들처럼) 방안에 앉아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여자를 예수가 두둔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당시 라삐들의 집회가 라삐와 그의 제자들인 남자들만의 잔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해석은 예수운동의 성해방적주의인 진취성을 한 눈에 보여준다. 실제로 예수님의 집회는 신분에 관계없이, 성에 관계없이, 심지어 어른뿐 아니라 어린아이에게도 개방된 '열린 대화의 공간'이었다. 그러므로 마리아가 예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경청하는 장면은 예수운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장면에 속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리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집주인의 몫이며, 특히 집안 여인들의 과제다. 마르타는 그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손이 달렸고, 그래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던 마리아를 꾸짖은 모양이다. 아마도 예수님이 그 말을 듣고는 역성을 냈던 것 같다. 마리아를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여성다움에 대한 통념적 해석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주의적 해석 이면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예수님이 시중드는 여인이라는 여성다움에 대한 통념을 비판했다면, 왜 마르타에게는 밖에서 부산떨지 말고 들어와 집회에 참석하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그 일이 어느 정도는 꼭 필요한 것이라면, 뒤치다꺼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 접대의 부산스러움을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충고가 필요한 것 아닌가? 혹은 주변에 있는 남자들 몇에게 마르타를 도와주라고 하면 더욱 안성마춤이 아닌가? 단지 마리아를 편드는 것이 전부라면, 예수는 한편으로는 인습적 가치에 공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마리아와 마르타를 이와는 다르게 대조하는 해석도 있다. 예수 발치에 다소곳이 않아 있는 소극성이 과연 칭찬할 만한 자세인가의 문제다. 오히려 마르타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성서 본문이 그의 행위를 '디아코네인'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의 역할을 폄하하는 전용어가 아니다. 심지어 마르코복음서는 운동의 엘리트인 제자들의 직무에만 한정된 용어로 쓰고 있기까지 하다. 루가에서도 이 용어는 봉사의 일을 포괄적으로 가리킨다. 즉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인과 다소곳한 여인이 대조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아를 두둔한 예수의 행동은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복음서의 다른 구절들에서 볼 수 있는 예수의 모습과는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관점을 취하는 사람들은 그것은 교회의 해석일 거라고 주장한다. 즉 교회는 집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여인보다는 소극적으로 앉아 있는 여인을 칭찬함으로서, 여성다움으로 여자들을 규율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마르타와 마리아의 대조되는 성격차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위해서 요한복음서 텍스트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복음서에서 우리는 두 개의 텍스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들 자매의 오라비인 라자로의 소생에 얽힌 일화다.
라자로가 위독하다는 전갈이 예수에게 왔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떠나지 않고 이틀을 더 지체한다. 그후 마르타의 집이 있는 베다니야에 이르니, 이미 라자로는 죽은 지 나흘이 지났다. 예수님이 전갈을 받을 때 이미 죽었거나 그 직전 또는 직후에 죽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마을에 당도했다는 소문을 듣고 마르타는 얼른 당신을 마중나왔고, 마리아는 집에 앉아 있다. 오라비가 죽은 경황없는 상황이다. 마음도 몸도 기력이 없는 상태인데다, 아직 상중인지라 손님이 북적거리던 때였다. 그렇다면 마리아가 집안에 앉아있는 장면을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르타는 마중나간다. 그 상황에도 예의를 차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대단히 강하며, 공적 활동에 익숙한 여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중나온 마르타와 예수님과의 대화를 보자. 마르타가 먼저 말을 건넨다. "주님이 계셨더라면 오라비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손님에 대한 매우 예의바른 말이다. 이에 예수님은 답한다. "라자로는 다시 살아날 거야"라고. 위로의 말치고 뜸금 없는 소리처럼 들린다. 상식 밖의 말인 것이다. 죽은 이가 살아난다니. '죽은 이에 너무 연연하지 말거라'라든가, '고인의 뜻을 잊지 말게'라거나 하면 좋았을 것을 …. 하지만 마르타는 힘있게 답한다. "물론이죠. 마지막 부활 때에는 그리될 것을 믿습니다." 자신의 신실함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그는 예수님의 이상한 말을 나름대로 최선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식과 예수님의 상식밖의 말을 조화시켜 이해할 만큼 능숙한 대화의 기술을 터득한 사람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응대한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얼핏 들으면 죽었지만, 본질은 죽지 않은 것과 같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마르타아는 다소 뉘앙스가 다른 표현이다. 마르타는 마지막 때엔 살아날 거라고 하는데, 예수님은 지금 현상은 죽은 듯이 보이지만, 그는 이미 영생을 얻은 것이니 그리 슬퍼하지 말아라,는 뜻일 테니 말이다. 