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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1/09 (09:05) from 211.49.9.163' of 211.49.9.163' | Article Number : 159 |
미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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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537 , Lines : 204 |
| Re:교회 제도화 자체가 그렇게 나쁜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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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읽어보니 역시 김진호 목사님이 보시는 한국기독교의 문제 원인은 다른 사람들이랑 생각의 전제가 다른 시각인 것 같습니다.. 한국기독교의 문제가 교회주의라는 제도에 있다고 보시는 건 너무나 나이브한 언급이 아닐까요..? 김진호 목사님의 시각은 여전히 구조주의적 발상에 기저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탈중심주의적 사고라서 그런지 역시 교회제도 자체에 중심주의적 기제들이 있다고 보고 계시기에 교회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인상을 주고 있슴다.. 물론 저도 제도화가 일종의 고착화, 세뇌화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도화·조직화는 우리가 무슨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그것이 커져갈때 조직과 제도적인 것으로 나가기 쉽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일의 효율성 창출 때문이라고 봄다.. 제도화, 조직화 자체는 예수의 가르침의 효율적 전수를 위해서도 반대할 이유는 없죠.. 그것은 방만해져만 가는 일의 능률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닐런지.. 그렇다면 문제는 그 제도와 조직이 효율성의 창출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한 재생산 구조로 완악하게 굳어져 가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겠죠.. 그럴경우에 교회제도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 <교회제도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김진호 목사님의 말씀대로 교회중심주의를 극복할려면, 탈교회라면 어디로 나가야 하죠? 우리 사회의 여러 집단도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여전히 제도화된 조직을 만들어서 그렇게 활동하고 있지 않나요? 제 개인적으로 보는 기독교의 근원적 부패원인은 다이나믹한 역사적 예수의 삶의 행태를 초기 교부들이 플라톤적 사상으로 세계를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잘못된 형이상학이 도입됨으로써 기독교 신학이 싹튼 것이죠.. 그것이 결국은 중세와 근대를 지나 선교사를 거쳐 오늘날 한국에까지 이르른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근본적으로 되돌릴려면 역사적 예수의 삶의 행태를 올바로 조망할 수 있는 세계를 보는 새로운 이해로써의 참신한 형이상학이 기독교 신학에 다시 있어야 한다고 봄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보는 <눈>이 올바로 변하지 않는 한 세계는 우리 자신의 협소한 시각에 의해 언제나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다.. 그렇기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바뀌어야 한다면 기독교 신학이 먼저 제대로 바뀌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기독교 교리에 대한 개정>이루어져 한다고 봄다.. 종교제도나 예배적 양식들도 여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죠.. 화이트헤드가 말했듯 <종교도 여전히 형성도상에 있을 뿐>임다.. 그렇기에 기독교는 그 자신이 더이상 개정할 게 없다고 보는, 완전한 극에 이른 종교라고 본 그 순간부터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하나 제도가 사람을 형성하는 요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먼저 나고 제도가 났을 터입니다.. 그러나 김진호 목사님의 언급들은 제도나고 사람 난 것 같은 인상만 줍니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도 교회만 들어오면 자신을 나약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는 이유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 때문이죠.. 김진호 목사님도 홀로있음의 경험을 하신 적 있지 않나요? 그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엿볼 수 없는 나만이 아는 나와 나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또다른 경험으로써의 그 어떤 영원한 대상을 의지하고픈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종교란 홀로있음의 극복이요 두려움으로써 받는 경외감입니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세계 안에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할 뿐더러 결국은 그 사회의 궁극적 답변까지 줄 수 있어야 함다.. 저는 교회중심이니 제도화니 하는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슴다.. 단지 어떤 신학을 배워먹고 세워진 교회냐.. 그 교회의 머릿돌이 어떤 반석으로 세워진 것이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봐짐다.. 올빼미 wrote: >계간 새길 겨울호 기획토론 > > >"한국기독교 변해야 산다" >-------------------------------------------------------------------------- > >길희성(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김경재(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김진호(한백교회 목사, {당대비평} 편집위원) >이만열(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 > >길희성 : 여러 가지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우리는 한국 기독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한국교회는 외형상으로는 여전히 풍요롭고 건재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주류 종교로 급성장했지만, 90년대 이후로는 기독교신자라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때가 되었습니다. 기독교방송 사태, 담임목사 세습 문제, 옷 로비 사건 때의 '권사들의 전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정적 현상들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지성인들과 비판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현재의 답답한 한국기독교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희망을 반영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한국기독교가 진지하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만 할 시기입니다. 