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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9/09 (20:35) from 211.39.52.131' of 211.39.52.131' | Article Number : 124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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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438 , Lines : 21 |
| [퍼옴] 진정한 의료 대란 예고(손민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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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9월 8일자 '논단'입니다. 좀 지난 것이지만, 볼만한 내용이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 [논단] 진정한 의료 대란 예고 지난 6월과 8월 두번에 걸친 의사 폐업을 의료대란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큰일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고통과 아픔을 준 대 사건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의료대란에 비교하면 잠시 스쳐지나 가는 조그만 사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도래할 `고 의료비 시대'가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의사들의 파업은 진정한 의료대란을 예고하는 사건들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6%가 조금 넘는 의료비를 내고 있다. 하지만 10% 이상을 내야 할 시대가 곧 우리에게도 닥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의료비는 국민경제를 심각하게 압박할 것이다. 고용주의 의료비 분담금이 증가하고, 중병으로 입원한 결과 개인 분담금을 내지 못해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며, 국민 의료보험에도 병원 문턱이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다시 높아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내고 있는 미국의 경우 그 비중은 1983년 국내총생산의 약 10%였다. 이에 놀란 미국 정부는 새로운 의료비 지급 정책을 시행해 의료비 인상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1993년 거의 14%에 이르렀다. 10년만에 4%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의료비 증가로 고심하고 있으며 한국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잘못 시행하는 의료정책이나 신중하지 않은 의료수가 인상은 수년 안에 엄청난 국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고 의료비 시대가 아직 오지 않았을지라도 의료비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 이는, 정부로서는 정책적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다는 것이며, 의료계로서는 앞으로는 의술을 통해 과거와 같은 고소득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의사들의 수가 인상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이해가 간다. 반면 의료계는 폐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의료수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올라야 하며 점차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인상은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인 국민적 의견 수렴의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폐업에 밀려 미봉책으로 수가를 올리는 것은 국가 전체 의료비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번 의료대란을 장차 다가올 진정한 의료대란에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 전달체계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해 보건 관련 자료들을 취합하고, 학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쉽게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하며, 보건 관련 분야의 연구비를 늘려 우리 실정에 맞는 의료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과학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의료비용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정부는 미래의 의료비용 증가를 정확히 예측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번 의료대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는 의약분업의 경제적 측면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이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낳은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의료 대란을 겪으며 내가 놀란 것은 정부나 의료계가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어떤 객관적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태도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월 평균수입이 얼마인지 모르며 병원들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전혀 모른다. 단편적으로 살을 꿰메는 것이 바지를 꿰메는 것보다 싸다든가, 병원에서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 수의원에서 강아지를 분만하는 것보다 싸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전체 의료수가가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의료계도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의사들의 수입과 병원 운영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신뢰성 있게 수집하고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의료계가 투명하게 자신들을 사회에 보여주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손민웅/시카고 대학 교수·보건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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