예수는 이 말을 믿느냐고 묻는다. 이에 마르타는 거창하게 대답한다. "당신은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임을 믿습니다." 복음서에서 제자중의 제자인 베드로만이 이 위대한 답을 해냈다. 그런데 마르타가 그와 동일한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물음에 더 없는 정답을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와 마리아의 대화는 어떤지 살펴보자. 예수께서 찾는다는 마르타의 귀뜸을 듣고 마리아는 달려나간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주님이 계셨더라면 오라비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문장만으로는 마르타와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전혀 다르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마자 통곡하며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슬픔이 얼마나 절절하게 표현됐는지, 예수님은 마음이 격앙되었고 산란해졌다. 예수님은 묻는다. "그가 어디에 묻혔는가?"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자매를 각기 만난 예수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마르타와의 만남은 마치 지혜문답과 같다. 마치 세례문답처럼,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과 더 없는 올곧은 대답으로 일관된다. 무슨 만남이 이리도 의례적인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르타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죽이고, 방문한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데 치중하고 있다. 반면 마리아는 어떤가? 만나자마자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예수님도 슬퍼 울음을 터뜨린다. 마리아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 차리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출시키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요한복음이 묘사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다. 마르타가 활동적이라면, 마리아는 소극적인 다소곳한 여자다. 마르타가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는 이성적 여자라면, 마리아는 자기 중심적인 감성적이며 직선적인 여자다. 마르타가 공적 활동에 익숙한 여자라면, 마리아는 매우 사사로운 친밀감에 익숙한 여자다. 그리하여 마르타가 어머니와 같은 여성성을 상징한다면, 마리아는 딸 같은 여성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요한복음서에 나오는 또 다른 일화는,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바르는 이 이야기로, 다소간 변형된 형태지만 네 복음서에 모두 등장한다. 다만 다른 복음서는 그가 마리아임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데 반해, 여기서는 분명하게 명시되고 있다. 마태오와 마르코는 이 장면이 나병환자 시몬의 집이라고 하고, 요한복음서는 나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의 집임을 시사하고 있다. (루가만이 예외적으로 어떤 바리사이의 집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루가의 텍스트는 가필의 흔적이 다른 텍스트보다 현저히 강하다.) 하지만 루가를 제외한, 세 복음서는 모두 본문의 지리적 배경이 베다니야라는 점에선 일치하고 있다. 라자로가 종기 투성이의 거지로 묘사되는 전승(루가16,19~31)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병환자 시몬과 라자로가 혼돈된 전승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리 무리스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의 발에 향유부은 여인 이야기는 라자로의 누이 마리아의 일화라고 가정할 수 있다.
네 복음서의 텍스트 중 루가복음서만이 이 여자를 '죄 많은 여자'로 규정할 뿐, 다른 복음서에는 그냥 여자로만 묘사된다. 즉 루가복음서만이 향유부은 사건을 죄 많은(아마도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난') 여인을 부각시키고 있을 뿐, 다른 복음서는 모두 값비싼 향유를 발에 부은 것에 대한 논쟁으로 그리고 있다. 요컨대 본문의 주제는 여인의 행위를 낭비로 볼 것인가 여부에 관한 논쟁에 있다는 것이다.
요한복음서는 마리아가 집회 중에 예수에게 와서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드렸다고 한다. 반면 여기서도 마르타는 손님 접대에 여념이 없었다고 묘사한다. 여인이 집회 중에 나타나서 가운데 있는 예수께 다가가서 그런 행위를 한 것은 분명 전승자들에게서 대단히 민망해 보였을 것이다. 때로는 하나의 로맨스로 느껴졌을 수 있다. 아무튼 이 사건은 퍽 인상깊었던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이 사건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 사건이었다. 그것은 이를 해석하는 데 난감해하는 모습이 텍스트 속에 역력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 여자에 대해 네 복음서들에는 예외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루가는 여인의 이런 태도에서 성적 문란함의 기조를 읽었다면, 마태오나 마르코는 그의 신상에 대해 침묵한 채 바로 향유부은 행위의 낭비성에 대해 지적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그를 두둔한다. 마태오와 마르코에서 예수님의 답변은 그분의 죽음에 대한 예시로서 해석된다. 또한 루가는 죄인의 용서에 대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모두 사실성이 빈약한데, 그 여인의 이름을 당당히 명시한 요한만은 답변에서도 여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 행한 그의 행위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헤 지난 4기 인물사에서 '이스카리옷 유다'를 다루는 대목에서 말한 것을 인용해보자.

