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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3 (13:40) from 203.252.17.145' of 203.252.17.145' Article Number : 103

정강길 Access : 2942 , Lines : 196

3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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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

- 화이트헤드 철학의 입장에서 -

정강길

Ⅰ. 들어가며

1. 일러두는 말
이 글은 나의 진행되고 있는 연구인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민중신학 수립>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작년 임마누엘 학술제 때 졸고한 <민중신학의 민중론 비판과 대안적 모색>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 글은 나의 지속적인 관심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임을 우선 알아두었으면 한다.
이미 한신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화이트헤드와 민중신학은 나의 관심사였었다. 나의 신학적 작업은 기존의 민중신학을 아예 해체시키고 다시 세우는 것이다. 즉, 기존의 민중신학의 한계와 민중론에 대한 재검토, 보수신앙의 장점과 진보신앙의 개방성, 보편성과 당파성, 그리고 종교적 영성과 사회적 투쟁성 등등 이러한 대척적인 명제들을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도식에서 조화롭게 엮어내는가 하는 신학적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 이제 이미 그 작업은 책을 한 권 펴낼 만큼의 분량에 이르렀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많은 신학도들의 손에 닿게 될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한가지 일러둘 것은 가능하면 화이트헤드 철학에 대한 이해-특히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철학의 기능과 유용성에 대해-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적어도 작년 학술제 때 쓴 나의 글 <민중신학의 민중론 비판과 대안적 모색>만이라도 읽고서 이 글을 대하길 권하는 바이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보편적 민중>이니 <자각된 민중>이니 그리고 특히 <우선적 민중>에 대한 선이해가 없다면 조금은 바른 독해가 힘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러 신학도들의 애정어린 질정을 기다리겠다.

2. 김진호를 대표로 하는 3세대 민중신학
언젠가 학교에서 3세대 민중신학자들과 가까이 교류하고 있는 대학원생 한 분을 알게 되어 3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는 나의 논문인 「화이트헤드 철학에서 본 민중신학 비판과 대안」이란 글을 읽고서 나름대로 논평을 써서 내게 전달하였다. 물론 그 논평자는 이후의 그 논평에 대한 나의 '응답'에 의하여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아무튼 거기에서 나는 민중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하나를 듣게 되었다. 즉 민중신학이 갖고 있는 형이상학적 기반은 바로 '민중 사건론'이며, '민중 역사 주체론'은 '민중사건 주체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러한 표현을 민중신학자들이 명시적으로 쓴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단지 3세대 민중신학자들의 입장을 굳이 줄여서 표현하자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그 나름대로의 해석이었던 것이다.
3세대 민중신학의 메타이론이 '민중 사건론'인지는 몰라도 '민중 역사 주체론'이 '민중 사건 주체론'이라고 설명한 점은 어느 정도 3세대의 입장을 잘 맞게 표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김진호가 주장하듯이 3세대 민중신학의 민중 개념은 하나의 '구성적 실체'라기보다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형성론적 실체' 또는 '사건적 실체'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중 역사 주체론'은 '민중사건 주체론'과 같은 얘기이므로 여전히 '민중 역사 주체론'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글쎄 그럴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3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나의 입장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져 이 글을 쓰는 바임을 우선 밝혀둔다.
나는 이들의 주장들을 살펴봄에 있어서 주로 김진호의 텍스트들을 중점적으로 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김진호는 3세대 민중신학을 체계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뚜렷하고도 중심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카데믹한 논의들은 1세대와 2세대의 논의들을 비판·극복하고 다른 외부의 민중신학 비판자들로부터도 두드러지게 민중신학을 변호하고 있다.

Ⅱ. 몸말

1. 3세대가 보는 민중신학 위기론
90년대 이후에 들어서 시민운동가인 서경석의 글과 김지철, 박순경, 박재순, 임태수 같은 신학자들의 글들이 민중신학을 한결같이 비판한 것과 때를 같이 하면서 민중신학은 점점 그 설득력을 잃어갔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3세대 민중신학의 대표적 논객인 김진호는 이들의 논리는 현사회분석에 대한 그릇된 판단과 민중신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민중신학을 새롭게 계승하려고 하였다. 여기서는 그의 글을 중심으로 3세대가 보는 민중신학 위기론을 살펴보자.
그는 이러한 민중신학의 위기론들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진단하는 데, 그것은 바로 사회역사적 진단의 측면과 민중신학에 대한 이해의 측면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들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그는 여기서 민중신학의 위기를 주장하는 비판론자들의 논리의 배후에는 서유럽 중심주의적, 그리스도교 배타주의적 시각이 깔려 있으며, 이것은 서유럽중심주의적 '발전이론'이라는 식민주의적 담론이 접합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그가 보는 민중신학의 위기는 실천이론의 빈곤 때문이지 민중신학 자체 안에 근본적인 오류를 노정하고 있다고 보진 않으며, 민중신학은 오히려 주류신학의 '거짓 보편성'을 폭로한다고 말한다.