이번에 <한국기독교 변해야 산다>라는 주제로 기획토론을 준비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먼저 이만열 교수께서 오늘의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해방 후 기독교사를 중심으로 하여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만열 : 해방 후 한국기독교는 친일청산과 교회재건 과정에서부터 분열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사회가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으니 교회만이라도 청산했어야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성공하지 못했고, 더욱이 바로 6·25 전쟁을 겪으면서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경험은 1920년대부터 한국기독교에서 나타나고 있던 타계주의, '예수 천당' 신앙을 더 심화시켰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50년대의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이승만 정권을 지원하는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한 편 그 시기에 교회의 분열이 가속화되어 1959년 장로교회가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4·19를 거치면서 일어나기 시작한 교회의 반성은 5·16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자유당 시기 정교유착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군사정권 치하에서 자기를 객관화하여 성찰하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60년대 이후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인권·민주화 그룹을 형성하여 민중신학과 민중교회를 형성함으로써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잘살아보자는 새마을운동과 궤를 같이 하는 교회의 >움직임 또한 진행되었습니다. 현세적 축복을 강조하는 이른바 '삼박자' 구원론(예수 잘 믿는 복, 돈 잘 버는 복, 건강의 복)과 결부된 성령파 운동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민족복음화운동'과 결합됨으로써 한국기독교는 80년대까지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오면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전두환 정권 때 삼저 호황으로 인해 안정을 누리는 중산층 세력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여유 있는 경제적 조건은 하나님보다는 삶을 즐기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권의 몰락도 성장에 장애가 되었습니다. 종교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사회적 긴장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길희성 : 김경재 교수께서는 지난 시기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경재 : 저는 기본적으로 이만열 교수의 분석에 동의하면서 좀 더 신학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방 후부터 1965년까지 한국교회의 역사는 '광야 시련기'로 교회 내적 혼란과 자기정비, 분열의 복합적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65년부터 85년까지는 '가나안 입주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나안에 들어갈 때 이스라엘이 겪었던 바알주의와 야훼주의의 정신적 대립, 권력과 예언자 운동의 대립과 같은 상황을 한국기독교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근대화 과정의 사회변동에 적응하면서 사회적 지위 상승을 도모했습니다. 그것에 부합한 것이 교회성장주의였습니다. 이와는 달리 부도덕한 왕권에 맞선 아모스의 저항처럼 독재정권과 타락한 교회에 맞서 저항하는 기독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당시 한국의 진보세력을 선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85년 이후 지금까지는 '바벨론 포로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문화적 다원주의, 정치적 신자유주의, 생태계위기 등 세계 문명사적 차원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거대한 세계질서에서 탈출할 수도 몰입할 수도 없는 정신적 괴리를 기독교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재편한 신자유주의 질서는 원하면 내릴 수 있는 버스 같은 체제가 아니라 세계의 누구든 예속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체제입니다. 이 시기를 바벨론 포로기에 비유하는 까닭은, 오늘날의 기독인들은 예수를 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둘러싼 막강한 힘에 맞서 변혁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적으로 자기분열을 경험하고 있는 시대이지만, 이런 전환의 시대가 자기성찰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기독교가 아직도 19세기적 선교방식, 더 극단적으로는 중세적 대응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세계사적 지평에서 거대한 문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 >길희성 : 이만열 교수와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시각이지만 성서적 메타포를 사용하여 신학적으로, 그리고 시야를 세계사적으로 넓혀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김진호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진호 : 많은 분들이 90년대 이후를 퇴행적 과정이라고 분석하지만 저는 그러한 비판에 의문을 갖습니다. 즉 90년대 이전의 기독교는 과연 달랐는가 하는 점입니다. 오늘날 기독교의 퇴조는 갑작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과거를 문제삼든 현재를 문제삼든 우리의 논의는 지금 우리의 위기 의식 위에서 시작하게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근대성이 왜 이렇게도 비뚤어지게 됐는가를 문제시합니다. 그것으로 우리의 근대사를 되돌아봅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한국에서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보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한국에서 기독교의 역사는 곧 한국 근대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런 혐의를 가지고 교회를 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기독인들이 신구교 합쳐서 전체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은 기독교가 이미 한국에서 중심 종교집단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편협하게 교회만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위기 진단이 너무 교회사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한국 사회 전체, 특히 기독교가 관여된 근대의 역사 과정 전체를 문제시하면서 기독교를 다루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 >길희성 : 김진호 목사께서는 90년대의 한국 기독교가 어디에 처해 있다고 보십니까? > >김진호 : 저는 개신교 교회 목회자이자 비기독교적인 계간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위치는 기독교 공동체 안의 기독교 이해와 공동체 바깥의 기독교 이해를 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제가 담임하는 교회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기독교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기독교인들에 비해 기독교 자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럼에도 제가 관여되어 있는 잡지를 통해서 본 바에 의하면, 기독교 공동체 외부의 시선과 비교하면 오히려 호교론에 가깝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외부의 시선은 날카롭고 냉소적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선은 최근 기독교의 퇴행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은 이제야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아무튼 90년대의 우리는 이런 따가운 시선 속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깊은 대화의 깊은 골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 >길희성 : '대화의 골'이라는 것은 인식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기독교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진호 : 제가 목사나 신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질문이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기독교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차라리 더 못할 것이라고 답변하곤 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 기독교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내적 잠재력이나 동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 한국 기독교의 과제는 어떻게 교회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주체로 나설 수 있는가에 있다기보다는―그것은 너무 주제넘은 자의식이라고 봅니다―이제 속죄의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봅니다. > >길희성 :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저도 지금처럼 교회가 계속 대형화되고 교세가 확장되어 결국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다 예수를 믿는다 가정할 때, 우리 사회가 과연 지금보다 나은 사회로 변하게 될지 의문이 듭니다. > >이만열 : 지금과 같은 추세의 복음화가 진척된다면 사회의 긍정적 변화는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김경재 : 대화가 너무 비관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는 전제를 가질 경우 저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라면 기독교는 도덕적, 영적 능력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한국기독교는 예수와 바울이 열어 놓은 복음의 본질, 우주적·세계적 보편종교가 아니라 유대교적 분파와 같은 기독교에 가깝습니다. 가령 복음서의 12제자들이 모두 유대인이었음에도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신의 칭호를 부르지 않았는데, 한국교회에서는 유독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칭호를 붙이지 않으면 기도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대로라면 한국기독교는 동아시아에 이식된 유대교적 분파의 하나인 이상한 종교로 화석화될 것입니다. > >이만열 : 저도 상당히 비관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발견합니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찾아가 보면 그래도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기독교인들입니다. 외국인노동자를 돕고 북한 동포들을 돕는 활동에 기독교 신자들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희망의 불씨입니다. > >길희성 : 오늘의 토론 주제가 비판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독교를 비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90년대 이후 한국교회가 사회적 목소리, 신학의 쟁점들을 상실하게 되었고, 교회에 대한 중산층의 심리적 의존도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성장했던 동인이 없어진 지금은 향후 한국교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성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 >김진호 : 저는 80년대 이전과 이후로 시기를 구분합니다. 80년대 이전까지의 한국교회는 한국의 국가주의적인 차원과 교회가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이때까지의 교회의 발전 전략 혹은 선교 전략은 국가적 기획에 참여하는 보상의 기제, 동원의 기제로 국가발전과 연관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80년대 이후에는, 서울의 공간분할이 심화되면서, 주로 강남 지역에 터잡은 '중산층 대형교회'라는 유형이 새로이 등장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돌진적 산업화'rush-to industrialization로 인해 급속한 이농 현상이 있었고, 이것은 전통적 가치의 붕괴, 즉 심리적 아노미를 낳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성령운동형 대형교회'라는 대교회 유형이 등장하지요. 이것이 비단 대형교회만의 현상은 물론 아닙니다. 거의 모든 교회가 이런 유형의 선교적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교회가 '잠재적인 대형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8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새로운 유형의 교회적 신앙 패턴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 새로운 교회의 신앙 패턴은 사회의 전반적인 시장화와 맞물려, '신앙의 시장화'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기독>인들의 일상적 신앙담론도 상품화되었던 것이지요. > >길희성 : 그렇다면 중산층 중심의 대형교회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의견이십니까? > >김진호 : 그렇다고 봅니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와 목사들, 심지어 신학교까지도 그런 방향에 급속히 합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주류 기독교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흐름으로부터 어떻게 이탈해 나올 것인가,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요컨대 '교회의 외부', 즉 '교회주의 외부'에서 신앙을 어떻게 성찰하는냐는 것입니다. > >길희성 : 지금까지의 교회성장 전략이 앞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까? > >김경재 : 교회성장 전략은 선교와 관련됩니다. 