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9/30 (03:20) from 63.106.241.154' of 63.106.241.154' | Article Number : 5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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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093 , Lines : 54 |
| 민중신학에서 '한국적'이란[개정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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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의 한국신학으로의 정립을 위하여1) 민중신학은 본질적으로 '한국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민중신학이 '한국적' 신학임을 주장하는 유일한 신학이 아니고, 민중신학에 대한 주된 비판의 하나가 '과연 한국적이냐?'라는 것임을 염두에 둘 때, 특히 민중신학의 평가와 전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전통'에 대한 대안적이지 못한 비판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민중신학의 '한국적'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를 실천이론적 수준에서 점검해 보는 것이 당면한 시기적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박성준의 글 [민중신학에서의 '한국적'이란?]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아마도 이 글에서 '한국적'이라는 기표를 둘러싼 무수한 담론(적 실천)들에 일종의 교통정리를 의도하고 있는 듯하다.2) 그는 여기서 민중신학의 '한국적'의 '규준'을 실천이론적 차원에서 제안하고 있다. 그의 글에 대한 나의 이러한 평가가 옳다면, 나는 그의 취지에 공감한다. 또한 이제부터 논의할 것이지만, 그가 제안한 '규준'에서 민중신학의 전망을 위한 중요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민중신학계에서 그의 논의가 보다 발전적으로 토의되길 기대하며, 그의 규준에 대한 내 나름의 보완을 제시코자 한다. 우선 박성준이 말하는 '한국적'의 규준을 인용해보기로 하자. 나는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우리의 현실의 삶'을 '한국적'을 규정하는 주요한 규준으로 삼는다. 이 명제 가운데는, '오늘'이라는 역사적 시간과 '한국'이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공간과 '우리'라는 민족-민중적 집단 내지 공동체에 대한 일정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고, '현실의 삶'이라는 인간의 개인적 및 사회적인 생활에 대한 이해도 주어져 있다.3) (강조는 인용자) 여기에서 보듯, 이 명제에는 '오늘', '한국', '우리'라는 시간성, 공간성, 집단성/공동체성에 대한 이해가 함축되어 있다. 사실 어느덧 우리 사이에는 산업화와 세계화로 인한 급속한 문화혼합 현상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일종의 반문화 현상인 복고주의를 '한국적'인 것의 회복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시각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가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시간의 단절'이라는 신화), '복고성=본질'이라는 이상한 신념이 전제되어 있다. 반면 박성준의 '오늘'이라는 말은 시간의 연속성을 전제한다. '오늘'은 과거 지평과 미래 지평이 만나는 무대다. '오늘' 위에서만 '과거'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것이 될 수 있고, '오늘'을 통해서만 '미래'는 그 실체성을 획득한다. '오늘' 그 자체는 '과거'와 '미래'의 지평융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실천의 각축장이다. 그러므로 '오늘'이라는 '한국적'의 규준은 시간성으로 해석된 실천이론적 규준이다. 한편 우리는 종종 폐쇄적 공간으로서의 한국을 '한국적'인 것의 규준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시각 역시 '공간의 단절'이라는 비사회학적인 폐쇄성을 전제한 관념주의적 발상을 안고 있다. '한국'('여기')은 '국가적'(전국적/일국적)인 콘텍스트뿐 아니라, 거시적 공간인 '세계적'global 맥락과 미시적 공간인 '지방적'local 맥락이 응축된 공간, 즉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관계성의 공간, 연속성의 공간이다. 이 관계 설정을 둘러싼 다양한 실천들의 헤게모니적 절합 속에서 '한국'은 규정된다. 요컨대 '한국'이라는 '한국적'의 규준은 공간성으로 해석된 실천이론적 규준이다. 마지막으로, '오늘'과 '여기'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실천들은 범주화·집단화된 '실천주체'를 상정한다. '우리'라는 이 실천주체의 범주화·집단화는 '오늘'과 '여기'라는 시간성과 공간성의 실천적 구성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늘 새롭게 시간성과 공간성을 창조하는 역사의 실천적 주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라는 '한국적'의 규준은 실천주체의 관점으로 해석된 실천이론의 규준인 것이다. 따라서 박성준의 민중신학이 주장하는 '한국적'의 규준은 시간성과 공간성 및 실천주체의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화에 대한 시금석으로, 단지 한때의 특수한 상황에서 유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상황신학'적 특성을 넘어서 보편적인 해방적 신학(174쪽)으로서의 민중신학적 해석학을 전망케 해 준다. 