2. 민중신학은 먼저 형이상학적 패러다임을 세워야 한다.
나는 그런 그의 주장이 모조리 틀렸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중신학 위기론을 주장하는 자들의 비판도 무시해야 할 정도로 틀렸다고도 보진 않는다. 서경석을 비롯한 대체적인 민중신학 비판자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대안적 세계관을 찾지 못한 갈등의 표출이었을 뿐이다. 초월과 내재, 무시간성과 특정적 상황성, 보편성과 당파성을 하나의 구도 안에서 묶을 수 있는 온전한 패러다임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철학적·신학적 이론의 부재가 바로 근본적인 민중신학의 위기였다는 것이다. 비록 그들의 요구와 바램이 우회적으로 드러났을 뿐이었지 정당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민중신학에 영성이 부족하고, 보편성이 미흡하고, 민중에 대한 낙관론과 사회과학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아무리 민중신학에 대한 <외연>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도, 그러한 '외연'이 민중신학의 <내연>과 분명 단절된 것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그 동안 민중신학이 내부적으로도 존재론적 문제들을 도외시한 것은 사실이었지 않은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세대 민중신학을 보는 나의 입장을 이렇다. 나는 3세대 또한 1,2세대의 민중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개념적 모순들을 그 안에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이들이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관계적 상황에 대한 시각을 부여한 점은 옳았으나 이것이 존재론적 언명에 대한 차단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김진호가 보기에, 존재론적 언명과 사유들을 추구하는 것이 서유럽 중심주의적 사고니 뭐니해서 비판할 찐 모르나, 플라톤의 이론에 오류가 있을지언정 그의 문제인식과 설정은 오늘날에까지 깊숙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총체적 현실이다. 인간이 궁극의 기원을 탐구하고 묻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정치적·사회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열망하는 종교적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열렬히 인용해 마지않는 푸코(M. Foucault)의 주장대로 지식이 권력과 결탁하고 텍스트 외부의 담론과의 접합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고 해서 계보학으로서의 지식 체계를 수용한다는 것은 이성의 광기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정작 버리지 말아야 할 것마저 버린 것은 아닌가. 형이상학이라는 존재론에 대한 고찰은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신학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존재론이란 것은 인간이 과정적·관계적 존재인 이상 항상 퀘스천 마크로 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중신학 비판자들의 주장들을 김진호가 서유럽 중심주의의 '식민주의적 담론'이라고 평가절하하기 이전에 이미 그것은 인간 본연의 형이상학적 문제와 닿아있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존재에 대한 물음 이전에 실천에 대한 문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시대를 내다보기 이전에 자기 자신조차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20세기의 철학적 담론이 근대 세계의 지배담론이었던 사유를 해체하고 형이상학을 경시한다는 점을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진보적인 사상가가 볼 때에 존재론적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 유아기적 사고의 습성으로 보일런지 몰라도,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제발 간언하건대 정작 버릴려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서 버리길 간곡히 바란다. 이 우주의 궁극을 탐구한다는 것은 사유의 기본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만가지 문제는 바로 존재론에서 출발한다. 만약 이것을 해결하지 않은 채 미지수로 남겨둔다면 확언하건대 인간사에 줄곧 <화두>로 쫓아다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서양의 사상사가 그랬었고 동양의 사상사가 그랬었다.
나는 푸코같은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생각이 마냥 그릇된 것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서 해답을 찾았던 것도 아니다. 이들의 세계관은 한마디로 '절대'를 부정하는 니힐리즘적인 양태에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랑스의 인식론 자체가 대체로 영미 철학과 달리 칸트식의 사변적 접근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접근을 통한 실증주의적인 과학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존재론적인 언명을 밝히는 형이상학의 폐해가 어떤 것인지는 잘 알고 있는 바이다. 68년 5월의 프랑스 학생운동을 절정으로 전 유럽을 좌파의 물결로 휩쓸었던 68세대들의 진보적 사상과 그 밑변에 기초된 탈현대적인 구조주의와 해체주의가 보수적인 서구 형이상학의 허상들을 간파했던 시도는 좋았으나, 또한 그것은 달리 서구 형이상학 자체내의 오류로서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부분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권력의 작동과 별도로 고찰될 수 없다고 해서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이성 자체가 변질되고 금이 갔다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은 우리에게 항상 상대적 나열식의 해답만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또한 차이와 다양성, 동시적 비동일성만을 강조하는 탈현대주의적인 전략들이 돌아갈 곳도 냉소적인 회의주의와 허무주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디 3세대 민중신학자들은 이 세계를 설득적으로 유연성있게 설명하는 사변적인 형이상학도 있음을 인지하길 바란다. 화이트헤드가 늘상 얘기하듯, 합리주의는 항상 우리에게 신념이며 희망의 모험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3.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로써의 학문이다.
김진호의 사고의 한계는 민중신학을 비판했던 연변대학의 학자인 이정규 선생의 글을 비판한 글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유물론과 유심론의 이원론적이고 환원론적인 범주의 양극분화 도식은 비트겐슈타인이 말한대로 인간이 본질주의라는 그물에 사로잡힌 탓이라고 인용하면서, 진리는 '무엇인가'하고 묻기 전에 '어떻게 형성되는가'라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그럴듯한 얘기 같지만 전혀 그럴듯한 얘기가 못된다. 물론 우리의 진리 탐구가 이러한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리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을 그 과정상에서 묻는다는 것 자체가 공식없이 답을 구하겠다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귀납적 사실들에 대하여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연역적 일관성이 있다고 한다면, 즉 우리가 최선의 선택으로 택할 수 있는 사변적 공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진호가 보기엔 오히려 '절대'를 탐구하는 것이 답이 안나오는 얘기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할 진 모르나 '절대'를 탐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인간의 지적욕구를 들끊게 하고 진리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형이상학을 탐구한다는 것은 학문적 체계를 새롭게 수립함에 있어서나 그 학문이 기술하는 명제에 대한 검증에 있어서도 항상 첫 자리이다. 물론 인간이 선 자리가 이미 역사적 과정상에 속해 있기 때문에 결코 인간은 절대적인 진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문의 첫자리는 '형이상학'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인문과학이든 간에 모든 학문은 어떤 식으로든 간에 그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형이상학(사변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로써의 학문이며, 충분히 예증된 최선의 선택으로서의 올바른 형이상학(사변철학)은 다른 학문의 오류를 검증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형이상학에 대한 언급이 없는 모든 추론은 불완전할 뿐이다.
문제는 이미 체계화된 학문적 논거들이 있다면, 먼저 그 논거의 사변적 구도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럼으로써 밝혀진 형이상학이 이 세계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하는 검증과 적용의 차원에서 오류를 발견하는 작업들이 더 중요할 것이다. 만약 체계화된 사변의 구도가 현실세계에서 틀리게 나타난다면 그것은 바로 형이상학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화이트헤드도 자신의 이론이 결코 절대라고 주장하지 않으며 항상 형이상학은 현실세계에서의 적용과 검증 그리고 재수립이라는 관념의 모험을 겁내지 않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4. 형이상학은 패러다임 중의 패러다임
그런데 여기서 만약 형이상학에 대한 체계가 먼저 세워지지 않는다면, 실증주의적인 영역의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은 그 자체 안에 개념적 모순이 혼재될 위험이 아주 다분하다. 그것은 시대적인 조류가 변하고 인간의 역사적 상황이 바뀔 적마다 논의가 정정되고 번복된다. 그렇다면 형이상학도 검증의 차원에서 충분히 오류가 발견될 수 있고 정정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상황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질문할 수 있겠다. 물론이다. 형이상학이 실제의 적용에서 오류가 밝혀지는 순간까지는 '한시적 절대진리'가 되는 것이다. 체계화된 형이상학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은 바로 '절대'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신념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이것이 바로 푸코도 아연질색 해버린 합리주의의 횡포다.