정부의 통계 자료를 보면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51%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조상제사와 관련된 유교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 중에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97%를 차지합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에 참여하는 민족종교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수적으로는 극히 미미합니다. 이런 통계는 지금까지의 기독교 내용에 동의해서 올 만한 사람들은 다 왔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성장만을 위한 선교 방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신앙적으로 진정한 모습일까 의심스럽습니다. > >김진호 : 현재 한국의 거의 모든 종교들은 성장의 가치에 입각한 적극적 선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종교가 기독교를 모델로 삼아 선교 전략, 발전 전략을 구상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기독교 바깥의 시각으로 볼 경우 '또 다른' 기독교가 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 >김경재 : 기독교가 좀 더 심할 뿐이지 넓게 보면 지구촌의 모든 종교는 거대한 세계 체제에 억눌려 변혁을 위한 용기를 상실했습니다. 저항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승함으로써 생존을 유지하려는 나약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 >길희성 : "한국기독교 변해야 산다"라는 주제는 한국종교, 세계종교 일반의 문제와 연관된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세계 체제 속에서 모든 종교가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70-80년대 급성장한 한국기독교가 이제는 '구조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기독교의 존재 가치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국기독교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은 단지 생존을 위함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한국기독교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만열 : 저는 한국기독교의 근본 문제를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이원론적 신앙입니다. 성과 속을 구분하고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구분하고 정치와 종교를 구분하게 된 결과 교회 안에서만 신자이지 바깥에서는 신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런 구분이 지속되는 한 복음에 접근할 수도 없고 변화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기독인은 자신의 일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잘못된 축복관입니다. "잘 살아보세"를 부르짖기 시작한 60년대부터 서대문, 여의도에 이어 전국을 점령하고 있는 순복음교회 식 삼박자 구원론은 한국교회 타락의 주범입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내적으로는 신앙을 타락시켜 바알신앙화 시켰습니다. 물론 이제는 어느 한 교회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지금 모든 한국교회의 강단이 예수 잘 믿으면 돈 잘 벌고, 자식 잘 된다는 축복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축복관에는 마태복음서의 8복, 특히 의를 위해 핍박받는 복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셋째는 지도자의 카리스마화입니다. 지도자들이 축도를 남발하는 것은 영적 권한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합니다. 이?gt;?카리스마화는 영적 독재로 흐릅니다. 그 결과 평신도들은 근심이 있으면 새벽 두 세시라도 목사 집에 전화를 해야만 마음이 놓이게 될 만큼 영적 미성숙 상태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이 교회 타락의 근본 원인입니다. 이것을 탈피해야만 합니다. > >김경재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부정적 현상의 기저에서 한국의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성경문자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종교문화사에서 볼 때 하늘의 생명 소리로 들려왔던 한글 성경번역은 오늘의 한국교회를 있게 한 원천이요 자랑입니다. 하지만 성숙해야 할 역사적 시점에서 성서문자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해석학적 눈으로 성서를 볼 수 있는 역량이 없는 현실은 한국교회의 진정한 성숙을 저해할 뿐 아니라 모든 미성숙과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시한부종말론이 물의를 일으킬 때 언론에서는 여러 신학자와 목사들을 찾아가 의견을 물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은 한결같이 "성서에 예수가 구름 타고 천군천사의 나팔소리와 함께 강림한다고 씌어 있는 것은 나도 믿는다. 하지만 시한부종말론자들의 잘못은 그 때와 시는 하나님만 안다고 씌어져 있음에도 그것을 자기가 안다고 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자주의적 시각에 머물러 있는 한 시한부종말론의 발흥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진호 목사가 말했듯이, 교회가 우물안 개구리처?gt;?종교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자에 종속된 한국개신교의 성서관 때문입니다. > >김진호 : 지금까지 말씀하신 문제점들은 모두 교회 중심주의로 수렴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진단하는 일은 어떻게 교회주의가 작동하고 있는가, 또는 교회주의가 어떻게 그리스도인들을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주체, 아니 하수인으로 만들어내는가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교회를 제도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교회를 담임하기 전에는 목사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목회를 하게 되면서 목사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교회 중심주의는 목사, 평신도 어느 편에서도 해결 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예전, 직제, 도그마로 구성되는 교회의 제도 때문입니다. 제도라는 것은 반복성과 지속성의 메커니즘입니다. 지속적인 무수한 반복을 통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제도에 귀속된 사람들이 특정한 신념체계에 동화하도록 만드는 기제라는 것입니다. 