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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7/10 (01:54) from 210.115.123.111' of 210.115.123.111' | Article Number : 13 |
진호/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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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072 , Lines : 12 |
| Re: 민중신학은 지금 어디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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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wrote: >김진호 선생께 질문을 한가지 던지고 싶습니다. >"민중신학이 현대의 상황속에서 무슨 의미가 있고,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있습니까?" 이 질문은 제가 한 책(불교소설 "만행")을 읽다가 그곳에서 많은 현대인들이 과거의 유명했던 만해 한용운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 던진 말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질문을 드려 봅니다. 정말 한시대를 이끌었던 신학이 현재에는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 정신은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에도 그 신학의 정신이 필요한때 인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의 민중신학에 대한 무지가 나를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민중신학에 대한 김진호 선생의 명쾌한 답을 듣고 싶습니다. 어려운 물음이시군요. 저로선 명쾌한 대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유의미성'이라는 것은 발화자의 주장에 따라 형성되는 게 아니라, 수용자와의 의사소통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질문을 하셨으니, 나름대로 답변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민중신학에 관한 정의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요. 민중신학은 비판의 한 언어입니다. 그것은 민중신학이 시대를 '위기'의 시각에서 읽고 있으며, 그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이론적 개입을 모색하는 신학적 담론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왜 굳이 신학이어야 하느냐고 하면, 저희 가운데는 다소 이론이 있으리라고 보는데, 저는 굳이 신학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요컨대 저는 '반/탈신학'이라는 범주를 주장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신학 담론 내에서 더 이상 문제를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신학은 신학담론보다는 이론의 해체론적 시각을 주장하는 다른 학문적 범주들과 더욱 상호 연동적 관계를 지향합니다. 한편, 비판이 왜 굳이 민중신학이어야 하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저의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민중이라는 문제설정은 위기를 읽는 더 없이 유용한 통찰을 담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황 속에서 발생한 민중신학이 현대의 상황 속에서 여전히 주장되어야 할 이유를 물으신 것 같은 데, 그 물음이 담고 있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저희는 1970년대의 위기성이 1990년대, 나아가 2천년대의 위기성과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누구는 그것을 계급-자본-노동의 시각에서 보고자 하며, 저는 권력의 시좌에서 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지속성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조 변동의 맥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구조적 변동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철되는 위기성을 읽고자 하며, 그것은 모더니티의 한국적 전개의 특수성과 관련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점에서 저희와 의견을 달리하시는지요. 우리 시대의 위기성이 1970년대에 유용했던 담론과 단절해야 하는 필연성이 있는지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민중신학이 비판의 언어라고 봅니다. 그것은 민중신학을 상황신학의 하나로 보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민중신학은 비판을 수행하는 하나의 대안적 패러다임으로서 볼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위기를 읽는 민중신학의 문법은 바뀔 수 있고, 동시대에도 서로 다른 문법을 주장하며 논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중신학의 보다 중요한 특성은, 비판을 수행하는 내용이 아니라 비판의 하나의 범례적 특성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민중의 눈으로 보기'라고 말합니다. 민중을 포괄적으로 반권력의 에토스라고 한다면, 신학사의 눈을 경유해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전통적 신학하기의 패러다임과는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민중신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여기서 민중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 해석에 따라 민중신학의 위기 문법은 조금씩 달라질 수가 있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민중신학이 지금 있어야할 필연성이 있느냐?'는 물음은 '민중신학의 위기 읽기와 그것을 통한 이론적 개입은 정당한가?'라는 물음으로 바꾸어서 보시면 어떨지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이 저희의 작업에 대한 보다 설득력있는 비판이 될성 싶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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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