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02/07/16 (03:15) from 211.49.91.18' of 211.49.91.18' | Article Number : 176 |
올빼미
|
Access : 4526 , Lines : 43 |
| 권력의 감시와 통제 - 한국의 현실(김기중) |
|---|
|
김기중 변호사의 글입니다. {일상적 파시즘} 등에서 좀더 상세한 글을 볼 수 있지만, 이 글로도 좋은 정보가 될 듯합니다. 저는 많이 배웠습니다. 이 주제의 글이 꽤 많습니다. 최근 출간된 홍성욱 지음,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책세상)은 지금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퍽 흥미롭습니다. ------------------------------------------------ 권력의 감시와 통제 - 한국의 현실 2000. 10. 18. 변호사 김기중 1. 일반적 감시, 통제시스템 가. 주민등록제도 일본이 2002년부터 도입하려는 주민기본대장코드와 ID카드제도를 한국은 1968년에 도입하여 30여년 이상 시행해 오고 있다. 한국이 30여년 동안 시행해 온 주민등록제도는 워낙 확고하게 사회에 뿌리를 내려 제도적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국민은 태어나면 1개월 이내에 행정관청에 이름, 성별, 출생일, 혼인중의 출생인지 아닌지, 부모의 성명과 본적, 주소 등을 신고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때 과태료에 처해진다. 출생신고를 받은 행정관청은 신생아에게 생년월일과 성별코드 및 신고지 주소의 코드로 구성된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신생아의 개인별 주민등록표를 작성하며, 소속된 세대의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한다. 그 숫자만으로 출생일과 성별, 주민등록신고지를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결코 변경되지 않고 개인의 일생동안, 나아가 개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사용되는 개인에 대한 핵심적인 식별기호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의료서비스, 행정서비스, 교육서비스를 받을 때는 물론 일반 거래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일상적으로 제시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제도가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출생이후 각종 학교의 입학과 졸업 등 성장과정과 일반 생활상의 각종 정보가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일생동안 축적된다. 심지어 주민등록번호는 어떤 사람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인별 주민등록표에는 처음 작성될 때 개인에 관한 기초정보인 이름, 성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본적, 주소, 혈액형 등이 기재되는 외에 그 사람이 성장해 감에 따라 각종 정보가 부가된다. 혼인여부, 혈액형, 본적변경사유, 개인별주소이동상황, 예비군훈련상황, 동원훈련사항은 물론이고 학력과 직업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결혼후 자녀가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자녀의 생년월일, 취학년도, 졸업년도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세대별 주민등록표에는 그 세대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사람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성별 등 기초정보 외에 각 개인의 주소이동상황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별, 세대별 주민등록표의 정보항목은 140여개에 달하는데, 이 항목중 73개 항목과 전화번호, 의료보장정보, 호주변경사유 등 5개 항목의 정보가 추가되어 11개 분야 78개 항목의 정보가 국가행정전산망에 수록되어 다양한 행정기관들이 이들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국가행정전산망에 수록되어 있는 정보는 개인식별정보 외에도 혈액형, 혼인관계, 직업, 전화번호, 학력과 같은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한국민은 국가가 구축한 각종 정보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나. 주민등록증, 지문날인과 경찰감시 한국의 국민은 17세가 되면 행정관청에 직접 출석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에 처해진다.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인은 자신이 본인임을 직접 증명해야 되는 외에 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엄지손가락의 지문은 평면지문 외에 회전지문을 날인)을 날인해야 한다. 한국 국민은 주민등록증을 상시 휴대하고 다녀야 했다(주민등록증 소지의무는 1999년에 폐지되었다). 모든 성인국민에게 주민등록증을 강제발급하고 이것을 소지하도록 하는 장치는 경찰이 일반인을 상대로 일상적인 검문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행정관청은 열 손가락의 지문이 찍힌 지문원지를 경찰청 감식과로 보내야 한다. 한국은 경찰청이 17세 이상 3,400여만명에 달하는 모든 성인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경찰청은 모든 성인의 지문정보를 범죄수사에 활용한다. 경찰청은 특정한 지문모양에 번호를 붙이고 열 손가락의 지문에 각각 번호를 붙여 10자리 숫자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든 성인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 외에 10자리의 지문번호를 부여해 두고, 불심검문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의 열 손가락 지문을 보고 그 지문의 유형을 번호로 읽은 후 경찰청 중앙컴퓨터에 그 지문번호를 조회하여 신원확인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경찰청은 또한 1990년대 초반부터 열 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전산입력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1999년 7월경까지 만17살부터 33살에 이르는 남자 800만명, 만17살부터 27살까지의 여자 370만명의 열 손가락 지문을 전산입력했다(아마 지금쯤 거의 모든 지문정보를 전산입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모든 성인국민에 대한 디지털 지문정보 외에도 모든 성인국민의 사진에 대한 디지털 정보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사진의 디지털 정보는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행정관청이 확보한 것이기는 하나, 경찰청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1999년 7월부터 기존의 종이재질 주민등록증을 일제히 플라스틱 재질의 주민등록증으로 교체하여 발급했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재질의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가 제출한 사진을 디지털로 변환하거나 행정관청을 직접 방문한 사람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여 디지털 사진정보를 확보한 후 이것을 전산화하였다. 경찰청은 자신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지문정보전산자료와 행정자치부가 보관하고 있는 주민등록사진전산자료를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 사실은 2000년 7월경 언론에 의해 폭로되었다. 