가령, 예전을 통해 목사의 축복권과 카리스마 같은 것이,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반복적 수행을 통해서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부정적 요소들이 교회 제도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길희성 : 저는 근본적 문제는 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이원론적 신앙과 잘못된 축복관에 사로잡혀 있고, 교인들 스스로 목사의 카리스마에 사로잡혀 지내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결국 잘못된 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핵심은 역사적 예수, 인간 예수에 대한 기억이 교회와 신학에서 사라지거나 무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적 예수라는 주제는 신학적으로 복잡한 문제이지만, 어쨌든 복음서에 엄연히 예수의 말씀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음에도 그를 따른다는 기독인들이 예수와 정반대의 행동을 하면서도 신앙적으로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기억,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고백과 더불어 시작했습니다. 다른 존재가 아닌 바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적 예수, 십자가의 예수는 사라지고 하늘의 초월적 그리스도, 부활의 주님만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모든 한국기독교의 왜곡은 이것과 연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고, 성령체험이 강렬하고, 교회가 성장하더라도 그 안에 구체적 인간 예수의 모습이 없다면 모두 가짜에 불과한 것 아니겠?gt;윱歐? 인간 예수의 모습을 구체적인 규범으로 삼을 때 문제들이 더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 >김경재 : 이번 해에 한국개신교는 이용도, 김교신, 함석헌, 김재준 등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들을 이단자, 저항자, 반기독자라고 비난했지만 오늘의 한국사회는 이 네 사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역사적 예수, 인간 예수와 직접 대면해서 기독교의 참 모습을 회복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히브리서의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바라보자"라는 말씀과 "참 사람이신 예수를 바라보자"는 말씀을 동시에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분과 대화하고 동행하는 새로운 의미의 역사적 예수 운동이 한국기독교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서구 자유주의 신학의 역사적 예수 신학 운동이 아니라, 복음서의 참 사람, 새로운 존재이신 그리스도의 인격, 영과 만나는 새로운 운동을 말합니다. > >길희성 : 해방신학의 공헌은 도그마에 갇혀 있던 서구신학에 대해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구체적 실천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입니다. 서구 신학자들은 해방신학자들의 도전 앞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민중신학도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구체적 역사의 현장에서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헌한 바가 있는 것입니다. > >김진호 : 물론 최근 미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역사의 예수'(historical Jesus) 연구, 특히 '예수 세미나'의 작업은 사회에 대해 자폐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교회를 비판합니다. 나아가 교회를 매개로 하지 않은 채, 사회적 의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전향적 실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내셔널 Q 프로젝트'(IQP) 같은 연구 모임은 동일한 연구 주제를 통해 그와는 반대되는 보수주의적 신앙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의 예수 연구가 교회의 틀에 순화된 또 하나의 예수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요컨대 역사의 예수를 말하는 것이 바로 교회 전통에 대해 비판적인 신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엔, 무엇을 소재로 연구하느냐보다는, "어떻게 교회로부터 신학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의 문제, 즉 신학하는(doing theology) 태도에 초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신학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는 신학이 어떻게 당대성(contemporary)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보스니아·세르비아 내전 때 교회는 증오의 저장고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시간이 흐르면 분도 삭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세르비아에서 교회는 500년 동안 증오를 생생하게 지속시키는 저장고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신학자들은 이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합니다. 신학이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난감해 할 뿐입니다.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도 신학자들의 개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신학자들이 당대적 문제에 개입할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신학이 어떻게 당대성의 문제를 담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또 하나의 중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이만열 : 신학도 하나의 학문입니다. 학문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신학 또한 자기를 둘러싼 상황, 즉 '지금 여기'를 전제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신학은 다 수입신학입니다. 한국적 상황성에 입각한 신학의 시도들이 1910년부터 있었지만, 모두 이단이나 분파로 매도되면서 힘을 잃었습니다. 민중신학에 와서야 '지금 여기' 라는 문제의식의 신학화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그것은 신학의 당대화, 상황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운동을 전개했던 분들의 90년대 이후를 보면 실천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한국신학은 늘 '지금 여기'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신학 자체에 대한 의문과 문제제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각 신학교 교과과정에 이런 것이 들어가야 교회의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김경재 : 이만열 교수나 김진호 목사의 지적처럼 당대 문제를 능히 분석할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 신학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를 주류적인 신학교육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신학교육은 각 교단에서 설립한 