박성준은 이러한 '한국적'의 규준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서남동 신학의 수용을 통해 밝힌다. 즉 ① 서양-백인 문화로부터 아시아 문화신학으로의 전위와, ② 계시의 하부구조를 지니는 신학으로의 전위, 이 두 전위가 바로 '한국적'의 규준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그는 한 가지를 더 첨가하는데, '저항성'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것과 얼핏 균형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 세 번째의 것을 여기서 굳이 언급한 것은, 서남동 신학에서 '저항성'(아마도 정치적 저항성을 중심으로 하는)을 무장해제시키려는 해석(들)에 대한 그의 경고가 아닐까?4) 서남동 신학의 해석에 무지한 나로선 이 논의에 개입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이 문제는 논외로 하고, 앞의 두 가지에 대한 내 소견을 늘어놓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나는 이 두 전위 주장에 대해 동감한다. 하지만 앞에서 제시한 규준의 세 차원의 문제제기(시간성, 공간성, 실천주체)를 보다 발전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관점에서 볼 때, 서남동 신학의 수용 문제도 단순한 지지의 표명을 넘어서 비판적인 재해석이 필요할 듯 싶다. 먼저 첫번째의 것, '서양-백인 문화신학으로부터 아시아 문화신학으로의 전위'라는 표현에는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불완전한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 ⓐ '서양-백인 문화신학'라는 말은 '서양-백인-남성 문화신학'이라는 표현과 동의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아시아 문화신학은 '아시아-황인-여성 문화신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시아-황인'은 '아시아-황인-여성'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왜냐면 가부장적 문화는 서구적 특성으로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개념에는 '성 해방'이라는 함의를 살리는 보완이 요청된다. ⓑ '서양-백인'의 대립어를 굳이 '아시아'로 한정시킬 이유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경우 탈식민주의적인 세계적 연대 문제를 몰각할 여지를 안고 있다. ⓒ '서양-백인(-남성)'을 '아시아(-황인)'와 대립시키는 구도에는 단순 지리적 대립의 관점, 즉 서구적 지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 요컨대 반지성주의로 이해될 소지를 안고 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문제는 '서양' 대 '아시아'라는 물리적 의미의 단순 지리적 개념화로 빠질 위험성을 위의 표현이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서남동의 '서양-백인 문화신학으로부터 아시아 문화신학으로의 전위'라는 명제는 식민주의적 신학 담론에서 탈식민주의적인 신학 담론으로의 전위라는 관점에서 보완, 재해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계시의 하부구조를 지니는 신학으로의 전위'에 대해서 보자. 여기서 '하부구조'라는 말은 '민중의 해방운동'을 지칭하는 수사어다.5) 그러므로 이 말은 '(성서) 계시의 바탕에 깔린 민중의 해방운동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인 듯하다. 그런데 '하부구조'라는 표현에는 일반적으로 '근본구조'라는 함의가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의 두 번째의 전위를 둘러싼 대중적인 오해 내지는 과잉해석의 경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시'가 근본적이냐 '하부구조'(민중운동)가 근본적이냐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의에서, 양자 모두 실천적 이론화에 역기능을 해 왔다. 따라서 나의 판단으로는 계시의 역사성을 민중당파적으로 해석하는 신학으로의 전위라는 관점으로의 보완,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성준은 서남동의 이 두 전위를 '한국적'의 규준과 연관됨을 설명하기 위해 대문자 M의 민중을 논술한다(179-81쪽). 가장 '한국적'인 함의를 갖는다는 Minjung은 이 두 전위를 통해 신학적으로 잘 포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민중이란 한국사회의 모순구조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 Minjung은 한반도의 기나긴 역사를 통하여 봉건제, 반봉건제, 식민지, 신식민지, 매판-예속 자본주의, 가부장제적 성차별, 분단체제, 군부독재, 식민지잔재문화, 대미종속문화, 분단문화, 계급계층문화, 민중문화를 온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민중은 사회경제사적, 정치경제학적, 문화사회학적, 종교-예술-신학적 존재이며, 그 모든 '한 국적' 요인들을 통전적으로 육화한 존재이다. ... 민중은 이처럼 '한국적'이다. '민중'을 뜻풀이 하다보면, '한국적'이라는 것이 절로 풀린다. '한국적 민중'은 동어반복이고 '한국 민중신학'은 형용모순이다. '한국적'은 민중의 내포內包일 뿐이다.