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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6/09 (05:05) from 210.115.77.32' of 210.115.77.32' | Article Number : 11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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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506 , Lines : 10 |
| 단란주점 파문과 장원 성추행 사건에 관한 하나의 단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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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희망에 대해서 자신이 무력한 존재임을 의미한다. 가령,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을 구원자라고 고백할 때, 그 속에는 '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자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우리가 영웅을 기리며 그를 가슴에 품는 것도 유사한 심리의 반영이다. 자신의 삶이 무수히 많은 세파와의 타협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세상과의 치열한 일전을 피하지 않는 이들의 장렬함을 동경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를 가슴속에 품는다. 그럼으로써, 그는 분명 타인이지만, 가슴속에 품는 순간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 그는 외부인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내면의 한 요소가 되어 우리 삶에 개입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무력감의 자의식에서 해방된다. 이때 우리가 가슴속에 품은 이는 실존인물 아무개가 아니다. 이미 그는 상징화된 존재요 그런 점에서 가상의 이상적 존재다. 만약 그가 살아 있지 않다면 이러한 상징화는 무리 없이 우리 내면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데, 문제는 그가 현실에 살아있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왜냐면, 현실 속에서 사는 이는 결코 이상화된 완성된 모습으로만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한 사람의 보통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도 우리 모두처럼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실제로 적지 않은 과오를 범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개 사람들은 두 갈래의 방향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나는 의혹 자체를 믿지 않는 것이다. 이때 그이는 음모설의 신봉자가 된다. 한편, 다른 한 갈래는, 그 상징화된 존재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 순간 영웅은 더 이상 가슴속에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그는 타자화되어 자아 밖으로 밀려나 있다. 자기혐오증을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자기방어 본능의 소산이리라. 얼마전 정치권에 입문한 386 세대의 선두주자 몇 사람이 5.18 광주항쟁 기념일에 한 단란주점에서 벌였다는 술판의 관한 소문이 전국을 휘둘렀다. 그러더니 며칠 뒤, 한국 시민운동의 상징이던 한 남자의 성추행 보도가 더 큰 격랑을 일으키며 한반도 남반을 휘몰아쳤다. 이런 불미스런 소문으로 그들로 상징되던 개혁의 불길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그리고 위축돼 있던 수구 기득권세력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들의 비도덕성에 대해 더욱 큰 소리로 떠벌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역전되게 한 소문의 진원지에는 두 여자가 있었다. 그들의 하나는 386세대의 일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민운동의 일원이었기에, 이 두 여자는 적지 않은 이 땅의 동지들에게 미움을 사고 말았다. 보통 때라면 그 폭로 정신으로 칭찬받을 일이, 이 상황에선 섣부른 고자질쟁이로 비난받는 일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른바 개혁주의자들이라는 우리 자신의 이중잣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태에 직면해서 변명과 변명을 위한 또 다른 위선을 저지른 사건 당사자들의 얼굴과 중첩된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와 우리의 모습은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 한편 우리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이 사건이 화제로 올라올 때마다 분노를 터뜨리곤 한다. 이른바 386세대가 변했다느니, 시민운동 지도자 아무개가 전력이 좋지 않던 자라느니 하면서.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데 조금도 가슴이 쓰리지 않다. 이미 그들은 우리 밖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나/우리는 그들의 타락과 무관하며,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태도다. 아니 사실은 이렇게 말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서 손을 씻고 있다. 지금 이곳에선 개혁정신이 후퇴하고 있고, 시민운동은 위축돼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개를 향해 화를 내는 것으로 그것으로부터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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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