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06/25 (13:43) from 203.252.17.174' of 203.252.17.174' | Article Number : 1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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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944 , Lines : 88 |
| 자유, 그 애처로운 이름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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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염원 51년(1995) 11월 19일 -오백 스물 두번째 모임 * 본문 : 요한복음 8장 31-36절 * 곳 : 한백교회당(연남동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강당) -------------------------------------------------------------------------------- 31예수께서는 당신을 믿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이 내 말 속에 머물러 있으면 참으로 내 제자들입니다. 32그러면 당신들은 진리를 알게 될 것이고 진리는 당신들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33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일찌기 아무에게도 종노릇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당신들은 자유롭게 될 것이다' 하고 말합니까?" 34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진실히 진실히 당신들에게 이릅니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든지 죄의 종입니다. 35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물러 있지는 않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습니다. 36그러므로 아들이 당신들을 자유롭게 하면 당신들은 참으로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 나는 빼앗긴 것이 많아서 모두 되찾기까지 / 수없는 날 눈물로 기도해야겠지만 / 나는 가진 어둠이 많아서 모두 버리기까지 / 수없는 아쉬움 내 마음 / 아프겠지만 아프겠지만 / 나는 괴롭던 날이 많아서 이 어둠 속에서 / 내가 영원히 누릴 저 평화의 나라 부르며 / 홀로 걸어가야 할 이 길에 / 비바람 불어도 / 언젠가 하늘 저 위에서 만날 당신의 위로가 있기에 / 끝없이 펼쳐지는 저 높은 하늘 / 저 하늘 위에 내 마음을 두고 / 슬피 쓸어져 잠들던 이 어두운 숲속에 / 불 밝히며 땀 흘리며 / 그렇게 오랜 세월 기다려 왔던 / 푸른 날개가 돋으면 날개가 / 이 어둠의 껍질 벗고 이기고 나가 / 그렇게 목말라 애타게 그리워했던 / 새로운 하늘 오 새로운 태양 / 새로운 빛갈의 세계를 열어가리 / 자유 자유 자유 자유 자유 자유 (하덕규)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면서 자기 몸을 불사른 날입니다. 그는 노동자들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선언을 자신의 불타는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민중신학은 이 사건을 한반도에서의 예수사건이라 증언했고, 우리 한백교회는 줄곧 이 날을 기리는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1517년 10월 31일. 마루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도화선이된 95개조 반박문을 독일의 비텐베르크 대학 성당 앞에, 목숨을 걸듯이 걸어놓은 날입니다. 이것은 권력에 의해 해석된 일체의 신앙, 삶 자체를 벗어던지는 자유의 신앙을 향한 투쟁의 계기적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신교회들의 교회력에서는 10월 마지막주를 종교개혁주일로 정해서 이 사건을 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종교개혁 초기의 이 정신은 변질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루터 자신에게서부터 말입니다. 루터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 은수사회의 한 사제이자 비텐베르크 대학의 성서학 교수였습니다. 그에게서 신학의 주제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자유'입니다. '죄'라는 속박에서 벗어날 길을 추구했고, 그것은 내면적인 영혼 속에서의 치열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내면적 투쟁으로 일관된 신앙적 숙고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사건으로 표출되는 계기가 등장합니다. 로마 교황청 당국이 성베드로 사원의 재건축을 목표로 무리한 모금을 하는 것에 대해 루터가 95개 항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 앞에 내겁니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으로 발전합니다. 순식간에 독일의 반교황, 반교회적 세력이 그를 상징적 중심으로 연합하게 됩니다. 이에 교회와 루터간의 논쟁이 벌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루터의 반박문이 교황권, 교황의 무오류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귀결되고 있음이 명백해졌던 것입니다. 이것은 중세체제의 질서논리였고 안보논리였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제기였던 것입니다. 루터는 '오직 믿음'(sola fides), '오직 성서'(sola scriptura), '오직 은총'(sola gratia)을 주장합니다. 이것은 교황의 가르침에 대한 도전입니다. 