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5/26 (02:34) from 211.39.60.236' of 211.39.60.236' | Article Number : 16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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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837 , Lines : 28 |
| 벽 (2000.5.21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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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2000.5.21 한백교회 설교 본문 그것은 그들이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알아보고 알아듣기만 한다면 나에게 돌아와 용서를 받게 될 것이다." (마태4.12) 이 말씀은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랑의 주님'이라고 우리가 수백 수천 번 뇌까리는 예수님이 이런 저주의 말씀을 던지다니 …. 제자더러 일곱 번에 일흔 번을 곱한 만큼 용서라하던 분이 아닙니까? 더구나 사람들의 저주는 발설된 즉시 공중으로 사라져버릴 뿐이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다르지 않습니까? 예수님이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면 의당 조심스레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분명 누군가를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사실 복음서에서 이런 류의 말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헤로데를 향하여 '여우'라고 비아냥거렸고,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을 가리켜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폭언을 내지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성전이나 무화과나무를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예수님은 또한 분노하는 이요 저주를 내리는 이입니다. 그런데 분노하는 분의 이미지가 드러난 성서 텍스트가 우리에게 어려운 까닭은, 그것이 무한정한 '자비의 주'라는 관점과 모순되고 있고, 우리의 신앙이 후자를 더 우선시해 왔던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해왔던 교회의 신앙교리가 본문 이해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우리를 용서해주신 분, 그런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바치셨던 분. 한데, 그분이 원래 신이셨다니, 결국 신이 죄로 뒤범벅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인간이 되는 자기 모멸의 역설을 실행하신 분. 이런 교리는 예수님에 관한 신앙의 중요한 진리를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동시에 예수님에 관한 이해를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용서/자비의 교리'(구원신학)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주지할 것은, '용서/자비'라는 건 분명 예수님의 실천을 특징짓는 주된 요소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교회의 구원에 관한 신앙교리는 예수님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교회는 예수님의 다른 면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것은 바로 구원 신학 탓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과 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결절점이 교회의 구원신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예수운동이 교회운동으로 계승된 것은, 사회운동에서 선교운동으로의 운동양식의 변화를 동반하였습니다. 즉 예수운동에서는 예수님의 사회적 메시지가 주장되었다면, 교회운동은 예수님 자신을 전파했던 것입니다. '선포하는 자'에서 '선포되는 자'로의 전환, 바로 이것이 교회의 탄생 및 전개와 불가분 맞물려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동시에 선포 대상의 변화를 수반합니다. 예수운동에선 억눌린 자, 감옥에 갇힌 자, 궁핍한 자, 병든 자 등, 사회적인 소수자들을 향해 자비와 용서의 말씀이 선포되었습니다. 반면 교회는 특정 사회 계층이 아닌, 모든 인간을 향해 복음을 선포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은, 이러한 변화는 메시지의 의미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의 용서/자비의 가르침이 점차 일반화, 추상화의 기조에 따라 이해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결절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용서의 선포, 화해의 가르침은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사회가 죄인으로 낙인찍어 배제해버렸던 사람들을 예수님은 용서했던 것입니다. 반면 교회는 신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화해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통념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용서라는 것, 화해라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개념어들은 추상적 차원에서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포된 예수님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미덕에 속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이러한 일반화되고 추상화된 구원교리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교 신앙은 폭넓게 확산되는 계기를 맞이했던 것입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그라운드로 활동공간이 바뀌고, 소수의 지지지들에서 다수의 지지자들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많은 말씀들에 괄호를 쳐버렸습니다. 특히 오늘 우리가 관심을 갖는 신의 분노하는 이미지가 이해할 수 없는 본문으로 치부되어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사회의 통념적 가치가 저변층을 향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음을 직시했던 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구원과 용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것은 '일상적 가치'의 지배자들에 대한 공격이며, 바로 그렇기 일상성과 대결하고 있기 때문에 예수운동에는 체제에 대해 '전복적'인 혁명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요컨대 예수운동에서 구원과 저주, 용서와 분노의 이중적 정서는 모순되지 않습니다. 그 이중성 때문에 예수님의 실천은 더욱 일관성을 지니는 운동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교회는 이것을 이항대립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과 용서가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인 만큼 그 반대의 모습은 예수님에게 공유될 수 없는 정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주류 교회는 사회의 위험 요소가 아니라, 현존 질서를 지탱하는 중요한 주춧돌의 하나가 되었고, 통념적 질서의 대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추상적 가치로는 용서와 화해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종교이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공간에서 역시 교회도 신의 분노, 그분의 무자비를 신념화하고 윤리화합니다. 이때 그 분노, 그 무자비의 대상은 '낯설은 자'로 통칭됩니다. 즉 그리스도교적 사회발전에서 그러한 사회의 통념에 위배되는 대상(음성적이든 양성적이든)에게 분노의 철퇴가 가해지는 것입니다. 가령, 범죄, 매춘, 낙태 등 통념적인 기성 질서에 어긋나는 음성적 존재나, 공산주의, 타종교 등 그리스도교 발전도식의 경쟁자인 양성적 세력 등이 바로 분노/무자비의 대상인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한때, 그리스도교적 사회발전에 대립된 사회발전 도식을 가졌던 독재세력에 항의를 표하는 가장 대표적 집단이었습니다. 이것은 교회의 순기능에 속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공공연한 남용으로 특징지워지는 독재권력이 이완되자 한국교회의 용서와 분노의 메커니즘은 미덕으로 남을 수 있는 요소들을 거의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교회는 그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의 위기의 시대입니다. 마르코복음서 저자는 예수운동에서 교회운동으로 급속히 변화해가던 시기, 그리스도 신앙의 체제내화를 경험하면서, 교회의 존재의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됩니다. 신앙의 위기입니다. 이에 그는 새로운 방식의 텍스트를 생산함으로써 이 위기에 대응하려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집'입니다. 그는 이것을 '복음'이라고 명명하는데, 이것은 일반화, 추상화된 예수의 이미지를 구체적 역사와 삶의 이야기 속에 위치시켜놓은 이야기 방식입니다. 그것이 왜 기쁜 소리냐면,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예전 속에서만 추상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구체적으로 용해되어 선포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체는 모든 인간이 아니라,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소수자입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오클로스'라고 부릅니다. 민중신학에선 그들을 민중이라고도 부르지요. 마르코복음서는 교회라는 용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제자들을 향해 도처에서 비아냥거리고 간접비난을 가합니다. 필시 그는 여기서 사도권을 빙자하면서 직제화되어 가는 교회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제자들의 수위권을 승계한 자들에게, 즉 교회를 대표한 자들에게 복음의 진정한 수혜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라 배제된 박탈대중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르코복음서의 예수 이야기는 추상화 일반화되어 가는 교회를 향한 비판의 텍스트를 그리스도교 신앙사에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전수받은 우리에게 예수 이야기는 통념적 질서에 순응해버린 모든 체제내화된 주체들을 향한 실랄한 비판이요 공격의 언어로서 실재합니다. 그것은 또한 구원신학의 허명(虛名) 뒤에서 낯설은 것, 주변화된 것에 대한 공격성을 절제하지 못하는 퇴행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을 향한 도전이요 해체의 언어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진정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일체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전복의 언어인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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