그러나 모든 지식이 어쩔 수 없이 확률적 지식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로 절대인지 아닌지는 새로운 사실에 의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인간이 가능한 한 최선으로 택할 수밖에 없잖은가. 거짓으로 폭로된 하나의 사실 때문에 본질철학에 대한 가능성마저 버리라는 것인가. 합리주의에 대한 신념을 우리가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세계에 대한 해석자체를 방기하는 셈이 아닌가.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으며, 20세기의 과학적 사실의 발견은 오히려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계속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설사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이 앞으로의 새로운 밀레니움의 시대에 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형이상학에 의해 대체됨으로서 깨어지는 것이지, 형이상학이란 학문을 공백으로 남겨서 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존재론에 대한 탐구에 집착하는 것을 두고 시대적 착오니, 그보다는 사회학적 진단의 실천이론의 정립이 더 중요하다느니 하는 주장들은 형이상학을 공백으로 남겨둔 채 실증주의적인 영역에 몰입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렇기에 나는 푸코를 비롯한 구조주의와 해체주의 계열의 프랑스 철학자들을 매우 아카데믹한 팔푼이로밖에 보질 않는다.
역사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문의 탐구자들은 그러한 탐구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는 이 현실세계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환상임을 먼저 깨닫는 자세가 필요하다. 20세기 물리학이 말해주듯, 우리가 확실히 동시적으로 보고 지각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결코 본래적인 사물이 아닌 우리의 의식이 개입한 통상적인 착각일 뿐이다. 하나의 사물은 왜 다면적 정체성을 가지는 것인지, 즉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답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 접근 방식은 항상 해석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뒤바뀌고 있는데, 이것은 먼저 모든 실증주의적 학문의 언술들은 그 이면에 또한 보이지 않는 비대면적 언술체계를 미리 깔고 있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회학과 철학과 물리학이 제각기 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지 마라. 오늘날 각각의 학문의 영역들은 날이 갈수록 다분화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또한 서로서로 긴밀히 연관되고 있다. 존재의 궁극을 다루는 과학인 형이상학은 모든 학문을 그 밑변에서 하나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형이상학은 모든 패러다임 중의 가장 근원적인 패러다임이며, 어느 한 시대의 형이상학적 체계가 바뀐다는 것은 바로 정신사의 대변혁과도 같은 것임을 필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견고한 형이상학 위에 세워진 실증주의적인 과학이야말로 형이상학을 부정, 혹은 거부하거나 논의없이 세워진 인문과학보다 훨씬 더 튼튼하리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우리는 항상 형이상학에 대한 탐구와 실제의 적용을 면밀히 주의깊게 살피면서, 그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코스몰로지를 이 현실세계에서 끊임없이 적용·검증·수립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5. 민중신학이 상정하고 있었던 형이상학
민중신학이 비난하는 서구신학의 오류는 바로 서구신학이 수용했던 형이상학(사변철학)의 치명적 구멍에 다름 아니다. 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사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서양철학이 지금까지 플라톤의 아류였듯이 기독교 신학이 밑변으로 삼아왔던 철학은 바로 플라톤적인 관념론, 즉 이원론이 줄곧 그 베이스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비역사적이고 타계적인 신앙의 행태로 나타났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서구신학을 그토록 반대하던 기존의 민중신학은 왜 막다른 세계에 봉착하고 만 것일까? 1세대가 전태일 사건으로부터 발견한 신학적 발견은 세계 신학사에 상당히 커다란 의미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1세대는 이에 대한 학문적 고찰이 참으로 미흡했었다. 물론 이것은 당시의 절박한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고 보여지기에 1세대는 그 발견에 있어서 만큼은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1세대가 미완으로 남겨놓은 학문적 작업이 2세대에 이르면 민중신학은 맑스주의와 연관되고 있다. 기독교와 유물론의 접합을 모색했던 강원돈의 '물(物)의 신학'은 이에 대한 극명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지만 적어도 강원돈의 '물의 신학'은 민중신학사 중 최초로 민중신학에 대한 형이상학적 탐구를 해보인 신학적 작업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게 중에는 이를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긴 있었다. 사실 기독교와 맑스주의의 관계는 프락시스 안에서만 합의를 맛보는 평행선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현상적으로는 사회적 실천에서 서로간에 유사성을 보이지만 근원적으로는 그 베이스가 다른 것이다. 90년대 이후의 3세대 민중신학은 맑스주의를 넘어서 구조주의 특히 포스트구조주의를 민중신학의 학문적 베이스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포스트구조주의의 한계는 곧바로 3세대 민중신학의 한계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데리다나 들뢰즈 같은 포스트구조주의자들도 자신이 맑시스트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던 점들을 미루어 볼 때, 3세대 민중신학자들의 학문적 작업은 90년대 국내 지식인계에 불어닥친 포스티즘의 열풍과 관련하여 이미 예정된 학문적 행보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한다.
자, 이제 전체 민중신학이 세대별로 상정해 왔었던 형이상학에 대한 밑그림들을 생각해보라. 왜 민중신학은 이같은 반(反)플라톤적 철학들과 친화적이었을까? 더구나 민중신학이 서구신학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반응을 보일 정도로 안티신학이었음을 감안해볼 때 이같은 민중신학의 학문적 행보는 애초부터 자명한 것이었다는 생각은 들진 않는가?

6. 김진호의 치명적 한계
오늘날 맑스주의 이후의 맑스주의 연구가 아무리 '실천'을 중요시한다고 해도 이들의 세계관은 항상 시대적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 변하고 있다. 시대를 분석한답시고 그들이 현재를 판단할 때는 이미 현재는 과거가 되버렸으며, 그때는 다시 새로운 문제와 상황 변화가 돌출된 이후이다. 즉, 그렇기에 이들의 진리관은 '보편주의'에 대한 탐구를 공석으로 남겨두는 컨텍스츄얼리즘의 한계를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김진호의 사고가 얼마나 협소한지는 다음의 언급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절대타자'나 '계시'라는 …(중략)… 신학적 진리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진리의 다원성, 상대성에 귀기울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통주의적인 신앙적 정체성을 시류적인 다원성과 교묘하게 타협시킨 이른바 '정통주의적 다원주의자'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진리의 다원성 문제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새로운 문제설정과 양자택일적 관계임을 망각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자, 여기서 양자택일적 관계라면 김진호의 선 자리는 어디일까? 당연히 그의 전략은 먼저 '절대타자'나 '계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적인 시류에 대한 분석을 시급히 획득하는 것일 게다. 또한 여기서 '정통주의적 다원주의자'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누구의 사상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김진호가 진리의 다원성 문제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문제설정과 양자택일적 관계라고 하는데, 이것은 화이트헤드의 철학 안에서는 씨도 먹히지 않는 얘기라는 것이다. 만약 이 둘을 포괄하는 형이상학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유감스럽겠지만 화이트헤드가 제시하는 과정사상이 바로 차이와 다양성을 논하는 디컨스트럭션과 합리주의에 대한 희망을 보게 하는 컨스트럭션을 동시에 포괄하는 형이상학인 것을 그는 왜 몰랐을까? 즉, 진리는 하나인 동시에 현상에서는 그 개별자들의 주체를 훼손하지 않는 다원성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패러다임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보기에 그는 구조주의와 포스트계열의 프랑스 현대철학은 많이 알았어도 영미 철학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외국의 학계에서 이미 휩쓸고 간 포스티즘의 소란이 뒤늦게 들어와서 야단법썩을 떨고 있다. 솔직히 3세대 민중신학자들이 적어도 프랑스 학자인 떼이야르 드 샤르뎅의 과학사상만이라도 정확하게 인지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아무튼 '절대'와 '상대'를 하나의 사유체계 안에서 통합할 수 있는 유기체적 세계관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세계 자체가 유기체적인 관계 망에 놓여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세계를 설명하는 각각의 학문들 또한 서로서로 모두 연관된 관련을 가질 것이다. 학문의 영역에서 아무리 조그만 부분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일체의 '단절'이나 '배제'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조그마한 구멍도 결국 언젠가는 전체의 부실함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3세대 민중신학자인 김진호는 80년대 민중신학의 저항담론이었던 정치경제학적 패러다임에서 90년대에 들어서서는 이제 문화정치학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문화정치학 쪽이 아니라 먼저 시급한 과제인 형이상학 쪽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진호는 민중신학의 위기를 잘못 진단하였다. 사회역사적 진단과 상황분석을 통한 민중신학의 실천이론을 추구하는 것이 민중신학의 위기극복의 요체가 아니라,-물론 그러한 작업도 중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민중신학이 상정하고 있는 사변적 체계에 대한 철학적 진단이 가장 먼저 민중신학의 위기극복으로서 할 일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이란 근본적으로 모든 학문의 해석학적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7. 김진호가 보는 3세대 민중신학의 정체성
하지만 이를 통해서 나타난 3세대의 중요한 발견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상성>의 확보다. 이들은 민중신학이 일상생활에서의 해방적 투쟁과 권력에 대항하는 실천적 담론들을 얘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점들은 3세대 민중신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관계성'이라는 개념을 깨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발현된 사유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실체론적 접근을 표방한 이전 세대의 민중신학과 뚜렷하게 구분짓는 부분이다. 이 세계를 거대한 구조의 '관계 그물망'으로 본다는 점은 나의 민중신학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커다란 실수는 바로 이러한 사회학적 체계들은 인지하면서도 그와 연결된 그 이면의 형이상학적 체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거나 인정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민중신학이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푸코가 이성의 광기를 체험하고서 밝혔듯이, 지식이란 외부의 권력장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계보학적 위치에 놓여있는 언술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알튀세의 '징후적 독해'와 데리다의 '흔적 읽기'같은 방식을 통해서 부단히 과잉결정된 권력구조에 대한 해체와 주류담론에 대한 허위의 폭로와 그 비판에 종사하는 것이 민중신학의 할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세대별로 민중신학을 얘기할 때, 푸코의 계보학적 문제설정을 수용하면서 이를 '권력의 계보학'이 아닌 '저항의 계보학'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즉, 김진호는 민중신학의 정체성을 '신학하기'를 기반으로 한 그때그때마다의 저항담론으로 보고있다.