본래 예수님의 발에 향유 부은 여인 이야기의 논점은 그 여인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여인 자체에 둘 것인가 아니면 그 여인의 행위에 수반된 요소의 사회적 가치에 둘 것인가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여자가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위해서 편지를 썼다고 하자. 그는 문구점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진 종이를 샀다. 조금은 비쌌지만 그에겐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 종이 위에 그는 자신의 심정을 적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장의 파지가 생겼고, 또 완성한 것을 나중에 읽다가 내버린 것만도 몇 장이나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만은 없었다. 기어이 용기를 내서 완성된 편지를 남자에게 전해주었다. 그때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무 헤퍼. 시험지에다 용건만 간단히 쓰면 되지 왜 이렇게 값비싼 데다 적었냔 말이야. 그 돈 있으면 구세군 함에다 넣을 것이지." 만약 당신이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이런 류의 남자와 같기를 바라는가? 이 이야기에서 제자들은 그가 깨뜨린 향유의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두었던 반면, 예수는 그런 행동을 해야 했던 여인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한편 이 전승을 최초로 기술한 마르코복음서에서 이것은 종말에 관한 예고로 활용된다. 즉 예수님은 곧 돌아가실 것이고, 이 여자는 예수님의 그러한 사건을 예시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마태오는 이러한 마르코의 시각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고, 루가는 상당히 많이 변조시켰다. 하지만 이 세 텍스트에서 핵심은 여인이 아니라 제자(또는 바리사이)와 예수님이라는 논쟁 당사자의 관점에 있었다. 한편 요한은 마르타-마리아-라자로 가족 이야기와 결합시켰고, 부수적으로 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의 탐욕스러움을 가미시켰다. 그렇다면 여기서 논점은 결코 예수와 유다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문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 세 남매에 있다. 요한복음서에서 이런 경우는 언제나 마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유다가 맡은 역할은 역사적 개연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만약 이 대목에서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이가 남자였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너무 징그러운 장면이리라. 그것은 우리가 본문을 이성애적 관점에서 읽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예수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면, 그도 마리아의 모습에서 어떤 성적 매력을 느꼈을 수 있다. 즉 그의 행동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대함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인의 행동의 사회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상황 외부의 자리로 스스로를 옮겨놓는 일인 것이다. 물론 둘 사이의 이 이상의 로맨스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무튼 예수의 두둔은 바로 그 상황의 구체성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텍스트에서도 마르타는 손님 접대를 위해 분주한 안주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마리아는 자신의 감정을 속직히 표현하기 위해 다른 이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할 수 있는 여자다. 그런 점에서 마리트가 믿음직한 여자라면, 마리아는 귀여운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3

이상에서 우리는 마리아-마르타 일화들의 주제가 처음부터 사회적인 성적 갈등의 문제와 대면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오히려 본문에는 두 여자의 여성적 특성의 차이가 이야기 전개에 밀접히 관여되어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는 예수 자신의 성관이 인습적 이해를 충분히 넘어서지 못하는 부분도 엿보인다. 가령, 예수님은 여성적 노동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제기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성애적 편애의 마음을 감추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은 그분이 이 텍스트가 예수에게서 성해방의 주제로서 이해되고 있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아무튼 초기 그리스도교에 와서 이 텍스트는 성 역할의 문제로서 읽혀지기 시작했다. 사도행전 6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루가는 말씀 사역을 다른 봉사 활동보다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그런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식탁의 디아코니아를 위해 힘쓰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의 정신을 잘못 해석하는 셈이다. 그런데 루가는 활동적인 여성보다는 후원에 힘쓰는 여성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위대한 여성 지도자를 한결같이 '시중드는 일에 전념한 사람'으로 각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식탁 디아코니아를 강조하는 마르타는, 루가에 의하면, 친교 마당에서 설치는 여자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잠히 예수 발치에 앉아 말씀을 경청하는 여자와 대립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 지도자들은 남성 지도자들에 비해 강론을 펼 기회가 적었다. 반면 여성 지도자들이 더욱 활약할 했던 부분은 친교의 영역이었다. 그것은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사회적으로 더 친밀성이 강한 존재로서 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는 그런 부분에서 더욱 활동적인 여자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마르타처럼 친밀성을 공적 언술로서 펼칠 수 있는 여자들은, 그러한 능력을 통해서 지도력을 돋보일 수 있는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불편한 여자로 여겨진다. 그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경청하는 모습이 더욱 여자다운 것으로 선호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중드는 행위의 필요성이 감쇄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개적으로 그것을 통해 지도력이 발휘되는 것이 폄하되었을 뿐이다.
성서는 매우 일찍부터 이러한 성적 규율의 장치로서 활용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원래부터 그러한 텍스트는 아니었다. 그것은 성의 문제가 결코 주제가 아닌, 다만 여성성의 차이가 부각되고 있던 상황에서의 예수의 특수한 반응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것은 성해방의 논리에 덜 민감했던 예수님 자신의 무감각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텍스트가 초기 그리스도교의 전개에서 이미 성적 편견의 장치로서 해석되고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서를 넘어서지 않으면 성서의 진정한 정신을 계승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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