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07/18 (15:54) from 61.73.16.16' of 61.73.16.16' | Article Number : 131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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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962 , Lines : 26 |
| 그 몸의 기억을 넘어(2003.7.13하늘뜨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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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의 기억을 넘어 최근 젊은 여성 연예인을 중심으로 '누드화보집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화보집을 낸 당사자들이 그것을 '예술의 범주'로 이해해달라고 강변함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누드화보집 시장은, 여체를 탐닉하려는 남성 소비자들의 욕구를 노린 연예 기획사들의 상술을 통해서 형성된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누드화보집을 내지 않은 여자 연예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도 하고 싶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높은 상업성만이 이유가 아닙니다. 그녀들은 한결 같이 '젊은 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딱히 연예인들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많은 젊은 여자들이 자신의 누드화보집을 간직하고자 사진 스튜디오를 찾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아름다움'과 동치된 '젊음'을 간직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요컨대 '젊음=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열망이 이 현상의 배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연예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많은 남자들은 헬스센터에서 '바디 빌딩'을 합니다. 이른바 '하드 바디'를 갖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성의 몸만큼이나 남성의 몸도 시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시선의 상업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연예 시장에서 남성의 '하드 바디'는 거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여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지 상업적 가치만이 남성 바디 빌딩의 동기는 아닙니다. 여기서도 '젊음=아름다움'의 기준에 도달하려는 욕구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젊음=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몸을 둘러싼 공통된 인식의 지평이 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물론 여성의 아름다움과 남성의 아름다움은 구체적으로 다른 기준에 따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각기 '젊은 육체'의 사이즈로 환원되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됩니다. 몸의 담론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자인 브라이언 터너는 자신의 기념비적 저작 {몸과 사회}의 개정판(1996; 초판은 1984)의 표지에 고야의 그림인 '양의 머리와 뼈들의 정물화'를 넣음으로써 이러한 육체에 대한 인식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고깃덩어리가 미를 상징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몸 인식을 말입니다. '젊은 몸'은 물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은 소비자본주의가 상업화시킨 '젊은 몸'에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젊은이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는 그가 단지 하드 바디의 청년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행동이, 생각이, 몸짓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름다움은 늙은 몸의 아무게일 수도 있고, 만삭의 여인네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푸줏간의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고깃덩어리를 아름답다고 하지 않고 먹음직스럽다고 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삶과 분리된 육체의 사이즈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어느 사이즈, 어느 연령대에 고착된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이자 미술가인 김인규라는 이가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만삭인 아내와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찍은 사진을 올려놓은 것이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모로 봐도 하드 바디가 아닌 그가 이런 누드사진을 공개한 것은 아름다움에 관한 통상적인 '왜곡된 이해'를 문제제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젊은 몸'에 국한된 아름다움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이듦'은 아름다움을 앗아가는 저주의 주문입니다. 아름다움이 늙음과 어울릴 수 없다는 '미와 추의 이분법'은 그런 생각에 젖은 사람들로 하여금 '추함'을 증오하게 합니다. 즉 미·추 이분법의 세계 속에서 사는 이는, 자신이 젊은이든 나이든 이든 간에, 늙음을 존중하지 않고 증오합니다. 그리하여 젊은이는 역사에 주목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습니다. 또 나이든 이는 존경받는 자가 되기보다는 세파에 찌든 교활한 늙은이처럼 행동합니다. 상호공존의 윤리가 실종된 오늘날의 세상, 세대간의 소통이 단절된 이 세상은 바로 이런 미와 추의 이분법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미와 추의 이분법은 증오를 우리 몸에 새겨 넣습니다. 나이듦을 증오하고 질병걸린 몸을 증오합니다. 그 밖의 낯선 자들(이방인, 동성애자 등)을 증오하는 습성을 몸에 기록합니다. 암세포를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행위가 곧 그것의 극복을 위한 '제거'의 행위를 낳듯이,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배척과 제거의 정치를 낳습니다. 파시즘은 대중의 이러한 낯선 것에 대한 공포, 증오, 배척, 제거의 집단적 인식의 광적인 폭발 현상을 수반합니다. 건국 초기 우익 파시즘과 좌익 파시즘 간의 증오·배제의 정치가 한국의 깊디깊은 분단 구조를 고착화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도처에 파시즘의 가능성을 안고 있고, 이는 우리 몸에 새겨진 이분법적 배제의 기억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습니다. [마르코복음] 7장 14~15절에는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치시기를, "무엇이든지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더럽히는 것은 도리어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입'은 밖에서 들어오는 장소이기도 하고 안에서 나오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느 것이 부정한 것인가, 입니다. 유대인들의 율법은 한마디로 '정결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정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데 신앙적 실천의 핵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정한 외부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정한 외부 환경 속에 자신을 놓이게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러한 신앙적 실천을 전면 부정합니다. 외부는 부정하지도 정결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앙의 실천은 외부 환경을 선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적절하게 관계 맺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형식상 내부와 외부라는 유대교 율법의 도식을 역전시켜 말하고 있지만, 내·외부 간의 관계를 이야기함으로써 실은 내부와 외부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이 말의 청중이 '제자들'이나 '바리사이'라고 하지 않고 '익명의 사람들 일반'이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안과 밖에 관한 유대교의 신앙적 실천은 바리사이들만의 신앙도 아니고, 예수 공동체 지도자들만의 신앙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의 몸에 각인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은 내부와 외부라는 이분법의 도식, 유대 사회의 모든 사람의 몸에 각인된 이분법적 도식을 해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데 이러한 이분법은 유대인들만의 신앙적 습성은 아닙니다. 사스(급성호흡기 증후군)가 한창 활동적일 때, 아시아 각 나라의 공항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마스크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욕구를 반영합니다. 그것은 외부에 대한 입의 통제가 우리의 일상화된 습성임을 보여줍니다. 젊은 육체에 대한 욕구가 몸 만들기를 통해 실행된다면, 그것은 불가피하게 입의 통제를 수반하게 됩니다. 다이어트는 들어오는 것을 통제함으로써 추한 육체의 위험성을 제거하려는 행동입니다. 다이어트가 병적 증세로 나타나면 그것을 '거식증'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외부에 대한 광적인 두려움이며 증오이고, 배척의 증상입니다. 그리고 그 배척이 심화되면 될수록, 결국에는 배척하는 대상이 아닌 배척하는 그(녀) 자신을 붕괴시키는 질병입니다. 거식증은 사회적인 갈등과 불안이 몸으로 전이된 현상입니다. 즉 사회의 문제가 개인에게 투사되어 질병화된 것입니다. 젊은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집착은 그러한 거식증의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미와 추의 이분법으로 점철된 사회의 증오, 배제의 정치가 존재하는 한,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질병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사회를 향해서, 그 사회에 사는 우리를 향해서 미와 추의 이분법, 거룩함과 속됨의 이분법으로부터 입(몸)의 해방을 선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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