8. 자아의 해체를 표방하는 <탈중심화>로서의 사유에 대한 함정
이것에 깔린 사유의 기조는 바로 관계성을 담보한 <탈중심화>라고 생각된다. 앞서 민중신학의 메타이론이 '민중사건론'이라고 누군가 얘기한 적 있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바로 관계적 지평에서의 무수한 경계화에 대한 해체를 요구하기 위한 신학적·이론적 근거를 언급하기 위한 것일 게다. 즉, 대체적으로 3세대 민중신학자들의 <사건>개념은 관계론적 사유에 기초하여 '탈중심화'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3세대 민중신학들이 열렬히 추구하는 '<자아-센트리즘>에 대한 해체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생각하는 메타이론이 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진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우리는 타자의 외부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의 내재적 상관성 관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우리의 본질은 너(희)/그(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실현되며, 그 관계의 형성 과정 속에서 내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우리의 정체성은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변형된다. 신도 마찬가지다. 신의 본질은 인간 존재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형상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령 신의 실천은 역사 속에 개입하는 모습에서, 즉 인간 세계의 구체성과 조우하는 데서 발현한다는 주장과 상응한다."

일면 옳은 얘기를 하는 듯하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권력의 상호네트웍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상황아래서, 이같은 얘기들은 더욱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화이트헤드 철학 안에서도 <상호적 내재성>과 <보편적 상대성>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어지지만, 그러나 여기서 김진호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 관계적 지평에서 형성된 '나'는 본질이 아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본질이 드러난 나'일 뿐이다. 즉 나/우리의 본질은 너(희)/그(것)과의 관계 속에서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그 정체성은 관계성의 외부에서 관계 안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물론 관계형성이 '나'에게 영향을 주고 '나'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태초의 판정에서 나를 형성하는 것은 관계적 지평이 아니라 나 자신의 고유의 실존적 지평이다. 나라는 존재는 관계적 지평 안에도 있지만 동시에 바깥에도 있다. 즉, 때로는 관계적 지평안에서의 영향과 다르게 나의 의식과 행동을 충분히 진행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간과하고 있는가.
나는 끊임없이 <사회화>되면서 이 세계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 런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즉, 근본적으로는 내가 <사회화>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자아화>되는 것이다. 본질은 드러난 것들의 바깥에 있으며, 그러한 우리가 보는 것은 본질이 관계적 지평 안에서의 침투된 모습일 뿐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그가 언급하기도 한 <하방품성론>의 철학적 구도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하방품성론'을 얘기하면서도 중요한 오류를 범한다.

....신앙은 자아(자아 중심주의)에 대한 해체적 실천을 수반한다. ....(중략).... 신조차도 자신을, 자신의 권력을 해체하면서 사건 속에 개입해 들어온 것이다.(하방품성론) 여기에는 두 가지 함의가 들어있다. 관계의 외부에서는 사건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자아의 구축을 전제하는 한, 사건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적어도 여기서 그가 말하는 '신이 사건 속에 개입해 들어온다는 것'과 '관계의 외부에서는 사건에 참여할 수 없다'라는 말은 서로 상반된 모순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자아의 구축을 전제로 하는 한 사건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인가? 사실 '하방품성론'이 자신을 타자에게 내어준다는 측면에서 볼 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신앙이란 '자아'-혹은 자아 중심주의-에 대한 해체를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신앙이란 자아에 대한 <해체>가 아닌 오히려 자아에 대한 <개조>이며, 동시에 개조된 자아에 대한 <확장>이다. 물론 그때의 자아란 '타자와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자아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진호가 얘기한 '자아 중심주의의 해체'와 일면 비슷하다고 생각할 진 모르나 약간 다른 것은, <개조된 자아로써의 확장>이란 그 확고한 구심점이 있으면서 타자와의 평등을 실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아의 해체는 나의 실존적 문제가 빠지거나 혹은 부차적으로 여겨진 채로 타자와의 평등이 나에게 일차적으로 심어지는 차원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즉, 나의 자아가 개조되기까지의-혹은 나의 실존적인 삶이 의미있는 삶으로 변형되는 순간까지의- 신앙과정이 빠져 있는 것이다. 신앙은 그 자신의 내적인 실존적 결단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주체적 의지를 신이 설득적으로 제시한 처세술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자율적 합의다. '해체'란 말은 적당치 않은 용어다. 생각해보라! 오히려 신은 이 세계에 개입함으로서 그 자신의 확고한 자아를 '확장'(실현)하고 있지 않은가.

9. <설득적>인 하나님
단지 나의 민중신학이 보수적인 주류신학과 다른 것은 그것이 타자에게 결코 파쇼적이지 않고 <설득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과정신학에서의 하나님은 서구신학이 범해왔던 '전제군주자'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이 세계의 사물들에 개입하면서도 그 개별자들의 주체를 훼손하지 않는, 자율적이고도 설득적으로 이끄시는 인내어린 '민주대통령'으로 묘사된다. 즉, 과정신학에서의 설득적 하나님은 바로 <탈중심화>로서의 다원론적인 측면의 신이해까지도 이미 그 안에서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의 절대성이나 초월성을 강조하는 주류 신학이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지배를 효율적으로 정당화하는 잘못된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나, 이것이 곧 자아 중심주의의 폐기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나에게는 <탈중심화> 보다 <설득적>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욱더 설득적으로 들린다. 주류신학에 반기를 들고 있는 민중신학을 비롯하여 해방신학, 흑인신학, 여성신학, 포스트모던 신학, 종교 다원주의 등등 이러한 비주류 담론들이 분명 중심을 벗어나 주변부에 관심을 가지는 <탈중심적>(혹은 탈식민주의적)인 신학적 장치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도 화이트헤드 사상에서 볼 때엔 그때그때마다의 서로의 선 자리에서 신에 대한 <설득적>인 신(神)이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탈중심주의적인 신이해를 포섭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넘어선다고 하겠다.

