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05/11/24 (15:59) from 211.191.202.103' of 211.191.202.103' | Article Number : 1786 |
올빼미
|
Access : 3194 , Lines : 52 |
| Re: 예수로 예수를 넘기 위하여 |
|---|
|
메일로 답변을 보냈더니, 반송되었네요. 해서 여기에 답을 올립니다. 그리 좋은 답변이 못됐을 듯한데,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시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한동안 교회 청년들과 대화가 잦을 때는 저를 올빼미라고 불러달라고 했지요. 이름보다는 이 호칭이 제겐 더 친근합니다. 우선 '성'은 나를 부르는 데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혈통적 연계를 지적하는 것이어서 가족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제겐 부담스럽지요. 또 진호라는 이름은 호랑이를 진압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그다지 강한 품성이 못되는 제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한데 누군가 제가 밤에 늦게 잔다는 것을 알고는 자기는 닭과 인데 당신은 올빼미과라고 농을 하더군요. 그때 문뜩 그 이름이 좋아보였습니다. 적어도 중요한 저의 생활습관을 담고 있는 표현이니 말입니다. 후에 생각이 많은 이들이 올빼미에 관한 풍부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주긴 했습니다만, 그건 그리 탐탁치 않습니다. 누군든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데, 외부에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서 말하면 내심 부담스럽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어요. 말이 길어졌군요. 아무튼 저를 올빼미라고 불러 주시면 편하겠네요. 물으신 것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용하신 구절은 제가 초기에 민중을 규정할 때 한 것으로, 글의 관심은 윤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제가 이 글에서 강조하는 바, 민중 모집단이 민중으로 전화되는 메커니즘의 규명 작업의 초점은 민중 모집단으로서의 대중이 주체화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치들을 문제제기하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대안적 전략이 뭘까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었다는 것이지요. 한데, 이런 작업의 필요성에 이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엔 관심이 좀 달라졌어요. 민중의 주체화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민중 주체화라는 것 자체도 이데올로기의 효과일 수 있다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문제의식이지요. 물론 저는 무위론자는 아닙니다. 다만 저의 민중론을 하나의 대안적 실천이론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성찰적 비판담론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입니다. 대안적 실천이론은 많은 민중론자들이 고민하는 것이고, 또 좌피이론가들에 의해 이론적으로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필요한 것이지요. 한데 이론의 또 다른 역할은 어떤 경향의 이론에 대해 반문해야 하는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역할을 자임하고자 하는데, 민중의 주체화라는 담론 속에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작동되고 있을 수 있고,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윤리적으로 성찰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이론가들에게도 이론적 성찰의 도전이 되겠지요. 동문서답을 했네요. '꿈틀거리는 자' 님의 실존적 고민은 어떻게 사는 게 민중적 실천인가에 있었는데, 인용된 저의 글을 둘러싼 논지에만 치중해서 말했으니 말입니다. 한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제 글의 본의를 전달해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저의 시선에서의 글의 한계에 대해서도 주지해야 되겠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권력해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이론으로 해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론은 참고 자료를 드리지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또 그 권력을 문제제기하는 우리의 시선 속에도 이러저러한 편견과 배제의 논리가 은연중 작동되고 있다는 것 등등. 개개인의 윤리적 판단이나 실천은 이러한 이론들을 참고로 매순간 성찰을 수행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저는 제게 질문한 님의 문제의식 자체도 바로 그러한 실천의 일부라고 믿고요. 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도 늘상하는 말로 한 마디 첨언하면, 지금의 질문 태도를 망각하지 않도록 노려하시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제 표현대로 하면, 생이 마감할 때까지 늘 순례자이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왼손 검지 손까락을 다쳐서 키보드 조작이 용이치 않군요. 아무튼 제 주절거림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꿈틀거리는 자 wrote: >목사님의 답신 참 감사했습니다. 멀리서 존경했던 김진호 목사님의 정감있는 글이 저에겐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목사님(이 호칭이 아닌 다른 호칭을 더 좋아하신다면 다음 번 글에는 원하시는 호칭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께서는 예수 역사학이라는 책에 대해 겸손한 말씀으로 답변해 주셨는데, 저에겐 참 고마운 책이었기에 그 후에도 읽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밑줄을 긋고 저의 생각을 적으면서, 목사님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 >사실, 저번 글에서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저는 여러 해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젠 신학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청년입니다. 어릴 적부터 근본주의 신앙 안에서 '독실하게' 기독교적 삶을 살다가 군복무 시절 실존주의와 심리학을 접하게 되면서 내 안의 '우상'이었던 '하나님'(목사님은 이 용어를 폭력적이라고 하십니다. '하나'라는 단어에 집중하면 분명 폭력적입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하느님'이라는 용어가 좀더 정직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하나님'이라는 용어는 '하나'와 '님'을 합한 합성어로 다가오지 않고 그저 하나의 단일어로 다가옵니다. 또한 저에겐 아직 '하나님'이 입술에 더 친근합니다. 허나 단어 하나에도 자신의 신학적인 양심을 가지고 대하는 목사님의 모습은 멋지십니다)을 버렸습니다. 저는 그 빈 공간을, 실존주의와 심리학에서 얻은 지식, 저의 깨달음, 삶에서의 실천 등으로 메우려 했지만, 그 빈 공간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의 무지와 저의 비실천적인 모습, 무력하고 나태한 모습만이 저의 양심을 찌를 뿐이었습니다(저는 목사님의 실천적 삶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용감함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비참한 상황 속에서 저를 구해 줄 누군가를, 저의 구원자를 찾기에 갈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고통스런 상황에서 저를 구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이데거의 말마따나 저는 '던져진 존재'였던 것이지요. > >너무 힘이 들어 자살까지 생각했던 저는, 비굴하게도 다시금 '하나님'께 손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하나님이 계시다면 저를 찾아와 달라고하는 가녀리고 처량한 울부짖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하나님을 다시 찾아야만 하는 저의 연약함을 원망했습니다. 어쨌든, 하나님은 저에게 다가오셨습니다(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강한 거겠지요). 하지만 다시 찾은 하나님은 예전의 그 하나님이 아니셨습니다. 예전엔 사랑의 측면이 많았지만, 다시 찾은 하나님은 공의를 강조하시는 분이셨습니다. >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저에겐 아직도 용서하시는 하나님보다는 공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더 많이 다가옵니다. 그게 저의 한계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저에게 넉넉하고 후덕한 마음보다는 조급하고 안달해하는 면이 더 많은 걸까요? > >신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도 여전히, 저의 모습은 예전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머리만 커졌을 뿐, 나의 손과 발은 성장이 멈춰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의 고통이 더 큰지도 모르겠네요. 목사님. 이 마음의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혹 목사님도 저와 같은 고통을 넘기셨다면, 게다가 그 고통이 신학하시면서도 있었다면, 신학을 하시면서 이 고통을 극복하신 경험을 제게 나누어주시기 않으시겠어요? > > >p.s.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을 글로 띄웁니다.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Q)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그리고 고난의 담지자를 전민중 또는 민중 모집단이라고 성격화함으로써, 실천 이론으로서의 민중론은 권력 박탈 상황 아래 있는 민중 모집단이 권력해체적 실천으로 전화하는 과정을 다루게 된다."(예수 역사학, p.93)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권력해체적 실천을 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은 무엇인가요? 저도 권력해체적 실천의 삶을 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질 못하거든요. 단지 의분, 정의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 >**e메일로 보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목사님. 건강하세요. |
|
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