교황도, 교회도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어떠한 권력도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권력만이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또 루터는 주장합니다. '하느님의 사제는, 교황과 그에 의해 임명된 서열화된 사제들만이 아니라 바로 모든 신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성서를 읽을 수 있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서는 그 자체로 해석되는 것이지 사제들에 의해서 해석된 것, 그들의 가르침에 의해 규정된 것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교회의 사제중심적 성서 해석 전통인 교회적 교훈도 하느님 앞에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예배는 사제가 대리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은총과 신자들의 믿음이 만남으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루터는 교회권력의 인간 구속에 대해 저항한 것입니다.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재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신자들과 만날 수 있는, 아니 만나는 하느님은 루터의 이러한 자유 선언의 신앙적 근거였던 것입니다. 1517년 이래 긴박한 상황이 계속됩니다. 하루하루는 숨막히는 목숨을 건 투쟁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세는 이미 늦은 가을, 아니 벌써 겨울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새 시대가 도래할 징조가 도처에서 나타납니다. 1520년대 초, 루터에게 한 통의 편지가 비밀스럽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동일인으로부터 몇 통이 더 전해집니다. 그것은 시토회 수녀인 가타리나라는 20대 초의 여인으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저를 포함해서 몇 명의 수녀들이 루터 당신을 존경하며 지지합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탈출하고자 합니다. 부디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로부터 일년 뒤 어느날 깊은 밤, 수녀원 앞에 슬그머니 당도한 한 마차에 수녀 몇이 몰래 타고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그후 가타리나는 이미 40대에 이른 루터의 부인으로, 그리고 그의 동역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에 허용될 수 있는 여성상은 어떤 관점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남성에게 자신의 성을 개방해야 하는 매춘부요, 다른 하나는 단 한 사람의 남자(아버지/남편) 에게만 자신의 성을 개방해야 하는 일반 여성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오직 하느님에게만 성을 개방하는 것이 허용된 동정녀인 수녀입니다. 당연히 중세시대에 가장 모범적인 여성상, 최고의 순결함을 상징하는 존재는 동정녀입니다. 그래서 수녀원이 곳곳에 세워지고 장려됩니다. 그런데 생계를 이을 수 없는 많은 하층민의 여성들이 어렸을 적부터 수녀원으로 보내집니다. 이네들에게 기다리는 운명은, 귀족의 딸들이 요직을 독점한 엄격한 위계체계에서 하층 수녀로서의 삶입니다. 노동과 경건 생활이 신앙의 이름으로 강요됩니다. 절제라는 명분으로 대다수 하급 수녀들은 영양실조 상태에서 절대 순종의 미덕을 내면화하며 전 생애를 보냅니다. 이것이 단지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하급 수녀들이 감내해야 했던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다른 선택인 매춘부로의 길은 저주만이 놓인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중세시대의 여성은 '지식'을 소유할 수 없었습니다. 요컨대 중세는 이른바 전문직 여성의 존재를 끊임없이 제약해 왔던 것입니다. 중세의 마녀 사냥에 의해 학살된 여인들의 수는, 나치가 학살한 유대인의 수인 6백만이라는 수보다 훨씬 많은 약 천만에서 천 이백만에 이르는 엄청난 수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마녀로 도살당한 여인들의 다수가 바로 이른바 중세적 지식을 갖춘 전문직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지식을 갖춘 여성들은 온갖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그 댓가는 이루말할 수 없는 잔혹한 고문과 화형에 의한 처형이었던 것입니다. 가타리나를 포함한 여성들은 중세의 성적 질서의 상징인 수녀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자유'의 실천인 것입니다. 1520년대 초, 독일의 곳곳에서 많은 사제, 수사, 수녀들이 교회나 수도원, 수녀원을 탈출합니다. 그래서 여러곳에서 교구들이 폐쇄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 폐쇄된 교회의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집니다. 불행하게도 바로 이 대목에서 루터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그는 '자유'의 실천을 권고했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의 참된 삶이 있음을 강변했습니다. 그런데 굶주림이라는 이유 때문에 수사나 수녀가 돼야 했던 하급 성직자들에게 단순한 '탈출'이 삶의 대안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또 이들의 탈출로 자유 사상에 고무된 수많은 기층대중에게 굶주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해결책은 있습니다. 엄청나게 축적돼 있던 교회와 수도원의 재산이 분배되는 것입니다. 루터의 지지세력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입니다. 토마스 뮌쩌를 비롯한 여러 급진주의적 민중운동가는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며, 굶주린 농노들에게 토지 분배를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루터에 의해 고무된 자유를 향한 적극적인 실천 사상은 급기야 농민들의 저항과 봉기를 붇돋는 신앙적 원리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처음에 루터는 중재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중재란, 영주나 대지주들에게는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농민에게는 평화적인 문제제기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아무 대책도 아니었음이 판명됩니다.