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11/07 (17:01) from 211.191.202.113' of 211.191.202.113' | Article Number : 1588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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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720 , Lines : 25 |
| 우울한 애도-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첫번째 예배(2005.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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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애도 전태일을 기리는 예배(첫째 주) 예수님은 세상의 외면 속에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나라가 바로 그런 이들을 구원하는 사건을 통해 실현될 것임을 증언해 주었습니다. 그분은 ‘증언자’였습니다. 그분이 지배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위험스런 증언 탓이었습니다. 그 살기가 얼마나 독기를 내뿜어댔는지, 사람들은 한 마디 항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자들조차도 숨죽인 채 아무소리도 내지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예수님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분은 의인이었으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한 예언자였다고 말입니다. 아니 한 사람의 예언자가 아니라, 예언자 가운데 예언자, 세례자 요한조차도 경의를 표했던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바로 그이는 메시아였습니다. 아니 실은, 메시아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 바로 하느님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그분을 증언합니다. 이렇게 ‘증언하는 자’가 ‘증언의 대상’이 된 것은 그분의 증언이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의 증언이 지배자들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온한 것이었지만, 다른 일단의 사람들에게는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배자들은 그분을 죽임으로써 그의 증언을 은폐하고자 했는데, 대중은 이 은폐의 정치에 저항하기 위해 그분을 기억합니다. ‘저항’이 기억을 낳은 것입니다. 근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증언자의 죽음은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의인이 죽임당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애도, 그 의인에게 걸었던 자신들의 마음이 의인의 죽음과 함께 무너져내린 것에 대한 애도, 그리고 그 의인의 죽임당함을, 그 억울한 처형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애도. ‘애도’는 기억을 자극합니다. 특히 이 애도들 가운데 마지막의 것, 즉 ‘죄의식’이 기억의 욕망을 낳은 것입니다. 안병무 선생은 ‘전태일’에게서 예수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 발견에서 자신이 민중신학자가 되어야했다고 고백합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분신 사건을 접하면서 비로소 선생은 ‘민중’, 개발독재체제에 의해 가중된 그들의 고통을 발견하며, 그것이 한국에서 신학하는 것의 핵심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고통, 그 은폐된 것을 증언하기 위해 전태일은 자신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안병무 선생은 그의 죽음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가 생성시키는 민중의 고통, 동시에 개발독재체제에 의해 은폐된 그것을 증언하기 위한 신학적 여정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위에서 전태일이 지금 여기에서 재현된 예수의 흔적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주장입니다. 해서 신학자로서 선생이 예수를 증언하는 것은 전태일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한국 자본주의가 생성한 민중의 고통을 은폐하는 개발독재체제에 대한 선생의 민중신학적 ‘저항’입니다. 한데 전태일의 저항을 내재화한 신학자의 저항은 단지 정치적 동감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또한 그의 죽음에 대한 선생의 애도가 스며 있습니다. 특히 민중의 신음소리에 귀를 막았던 무감각에 대한 ‘죄의식’이 선생의 이른바 ‘전태일 예수’론 속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것입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전태일은 한국사회의 반민중성이 함축하고 있는 민중의 죽음/고통에 대한 ‘애도’의 상징이며, 그러한 고통을 은폐하는 체제에 대한 ‘저항’의 부호입니다. 그런데 안병무 선생의 전태일을 통한 성찰이 지금의 우리에겐 충분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변화된 양상이 선생의 민중신학을 낯선 것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태일과 안병무 선생의 시대인 이른바 민주화 이전의 시대는 민중의 고통을 창출하고 또 그 고통을 은폐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국가’의 역할에 의해 좌우되었습니다. 선생이 ‘공을 사유화’했던 것이 인간 죄의 원형이라고 주장했을 때, 그것은 인간의 문명사 일반을 비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소망을 일방적으로 개발 중심적 가치로 환원시켜 해석해버린 국가의 일방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눌 공간을 원천적으로 폐쇄시켜버리고, 독재자의 사적인 의지에 의해 공적 가치를 식민화해버린 체제를 겨냥하면서 구성된 문명비판론이라는 것입니다. 한데 알다시피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비록 형식적이나마 민주화 과정에 진입합니다. 민주화란 국가에 의해 장악되지 않는 공론이 소통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국가의 주장과 다른 주장은 비밀집회에서나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장에서, 학교에서, 기타 직장에서, 그리고 가족에서 각각의 견해들이 대화하고 경합을 벌이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독재체제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를 합창하는 존재, 국가의 이해에만 충성할 것을 다짐하는 존재인 ‘국민’만을 허용합니다. 이때 사회는 ‘국민’과 ‘비국민’으로 나뉩니다. 비국민은 때로는 불결한 자들이고, 때로는 불온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배척되어야 하며, 국민은 이들의 배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들 배척된 존재가 안기부 밀실에서 고문을 당하든, 달동네 무허가촌에서 깡패들의 몽둥이질에 패대기쳐지든, 그런 것을 국민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저들의 고통을 감정이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데 민주화 시대는 공론의 장을 활용할 줄 아는 계층, 그 장에서 국가나 다른 집단들과 대화하고 경합하면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할 줄 아는 존재들에 의해서 구체화됩니다. 이른바 ‘시민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문제는 민주사회는 이들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사회이고, 이들에 의해 공론의 게임이 벌어지는 사회라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비시민을 배제하는 체제라는 것입니다. 시민적 공공성이 비시민을 포용하는 장치를 결여하고 있는 만큼 말입니다. 언론은 민주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공론 소통의 장입니다. 한데 우리 사회의 언론은 아주 소극적인 측면에서도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는 매체로서 활용되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드라마까지 비교적 잘 나가는 시민들로 가득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인 공공적 가치를 대변해야할 법제도나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고통을 생산, 은폐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만이 아닙니다. 시민사회 모두가 고통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태일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전태일에 대한 기억은, 그 속에 함축된 저항과 죄의식은 한국 민주화의 자양분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사회의 야만성을 지양하기 위해서 전태일을 기억해야 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저항은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이어야 하나요? 또 단지 그 고통의 체제에 저항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에 공범인 우리의 죄의식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나요? 최근 일본 사회의 ‘시민적 기억’이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험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본사회의 타자들의 고통을 기억하지 않기로 합의한 듯이 보입니다. 실은 그들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러시아에서, 세계 각지에서 시민들의 기억은 민주화가 보여줄 수 있는 위험스런 경계를 끊임없이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시민적 기억’은 어떨까요? 얼마 전 강정구 교수의 구속수사를 둘러싼 정치계와 법계를 아우르는 일단의 논쟁 와중에서, 시민사회는 국가보안법의 범법 혐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는 인권을 유보시키는 데 압도적인 합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미국이나 일본의 착취 대상이라는 한국인의 자의식은 제3세계 사회들의 몰염치한 착취자라는 한국인의 자화상에 대해서는 진지한 죄의식을 갖지 않게 하는 이중 잣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태일을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예전처럼 지금도 아무런 성찰 없이 유효한가, 저의 문제제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전태일을 기억하는 것이 청계천 한 지역에 기념비를 세우고, 전태일 거리를 기념하도록 하는 것으로 족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 거리가 개발독재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 재개발의 소산이고, 공론의 과정을 통해 소수자들의 고통을 축소하기 위한 논의 과정을 생략한 채, 시민들이 나눌 화려한 쉼터를 갖게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시민적 합의는 그곳에 전태일을 기림으로써 정당화되는 것인가? 한데 저는 여기서 전태일-예수 신앙의 좌절을 발견합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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