(180쪽; 강조는 인용자) 여기서 길게 열거한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들은 다소 어지럽긴 하지만,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는 사회과학자가 아니기에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균형 있게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민중을 한국적 모순구조와의 연관성 아래서 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에는 전통문화 속에 내장된(되었다고 믿는) 정신사적 속성에서 '한국적'을 찾기보다는 '오늘 여기'의 한국사회의 모순구조 속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러니 민중신학에서 한국적인 것을 묻는 것은 곧 민중을 묻는 것과 동어반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데, 여기서 인용구절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를 혼동시킨다. "'한국적'은 민중의 내포일 뿐이"라고? '내포'intension란 개념의 속성을 가리키는 철학 용어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적인 것이 민중의 속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까지 그는 한국적인 것의 속성이 바로 민중적인 것이라고 말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그는 반대로 민중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한국적'과 '민중적'은 서로를 증명함으로써 입론화되는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두 가지는 결코 역사적으로 실체화할 수 없다. 누구는 그가 단지 개념을 혼동하여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하면 될 것 아닌가고 되묻는다. 물론 그는 개념을 혼동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러한 혼동을 일으키면서까지 말해야만 했던 욕망의 자극제는 무엇인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러한 혼동을 야기하도록 했을까? 나의 상상으로는, 그가 이 대목에서 민중을 공간적 구조의 파생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앞에서 그가 시간과 공간적 좌표로만 '한국적인 것'을 규정하기보다는 실천주체가 또 하나의 구성 요소라고 본 것은, 역사주체로서의 민중이 모순구조의 단순한 파생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민중은 모순구조를 위기로 체감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그것의 폐절을 지향하는 실천의 주체로서 규정지을 수 있다. 이것은 모순구조가 역사주체를 자명하게 야기시킨다는 구조결정론적 인식과는 다르다. 역사주체는 위기구조를 위기로서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그러한 이해를 행위로 옮김으로써 탄생한다. '구조⇒이해⇒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자명하지 않다. 그 사이에는 무수한 변곡점이 있을 수 있으며, 동일한 모순구조하에서 상이한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내장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의 주체는 모순의 담지자와 관련이 되어 있기는 하나 동일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렇게 말해오던 그가 이 대목에서 민중을 공간적 구조의 단순 파생물로 보는 인식론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구조결정론과 발생론간의 인식론간의 동요가 개념의 혼동을 무릅쓰면서까지 '한국적인 것'을 민중의 속성이라고 말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여기서 갑자기 인식론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내가 보기엔, 위에서 인용한 구절 바로 다음 단락이 그 이유를 해명해준다. ... 이 새로운 세계체제의 희생제물은 변함 없이 제3세계의 민중들minjungs이다. 국경 없는 세계란 허상일 뿐이다. 오직 Minjung에 더 성실하고 더 천착할수록 세계의 민중, 보편적 minjung에로 가는 길은 더 넓어진다. (181쪽) 말인즉슨, 세계화라는 공간적 경계의 교란 현상은 모순구조를 일국의 차원을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도록 함에도, 그에 대한 저항은 일국의 차원에서 벌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민중을 굳이 대문자 M으로 시작하는 고유명사로서 한국적 성격을 특별히 강조해야 했던 것이리라. 이것은 실천 패러다임을 일국적 차원에서 전지구적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임마누엘 월러스틴의 주장과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그리고 필경, 그는 나를 염두에 두면서 이 말을 했을 듯 싶다. 물론 나는 월러스틴 류의 주장에 반대한 적도 없지만 동의한 적도 없다. 이쯤 되면, 화살은 내게로 넘어온다. 도대체 내가 이 글에 대해 그토록 찬사를 보내면서도, 대문자 민중에 대해서 딴지를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중이 한국적인 것의 속성이라는 주장을 계속 견지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박성준이 한국적인 것의 준거로 보고 있는 '모순구조'라는 표현 자체가 고정된 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시간과 공간의 좌표상에 위치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실재한다. 그리고 그 좌표는 그 정박 지점을 둘러싼 투쟁의 결과물이다. 