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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7/16 (03:34) from 210.115.123.112' of 210.115.123.112' | Article Number : 17 |
진호/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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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14 , Lines : 8 |
| 문제제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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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충고 다 유용했습니다. 그런데 동의할 수는 없는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첫번째 경우, 민중신학 연구자로서 제가 유다교를 얘기하는 것은 서양 신학자들과 다른 맥락이라고 봅니다. 저는 주류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유다교 당국과 대화하는 데 적합한 외교적 언술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최근 쓴 한 글(<예수운동과 1세기 팔레스틴의 다른 민중운동들>)에서 저는 예수운동을 보는 시좌를 그리스도교 당국의 시좌에서 역진적으로 묻는 방식을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즉 그리스도론적 정체성을 해체한 후 예수를 물었고, 이런 시좌에서 다른 민중운동들과의 연계성을 추적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담론의 담지자를 민담적 주체로 설정했습니다. 안병무 선생의 오클로스론의 상상력을 여기에 연관시킨 것이지요. 이것은 예수운동의 계보학에서 신조적 연계성을 해체하려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요컨대 예수운동의 다양한 발전 경로를 거세시키고 신조적 연계성만으로 경로화한 교회적 발전을, 그 독점적 정통성 주장을 부정함으로써, 예수운동의 승계의 비교리적 경로, 특히 해방적 실천의 경로를 상정해보자는 것이지요. 이런 주장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발본적 비판에 속합니다. 그런 시좌에서 유다교 주류 종교운동의 반민중성에 관한 예수님의 비판을 주장한 것이고, 동시대의 다른 (유다적) 민중운동들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주장하고자 한 것입니다. 민중신학자들 가운데 메이저 종교 당국과의 관계를 유념해야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신학하기의 시좌를 비판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연대하고자 하는 대상은 민중적 담론 집단이지 종교 당국자는 아닙니다. 이것이 제 신학의 자리이고, 탈신학의 신학으로서의 민중신학적 신학하기의 시좌입니다. 두번째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다소 이견이 있습니다. 저는 성서가 하느님의 계시의 책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성서가 언어로 되어 있는 한, 언어의 속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즉 언어에는 언어공동체의 집단적 경험과 비전이 스며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회가 배제주의적이면 그 언어 또한 배제주의적 담론의 흔적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분명 동시대의 주류적 가치로부터 탈주하는 시대의 이단자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신도 나면서부터 배워온 언어를 통해 그러한 탈주를 실천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그의 정체성을 무의식적으로 구성하는 것이었고, 동시에 예수님의 탈주의 삶은 그런 정체성과의 투쟁을 동반합니다. 알튀세르의 인식론적 단절의 개념은 바로 이러한 존재 내면의 이질적 갈등과 투쟁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푸코의 고고학/계보학의 방법론도 이런 문제의식을 내포하는 개념적 장치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성서의 표상적 진술에만 몰두하여 의미를 해석하려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입니다. 성서의 표상적 진술 이면에서 갈등하는 인식론적 단절의 요소들을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론적 단절의 사고에 기초해서 예수가, 혹은 성서적 담론의 각 행위자들이 어떤 실천적 지향을 추구하였는지를, 그러면서도 그러한 지향을 표상하는 재현체계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징후적으로 독서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역사비평학적 읽기를 넘어, 상호텍스트적 읽기를 모색한다면, 성서적 담론을 보다 자유롭게 재현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성은 님이 동성애 오리엔테이션이 교회나 사회의 유지에 적합한가를 고려할 필요를 제안하셨는데, 저는 교회나 사회가 소수자의 억압과 배제에 기초하여 유지 재생산되는 체계라면, 교회나 사회는 그 존재 의의에 대한 발본적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소수자의 배제에 기초한 세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러한 배제를 구성하는 일체의 대상을 해체되어야 합니다. 교회도, 성서도, 그리고 신도. 그런데 제가 아는 한, 예수님이 보여준 메시아적 숭고함의 진수는 신의 자기 해체에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결코 자신을 해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대상을 무장해체시키려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과연 존재해야할 의의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배제주의에 대한 비판이 유의미한 것은 그것이 권력의 운동과 연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판의 비판까지도 성찰적으로 요청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모든 비판은 배제주의적이니 비판 자체를 무화시키는 양비론을 허용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너무 급진적 주장으로 일관해서 부담스러우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성은 님을 설득시키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다만 충고의 말씀에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점이 있고, 그 점에 대한 저의 입장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두서 없는 답변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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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