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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12/09 (19:22) from 147.46.24.119' of 147.46.24.119' | Article Number : 128 |
송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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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833 , Lines : 14 |
| [당대비평]에서 들려 오는 올빼미 우는 소리 감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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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 안병무와 서남동에게 주었던 충격은 '지식'의 측면에서 보자면 바로 남한의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신학은 출발 당시부터 그 속에 남한의 '지식', 그리고 그 '지식'의 기반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담아 왔다. 남한에서 지식인은 흔히 '먹물'이라는 경멸조 표현으로 지칭된다. 이 표현만큼 남한의 '지식'의 존재 방식(에 대한 대중의 이해)을 잘 보여주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먹물'에 담겨 있는 경멸조는 '특권'에 대한 반발과 '무지'에 대한 조롱을 그 핵심으로 한다. 그것은 다시 '먹물'을 '특권'과 '무지'의 존재로 만들게 된 남한의 '지식'의 존재 방식과, 그 존재 방식을 만들어 온 남한의 '근대화'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태일 사건'에서 시작하는 민중신학의 노력은 그 자체로 남한의 '근대화'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 연결될 수 있다. 올빼미의 글은 20년짜리 '블루 칼라'와 20년짜리 '지식쟁이'를 극적으로 대조함으로써, '먹물'이 담고 있는 반발과 조롱의 두 가지 의미와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의 '감동'을 끌어 낼 수 있는 글일 것이며, 그 '감동'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올빼미의 글은 '무지'에서 시작해서 '특권'으로 나아가 이 '특권'을 낳는 '불평등' 구조에 대응하는 지식인의 세 가지 유형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기 떄문에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글이지만, 웬일인지 그 연결고리가 좀 헐겁게 느껴진다. '무지'와 '특권'의 문제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결국 '지식' 생산 과정에서 '지식인'과 '대중'의 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일 텐데(이미 글에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듯이), 그렇다면 그 분리가 '불평등'으로 변화하고 그 '불평등'이 전개되는 데 저항하는 노력의 주체는 (대중과 분리된 '정신적 보편 주체'의 의미에서의) '지식인'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은 이것이 민중신학의 핵심 문제제기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왜 올빼미의 글에서 설정된 '세 가지 유형'의 담지자는 여전히 '지식인'인가? 민중신학 안에서의 '지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실 그 전개 과정이 그다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먹물'에 담겨 있는 반성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반성을 첨예화하는 노력은 언제나 계속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먹물'에 담겨 있는 '지식' 그 자체에 대한 경멸의 위험성을 재생산하는 움직임이 오히려 '반성'으로 착각되는 경우도 많았다. 80년대 이후 민중신학의 '시대 읽기'에 대한 노력은 거의 모두 후자의 움직임과 갈등을 일으켜 왔다. 강원돈도 감진호도 그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아직도 지식인이 '먹물'이라는 지칭에서 자유롭지 못한 2000년의 남한 사회에서,'지식인됨'의 의미를 묻는 [당대비평]의 기획에 따른 '민중신학자'의 글이라면, 민중신학의 이러한 문제제기의 역사들이 충분히 논의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그 논의를 기반으로 해서 남한 사회의 '지식' 그 자체의 존재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경멸'을 재생산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대중'과 분리된 '지식인' 상에 매몰되지도 않을 수 있는 길을 찾는 노력으로서...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올빼미의 글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올빼미는 감동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 진실을 추구하는 노력을 본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사람이다. 감동적이었다는 것은 일단 '진실'이 담겨 있다는 의미이므로 물론 성공적인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더 있기에 더 '감동적'인 글이기를 바라는 것은 초치는 소리일지 닫는 말에 하는 채찍질일지.. 후자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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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