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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8/01 (03:47) from 210.115.123.112' of proxy.netsgo.com' | Article Number : 62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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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53 , Lines : 19 |
| 김덕기 박사의 주기도 연구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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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편으로 원고 하나를 받았습니다. <주기도문(마6:9b-13)에서의 종말론과 윤리: 구조주의 비평에 의거해서>라는 제목의 김덕기 박사(대전신학교 교수)의 논문입니다. 실은 며칠 전 김 박사께서 제게 전화를 해서 논평을 부탁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 논문이 신약학회의 연구지에 발표될 논문이고, 저는 학회 회원이 아니어서 자격미달로 맡을 수 없었답니다. 근자에 신학 논문을 별로 유념해 보지 않았는데다, 계획에 없던 글을 차분히 읽을 여유가 없어서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 역시 김 박사 글 답군, 이라는 감탄이 나올만치 흥미로왔습니다. 논평을 하려면 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 하지만, 시간상 그럴 여유를 가지려면 한참 지나야 할 것 같아서, 대충 읽은 소견이라도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저녁에 김 박사께 전화해서 한 시간 가량이나 소감을 말씀드렸지요. 준비 안된 생각이지만, 홈페이지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한번쯤 소개하는 게 좋을 듯한데, 제대로 하려니 너무 뒤로 밀리겠다 싶었던 거죠. 하나 더 변명을 하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현대성의 형성](김진홍 저; 현실문화연구, 1999)이라는 책을 접하고서 너무 흥미로와서, 현실문화 연구의 대표이자 저자 김진송 선생과 깊은 교우관계에 있는 김수기 선생에게 신학적 논평의 글을 써도 되겠느냐고 청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계속된 원고에 미루다가 벌써 몇달이 지나고 말았죠. 이젠 그 감동을 다 잊어서 쓰려면 다시 읽고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어요. 아무튼 이런 변명을 기회삼아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합니다. 김덕기 선생의 글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지구적 자본의 광폭성에 의해 부채의 문제는 전지구적 수준에서 심각한 위기를 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IMF 관리체제를 경우하면서 빈부 문제가 현격히 심화된 한국사회에서 '부채의 문제'는 매우 프렉티컬한 현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공공기도문이 갖는 의유미함을 감안한다면, 이 기도문에 '부채'에 대한 윤리적 함의가 함축되어 있다는 건, 오늘 우리에게 주기도문에 관한 특별한 연구가 요청된다는 건 자명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평범한 의제일 수 있으나, 성서학자가 늘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서를 읽으려 한다는 건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닙니다. 김 박사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는 그의 글이 항상 이러한 시대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의 글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대목은 늘 실천적 개입을 유념하면서 글쓰기를 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일종의 신학하기를 서구 신학이론의 번역에 그치고 만다는 제 편견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몇 안되는 학자 중의 하나가 바로 그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왕성한 그의 지적 욕구는 늘 신선한 자극을 주곤하지요. 물론 이 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라캉과 제휴했던 초기 알튀세르에 주목하면서 구조주의적 텍스트 분석을 시도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시도하고자 한 것은 역사비평학 넘어서기입니다. 역사비평학은 전승의 시간적 차이를 전제하면서, 역진적 과정을 통해 '진정성' 물음을 추구하는 텍스트 해석의 역사학적 방법입니다. 반면 그의 구조주의적 비평은 전승의 시간적 의미 연관성을 전제하면서, 공간적 맥락성을 텍스트 해석에 적극 개입시킵니다. 이것은 과잉결정된 전체로서의 사회적 총체성과, 그것에 대한 인간 행위자의 실천의 관계 속에서 텍스트를 보아야 한다는 문제제기입니다. 이 경우 그가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서 '진정성' 물음의 역사학적 요성이 삭감됩니다. 왜냐하면, 역사비평학의 인식론적 전제가 개체론에 근거하고 있는데 반해, 소쉬르 언어학에 빚을 지고 있는 구조주의는 관계론/화용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말 자체가 본질적인 함의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상과의 맥락성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예수 말의 진정성 물음이 전제하고 있는, 그 말의 본질적 의미는 이제 더 이상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는 부채를 둘러싼 시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사회적 구조와 행위의 의미 연관성을 추정하는데, 여기서 그의 창조적 해석이 다소 과도하리만큼 시도됩니다. 그에 의하면 주기도 속에는 하느님나라의 소유관계가 상상계와 상징계의 의미 구성 과정에 개입하여 인습적 질서를 재구성하는 실천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데올로기적 실천 개념을 여기에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하느님나라의 소유관계가 실제계일 수 있는 영역을 종말론 영역으로 가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이 논문에서 종말론과 윤리의 상관성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알튀세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놀랍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자유로움에는 그럴싸한 알리바이가 없어 문제의 여지가 있어보이는군요. 아무튼 저는 오늘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의 참신한 문제의식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크게 두 가지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하나는 '부채'의 문제의식입니다. 저는 오늘날 이른바 자본주의적 신뢰의 체계가 전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세밀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부채 탕감을 주장하는 게 과연 적절한 비평일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거래되는 금융자본의 절대다수가 선진국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채의 문제는 결코 지구적 자본에 대한 적응력 결핍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고대 사회, 특히 예수시대의 생산관계를 부채의 동학을 중심으로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경제적 층위의 최종결정이라는 초기 알튀세르의 인식론적 전제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것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생산관계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논의틀로 이해하는 건 무리가 많다고 보입니다. 물론 그가 이러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단순하게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호슬리나 크로싼의 예수시대 인식이 '부채의 동학'을 결정적인 사회적 규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가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두번재로 제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간적 의미연관과 차이를 텍스트 해석에서 생략하는 것은 탈역사주의적인 구조주의의 한계를 그대로 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저는 사건 개념을 대안으로 제기하였는데, 사건은 시간적 계열성과 공간적 계열성을 가집니다. 그런 점에서 사건은 텍스트 해석의 범주로서 역사주의(역사비평방법론)를 극복하고 있을 뿐더러, 구조주의적 한계 또한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상의 정리와 평가는, 말씀드린 대로, 정교한 독서를 통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대충 읽은 뒤에 극적거린 거여서, 혹 부당한 논평이 가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의 책임은, 비록 김덕기 선생의 글에 대한 논평일지라도, 전적으로 제게 있습니다. 김덕기 선생의 이 글은 [신약논단]이든가... 정확한 제목은 모르겠고, 아무튼 신약학회지에 수록될 예정이고, 곧 출간될 것입니다. 너무 길고 난삽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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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