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신학교들은 설립 목적 자체가 각 교단에 봉사할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신학은 교회를 위한 봉사 학문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회에 신학이 예속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신학교들도 있지만, 교육과정에 당대적 문제가 포함될 때마다 교회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과 압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향후 한국기독교의 변혁을 위한 신학적 과제는 교단 소속 신학교들보다는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적 배경에서 다양한 신학적 소리를 낼 수 있는 종합대학교의 신학교육에서 수행될 것입니다. > >이만열 : 그것은 김진호 목사의 이야기처럼 신학교육을 어떻게 신앙 제도, 체제로부터 탈출시킬 것인가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 >길희성 : 한국기독교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타종교에 대해 갖는 강한 배타성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기독교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의 한국문화전통에 대한 무지와 몰역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오강남 교수의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러한 불만의 표출일 것입니다. > >김경재 : 지금까지 백여 년 동안 성장한 기독교는 좋든 싫든 역사적 실체입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타종교에 대해 극단적으로 배타적인 보수주의가 놓여 있습니다. 저는 초기 선교사들이 그런 배타성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계합니다. 선교사로 들어온 언더우드나 아펜셀러는 20대 후반의 청년이었으며, 당시의 세계 신학 자체가 아시아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었으므로 그들에게 타종교에 대한 이해나 비교종교학적 지식을 기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낡은 믿음체계를 가지고는 현대 다원사회에서는 제 구실을 할 수 없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태도를 배타주의, 포괄주의, 다원주의와 같이 도식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지만, 한국교회는 최소한 포괄주의까지는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도덕적으로도 절박한 문제입니다. 자기의 조상들은 우상을 숭배해서 지옥에 갔고 자신은 예수 믿어 천당 간다는 믿음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성서의 철저한 유일신론적 입장에서 보면, 한국사는 하나님의 우주적 섭리 속에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조상들도 하나님의 섭리 아래 살>았던 것인데 마치 하나님이 선교사와 함께 들어왔다는 식의 편협한 사고는 반드시 타파해야 합니다. 그런 사고를 신앙의 자유로 방치하는 것은 기독교의 성숙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원주의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포괄주의적 입장으로까지는 열린 자세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 >길희성 : 그리스도를 교회만이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가 교회 밖의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이야기하면서 구원이 꼭 교회라는 제도에 몸을 담아야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보편적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관련됩니다. 그래서 현대 가톨릭은 포괄주의적 입장에서 모든 종교와 문화의 선한 가치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유명한 개신교 신학자 판넨버그(Wolfhart Pannenberg)도 대체로 이와 유사한 포괄주의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성서문자주의와 배타주의에 사로잡혀 그러한 포괄주의에 접근하는 것도 아직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외부에서 보는 한국기독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으로 대표되는 편협한 배타성과 독선의 집합체일 뿐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이 기독교의 우월주의, 배타주의, 광신주의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배타주의는 또 반문화주의, 반지성주의, 권위주의와도 관계될 것입니다. > >길희성 : 약간 화제를 바꾸어, 그렇다면 한국교회 평신도들에게는 문제가 없을까요?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추종하는 것에는 일종의 심리적 자학증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드는데, 이런 풍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진호 : 저희 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시민사회운동 단체에 참여하고 있고, 대략 교인의 절반 정도는 학생운동가 출신들입니다. 따라서 이타적 사고가 비교적 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교회 문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위로 받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하고, 남에게 상처받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사람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그런 현상은 문제의 원인이 평신도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제도, 습속(아비투스)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평신도들의 탈주체화, 반문화성 혹은 문화적 자폐성을 강화시키는 신앙 관행이 교회 안에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기독교 시민단체와 문화운동단체 사이에 대중문화와 관련된 논쟁이 있었습니다. 문화운동을 하는 이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기독인들은 이미 진리를 전제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독교인 스스로 진리를 선험적으로 규정해버리는 형태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만열 : 지난 해 대형교회 세습 반대 심포지엄에서 제가 발표 한 다음 어떤 교회에서 온 사람들이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 교회의 목사들과 장로와 권사들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그들이 한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교회에는 교수, 변호사, 판사 등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도 다 동의했는데 당신들이 무슨 근거로 비판하는 것이냐?"라는 말이었습니다. 