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농민봉기가 마른 풀에 불길 번지듯 전파됩니다. 이렇게 되자 루터는 비로소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 대안이란 농민을 학살하라는 것입니다. <강도와 살인자같은 농민 폭도에 대항하여>라는 글에서 루터는 이렇게 폭언을 서슴치 않습니다: "참고 용서할 수 없다. 지금은 칼과 분노의 시기이지 은총의 시기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찌르고 쳐부수고 매달아라. 죽은 채 매달아 놓아라. 이보다 더 자비로운 죽음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희는 그들을 신의 말씀과 로마서 13장의 명령에 따라 사랑하는 너의 이웃을 지옥과 악마에게서 구원하기 위하여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뮌쩌는 고문에 못이겨 억지 회개를 하며, 저항 농민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며 처형당합니다. 그리고 거의 천만 명에 이르는 농민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합니다. 바야흐로 루터의 개혁은 민중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의 주변에는 더 이상 민중세력이 없었고, 단지 가톨릭 교회의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이양받고 싶어하는 영주들만 득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곧 가톨릭과의 대타협이 전개됩니다. 이른바 프로테스탄스파와 카톨릭파가 땅따먹기식의 나누어먹기가 교섭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곳에 세워진 교회는 또 하나의 계급적 교회요 성직자적이고 귀족중심적인 권력체제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루터는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계속 교황직과 교황권의 폐지를 주장하며 비타협을 주장했으나, 이것은 교섭의 혼선만 가져다줄 뿐, 이도저도 아닌, 골치아픈 영웅의 독뿔장군식 투정일 뿐이었습니다. 제거하기엔 너무나 저명한 인사였고, 맞이하기엔 너무나 까다로운 그런 존재였을 뿐입니다. 1546년 2월 18일, 루터는 63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그의 숭고한 '자유'의 사상은 한 개인의 영혼의 문제에서 종교개혁운동을 통해 역사적 사회적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이후 봉기한 민중 세력을 저주한 그의 종교개혁은 더 이상 '해방이나 자유라는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 자유! 애처로운 그 이름이여.' 에른스트 케제만이라는 신약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 할 수 있는 불트만의 제자 중, 좌파에 속하는 인물인데, 그의 성향은 리버럴리스트라 하는 것이 적당할 것입니다. 그는 1972년 <예수는 자유를 의미한다>라는 책을 저술합니다. 그에 의하면 예수님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자유'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임무는 지금 여기서 자유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루터교 목사이자 신학자인 그가 초기루터 이래 숨겨져버린 '자유'의 사상을 다시금 헤집어낸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있어 '자유'란 곧 채무로부터의 면제를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감옥으로부터의 풀려남, 노예나 천민 신분으로부터의 해방 등의 이상으로 발전합니다. 요컨대 예수님에게 있어 '자유'란 내면적인 영혼의 투쟁이라는 반사회적이고 반역사적인 경험이 자리잡을 공간이 었습니다. 이 점에서 예수님의 '자유'는 루터의 자유가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애처로운 운명과는 그 기반이 다릅니다. 요한복음서는 바로 이 예수님의 '자유' 사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복음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자유'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과 실천의 신앙전통을 발전시켰습니다. 요한복음서와 요한 1 2 3서를 일컬어 요한계 문서라고 합니다. 하나의 혹은 한 계열의 그리스도교 실천 공동체를 반영하는 문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요한계 공동체 운동은 크게 세 차례의 계기적인 발전을 하면서 전개되었습니다. 첫번째 시기는 이 공동체의 맹아기로, 아마도 예루살렘이나 그 인근의 도시 지역의 한 유다 공동체에서 유래한 특정한 예수집단의 형성기입니다. 이들은 아직 유다교 내에서, 즉 유다교 도시회당 내에서 예수운동을 전개한 집단입니다. 두번째 시기는 유다교 회당으로부터 축출의 경험이 지배한 시기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유다교에 대한 적대감이 강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시기는 강한 소종파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 유다교 회당이나 주류 그리스도교계를 포함한 기성사회에 대해 배타적 비타협적 원칙주의적 자세를 견지하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시기는 요한계 공동체 내에 입장이 갈리고, 상호 갈등하며 입장을 조정해보려는 노력이 시도되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주변의 기성사회에 대해 비타협적 노선을 견지하는 파와 상대적으로 타협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파간의 논쟁과 상호조정이 이루어지던 시기입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요한복음서가 이 모양대로 완성된 시기는 바로 이 세번째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에서 요한복음서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할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두번째 시기, 극한 대립의 시기에 제시된 요한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강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진리'란 예수님을 말합니다. 