경찰청의 계획은 사진 및 지문대조기능이 탑재된 휴대용 조회기를 경찰 개개인에게 보급하여 검문검색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회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경찰청은 이미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을 직접 검색할 수 있어 경찰에 의한 주민감시는 일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 구체적인 감시, 통제시스템 가. 도청법과 현실 일본은 1999년에야 도청법이 제정되었으나, 한국은 실질적으로는 도청허용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이 1993년에 제정된 이래 수사기관에 의한 무분별한 도청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어 왔다. 법원의 허가에 의한 도청만 해도 1996년에 2,444건, 1997년에 6,002건, 1998년에 6,638건이시행되었다. 1998년 말경부터 정치권에서 제기된 도청남용의 주장때문인지 1999년 상반기의 통계로는 영장에 의한 도청건수는 2,103건으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그동안 한국에서 법률에 의한 도청이 얼마나 남용되어 왔는지 알 수 있다. 법원이 수사기관이 청구한 감청허가청구를 기각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6개월 단위로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법률 때문에 국가보안법위반범죄에 대한 도청은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법률은 또한 긴급감청을 허용하고 있어 수사기관은 일정한 경우에 48시간동안 법원의 허가영장이 없이도 감청을 시행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영장없는 긴급감청을 1998년에 1,038건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도청 외에도 수사기관은 자유롭게 전기통신가입자의 인적사항(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과 전화통화내역(통화일시, 통화개시 및 종료시간, 상대전화번호)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가입자의 인적사항 등 정보의 제공을 정보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때 그 정보가 수사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조차 없다. 정보통신사업자는 1996년에 162,189건, 1997년에 100,415건, 1998년에 142,867건의 가입자정보와 통화내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다. 1999년 상반기의 건수는 93,181건으로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PC통신과 인터넷이용내역에 관한 정보제공요청은 증가하였으며, 전자우편(E-MAIL)을 도청하는 건수가 증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나. 인터넷검열 한국에서는 영화에 대한 검열(공개를 금지할 수 있는 완전한 의미의 검열)이 1998년까지 존재하였고, 지금도 제한적이나마 영화의 공개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일정한 범위의 책은 금서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이 금지되었으며, 1980년대 말에야 연극이나 무용의 대본검열이 폐지되었고, 1994년에 노랫말에 대한 검열이 폐지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1995년경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행정기관(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이 민간기구라고 주장하나, 정부예산을 사용하고 정부가 위원들을 임명하는 조직을 민간기구라 할 수 없다)를 설치하여 반국가적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정보라는 애매한 잣대를 들이대며 PC통신과 인터넷의 내용를 검색하여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하는 외에 해당 정보를 게재한 자의 이용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표현물 자체의 삭제를 명한 사례는 다양하나 다음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PC통신 이용자는 1999년 6월 15일 한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적,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으로 그즈음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교전사태가 정부의 속임수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였다. 정보통신부장관은 이 게시물이 불온통신이라는 이유로 전산망운영자에게 삭제명령과 이용자에 대한 이용중지명령을 내렸고, 전산망운영자는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위 이용자의 이용을 1개월간 중지시켰다. 위 이용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과 명령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검열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정보통신부는 이른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이 내용을 반영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내 놓았다. 개정안에 의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등급의 기준을 정하고 등급을 부여하기도 하며, 명예훼손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을 경우 해당 표현물을 심사하여 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터넷 표현물이 청소년에 유해한 내용이라는 판단이 되면, 그 표현물이 게재된 통신망을 운영하는 자는 청소년들이 그 표현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때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개정안은 용어만 '등급제'인 인터넷검열제도를 도입하려는 법안에 불과하다. 행정자치부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운영에 관한 조례 표준안을 제시하면서, 홈페이지에 수록된 정보중 정치적 목적의 글이나 불건전한 내용의 정보를 삭제하도록 지침을 마련하였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PC방의 IP주소를 신고하도록 유도하여, 일부 PC방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IP주소를 신고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가장 자유로워야 할 공간 또는 매체인 인터넷에 대해서도 국가권력의 감시의 손길은 시시각각 그 힘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3. 마치며 앞에서 지적한 사례는 눈에 보이는 감시와 통제에 관한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를 아주 오랫동안 지배한 권위주의 정부의 영향은 아직 건재하여, 사회 곳곳에 감시와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시와 통제장치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제기없이 정착해 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감시와 통제의 질서가 워낙 일상화되어 있어 우리 자신이 그 질서에 편입되어 안전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국가의 감시와 통제질서에 관한 인식을 보다 분명히 하고 개별 사안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일상에 침투해 있는 감시와 통제질서를 분석하고 그 위험성을 폭로해 낼 때가 되었다. |
|
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