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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24 (15:45) from 61.73.85.96' of 61.73.85.96' | Article Number : 359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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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74 , Lines : 15 |
| Re: 민중신학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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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는 상투적인 변명을 또 다시 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매일 매일 이곳을 살피지 못하는 관계로, 이제야 읽었습니다. 질문이 날카롭고 중요한 것이어서 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설득력이 있고 어떤 경우에도 허점이 없는 답변을 하기란--어떤 것인들 아닌가마는--거의 불가능한 질문입니다. 더욱이 깊이 숙고할 시간이 없이 답한다는 게 갖는 글쓰기의 어려움이 인터넷 매체에 어릭숙한 제게는 특히 어렵습니다. 아무튼 더듬거리더라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고백하는 하느님 신앙의 요체는, 님께서 요약하신 대로, '하느님의 자기 비하'에 있습니다. 숭고함을 택하지 않고 비천함을 택했다는 성서의 어떤 신앙고백을--모든 성서 텍스트가 이것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민중신학은 중요한 텍스트로 받아들이고 재해석한 것입니다.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많은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한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왜 믿는지'의 문제는 신학적 논리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각자의 경험, 고뇌, 상처 등등이 믿음을 선택한 그(녀)의 그 선택에 밀접하게 관여됩니다. 또 그러한 선택의 계기가 각자의 신앙적 해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겠지요. 신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왜 믿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각각의 경험들과 그로 인한 신앙적 양식을 보다 성찰적이게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신앙공동체 외부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신앙공동체 특유의 언어를 발견해냄으로써 신앙공동체 외부와의 대화 가능공간을 만들어놓는 일도 신학의 주요 역할에 속하겠지요. 그밖에 생각해본다면 신학의 역할에 관하여 이야기할 게 또 있겠지요. 아무튼 님께서 물으신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신학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제 소견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물음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답을 드리기는 퍽 어렵습니다. 아무튼 님의 물음을 제 식으로 교정해서 다시 말씀드리는 것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의 타자성'이란 '신의 초월성'이라고 바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월성이라는 신앙 관념에는 '권력=신, 탈권력=인간'이라는 이분도식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은 현실에서 신의 사건과 해석을 대리하는 종교권력의 위계적 실존양식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동해왔습니다. 그리고, 민중신학적 관점으로는, 이러한 함의는 사회의 불균등한 권력구조를 정당화하는 종교적 장치로서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신의 자기 비하' 사건은 이러한 초월적 신앙담론에 대한 전복적 문제제기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전복적 문제제기는 일단의 초기 예수주의자들의 고백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님께서 물으신 어떻게 인간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답이, 그 가능성이 이 속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그러한 신앙고백을 통해서 뭔가를 도모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그 '뭔가'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삶인가가 핵심일 것입니다. 많은 얘기가 가능하겠지요. 여기에 대해서 민중신학이 답할 수 있었던 가장 그럴듯한 해석은 전태일 사건에서 그 모델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민중신학적 담론들은 이러한 '구체적으로 어떻게'에 대하여 부분적인 답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낯설음을 향한 욕망'이라는 용어로 제 대답을 응축하기도 했습니다.(이 사이트에도 있고, 제 책 <반신학의 미소>에도 수록된 같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이런 주절거림이 님의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 더 말씀하실 게 있다면 얘기해주십시오. 물론 물음 형식만이 님께 허용된 모든 말의 양식은 아닐 겁니다. 이견이 있다면 언제나 말씀하십시오. 항상 경청하고 있습니다. 다만 님의 모든 말씀에 답변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오해는 말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논쟁을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기고 싶어 안달하는 제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또 꼬리를 물로 계속되는 답변을 할만한 여유가 솔직히 없습니다. 양해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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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