10. 권력의 작동은 자아실현의 수단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민중신학은 자아의 해체가 아닌 <확장>이어야 하되, 확장에 대한 방법은 바로 <설득적>이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 세계의 적대자들은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감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아의 확장문제는 당연히 사회학적 지평에서의 권력의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나는 권력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실용적인 의미로서의 사회학에 가장 기본적으로 천착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권력의 작동 그 자체는 본래적으로 '가치중립적'이라는 사실이다. 요컨대, 지배란 권력의 과잉집중이 아니라 타락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단재 신채호의 말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즉 "역사는 바로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이라는 것! 이것은 '역사'라는 현상적 세계의 지평에서 볼 때 대체로 적확한 시각이며, 우리의 시사점을 명확하게 바라보게 하는 얘기다. 앞에서 얘기했듯, 관계적 지평에서의 나와 이 세계는 결코 이분되지 않음을 잘 알 것이다. 신현림이란 詩人은 그녀의 시집에서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삶이란 <나>를 망치는 것과의 싸움이다."라고. 정말 곱씹으면 씹을수록 감탄할 정도로 더없이 정확한 함축어가 아닌가!
권력의 문제 설정은 바로 그 이후의 문제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권력의 네트웍이라는 공간은 바로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의 장'일 뿐이며, 여기서 그 나름대로의 세력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인류가 종국에 목적으로 하는 것은 권력의 평준화가 아니라 <자아실현>self-realization인 셈이다. 민주화 운동 같은 권력배분의 평준화 투쟁은 바로 권력의 빈사에 처해 있는 자들이 그 자신에 대한 비아(非我)의 영향력 축소를 노리는 것에 그칠 따름이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완전한 처방은 못되어도 최상의 합의로써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 운동'이라는 사회적 실천은 억압을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억압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함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진호 류의 3세대를 포함해서 기존의 민중신학은 시대상황의 위기의식과 관련한 저항담론을 통해 그때그때마다의 억압의 기재들을 폭로하려고 했지만, -보수적 의미로써가 아닌-인간의 자아를 온전하게 개조시키는 종교적 영성을 궁극으로 삼지 않는 한 그것은 기대할만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억압의 최소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기존의 민중신학이 갖고 있었던 한계이기도 하다.
'돈'자체가 그릇된 것이 아니듯이 권력은 그 자체가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었을 뿐이며, '지배'와 '수탈'은 자신의 <내면의 일그러짐>이 권력의 작동을 타고서 타자에게 그 자신의 파쇼적 억압을 가할 뿐이다. 결국 사회적 억압과 갈등의 문제도 종국엔 인간의 내면적 성찰의 문제와 닿아 있음을 알자.

11. 권력의 범주에는 네 가지가 있다.
행위의 주체자와 타자와의 사이에 놓인 권력의 네트웍은 그 경계와 연결 통로가 항상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있지만, 이것은 권력이 작동되는 그 공간의 성격상 결코 네 가지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다. 첫째는 타자(他者)가 범할 수 없는 행위의 주체자만이 알 수 있고 통제가능 한 <주체적 공간>과 둘째는 행위의 주체자가 결코 알 수 없고 범할 수 없는 <타자적 공간>이 있고, 셋째는 행위자와 타자가 상호적으로 공유하고 영향을 받는 영역 <사회적 공간>이 있으며, 넷째는 행위자와 타자 모두가 그때까지도 갖지 못한 영역인 <초월적 공간>이 있다.
이 네 가지는 서로의 영향력에 의해 항상 그 경계가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주체적 공간은 개인의 실존으로까지 소급될 수 있고, 타자적 공간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주체적 공간과 타자적 공간은 서로간의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바로 사회적 공간을 통해서만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초월적 공간은 본래적으로는 인간의 인식영역 밖에서 작동되는 공간이지만 그것이 행위의 주체자들에게 개입할 경우에는 끊임없이 나머지의 요소들을 변화시키는 유동의 근원이 된다. 여기서 <초월적 공간>이란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현존재로서의 주체자들이 그때까지도 인식하지 못한 숨어있는 <정보>information들의 발현장소'를 말한다. 이러한 초월적 공간은 사회적 공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각 개별적 주체자들을 통해서만 개입하고 그것은 사회적 공간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나는 바는 이전의 있었던 사회적 공간의 한정된 형식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코 원형그대로 드러나지는 않고 확률적으로만 감지될 뿐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간에서 표출된 모든 요소들은 다시 또 각각의 개별적 주체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 생활의 사회상의 제각기 위치는 바로 합의적 권력의 소유치와도 관련하는데, 권력의 소유치가 크면 클수록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아실현이 훨씬 용이하다. 권력을 최대로 확보한 이는 바로 첫번째인 주체적 공간의 범주가 넓게 작동되는 자를 의미하며, 동시에 이것은 상대적으로 두번째의 다른 타자적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세 번째의 사회적 공간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파워 게임에서 그는 본래적으로 중도적이어야 할 이러한 사회적 공간을 개별적 주체자의 자아실현 즉 그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주도적 공간으로 변형시키려고 의도하면서 개입한다. 예를 들어 법치주의 사회에서의 '법'은 행위자와 타자의 중도적 영역이라고 표상되지만, 실제로는 주체적 공간이 폭넓게 작동되는 자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되게 드러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민주화 운동이란 바로 사회적 공간에서 드러나는 권력장치들을 본래적인 의미의 중도적인 것으로 만드는 운동을 말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공간에서 작동되는 권력들은 그 개념상 근본적으로 합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번째인 초월적 공간에 숨어있는 정보들에 대한 지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항상 우연적이고 비결정적인 형태로 침투하는데 그것은 사회적 공간에서 보여진 이전의 권력 체계를 항상 재편 또는 변형시킨다는 점도 덧붙여 알아두었으면 한다.

12. 테크놀로지와 사이버 스페이스
이러한 권력의 작동은 테크놀로지와도 연관되는 것인데, 테크놀로지가 '아(我)'의 <직접적 지배상태>라고 한다면, 조직이나 정당은 '아(我)'의 <부분적 합의상태>를 의미한다. 즉 테크놀로지란 정보를 터득한 인간의 자아가 사물에 개입하여 이룬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화적 소비 양태는 이제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효율적인 권력 작동장치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테크놀로지를 통한 투쟁의 장이며, 이것은 자아의 외부화, 즉 <사이보그 자아>cyborg self가 가능할 수 있음도 엿보게 한다. 이 때의 사이보그 자아는 본래 자아의 투영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간격이 있는 불연속적인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사이보그 자아는 바로 타자적 공간이 노출되는 사회적 공간에서 전세계 정보의 한복판에 기초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전세계 네트웍을 통해 자신의 주체적 공간을 충분히 드넓게 확장시킬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나의 자아실현을 전세계에 반영할 수 있으면서도 역으로 자아의 외부화로 인해 나의 은폐를 더욱 용이하게도 만들어 주고있다. 또한 이것은 나의 자아가 타자적 공간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주체적 공간을 더욱더 넓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하겠다. 결국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서 행위자로서의 각 주체적 개인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자율적 책임성>이 더욱 더 요구될 전망이다.

