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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08 (12:08) from 61.254.100.197' of 61.254.100.197' | Article Number : 315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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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41 , Lines : 8 |
| Re: 질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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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텍스트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매우 복잡합니다. 어느 저자가 한 자리에서 만들어낸 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재개정 작업을 거치지요. 그리고 바벨론 중원 지역으로 유배된 일단의 유대인들이 페르시아 시대에 고국으로 귀환한 이후에 예루살렘 중심의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성서'에 대한 대대적인 편찬 작업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성서에 대한 기초적인 편찬이 시행되고, 그것이 오랜 시간을 지속하면서, 이러저러한 상이한 상황을 경유하면서 근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재와 같은 최종 판본의 성서가 만들어집니다. 개략적으로만 정리해도 길고 복잡한 사정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내용을 세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사이트의 주장은-그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간단치 않은 상황을 너무 쉽게 단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물론 이런 문제제기의 근저에는 유대교와 기독교 교권주의자들이 오랜동안 신앙을 명분 삼아 조작해온 온갖 왜곡과 조작의 역사가 있다고 봅니다. 야훼 신이 부족신이느니 예수가 허구적 존재라느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논변이나 기독교 교권주의적 가설들이 범하는 일반적인 과오는 양자 모두 역사를 '진실게임'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그런 식의 역사 개념은 오늘날 폐기된 지 오랩니다-오늘의 우리에게(역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모든이들의 '오늘 여기'라는 질문인) 과거의 것이 의미 있는 것으로 되새기는 것이지요. 성서 역사학이라는 지식이 필요한 지점도 바로 이처럼 과거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는 데 성서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이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물음에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신앙적 성찰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역사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선 말을 배워야 하듯이, 역사학은 역사학적인 학문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그런 언어에 익숙치 않은 이들은 다른 역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목사의 설교는 그런 점에서 필요한 자리일 텐데, 성서 역사학에 대해 이야기할 능력이 없는 설교자들이 너무 많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지요. 그러다보니 수많은 책들이 적절한 안내서 역할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역시 양서는 매우 적고, 또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튼 현재 상태로는 기독교인들이 성서 역사학에 관한 진지한 물음에 도움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역사학적 지식은 신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요소에 불과하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그런 지식을 몰라도 신앙적 성찰은 가능하고, 성찰적 신앙이라는 삶도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단지 역사적 질문에 답을 얻어야 한다는 사람에게나 이런 것이 필요합니다. '신앙의 객관성'이란 신화는 너무나 근대적인 언어입니다. '객관-주관'이라는 이분도식 자체가 서양 사상사의 독특한 논의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엔 서양 자체에서 그런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한 수많은 문제제기들이 있고, 실제로 사상사적으로는 대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요지는 주관과 객관을 단순하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없고, 실제 생활에서 그것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은 권력과 속임수라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앙의 객관성 운운하는 주장은 신앙(적 성찰)의 필수적인 요소로 신학적 지식을 개입시키려는 교권주의자들의 시각이 기독교인 일반에게 내면화된 것에 불과합니다.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느님에 관한 우리의 신앙이 성찰적 생각과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습니다. 성찰한다는 것은-제 식으로 규정한다면-타자의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나아가 하느님을 묻는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보려는 자기 중심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에서, 바로 '타자의 시선'이 그 해결책이라는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말하면, 이때 타자란 '하느님'이겠지요. 한데 문제는 여기서 자명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하느님 체험이라는 것 자체가 타자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중심주의의 발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재로 서양 기독교의 선교관은 타세계에 하느님을 선교한다는 명분으로 자기 세계관을 강요한데 불과하다는 반성이 오늘날 선교학의 대전제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계와 신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느냐의 문제는 거의 모든 신학적 논의의 핵심의제인 것입니다. 민중신학은 이런 '타자의 시선으로서의 하느님의 시선'을 우리가(우리의 문명이) 소외시킨 이들, 모든 지식과 사회 문화 체계가 익명화시킨 존재들, 나아가 신앙 제도조차도 비존재로 전락시킨 이들을, 그들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본다는 데서 신학적 논의를 시작합니다. 즉 하느님의 시선은 그들의 얼굴로 우리에게 하느님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데서 민중신학은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길고 복잡한 얘기를 두서 없이 해서 죄송합니다. 기회가 닫으면 좀더 친절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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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