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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7/30 (02:48) from 210.115.123.111' of proxy.netsgo.com' | Article Number : 3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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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098 , Lines : 27 |
| 예수님을 역사적으로 묻는다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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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은 너무 격렬한데, 주장이 좀 빈약해서 안타깝습니다. 하긴 무겁기만한 이곳에 이렇게 짧고 가벼운 주장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 흥미거리 중 하나일 수 있겠죠. 정병진 님의 질문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어쩌면 병진 님이 듣고 싶은 얘기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좀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겠다 싶군요. 우리야 매주 학습모임에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대답은 해야겠는데, 그리고 대답을 하려면 길고 복잡한 사정을 얘기해야 하는데, 양해를 좀 구해야 하겠어요. 요즈음 한동안 너무 일이 많아서 힘들었거든요. 특히 이번주엔 거의 잠도 못잤어요. 지금 상태로는 많은 얘길 할 기운이 없답니다. 이만큼 엄살을 부렸으니 양해해주리라 믿습니다. 우선 저는 <신학사상> 여름호를 보지 못했답니다. 편집장이신 김재성 선배로부터 오래전 소식은 들었는데, 책을 보지 못하기도 했고, 봤더라도 읽을 여유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양 선생님과 조 선생님의 주장에 대해서 코멘트하기는 어렵습니다. 병진 님의 두 가지 질문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1) 최근 북미의 예수연구 경향과 민중신학을 비교해보라는 것 2) 민중신학의 예수 연구가 '케리그마'를 어떻게 취급하느냐/해야하느냐의 문제. 우선 간단한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예수 세미나'는 최근 북미의 예수연구 경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로버트 펑크가 설립한 웨스타 연구소의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특히 대중매체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요. 그러나 제 소견으로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성과물인 세 권으로 기획된, 이른바 '사색성서'의 연구사적 가치로 최근의 예수연구의 성과를 특성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또 하나. 최근 북미의 연구를 단순하게 특성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이전 연구사와 비교할 때 이런 점에서 변별적 차이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조 선생님이 얘기했다는 두 가지 외에 몇 가지를 더 논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가 엮은 책인 <예수 르네상스>(한국신학연구소)를 참조해 주세요. 아마도 이런 특성을 정리하는 데 이 책만큼 유용한 것은 아직 쉽게 접할 수 없을 겁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두 물음을 하나로 묶어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예수 연구에서 민중신학의 결정적인 공헌을 들라면, 저는 단연코 '사건'을 해석의 기초단위로서 제기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사건론은 개체론과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인식론적으로 예수라는 절대 독립적인 개체를 가정하고서 그분의 말이나 행위 중 어느 것이 진정 그분의 것이냐는 물음이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연구들의 기본 전제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식론적으로 위기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개체'라는 이미 존재하는 실체는 적어도 오늘날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인간의 자아란 끊임없이 형성되며, 그 과정은 종종 내적 긴장과 갈등을 수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 형성 과정은 변화하지 않는 본질이니 독립적 실체니 하는 개념을 전제하고서는 결코 해명할 수 없습니다. 반면 '사건'은 존재 내외를 가로지르는 상호소통 과정 자체를 주목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건론은 발설된 것의 진위 판정에 기초한 정태적 의미를 묻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정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예수 담론의 의미화 실천, 즉 의미 형성 과정을 묻는 동태적 시각을 갖습니다. 또한 이러한 의미화 실천은 단순히 공간적 차원에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소통 과정에서도 일어납니다. 사건이 이렇게 시공간적으로 소통되면서 의미화 실천들로 전개되는 것을 사건의 계열성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건이든지 선행하는 의미화 실천의 영향사적 상호연관을 배제하지 않으며, 또 후속의 의미화 실천들과도 연계되지요. 이러한 연계되는 실천들간의 복선적 계열을 사건의 시간적 계열성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사건의 공간적 게열성도 상정할 수 있지요. 예컨대 예수사건은 (세례자)요한사건과의 상호소통 과정에서 시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후속의 여러 예수운동들의 상호소통 과정에서 계열화됩니다. 또 예수님의 실천은 공간적으로 다중적으로 계열화될 수 있습니다. 가령 예수님 동시대에서 어떤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좆아낸다고 제자들이 물은 것에서 보듯, 예수담론은 공간적으로 복선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론적 역사해석과 유사한 방식의 논의가 최근 역사학계에서도 모색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한편 이러한 사건론적 해석은 '오늘 여기'라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상이한 위상을 지닌 우리와 역사의 예수를 연계시키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역사학은 해석자의 시공간성과 대화하게 되고, 여기에서 예수연구사의 지난한 난제였던 '역사'와 '신앙'간의 갈등은 자연 해소됩니다. 즉 예수 해석을 둘러싼 갈등은 상이한 사건 계열간의 갈등인 셈입니다. 그것이 지닌 의미화 실천의 지금 여기에서의 평가가 이 갈등의 주된 해석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예수 연구사를 다루는 방법에 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방법론적으로 시공간적 과거의 해석을 예수 해석에 개입시키는 방법으로 역사비평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시공간적 동시대성의 문제인식을 예수 해석에 개입시키는 방법이 상호텍스트적 방법인데, 병진 님이 인용한 정연복 선배의 책은 바로 이런 점에서 유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레고리적 해석이나 해체주의적 해석처럼, 텍스트 의미 형성에 시공간적 맥락성을 개입시키기보다는 텍스트 내적 맥락성의 재구성/재조합/해체를 통해서 의미 형성을 시도하는 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짧은 지면에 많은 얘기를 넣다보니 많이 어려운 애기가 된 것 같군요. 제 몸 상 태가 좋지 않아서 길게 설명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런 내용과 연구의 실제를 다룬 것입니다. 그러니 후에 참조하시면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매주 월요일에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회원 학습모임이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시면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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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