13. 민중신학은 개인에 대한 실존적 고찰이라는 게 있었던가?
여기서 잠깐 '자율적 책임성'이라는 용어가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민중신학은 개인의 실존적인 성찰에 대한 문제가 여지껏 논의된 적이 있었던가에 대해서도 조금 짚고 넘어가자. 이에 대해 1,2세대의 민중신학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우며, 3세대에서도 한정적인 언급에 그칠 뿐이다. 김진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구조가 사회적 고찰의 대상이라면 변혁은 집단과 개인의 관점에서의 윤리적 고찰의 대상이다. 구조의 관점에서 죄는 언제나 구조악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변혁의 관점에서는 죄는 '사회윤리'와 '개인윤리'로 나타난다."

구조와 변혁이 왜 미분되는가를 묻기에 앞서, 먼저 김진호는 이에 대한 언급이 그 자신에게서 자주 인용해마지 않는 루이 알튀세가 천명한 <호명>interpellation이라는 개념과 모순되지 않는가라고 우선 질문을 던지고 싶다. 또한 구조와 변혁이 이분적으로 나눠진다고 할지라도 구조의 관점에서 죄가 어떻게 언제나 '구조악'으로만 해석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자신의 민중신학에서 사회윤리와 개인윤리의 구분은 어떻게 지양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더욱더 자세한 언급을 필요로 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구조악은 사회학적 고찰로서는 가질 수 있는 개념이지만 그것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보편적 민중이 타자적 공간에서 작동시킨 개별자들의 의지가 관계적 지평에서 드러난 사태들과 맞물리면서 나 자신에게 부여되는 억압과 왜곡의 사슬일 뿐이다. 실제로 죄가 저질러지는 장소는 '사회적 공간'이 아닌 각각의 개별적인 '주체적 공간'에서이다. 즉, 우리에겐 사회윤리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윤리가 사회로 드러날 뿐인 것이다. 물론 그러한 개인은 그 사회의 한정된 형식에 의해 언제나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동시에 그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구조의 한정된 제한에서 언제나 가능태로서의 새로움을 창발시킬 수 있는 위치에도 놓여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자율적인 책임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던가? 3세대는 죄에 대한 고찰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가?

14. 3세대의 민중론
자, 그럼 이제 3세대의 민중론으로 넘어가자. 3세대 민중신학의 민중론은 김진호의 민중론이라고 할만큼 그의 공헌이 아주 크다. 앞에서 짧게나마 잠시 언급했듯이, 그의 민중론은 이전 세대의 규정과 다르게 형성론적 접근을 통한 <사건적 실체>로 보는 민중이해이며, 이것은 이전의 실체론적 접근보다 좀더 역동적이고 포괄적일 수 있는 개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민중이해를 직접 들어보자.

"다원적인 사회적 적대들은 그때그때마다 헤게모니 절합을 형성한다. 이때 헤게모니적 절합의 중심이 사회적으로 피지배적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상응할 때 나는 이 헤게모니 절합을 이룬 대중 연합체를 '민중'이라고 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민중은 사회의 그때그때마다의 특수성에 관련된 변혁적 실천의 존재양태이며, '민중적 당파성'은 이 절합에 있어서 헤게모니의 내용을 이룬다. 이 때 민중적 당파성의 효용성은 이 헤게모니 절합의 대중적 성격에 비례한다."

여기서 김진호가 이해하는 민중은 어떤 사회적 이익관계에 얽힌 <이익집단>이라는 인상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피지배적 입장에 놓인 저항집단이라는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이해를 그럴듯하게 잘 짜여진 하나의 픽션으로 보는 이유가, <판옵티콘>panopticon으로 제기한 푸코의 비판이 언제 어디에나 감시의 기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사회적 적대들이 형성하는 헤게모니 절합이라는 것도 도대체 이 세계 내에서 편재되지 않은 부분이 없으며, 언제 어디서의 어느 상황에서나 그것은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그렇다면 민중이라는 것은 개인으로까지 소급될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굳이 '대중 연합체'라고 쓸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물론 개인은 항상 타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만약 김진호의 민중이해가 '관계성'을 담보로 한다면 이 때의 민중이란 바로 이 세계 전체라고 봐야 옳다. 하나의 헤게모니 내용은 이미 그 속에 우주 전체의 헤게모니적 사건이 관계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리란 건 그 자신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민중이해에서 인간이 과정적·관계적 존재인 것을 제대로 파악했었다면 그는 "사회적으로 피지배적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단순한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것은 적어도 그의 '사건적 실체'라는 표현과-물론 그 뜻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사변적 구도 안에서 볼 때 모순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즉, 김진호가 제시한 개념들을 실제생활에 그대로 적용시켜 본다면, 헤게모니의 절합이라는 것도 이미 개체 그 자체 안에 반영되어 있고 인간은 그 내면에서조차 변혁과 체념에 대한 갈등이 끊임없이 항상 교차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민중이 '대중 연합체'라는 정의는 결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삶의 한복판에서 고뇌하고 번민하는 존재일 따름이다.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는 하나의 등식처럼 나눠지는 것도 아니며, 개인 안에서조차 복합적으로 얽혀있기에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사회적 적대들의 헤게모니 절합에 놓여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간에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단, 권력의 등급이 다를 뿐! 우리는 헤게모니 다툼을 언제나 경험하고 있는 바이기에 결국 인간은 '내면의 일그러짐'을 반성할 수 있는 성찰적인 존재이어야만 하고, 그러한 성찰이 사회학적 권력을 통해 표현되어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고, 그러한 열매의 하나로써 권력을 해체시키는 작용도 하는 것이다.
이후의 김진호는 다른 곳에선 민중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나는 민중을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 속에서 '이 모순적 구조를 극복하려는 역동적인 형성적 실체'로 규정코자 한다....나는 여기서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집합의지'를 '민중당파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경향'을 '변혁적'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민중당파성은 곧 민중형성의 논리인 것이다. 요컨대 민중은 민중당파성을 형성논리로 하여 이루어진 일종의 변혁적인 정치연합인 것이다. 여기서 사회구성체는 민중의 母集團의 범위를 설정해준다. 그러나 이 모집단이 자명하게 정치연합으로서의 민중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 뭔가 새로운 게 발견되었는가?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민중적 당파성이 '헤게모니의 내용'에서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집합의지'로 바뀐 점은 조금 이채롭다. 얼핏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는 여기서 처음으로 <-의지>라는 실존적 느낌의 표현용어를 썼다. 하지만 만약 사회구성체의 모순구조를 극복하려는 집합의지로서의 민중당파성이 개인으로 고립되거나 한정될 수가 있다면, 민중을 정치연합이라고 규정한 그의 언급과는 모순이 되버린다. 왜냐면 모순구조를 제일 먼저 자각한 이는 그 선구자적 위치로 인해 홀로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럴 경우에 그는 '민중'이 되는가? '민중모집단'이 되는가?
특히 <민중모집단>이란 용어는 전에 없던 개념이다. 김진호의 논지대로라면 이 세계는 구조적 모순을 조장하는 억압자와 피억압자이면서도 변혁을 갈망하지 않는 민중모집단 그리고 변혁을 갈망하는 민중, 이렇게 크게 셋으로 나뉘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개념이 아니었던가? 나는 그의 '민중'과 '민중모집단'에 대한 정의들은 그렇게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개념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그의 이러한 규정들은 예전에 이미 한완상이 제시했던 <대자적 민중>과 <즉자적 민중>이라는 개념에서 계급성만 살짝 탈각시킨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다차원적 존재임을 파악한다면 결국 이러한 공식들도 그럴듯한 허구에 불과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나는 이들의 주장이 옳다면 굳이 민중 역사 주체론을 내세울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관계 그물망에 놓여있는, 지극히 시시각각의 변화무쌍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누구나 <민중>이며 동시에 <민중모집단>이 되기도 하는 엄연한 총체적 실존의 현실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자신을 포함하여 주위를 둘러보라! 이 사회의 그때그때마다의 특수성을 얘기할 때 제 각기의 그릇대로 저항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으며, 그러한 억압의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가 또 어디 있으랴!
이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적 흐름에 놓여 있다면, 인류 모두가 변혁을 요원하는 하나의 거대한 형성론적 민중일 수도 있으며, 아직도 이 지구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에 고난의 담지자인 민중모집단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진보>한다기보다 살기 위해 단지 <생존>할뿐이다. 우리 자신은 거의 논템퍼리할 정도로 순간순간을 '민중'과 '민중모집단' 또는 심지어 타자에 대한 '억압자'로 숱하게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인간은 각자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고 있음에 불과하다.