바로 여기에 '민중적'이라는 개념이 요청된다. '민중'이라는 것은 그가 앞서 말한 민중신학의 '한국적'의 규준의 하나인 '실천주체'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요컨대 각 주체들이 시간과 공간의 좌표상에서 정박지를 둘러싼 투쟁을 벌일 때, 민중적 실천은 그 투쟁에 개입하여 한국적인 것의 민중신학적 성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규준이 한국적인 것의 외연에 해당한다면, '민중'은 민중신학의 한국적인 것의 내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글을 맺음하면서 이상에서 말한 '한국적'의 규준의 관점에서 시공간적 관계성과 실천주체의 문제를 포괄하는 민중 개념화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에 나는 사회구조와 실천주체간의 관계를 고려한 개념화로서 민중을 규정한 적이 있다.6) 이 글에서 나는 민중을 특정 사회구성체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구조 속에서 '이 모순적 구조를 극복하려는 역동적인 형성적 실체'며 '하느님나라 운동의 역사적(현실적) 구현태'로 규정하였다. 이때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집합의지 또는 하느님나라를 지향하는 에토스를 민중당파성이라고 하고,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경향을 변혁적('하느님나라 지향적')이라 정의했다. 민중당파성은 곧 민중형성의 논리라는 것이다. 즉 민중은 하느님나라 운동의 주체로서 민중당파성을 형성논리로 하는 일종의 변혁적인 정치연합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천주체의 개념화에는 사회의 시공간적 구조화의 개념이 미분화된 상태로, 전제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러한 민중 개념화를 전제할 때, 사회구성체를 시공간적 관계성의 차원에서 규정하는 것은, 그리고 이를 신학적 용어로 풀어쓰는 것은 향후 민중신학의 '진정한 한국적 신학'을 향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각주] 1) 이 글은 1993년 11월에 있었던 한국민중신학회 제2차 정기총회 때 발표됐던 박성준의 [민중신학에 있어서 '한국적'이란?―민중신학의 한국신학으로의 정립을 위하여]에 대한 논평이다. 박성준의 이 글은 다소 보완해서 {민중신학} 창간호(1995)에 게재되었다. 나는 이 글이 1990년대 제출된 민중신학 관련 논의 가운데서 문제의식에 있어 가장 돋보이는 저작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이 글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 신학교 도서관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희귀본이 되고 말았다. 2) 세계신학계에서 한국신학의 대표격으로 인정되는 신학은 민중신학이다. 그래서 여러 교파를 아우르는 수많은 유학생들이 민중신학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제출했고, 또 진보적 입장의 여러 국내파 연구자들 또한 소속 교단과는 관계없이 민중신학적 연구에 참여했다. 한편 민중신학의 메카처럼 여겨져 온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의 한신대학의 경우 공공연히 민중신학을 비판해왔던 학자들도 여럿 있었고, 적극적인 민중신학 연구자라 할 수 있는 교수의 수는, 민중신학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에도, 실제로 그리 많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통상 민중신학은 한신대학의 신학으로 오해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한신대학을 신학적으로 압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던 국내 유수의 교단 신학교들을 중심으로 '민중신학 때리기'가 시도된다. 이는 필경 교단 및 신학교간의 담론적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튼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말이라는 구호가 확성기를 통해 한창 유포되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본격화된다. 그러는 와중에 비교적 건강한 문제제기에 속하는 논의들도 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한국적 신학'에 관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요지는, 민중신학에 대한 비판의 하나는 민중신학이 정치적 의제를 과도하게 표방한 나머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망각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성준의 '한국적이란?'이라는 표제는 이런 도전에 대한 하나의 응답의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3) 박성준, [민중신학에 있어서 '한국적'이란?], 172쪽.(이하, 본문에서 쪽 표시로 대치). 4) 실제로 민중신학 제2세대(1980년대적 경향)의 주요 논객들인 박성준, 강원돈, 최형묵 등은 서남동의 '계시의 하부구조'라는 개념을 특별히 강조한다. 이는 서남동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에서, 그의 신학의 핵심에는 유물론적 사유의 가능성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언술전략과 결부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1980년대적 의미에서 저항이라는 함의와 맞닿아 있다. 즉 그리스도교 청년 학생 운동들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던 이들은 상아탑 내에서 서남동을 해석하는 연구자들과의 변별점을 바로 여기에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5) 최형묵, [민중신학적 정치경제 윤리의 모색(1)], {신학사상} (1993 겨울), 172쪽. 6) 김진호, [역사 주체로서의 민중], {신학사상} (1993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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