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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12/12 (03:00) from 63.106.203.45' of 63.106.203.45' | Article Number : 129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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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704 , Lines : 19 |
| Re: [당대비평]에서 들려 오는 올빼미 우는 소리 감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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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둘러보려 와보니, 여기에도 송곳님의 송곳같은 충고가 있군요. 급하게 쓴 허술한 글이어서 이틀이나 연장해준 원고 마감일에 겨우 턱걸이해 제출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날카로운 눈매의 사람들을 지나쳐갈 도리는 없군요. 지적하신 대로 구성이 허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의도한 것은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송곳 님이 지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데 있었지요. 글은 전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부분은 20년짜리 손노동자 운운 하는 부분이고, 마지막 부분은 후배 목사의 충고를 통해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글의 대부분은 지식인의 세 유형에 관한 것이지요. 한데 이 글의 세 부분은 결코 '기서결'의 형태로 짜여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 부분에서 각기 다른 말을 하면서도 그것들간을 연계시켜보려는 형태의 글이었습니다. 첫부분에선, 송곳님께서 잘 보신 것처럼 지식인의 규정을 희화화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실제로 현실을 구성하는 강한 논리임을 시사하려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지식인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에 응한 얼치기 지식인으로서의 저의 모순적인 존재 위치를 암시하려 했습니다. 그런 다음 두번째 부분에서는, 역사적으로 담론의 지배적 담지자로서의 지식인의 유형화를 시도했습니다. 다른 방식의 유형화 양식들도 생각했고, 글 속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제한된 분량에 담기에는 제 필력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상식적인 지식인 유형을 열거하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각 유형의 지식인이 나름대로의 존립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고백을 들으신 송곳님께선, 생각했던 것보다 제 글이 훨씬 허술하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시겠지요. 의도한 것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글이었답니다. 한데, 여기서 제가 암시적으로 의도했던 것은, 첫번째 부분을 읽은 독자라면, 이런 나름의 정당성을 갖는 지식인들간의 존재 양식, 그리고 그들간의 지적 논쟁에 대해서 다소간 냉소적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별로 세상에 대해 지식도 갖지 못한 자가 거창하게 지식의 역사와 유형을 말하는 것에 대해 비웃기를 기대했습니다. 아마도 <당대비평> 독자라면, 모두가 최고의 지성인은 아니더라도, 대개는 저 정도는 되는 지식인일 테니, 지식의 언술들에 자기도 모르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습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희화화의 암시화법이 기도된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제까지 무수한 논쟁을 벌여왔는데, 그때마다 저의 지식의 절대성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상대방과의 싸움에 몰두해왔지요. 말로는 '먹물' 운운 하면서도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마지막 부분은 조금 더 명료한 어조로 지식 지상주의를 희화하하려는 것입니다. 지식인의 현실적인 권력 때문에 지식 지상주의는 곧잘 적지 않은 희생을 수반합니다. 이 점에서는 비판적인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경우 실제적인 희생을 야기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지배적 담론의 흡혈귀적인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지식인의 말은 그 상징 권력 때문에, 다른 유의 사람들보다는 더욱 자기 희생적인 자세를 수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담아보려 했던 것입니다. 이번호 기획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당대비평>의 요청에 따라 편집위원의 자격으로 글을 써야 했던 탓에, 그리고 특집 원고에 유일하게 들어있던 편집위원이 저인 탓에(원래 '지식인'은 특집원고로 기획된 것인데, 원고의 관점들이 제각기여서 마지막 단계에서 특집이 다른 것으로 바뀌었지요),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끔 원고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지식 논쟁의 맥락에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의도를 암시적으로 개입시키려고 했지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저의 생각을 단순하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한데, 필력이 부족한데다, 집필 기획이 빈약한 이유로, 모든 게 뒤죽박죽되었습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글의 흐름을 지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전혀 통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원고가 세상에 나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송곳 님의 충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집필 의도를 담기에 턱없이 모자란 글을 쓴 것,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기왕에 나온 것이니, 앞서 말한 그런 취지로 쓰고자 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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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