15. 변혁의 진원은 <사건>이 아닌 <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계사 자체가 주체를 형성해 나가려는 커다란 하나의 민중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커다란 하나의 흐름은 다원적이고 특수적인 개별적 사건들의 결합체이다. 김진호가 말하는 헤게모니의 절합이라는 것도 저마다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사건과 연관되는 것일 게다.
그러나 그러한 민중사건이라는 것이 이 세계의 여러 사건들과 딱 구분해서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지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예수사건>, <전태일사건>이라고 한다면, 그 사건 자체가 주체를 형성하려는 이 세계의 변혁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할 진 모르나, 어디까지나 사건이라는 것은 전체 세계사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국소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변혁의 기반을 삼아야 할 것은 본질적으로 사건이 아니라 예수사건에서의 <예수>이며, 전태일사건에서 <전태일>이 아닐까? 개별적 사건으로 구분되는 것은 바로 자각된 민중의 자각의 영역이 변혁사건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내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은 근원적으로 자각된 민중의 <자각>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내가 제시했던 <우선적 민중>은 바로 헤게모니 절합에 있어서 자각된 민중이 제일로 크게 생각하고 있는 피해자를 말한다. 예수에게서의 우선적 민중을 성서에서 찾는다면 바로 <오클로스>라고 할 수 있겠다. 전태일의 우선적 민중은 전태일의 실존적인 삶의 자리와 관련하기에 당연히 자신의 동료들인 공장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설정되는 것이지, 농민들이나 장애인들이 아니다. 만약 태초에 대한 논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구조주의적으로 얘기한다면 전태일의 자각은 설명되기가 어렵다. 즉, 다같이 억압받고 시달리는 공장 현실에서 왜 하필 전태일만 그렇게 자각한 것일까? 이점은 참으로 중요하다. 어떤 무엇인가가 나의 고독의 지평에 침투한다는 것, 우연적이고도 비결정적인 이러한 깨달음은 일종의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그렇게 침투된다. 찰나에 침투되는 하나님의 본성은 전태일의 자유의지로서의 결단과 맞물리면서 서서히 자신의 우선적 민중을 위한 희생을 준비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로 나는 전태일의 자각이 이 세계의 구조에 전적으로 속해있지 않고, 그것과 같이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 초월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그곳이 바로 화이트헤드가 말한 신의 원초적 본성이 이 세계의 사건(구조)에 개입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신의 결과적 본성은 신의 원초적 본성에 대한 세계의 직접적 직시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변혁은 궁극적으로 비시간적이고도 초월적인 신의 원초적 본성과 관계적 상황에 놓여있는 인간의 결단이 맞닥뜨림으로서 일궈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민중신학은, 구조(모순)와 변혁의 문제를 먼저 분화시켜 보는 게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민중신학에는 지금 나의 자아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 대한 문제가 더 시급했었다. 나의 아픔조차 제대로 치유할 줄 모른다면, 그는 결코 남의 아픔을 치유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리라. 자각(깨달음)이란 이전까지의 나의 껍데기가 깨어지고 진정한 자아로써 새롭게 태어나게 만드는 이 세계 안의 궁극적 원인의 제공자요, 그것은 바로 직접적인 神-人관계의 창조적 결과물인 것이다. 자각은 순간에 화들짝 꽃피는 사랑에 대한 소리없는 <눈뜸>이다. 그리고 그것의 진정성은 이 세계 안에서의 억압에 대한 억압적이지 않은 저항으로 표현될 때 위대함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나는 굳이 역사 주체론을 상정하고 싶진 않다. 굳이 주체를 따지자면 그것은 바로 인간해방을 향한 흐름 속에 있는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16. 'Minjung' 과 'minjung' 에 대하여
박성준에 의하면, 한국 민중신학에서 보여지는 Minjung과 minjung의 차이는 전자가 <한국적>이라면 후자는 <보편적>이라는 차이라고 한다. 민중신학자들은 민중을 Minjung이라고 표기함으로써 한반도에 사는 민중을 세계에 편재되어 있는 여러 나라의 민중과 구분지으려 한다. 왜냐하면 민중신학의 민중은 일차적으로 <한국민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도 동의한다. 민중신학의 민중은 그 신학적 발견에 있어서는 분명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공간과 역사적 시간을 경험한 한국의 민중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억압과 사회적 모순의 문제가 어찌 <한국적>인 것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그러한 오류에 대해 제시한 3세대의 방안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의문은 이렇다. 즉, Minjung이 minjung으로 나아가지 않고 Minjung에만 머무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박성준은 오히려 Minjung에 천착하는 것이 보편적인 minjung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Minjung에 천착하는 것은 오히려 민중신학을 게토화시키고 여러 신학류 중의 하나인 특수신학의 하나로 여기도록 만들뿐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민중신학자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Minjung과 minjung을 이분적으로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개념이 아니다. 확언하건대, Minjung은 이미 그 밑변에 보편적인 minjung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비단 한국의 Minjung의 뿐만 아니라 박성준이 한국의 Minjung과는 다르다고 보았던 미국에도(차별당하는 흑인), 일본에도(아이누, 부라꾸민), 독일에도(Volk), 라틴 아메리카에의 '푸에블라'에도 모두 보편적 개념을 의미하는 minjung은 이미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얘기해보자. 남미의 '푸에블로'와 한국의 'Minjung'은 완전히 이질적인 개념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중첩되는 측면이 있는 개념인가? 당연히 중첩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그 중첩되는 부분이 바로 보편적인 minjung에 해당한다. 그럼 중첩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각각의 시·공적 제약으로 인하여 습득된 여건이 주는 특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보라! 우리가 <민중>이라는 어원의 본질적인 뜻을 중첩되는 부분에 그 본질적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중첩되지 않은 부분에 그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 즉, '민중'의 오리지날함과 래디칼함을 우리는 시·공적 제약에서 오는 여건의 특질에서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시·공을 넘어선 보편적 특성에서 찾아야 하는가? 답은 뻔하지 않는가? 민중신학자들이 Minjung이라는 용어자체 속에 이미 minjung이라는 어원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지한다면, 당연히 민중의 민중다움은 minjung에 그 진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민중신학이 특수신학의 하나가 아닌 보수적인 전통신학을 아예 대체하고자 한다면 필히 Minjung이 아닌 minjung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결코 <한국적>이라는 특질을 폄하하거나 그 문화적 특이성을 희석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한국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세계적>인 것에 대한 부분적·지역적 특질을 의미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박성준이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반대했었던 이정배의 논리에 더 동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간단히 말해서, 나 또한 <한국적 신학>이라는 것을 <한국적 상황에서 표현되는 보편적 종교원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정배는 <한국적 신학>을 논하면서 동학의 지기론(至氣論)이야말로 한국적 종교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토착화 신학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물론 이같은 신학적 해석에 대한 자세한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시·공적 변용의 특질을 함의하는 <우리문화>에 대한 연구도 같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민중의 시원적 의미는 Minjung이 아닌 minjung에 있으며, 그 minjung은 한국이라는 역사적 상황의 한복판에서 Minjung으로써 우리에게 발견되었던 것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17. 참다운 보편성은 그 자체로 상황주의를 극복한다.
민중신학은 분명 한국에서 발생한 신학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는 <한국적>이라는 수식어가 신학의 전제로써 타당하다고 보진 않는다. 박성준이 말한 '한국적'이라든가 최형묵이 언급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제인식' 같은 것들은 오히려 민중신학을 상황신학으로 전락시킬 여지가 농후한 개념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나의 민중신학은 '한국적'이라든가,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제인식'이라는 그런 것들은 애초부터 전제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이 다차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그런 것들은 결코 신학의 전제로써 타당하지 않다. 나는 민중신학이 철저히 상황주의로 떨어지는 것을 반대한다. 나의 민중신학이 추구하는 것은 영원한 진리여야 하며, 이 진리는 이 세계의 모든 류(類)적 상황에 대해 <적용가능>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내가 추구하는 민중신학은 절대를 추구하는 진리인 동시에 상황주의에 서 있다. 이것은 모순적이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이트헤드의 사유 안에서는 전혀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나의 민중신학은 '전태일 사건'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사회학적 상황이라는 하나의 류(類)적 상황에서 시공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발견하고, 그 보편성을 다른 모든 류(類)적 상황에 적합하도록 적용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다. 나의 민중신학은 한국적이라는 상황뿐만 아닌 제1세계, 제3세계, 어디에도 적용가능 해야한다.
나는 참다운 보편성이라면 이미 그 자체 안에 상황주의를 극복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단지 나의 민중신학은 전태일 사건으로 대표되는 특수한 '한국적 상황'에서 보편적 진리를 획득할 뿐이다. 예수사건이 이천 년 전 팔레스틴에서 일어났듯이 전태일 사건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나의 민중신학은 궁극적으로는 그런 시·공적 함의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넘어서 있다고 본 것이다. 민중의 자기초월이라는 것은 바로 만고불변의 보편성의 획득과도 통하는 것이니까!