요한복음서가 말하는 '진리', 즉 예수님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존재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빛이요, 그러므로 어둠과는 절대 화합할 수도 없고 궁극에는 어둠을 극복하실 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빛을, 즉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세상은 어둠 가운데 있습니다. 이것은 유다교 회당도 사도계열의 주류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진리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서는 자기 공동체를 향하여 이 진리를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것이 '자유'를 향한 실천임은 두말할 여지 없이 분명합니다. 권력으로부터 요한계 공동체는 재산을 빼앗기고 매맞고 갇히고 회당에서 축출당하고 심지어 죽임의 위협 아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때로는 채무에 시달려서 땅과 집과 가족까지 저당잡히는 운명에 있기도 했고 또 때로는 예속된 신분의 삶을 살아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한계 공동체는 이런 사람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요한계공동체는, 마치 광영이의 시신을 보면서 광영이의 영이 깃들어버린 그의 어머니처럼, 회당으로부터의 추방 배제라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예수님처럼 고난당한 이들의 영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당은 그들에게 야훼의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욱 빼앗았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서는 말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그 진리를 아는 그 곳에서 바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릅니다. 어느덧 밖을 향한 분노의 눈길이 다소 망각되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여건이 갑자기 좋아진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현실의 삶에 만성이 된 탓입니다. 오히려 때로는 자주 부딪치는 '안'의 사람들에게 분노의 눈길이 향해지기도 합니다. 때로 자매에게 형제에게 자신이 조금이라도 우월한 것이 있다면 그를 향해 권력을 행사하려고도 합니다. 그를/그녀를 자신의 경험,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에게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자신의 가치관에 종속되게 하려고 합니다. 그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와 대화하기보다는 그를 자기 자신의 영향권 내에 두려는 것입니다. 어느덧 관계는 없어지고 서로간에 독백만 남습니다. 서로에게 요구하기만 하고 상대방을, 그의 삶을, 그의 깨달음을, 그의 가치관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한편, 비타협적 단절만이 대외적인 저항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갈등이 생겨납니다. 서로의 주장을 하기만 하고 듣질 않습니다. 이에 요한복음서는 말합니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지난주에 얘기한 것처럼, '사랑'은 일방적 행위가 아닙니다. 만일 일방적인 것이라면 받아야 하는 입장에선 때로 그것은 지극히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것일 겝니다. 사랑은 상호적입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인정, 상대방을 그로서 받아들이는 것에서 나옵니다. 요한복음서는 다른 주장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다만 논쟁의 자세로서 사랑이 제시될 뿐입니다. 요한계공동체는 '자유'를 말합니다. 그것은 진리는 아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안다'는 것은 '받아들임'을 의미합니다. 즉 '진리를 받아들임'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하면 에수님의 삶 자체인 진리를 자신의 삶으로 하는 것, 즉 그분을 따르는 삶을 말합니다. 요컨대 '자유의 실천'이 선포되는 것입니다. 그 길에는 무수한 난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밖에도 있고 또 안에도 있습니다. "나는/우리는 뺏앗긴 것이 많아서 모두 되찾기까지 수없는 날 눈물로 기도해야하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밖'을 향한 자유의 실천, 자유의 투쟁을 중단없이 해야 한다. 또 나는/우리는 내/우리 안에 어둠이 많아서 모두 버리기까지 수없는 아쉬움으로 고통스러운 내 안에서의/우리 안에서의 자유의 실천, 자유의 투쟁을 중단없이 해야한다. 하지만 내/우리 영원히 누릴 저 평화의 나라 부르며, 온갖 시련 속에서도 섣불리 타협하지 않으면서 외롭게 걸어가야 할 이 자유의 실천, 자유의 투쟁의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당신의 위로가 있기에, 예수님이 우리에게 실천하신 사랑이 있기에, 그리고 예수님 안에서 그 사랑을 본받아 우리에게 보여줄 동지의 사랑이 있기에 나는 이 길을 간다. 이 어둠의 껍질을 벗고 이기고 나가 그렇게 목말라 애타게 그리워했던 새로운 하늘 새로운 태양 새로운 빛갈의 세계를 열어가리라. 자유를 향해, 자유의 세계를 향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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