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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8/03 (02:20) from 210.115.123.111' of proxy.netsgo.com' | Article Number : 65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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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021 , Lines : 15 |
| 내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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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님 번번이 제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만 하시는군요. 외계생명체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입장을 물으셨는데, 저로서는 그리스도교의 공식 입장 운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대답할 능력이 없습니다. 성서학 연구자로서도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서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를 주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외계인이 존재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우리가 '외부의 존재'에 대해서 갖는 공포감 내지는 적대감에 대해서는 민중신학연구자로서 할 말이 있습니다. 동문서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의 신앙에 보다 중요한 것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라기보다는 외부적 존재에 대해 우리가 습관적으로 어떠한 태도를 갖는지의 문제에 있습니다. 경계boundary라는 건 애초부터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사회적 생산물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마치 자연스런 이치인 양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요. 가령, 민족이니, 성sex이니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경계화boundarization는 친숙함에 대한 욕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친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배타주의를 포함합니다. 가령 가족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갖는 우리가, 가족 외부자에 대해서는 훨씬 냉혹한 사람이 되곤 하지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혹 보지 못했다면 한번 보기를 권합니다. 이 영화는 인조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줍니다. 여기서 인간은 '덜 인간적' 존재로 나오는 반면, 인조인간은 '더욱 인간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이때 인간과 비인간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요? 생물학적인 기준으로? 그런데 타인에 대한 보살핌의 가치를 인간이 결여하고 있다면, 어떻하지요?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나요? 이 영화는 이러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인간의 비인간적 태도는 생물학적으로 비인간적 존재인 '인조인간'에 대한 배타심 탓입니다. 인간끼리는 언제든지 따스함이 실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상대가 인조인간, 즉 우리의 외부자이기에, 그들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주의. 그리스도교 신앙은, 타자에 대한 배려/사랑을 신앙의 핵심으로 합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됐다라는 신앙적 수사는 바로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어요. 신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모멸을 의미합니다. 신의 자기 해체라는 것이죠. 바로 여기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은 타자에 대해 가혹했어요. 그리스도에 관한 신조를 고백하지 않는다는 걸 비정상이라고 전제하고서는, 즉 비그리스도인을 타자로 전제하고서는, 그 타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거예요. 그들이 '우리'의 일원이라면 그들에게 인격적인 배려를 한 텐데, 그들은 타자이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감을 갖게 되었던 거예요. 그 결과, 라틴 아메리카에 그리스도교가 선교되기 위해 원주민 7천만 명을 학살하는 댓가를 치뤘어요. 그밖에도 무수한 배제주의적 가학성이 그리스도교에 의해 저질러졌고, 또 지금도 그린 일이 일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그리스도교만의 일은 아닙니다. 많은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집단들이 임의로 경계를 만들어 놓고는 그것에 준해서 무수한 배제주의를 양산하고 있지요. 언제나 자기들만은 절대적인 진리를 담지하고 있다는 주장 아래서. 그런데 이러한 문명사적 현실 속에서, 신이 자신의 진리성, 자신의 위대성, 자신의 절대성..., 그 모든 것을 부정했다면, 그리스도교가 바로 이러한 신조에 바탕하고 있는 종교라면, 신앙은 당연히 이러한 타자에 대한 배타주의와 대결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해야 할 겁니다. 너무 긴 우회로를 달려왔습니다. 박수진 님의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외계생명체...,으로 말이죠.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저는 그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구인과 '에어리언'의 경계를 임의로 그어놓고는, 그들에 대한 관을 선험적으로 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다운 태도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가 바로 에어리언입니다. 단지 외부적 존재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에 대한 태도를 미리 설정하는 것은, 항상 그들이 우리를 정복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그들을 정복하든가 라는 이분법적 정복주의/승리주의를 전제한 가치관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냉전주의적 사고요, 인종주의적 사고며, 성차별주의적 사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인식론과 싸워야 할 겁니다. 신앙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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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