Ⅲ. 나오며

1. 3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평가와 결론
이상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3세대의 민중신학은 1, 2세대의 민중신학에 비해 약간의 발전은 있었다고 해도 진보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아직도 뭔가가 빠져있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민중신학이라고 평가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민중신학은 이미 적용가능의 실제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오류를 보여왔었다. 여태껏 줄곧 있어왔던, 민중신학에는 종교적 영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 3세대가 제아무리 '교회담론 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느니 말해도, 즉 1, 2세대에게서 보여진 결함에 대해 제시한 3세대 나름의 방안들도 결국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그러한 담론들은 갈수록 민중신학을 더욱 궁색하고 초라하게만 만들뿐이다. 적대적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를 들여다보기 이전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세계 안에서의 고독한 나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라. 원컨대, 나는 지금의 민중신학이 무엇을 먼저 해야 될 것인가를 찾지 못해 갈팡지팡하는 더 이상의 학문적 소모는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진호가 나의 이같은 논리에 대해 그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나는 3세대가 언급한 사회학적 진단과 분석도 충분히 화이트헤드적 사유 안에서 커버가 된다고 본다.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영성을 다루는 보수신학과 변혁의 문제를 다루는 제3세계 신학뿐만 아니라 다가올 제3밀레니움의 시대에 점점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생명사상 그리고 이와 관련한 여성신학도 용인하게 포섭한다. 그만큼 화이트헤드 철학의 유용성은 엄청 발이 넓다고 하겠다. 그것은 바로 유기체의 철학이 패러다임 중의 패러다임인 새로운 형이상학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형이상학은 모든 <근원>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니까.

2. 민중신학이 나갈 길은..
나는 분명히 말한다. 민중신학이 화이트헤드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론과 실제에 정합적이지 못하거나 부당한 오류를 발생시킨다면 미련없이 과감히 화이트헤드를 구겨 버려라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민중신학자들이여, 이보다 더 효율적인 패러다임이 있으면 지금까지의 학문의 역사적 지평에서 정말 찾아보라고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다. 나 자신이 이토록 자신있게 얘기하는 이유가 어차피 민중신학이 추구하고 나가는 길이란 것도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약관화(明若觀火)한 문제를 갖고서 혹시나 하는 학문적 자존심 때문에 왈가왈부하거나 더이상 지체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래도 만약에 김진호가 절대적 진리를 쫓으려는 나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는 화이트헤드를 통해 나의 논의를 계속적으로 펴나갈 수밖에 없다. 김진호도 알다시피 민중신학 내에는 박재순 류 같이 민중신학이 궁극적으로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라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나의 민중신학은 전적으로 그러한 자들을 위한다.

< 참 고 도 서 >

● 화이트헤드 철학서와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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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신학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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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민중신학의 거시담론과 미시담론", 「시대와 민중신학」1997년 제4호, 시대와 민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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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 김진호, "1990년대 이후의 변모하는 위기성과 민중신학의 새로운 지평", [민중신학 대토론회: 주제-제3밀레니움, 21세기의 민중신학], 1998

● 그 밖의 참고자료
Luk Bouckaert, Ontology and ethics: reflection on Levinas'critique of Heidegger, International Philosophical Quarterly,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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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chte, 곽동훈·김시무 공역, 「문화연구를 위한 현대사상가50」, 현실문화연구, 1996
신현림, 「세기말 블루스」, 창작과 비평사, 1996
김상환, "해체론에서 초월론으로", 「철학과 현실」1998·가을, 철학문화연구소

http://theology.co.kr/jinho

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1999/11/23 (13:40) from 203.252.17.145' of 203.252.17.145'	Article Number : 103
정강길	Access : 2942 , Lines : 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