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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07/04 (02:28) from 210.115.123.111' of 210.115.123.111' | Article Number : 9 |
진호/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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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99 , Lines : 15 |
| 김용복 선생의 메시아적 정치학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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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철 님의 요청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단, 충분한 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단상에 불과함을 말씀드립니다. 김용복 선생님의 메시아니즘에 관하여 소장 민중신학자인 최형묵 선생의 증언에 의하면, 1980년대 그리스도교 청년학생운동 진영에선 그의 '메시아적 정치'에 관하여 적지 아니 의구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민중운동에 그리스도교계 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있어 그의 주장이 긴장의 요소였음을 시사합니다. 최근 최 선생은, 변화된 지형에서 성찰이 요청되는 시대 인식에 부응하여 김용복 선생의 메시아적 정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가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 우리 사회 비판 진영에서 '우리 내면의 파시즘을 돌아보자'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당시, 발표자의 한 사람인 이정희 선생은 <민중의 일식>이라는 글에서, 90년대 한국의 민중의 일식eclipse 현상은 지배담론에 호명받은 대중의 주체화 과정의 결과로, 이 점에서 민중신학의 위기는 민중 개념의 포기나 복음주의 전략의 선택을 통해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지배담론의 양생의 테크닉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을 보완하여, 비판의 지형을 보다 근원적으로 제기하는 급진주의적 전략을 통해 위기 극복의 모색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배담론의 양생의 테크닉을 푸코의 '사목적 권력' 개념을 빌어 조명해보면서, 김용복 선생의 '섬김의 정치'doularchy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합니다. 이 견해 역시 최 선생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마르크스주의적 거대담론에 대해 훨씬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이 선생은 최 선생보다는 김용복 선생의 견해를 좀 더 비중 있게 평가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위의 두 분의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언술 전략에 관한 것인데, 의도했든 아니든, 그가 선택한 언표들의 개념사적 함의가 최근 우리가 주목하는 '내면의 파시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도리어 왜곡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그는 메시아니즘의 정치학을 '정치적 메시아주의'와 '메시아적 정치'로 나누어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전형을 그는 지배담론에서 찾는 것 같고, 특히 지배담론의 대중 포섭 기재를 문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치학은 정복주의적이고 배제주의적이어서, 반민중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중신학의 권력 이해에 있어 중요한 문제제기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그 동안 동시대의 다른 민중신학자들은 권력의 통제를 '강제'의 범주에서만 주목해왔던 반면, 그는 '포섭'의 기재를 문제제기하는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이런 관점은 저항의 정치학을 논하는 데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데, 즉 저항담론이 지배담론과 마찬가지로 정복주의적이고 배제주의적 전략을 취하는 것에 대해 그의 문제제기는 성찰적 물음을 던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메시아적 정치'로서의 '섬김의 정치학'이 제기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얼핏 타당해 보이는 이러한 그의 주장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제 의견을 피력하겠습니다. 하나는 '정치적 메시아니즘'의 개념을 적용하는 데 있어 그 외연을 너무 확장한 나머지 개념 설정의 준거적 특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는 '정치적 메시아니즘'으로 지배이데올로기 일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배담론은 예외 없이 대중포섭의 기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메시아니즘은 종말론과 분리하여 다룰 수 없는 개념입니다. 요컨대 메시아니즘은 기본적으로 지배적 질서에 대해 전복적인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때로 지배담론으로 차용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나치즘일 겁니다. 제 생각에는 지구화 시대의 신부족주의 통치자들은 지구적 질서에 대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강도 결속체를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잠재된 '적대'를 폭발적으로 발기시킵니다. 코스보에서 광적으로 폭발한 세르비아 민족주의는 그 한 실례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담론 현상은 최근 한국에서도 박정희 부활론으로 제기되었는 바, 동원된 대중의 메시아적 광기는 이제 막 시작될 계기를 얻은 한국 민주주의의 절차성을 무화시키려는 냉전주의자들의 음모를 은영 중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근대성의 맥락에서 주변적 담론의 하나로 전락한 그리스도교는 기본적으로 반문명적인 언술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교의 주류는 종말론적 언술에 친화적인 경향이 있고, 이는 그리스도교가 많은 경우 가장 보수주의적인 이데올로기의 전투적 자원을 충원해주는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용복 선생은 '정치적 메시아니즘'의 외연을 너무 확대해석함으로써, 이 개념으로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함의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생각됩니다. 둘째로, 그의 메시아니즘적 정치학의 두 개념화는, 기실 그가 창안한 것이 아니라, 서구 그리스도교의 사상사에서 차용해 온 것입니다. 메시아적 정치라는 개념의 함의는 예수의 혁명성 논쟁에서 그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쟁은, 유럽의 사회적 혁명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정치 참여를 둘러싼 논쟁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때 예수의 정치학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섬김의 정치학으로 특징지워진다는 논제가 제출된 것이지요. 가령, 마르틴 헹엘의 소책자인 <폭력을 넘는 주의 승리>Victory over Violence는 동시대의 반전운동의 구호가 아니라 반전운동을 벌이는 민중운동에 대한 비판 구호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설은 예수가 섬김의 정치학을 주장함으로써 동시대의 다른 민중운동들, 즉 정치적 메시아니즘을 추구했던 다른 민중운동들과 결정적으로 구별된다는 관점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저는 한 논문에서 이것을 비판한 바 있는데, 그런 가설은 비폭력적 담론을 편 예수운동과 폭력적이었던 젤롯을 같은 배경에서 다른 실천전략을 폈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동일한 시공간적 맥락을 전제하는 한, 비교대상 선정에 있어 오류를 범하는 전형적인 실례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예수운동과 동시대 민중운동간의 차이점 뿐 아니라 연계성을 보는 데 있어 철저히 편견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정치적 메시아주의와 메시아적 정치라는 이분화된 개념은 결과적으로 그리스도교 중심주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제기는 김용복 선생의 주장에 있어 결정적인 문제점일 수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메시아니즘을 무리하게 개념을 확장해서, 지배담론의 양생술 일체에 대한 비판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실상 이 개념의 사상사적 함의는 보수주의적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중심주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중심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한, 개념의 자기 준거적 특성은 훼손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찰적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전에, 보수주의적 선택에 대한 변증과 타 사상에 대한 자기 우월성을 만끽하게 하는 계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제 논평을 마치겠습니다. 혹 더 이야기하실 게 있으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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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선생의 신학에 관한 질문과 민중신학을 둘러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