이것은 김진호 목사의 지적과 통할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사회에서 건전한 지식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도 교회 안에 들어오면 몰이성적 인간으로 변한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눈먼 자를 눈뜨게 하라고 세워주신 교회가 오히려 멀쩡한 사람들을 눈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길희성 : 문제는 그렇게 교회를 운영해야 목회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전한 지성, 상식을 가진 사람은 교회에 발을 붙이기 어렵습니다. 한국교회 안에 탈주체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기독교가 군림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금껏 이야기한 일련의 문제들 앞에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김경재 : 중세의 수도원 운동은 교리, 교권화된 시기의 새로운 물결이었습니다. 그 흐름에는 자발적 평신도 운동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오늘날 신앙의 제도화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특별히 깨어 있는 교회, 건전한 교회의 평신도들을 주축으로 하고 거기에 목회자, 신학자가 합세함으로써 한국교회를 정화시키고 성숙시켜 가는 자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정화를 거쳐 성숙에 이릅니다. 정화 없이 성숙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국교회가 살려면 그 길밖에 없습니다. 교회 성장을 지속하여 교회도 살고 민족도 살면 좋겠지만 이대로의 성장이라면 생태계 파괴, 분쟁과 테러리즘 등의 악순환을 가져와 죽음을 초래할 것입니다. 불교에서 재가불교가 대승불교를 성숙시켰듯이 세상 한복판에서의 새로운 본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그 새로운 본질을 '3S'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물질적 삶에서의 단순성(Simplicity)입니다. 돈은 벌어야 하지만 예수의 제자라면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성실성(Sincerity)입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종교적 차원에서의 영성(Spirituality)입니?gt;? 초월적 차원과의 관계성을 바르게 정립함으로써 자유로운 사랑의 존재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 >길희성 : 좋은 말씀입니다. 김진호 목사는 교회 제도와 관행의 무반성적 영속화를 비판했는데, 제도의 개혁에 대해서 어떤 전망을 가지고 계십니까? > >김진호 : 저희 교회는 성서의 상호텍스트적 읽기, 찬송가 대신 '우리의 찬송가' 만들기, 십자가 상징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등 '전통에 대한 모독'을 시도해왔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대체한 그것이 또 다시 고착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고착화될 때의 경험에 대해 충실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즉 변화하는 일상에 충실하기보다는 답을 갖고 출발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시했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꿨지만 거기에는 똑같은 행태가 남아 있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성찰적 신앙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성찰적(reflexive)이라는 것은 외부를 향한 비판적 논의를 항상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되묻는 사유의 태도를 말합니다. 자명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을 신앙의 눈으로 근원적으로 '다시 읽는' 것입니다. 성서적 맥락에서 말하자면, '낯설음'을 우리의 신학, 신앙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성서에서 낯설음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아브라함과 히브리인들의 유랑도 그렇고, 예수도 당시의 자명함에 대해 낯설음을 실천했고 당대의 낯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친숙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그것을 관행화 시켰습니다. 개혁하려는 시도 자체도 우리에게 친숙해진 것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숙함을 추구하는 신앙 관행으로부터의 탈주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관적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유의미한 실천일 것입니다. > >이만열 : 한국교회는 가난해져야 합니다. 예수가 8복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자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 의도가 무엇일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 >길희성 : 김경재 교수께서도 언급하신 대로 중세 도미니코회, 프란시스코회와 같은 수도 단체는 청빈의 문제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타락한 교회에 대한 불만이 일반 신도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사도들의 청빈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평신도 사이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위기의식을 느낀 교회측에서 그러한 수도 운동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저도 단순성과 가난의 영성의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동감합니다. 스리랑카의 신학자 알로이시우스 피에리스(Aloysius Pieris)는 '가난해지고자 하는 투쟁'과 '가난한 사람을 위한 투쟁'을 실천적 강령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자발적 가난의 영성과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사회적 실천의 통일이지요. 그것은 또한 오늘날 '세계 체제'에 맞서야 할 기독인들의 저항 정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에 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보다 더 어려운 것 같지만, 교회의 제도와 관행에 길들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복음을 낯선 메시지로 해석하면서 부단히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현대 기독교의 당면한 핵심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어쩌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 안에 자명하게 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한국교회의 갱신과 변혁의 기제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긴 시간 토론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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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