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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7/27 (09:54) from 210.111.176.31' of 210.111.176.31' | Article Number : 116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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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008 , Lines : 23 |
| [퍼옴] 한도 넘은 '의사 저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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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돋보기] 한도 넘은 '의사 저항' 에릭비데/전 유럽연합 파견연구원·경제사회학 한겨레신문 2000.6.27 한국 의사들의 폐업투쟁은 지난주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 사태와 관련해 두가지 사항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저항이 타당했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항방법이 타당했느냐는 것이다. 원칙을 말하자면 나는 의약분업체계가 환자를 위해 좋은 제도라고 확신한다. 약품의 남용과 오용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생제와 같은 약물이 한국에서는 과잉 소비되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런 약품의 남용을 줄인다면 환자들에게 좋은 제도이다. 나는 한국의 현행 약품유통 체계와 새로운 의약분업 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의약분업 개혁이 그렇게 불만스러운 것인지 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한국 의사들이 선택한 저항방법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으며 무책임한 것이었음을 말하고자 한다. 한국 의사들은 의약분업의 내용에 반대한다고 주장며 전국의 모든 의사가 참여한 무기한의 투쟁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인간의 개인 권리를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저항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질서가 있고 한도가 있다고 본다. 이번 의사들의 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모든'이라는 낱말과 `무기한'이라는 낱말이었다. 그런데 이 두개의 낱말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과 정신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로서 소임을 맡을 때 모든 의사가 따르기로 동의하는 의무론적인 원칙이다. 나는 이번 일로 프랑스에 있는 친구 의사들과 한국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그들은 우선 내 얘기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임을 알고 난 뒤 어떻게 의사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물론 프랑스 의사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파업을 결정한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의사가 무기한으로 파업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따른다면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 뻔한 그런 단체행동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국인 한 친구는 이번 파업이 시작되기 며칠 전 의사를 만난 적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번 파업은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불가피한 것이고 반드시 결행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번 의사들의 파업기간 동안 누구나 우려했던 비극이 벌어졌다. 파업 시작 전에 아이를 출산하려고 분만촉진제 주사를 맞고 출산하던 중 한명의 태아가 숨졌다. 파업기간 중 병원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절명한 사건도 발생했다. 물론 이들의 병세가 파업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치료될 수 없을 만큼 심한 상태였다고 변호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내가 아는 한 이번 한국의 의료체계 개혁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국인들의 약물남용 관행을 없애려는 것이다. 이는 의사와 약사 모두에게 사업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단체는 이번 개혁에 반대할 만하다. 어떤 면에서 이번 사태는 단체의 이익과 일반인의 이익이 모순을 일으킨 결과로 볼 수 있다. 나는 한국의 시민운동이 이번 사건에 대해 그렇게 신중했던 점에 약간 놀랐다. 시민운동은 일반인의 이익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저항의지를 단식투쟁을 통해 표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단식투쟁과 같은 저항은 적어도 두가지 면에서 긍정적이다. 첫째, 개인적 불만 표시와 의사의 의무 사이에 모순을 없애줄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생명보다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고고한 저항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다. 역사에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예가 많다. 한국에도 1970년대와 80년대 많은 사회운동가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투쟁은 80년대 이후 추앙되고 있지 않는가. 한국 의사들도 이런 역사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파업을 결정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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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